아하하 ^^;
이런 걸 다 했었네요...
고등학교 때 공책에 썼던 건데...
[공분 안하고 별 걸 다 했군...]
꽤 길어서 쪼끔 짤랐습니다...
음...
타자연습 겸 올릴께요 ^^;
[타, 타자연습?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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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롤로그 -그들은 두령은 찾고 있었다...-
오후의 수업은 그 나른함만으로도 충분히 영어 선생님의 발음을
더욱 노곤하게 만들고 있었다...
상당히 성능좋은 번역기 같다.
영어수업은 그대로 자장가로 번역된다..
자, 자면 안되는데....
그러나 나의 결심은 오래가지도 못하고
기분좋은 흔들림에 드디어 굴복해 고개를 젓기 시작한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겁도 없이...
영어 선생님... 죄송하지만 수업은 이만...
후둑...
영어 선생님은 조는 아이들에게 분필을 던져 주의를 주곤했다.
그러나 그 분필이 맞는 경우는 거의 없어
아이들은 늘 영어 시간을 '불발탄' 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어쩌다 그것이 맞는 경우가 있다고는 해도
지금 내 얼굴 위에 후두둑 떨어지는 뜨거운 것은
결코 분필 같은 것은 아니었다...
비명은 한박자 늦게 터져나왔다....
"꺄아아악!"
누가 지른 소리인지도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지른 비명이
가장 큰 소리였을 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놀라 당장 피가 튄 교복을 어쩔 줄 몰라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숨이 끊어진 영어 선생님의 모습이
교탁 너머로 비죽이 보였다...
그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 볼 시간도 없었다...
아이들은 영어 선생님과
그리고 창문을 타고 넘어들어오는 시꺼먼 옷차림의
총을 든 괴한들을 보면서 어떤 끔찍한 상상을 떠올렸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나는, 평소에 그렇게도 둔하다는 핀잔을 들어왔지만....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조차 발이 움직이지 않을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것이 다행으로 느껴지기도 이번이 처음이다...
[꼼짝 하지 말아!]
쇳소리가 섞인 기계음... 그 말은 경고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총을 들어 방아쇠에 손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경고해 주기는 했지만,
살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겠지...
놀라 그 말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일어서버린 아이들에게
그 쇳소리의 주인공'들'은 총을 들어 난사했다...
'푸슝, 푸슝, 푸슝'
총소리는 한번도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아이들의 소란만이 교실에 울리고 있었다...
그것이 더욱 무서웠다...
정신이 마비되어 버릴 것만 같은 공포였다...
처음이라는 갑작스러운 놀람이 배제된
두번째는 순수한 공포로 다가온다....
아이들은 이제 아주 히스테릭하게
미친듯이 서로를 밀어젖히면서 교실문을 열려고 하고 있었고
총알은 정확하게 그들을 겨냥했다...
아이들이 죽어넘어지기 시작했다...
피가 튀었고....
나는 아직도 정신이 나가버린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굴 위로 뭔지 뜨거운 것이 후두둑 떨어진다...
나는 내 책상을 짚고 넘어진 우리 반 반장의 손을 보면서...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침착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움직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얼어붙어 가는 머릿 속에서 울리듯이 들리는
옆 반, 혹은 건너편 반에서의
책상 넘어지는 소리...비명소리를 들으며...
우리 반 뿐이 아니라
학교 전체가 지금 아수라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맞잡으면서 소리죽여 울었다...
그리고 쇳소리는 다가왔다...
[두령이 누구야]
'두령이라니.....'
검은 괴한의 목소리는
미미한 분노로 거의 떨리다시피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협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이미 겁을 먹을대로 먹은 상태이니까...
[입을 열어. 열어서 말해. 말해서 네 목숨을 살려.
두령이 누구야!]
정말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그 어느 시험에서도 나는 이렇게 필사적일 수 없으리라...
그러나 그렇게 절망적으로 나의 기억에 매달리다시피 한 때문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머리가 좋아서도 아니고...
내가 두령과 친했던 때문도 아니다...
그 이름이 생각이 난 이유는, 다만 나는 부반장이었고
그 아이의 전학을 내가 도맡아 서류를 만들었기 때문에
나는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두령이었다...
항상 혼자 다니고
점심은 늘 옥상 위에서 혼자 먹던....
이상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이상한 차림새로 음울한 얼굴을 트레이드 마크처럼 찡그리던...
고아소년...
왠지 불길해 보였고...
어두워 보였던 그 아이...
우리는 그 아이를 귀신붙은 아이라고 불렀었지...
.......이들은 왜 그 아이를 찾는 걸까?
나는 나를 겨눌 것처럼 보이는 총구에 겁을 먹어
비틀거리는 목소리로 아무렇게나 정신없이 말했다...
"저, 전학갔어요! 이, 이주일이나 저, 전에요!
하, 학교에는 이제 나오지 않아요! 살려주세요!"
내 말을 기점으로 총소리가 멎었다...
정말 거짓말같이 전교의 총소리가 한번에 멎었다...
진작 살려달라고부터 외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망상에 젖고 있을 때
나에게 물었던 괴한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지]
그들은 총을 내렸다. 나는 내가 살았다고 생각했다...
...........총알은 뒤에서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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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화학!]
화염이 시뻘겋게 치솟았다...
그리고 그 뒤로 무시무시하게 생긴 검은 연기가
하늘을 자욱 뒤덮었다...
검은 괴한은 두건을 벗었다. 차가워 보이는 파란 눈동자가
불에 타오르고 있는 ㅇㅇ고등학교를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서 보고가 들어온다...
[생존자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완전소각 후에는 증거가 될만한 유체는
남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해. 시끄러워지면 귀찮아지니까]
다른 말은 따라 다니지 않는다..
[예!]
파란 눈동자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본다...
까만 장갑은 말 그대로 피에 젖어 있다.
그는 그것을 입에 가져다 대면서
깊이 들이마시면서
서늘하게 웃는다...
[너무 격조했지. 곧 만나자구, 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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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친구가 좋은 이유
[...그래서?]
[더 중요한 이유는...]
케일튼은 고개를 까닥 숙였다. 우리는 그를 따라 고개를 기울였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숨소리를 많이 냈다.
그 모습은....흡사.... 귀신 이야기를 하는 듯한...
[거기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거야]
숨죽인 케일튼의 파동은 잠시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
그러나 모두들 그 차가운 머리를 되찾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푸헤헤헤헤헤헤]
제일 열정적으로 웃어대던 것은 케일튼였다.
침을 뿜어내며 지저분하게 웃던 녀석은
다시 우리들의 얼굴을 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
우리 또한 정신을 차린 다음부터는 웃느라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농담. 다만 우리는 기가 막혀서 웃는 헛웃음일 뿐이었다.
그러나 스잔느는 웃지 않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결국은 귀신 때문에 그 덜 떨어진 계집애가
안 간다고 한단 말이지?]
스잔느는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카락을 뒤로 젖혀
쓸어 올렸다...
하얀 피부가 속이 비쳐 보일 것만 같다...
스잔느 아버님은 네덜란드의 의학 박사이시다.
환자는 전혀 보시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수입은 어마어마한 모양이다.
뭐, 남의 애정문제에,
더군다나 서양의 그 자유분방한 문제에 대해서
내가 아는 척을 한다고 하면 웃기는 일이겠지.
하지만 난 그 분을 뵐 때마다 옆에 있는 여자들 중
누가 그의 새 아내인지 고심하느라 힘들다.
그리고 스잔느가 듣지 못하게 중얼거린다.
'그 새 또 갈아치우셨군.'
스잔느는 참 잘 버티고 있다.
나 같으면 돌아가신 어머니 다음으로도 열 세명의 미녀를,
그것도 자신보다 한 두 살 밖에 많지 않은 그 어린 미녀들에게
어머니라고 불렀어야 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
미친 척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죽었다 깨나도 그렇게
멀쩡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스잔느는 미치기는 커녕
머리가 퍽 좋은 편이다. MBA와 심리학위를
동시에 따는 것은 내 머리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니까..
아마 스잔느의 친어머님 덕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멍청한 아버님 덕에 아마 곧 시집을 가야 한다고 했었다.
상대로 말이 오가던 사람은 어느 기업 이사장인데
나이가 스잔느의 두 배를 조금 더 가뿐하게 넘는다고 들었다.
스잔느는 싫어했고, 그래서 결혼은 파기되었다.
뭐, 스잔느의 아버지가 스잔느의 의견을 상당히 존중하는 등의 이유는
아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언론의 방망이질에도 불구하고
그 정약혼을 성사시키려고 했었으니까.
어쨌든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진 그녀는
잠시 집을 나와 우리와 합류했다.
자유연애? 흠... 나 보기엔 그저 재밌자고 그런 것 같은데..
그 늙은 이사장은 가엾게도 미쳐버렸다.
그 때문이다.
스잔느 행거일리. 그녀는 알려졌건 알려지지 않았건
근세기 최면술사들을 통틀어 가히 최고가 아닐까.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일반적이고 멀쩡한 노인네 하나를
아무 죄책감 없이 망가뜨리는 그녀, 묘한 여자.
그리고 통쾌한 여자.
[그렇다니까... 참 내. 귀여운 데만 있는 줄 알았더니,
황당한 면도 있더라고. 참 많은 것을 보여주는 아이란 말야]
케일튼은 그렇게 말하면서 등 뒤에 있던 소파에 넘어져 버렸다.
그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제핀이 얼른 소파를 잡아 뺄 것을
알면서도 늘 그 모양이다.
바보 녀석. 꼭 몸으로 그렇게 웃겨야 하겠냐? 남아나겠느냐고..
녀석의 부모는 모두 미국 국회의원이시다.
그 어머님은 염문이 자자한 항간의 미녀이시다.
그 분을 안 거치고는 의원이 될 수 없다나.
녀석은 이런 말을 제일 싫어하지만
'사실인걸.' 하고 제핀이 말한다. 하하......
케일튼 녀석의 빤빤한 얼굴이나 그 붙임성은 꼭 그 분을 닮았다.
주제에 그러고도 어머님 닮았다는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도 닮았는 걸.
아버님은 점잖으시고 또한 아무 것도 아니다.
목석이 따로 없으신 분이다.
아주 안 어울리는, 그냥 안어울리는 커플이 아니라
세상에서 최악의 커플이라
우리는 그 분들을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라고 부른다.
하긴, 제 딴에 안 싸우고 살기엔 그 만한 커플이 없다.
그 어머니라는 여자의 바람기를
어떤 남자가 가만 두고 보아줄 수 있을까.
그것이야말로 헤파이스토스 뿐이시겠지.
최고군.
녀석은 사람 사귀는 재주 빼고는 모든 면에서 두루두루 멍청하다.
게다가 그 머리도 꼭 어머님이다. 알간?
지금도 그는 새로 사귄 여자 친구의 이야기를
자랑하며 웃고 있는 중이었다.
외국인이라는, 물 건너 온 인간이며 동시에 한국어를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는 핸디캡은 이 녀석의 여성 편력에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케일튼은 첫 번째 데이트 신청에서 퇴짜를 맞고는
의기소침해 있다가
내게서
'한국 여자들은 아직 한 번 만난 수상한 외국인에게
데이트를 허락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다' 는 대답을 듣고는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는데.
그리고는 그녀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겠다는 얘기를 꺼냈다고 하면서
내 복장을 뒤집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 어느 여자가 겨우 두 번째 만난
수!상!하!기! 그지없는 남자를
자신의 집에 초대한단 말인지.
그런데 그 여자는 평범한 거절이 아니라
집에 귀신이 있어서 안된다는 이유를 들어
케일튼의 방문을 거절한 것이다. 특이한 케이스야...
다시 한 번 영화나 보러 가자고 꼬셔 볼까, 어쩌고 케일튼은
노닥거리고 있었다. 멍청한 녀석같으니라구!
그러나 나는 이 녀석이 봉인하고 있는 힘을 떠올리자 우울해졌다.
말도 안돼. 이런 바보가 그럴 리 없다구. 그러나
그 역시, 제핀의 말을 빌자면. 빌어먹게 사실인걸.
케일튼 말리론.
사트라마한의 주인. 악령의 제왕의 주인.
그건 불가능하잖아..
어째서 악령의 제왕이 인간의 몸에 의탁하고 있는거지?
왜, 게다가 이런 멍청한 녀석이라니.
자기 통제도 제대로 못하는 녀석이 어떻게
악령의 제왕을 봉인할 수 있지?
그런데 지금 내 옆에 있다구. 그 증거가 말야..
[그래서 간대, 안 간대?]
[안 간대]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냐?]
제핀이 싱긋 웃으면서 잠시 끼여들었다.
녀석의 아버님은 중동의 석유 회사를 여러 채 가지고 있다.
녀석은 늘 스포츠 카를 모는데
그 메이커와 모델은 한 달 단위로 바뀐다.
벤츠와 스포츠 카 회사들은 제핀을 위해 신형을 내어 놓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그 차가 그 차 같구만.
차에는 같은 빨강이라도 느낌이 틀린 법이라고
하도 진지하게 얘기하길래 믿을 뻔 했었다.
그런 얘기를 하면 너의 그 병적인 낭비벽이 합리화 된다니.
그리고 그 운전석 옆 좌석에 태울 애인도 그 때마다 바뀐다.
아버님을 못 뵌 지 십년이 다 되어 간다면서도
그다지 섭섭해하지는 않는 듯하다.
하긴, 십년이면 만나도 뉘신지부터 물어야 할 상황이겠다.
그러나 심심찮게 신문과 뉴스에 등장하는 그의 아버지는
어쨌든 제핀과 닮아 보이는 구석이 있기는 했다.
뭐, 만난 적이 없다지만 만나봐야 별로 정이 오가는 그럴 듯한
대화들은 나눌 것 같지도 않다.
돈만 꼬박꼬박 부쳐 주면 죽었다고 해도 전혀 관여하지 않을 성싶다.
어머님은 예쁜 그리스 미인이셨다는데 지금은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어머님 덕분에 녀석은 덩달아 예쁜 상아색 피부를 가진 혼혈인 이다.
거기에 컴플렉스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돈이 그 마음을 메워 주니까
불쌍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련다...
아버지 쪽에서, 그리고 어머니 쪽에서 계속 돈을 부쳐 주는 형편이라
녀석의 사치는 그야말로 중동의 왕자를 연상케 한다.
그를 감히 나무랄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신경 거슬리는 놈이 있으면
어디 태평양 같은 데 한가운데다가 떨어뜨리면 그만이다.
그는 얼굴만 조금 빨개진 채 술을 마시는 시간에 범죄를 저지르며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다.
뭐 청부 할 필요도 없다. 위험하니까.
염력의 대가.
나는 아직 이렇게 자유자재로 그 힘을 쓰는 에스퍼는 본 적이 없다.
시간의 구애 없이 쓸 수만 있다면, 제핀 비르망.
녀석은 아마 세계 정복을 꿈꾸었어도 될 뻔했다.
아니라는 게 참 다행이지.
녀석이 지배하는 세상은 마약과 섹스와 범죄가 미덕이 되는 세상..
살인 자격증은 아마 녀석이 직접 시험관을 할 걸.
으아... 지독한 상상이로군.
[야, 내가 여자 애들 거짓말하는 것도 하나 못 알아들을까 봐?
아니라니까. 얜 진짜 무서워 한다구]
제핀은 그의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다 보았다.
[...너 애기랑 사귀지?]
[푸헤헤헤헤헤헤]
나는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피했다.
내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쳐다보자 케일튼은 마저 웃으며 몸을 뺐다.
녀석은 침이 많이 튀게 웃는다. 지저분한...
[확실히 아니다,
니 말대로 그 나이에 귀신이 무서워서 못 놀러 갈 정도면..
맞는 거야? 걔 너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구?
그럴 수도 있잖아. 너랑은 놀러가기 싫다.. 안 그래?]
[그렇게 의심나면 직접 만나보라구. 나도 가끔 헷갈린다니까]
우리는 그러고도 한참을 웃었다.
나는 대충 그들에게 장단을 맞춰 주긴 했지만
그다지 편한 기분은 아니었다.
우리의 대화는 뭔지 조금 이상하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있지도 않은 귀신을 믿는 그녀를
멍청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게 아니잖아.
핵심을 피하는 거야. 알잖아, 모두들.
귀신의 존재 유무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같이 사는데, 뭐.
우리는 그녀를 비웃어서는 안돼는 것인데...
왜 아닌 척들을 하는 거지? 아직도 그렇게 스스로를 믿지 못해?
[그래, 언제 한 번 만나자고 해.
만나서 얘기하면 더 잘 알게 되겠지...내가 저녁 살게]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는 사람은 언제나 하나 뿐이다.
팀 바우먼. 이 중에서 그나마 제일 제대로 된 녀석을 뽑으라면
녀석 하나 뿐인 것 같다. 내 친구라서가 아니다.
음... 실은 그 이유도 크지만.
녀석은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부모를 두지 않았다.
고아니까.
말 그대로 녀석이 직접 벌고 있다. 가 . 만 . 히 . 앉아서.
녀석은 엔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사장이다.
뉴스에서는 그의 자산을 평가하면서 세계 5위로 꼽았다.
그러나 팀은, 만약 그 뉴스대로 1위부터 4위의 자산이 계산된다면
자신이 세계랭킹 1위라고 잘라 말하면서
그딴 소문에 신경쓰지 말라고 해 주었다.
그의 정확한 순 자산은 자기자신도 모를 거라고들 한다.
그러나 아니다. 녀석은 똑바로 알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전용 제트기 같은 것들같은 자잘한 재산들까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저번에 나는 그의 총 재산에 대해 물어 보았고 대답을 들었다.
들어 봐야 상상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세계 기업 엔컴의 주식 79 %를 가진,
아직 무한한 미국 내 정유 공장 세 채와 브라질 땅 덩어리만큼을
피서지로 쓰는, 휴지 없으면 아낌없이 백 달러로 닦아도 되는,
앉아서 억을 버는 스물 둘의 젊은 사장,
한국계 독일인 팀 바우먼, 나의 친구 임석진.
나는 그의 비밀을 안다.
그것이 가끔은 무척 버겁기도 하지만 끝까지 지켜 줄 생각이다.
녀석이 간다고 하자
모두 웃으며 화제를 바꿔 즐거운 얘기를 했다.
어디로 갈까? 언제가 좋을까?
바로 그 주인공인 여자아이에게는 아무런 의견도 묻지 않았지...
그의 비밀. 나는 안다. 녀석.
녀석은 내 시선을 눈치채곤 안 보이게 윙크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웬 윙크.
.......네 차례라고? 뭐가 내 차례라는 거야.
아, 나?
이들 중에서 나만큼 평범한 녀석도 없다.
부모가 없다는 것은 팀을 닮았다.
에... 남들의 부모에게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가
그런 때문이라 해도 할말은 없다....
그리고... 말주변도 없고 돈도 없지만 약간의 결벽증은 있다.
뭐,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들과 같이 있다보면
내가 환자인지 이들이 너무 지저분한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때가 있기는 하다.
음, 생각해 보자.
아, 이 모든 애들보다 잘하는 게 하나 정도는 있을 것 같다.
춤, 노래, 그리고 그림 그리기, 숨기기, 찾기, 염탐하기......
어라, 꽤 많군.
난 한국인, 그 누가 뭐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난 팀에게 건당 달러를 받고 일을 한다. 원래는 시간당이었지만
그것은 별로 합리적이지 않다.
원래 내가 하는 일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일이니까.
그를 배려 해준 것이다. ,라고 하면 위선이고
그냥 좀 찔려서 그렇게 했다.
젠장....
석진이 녀석...
날 기죽일 심산은 아니었겠지만
녀석이 제의한... 그 돈이면
죽은 한령 형이 카탈로그를 보고 무척 탐나했던
검은 색 포르셰 카레라 터보 최신형을 살 수 있었다.
무슨 놈의 차값이 집 한 채 값이나 나갔는지.
그러나 형은 이미 죽고 없다.
형은 자신이 누군지 그걸 자주 까먹었다.
그게 탈이었다.
그리고 동생 세령이가 보고 감탄해 마지 않았던
새하얀 브리지 맨션빌라를 살수도 있다.
죽지 않았다면 예쁘게 컸을 텐데...
그 애도 주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고, 그래서 죽었다.
그러나 나는 결코 까먹지 않는다.
나는 두령, 영 집안의 둘째 무당이다.
사려 깊은 팀은 나를 자신의 먼 친척으로 소개했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하루빨리 이 쓸데 없는 집단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한국으로 온 거냐고 !
물가 높다는 얘기도 못 들어 봤어?
놀러 갈 데가 그리도 없었니?
여기에 니네 가 와서 니네 나라 귀신 퍼뜨리는 거 바라지 않아 !!
얼른 니네 나라로 가란 말야 !!
[어쩔 거야]
난 괜히 퉁명스럽게 내 뱉었다.
팀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마 그 말고는 아무도 못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했으니까.
[너 아니었으면 이런 일은 맡지도 않았어]
[고맙군]
나는 이를 갈았다. 머저리 같은 바보 녀석,
네 녀석이 제일 위험해 !! 너만이라도 미국으로 돌아가 !!
[가 봤자 당분간은 네 말마따나, 안전할 수는 없지.
뱀파이어, 화이트 웨어, 쏠쳐그린, 그리고...
제일 중요한 라이칸스롭]
...
[미안]
나는 주저앉았다.
잠깐 나와..
녀석은 나를 따라 나왔다.
녀석의 강원도 별장. 이건 공터 낭비야.
이렇게 넓은 지대를 겨우 집 한 채로 쓰다니.
그래서 우리나라에 이렇게 집없는 사람들이 많은 거라구!
녀석은 달을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나와 나란히 섰다.
임석진, 팀 바우먼.
라이칸스롭, ...........그리고 나는 무당....
나는 크게 웃었다. 눈꺼풀을 타고 뭔가가 보인다.
남들은 귀신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눈이 타는 듯 아프다.
이러다 눈을 뜨면 보게 될 인간들이 미치도록 싫다.
그래서 나는 하늘만 보았다.
흠... 보름달이군.
녀석은 아마 지금 숨쉬기조차 힘이 들텐데 잘 버티고 있다.
바보. 네 녀석이 제일 위험해, 알아?
나는 그를 노려보다가 다시 앞을 보았다.
이 귀신보다 더 무서운 집단, 사이코 퇴마진.
난 솔직히 집에 가고 싶은데.
거기는 차라리 친구 같은 귀신들이 많단 말야.
여기처럼 귀신같은 친구들은 달갑지 않다구...
팀이 결정한 일이니만큼 진행은 빨라질 것이다.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준비할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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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렇게 빨리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빨리 시작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미처 몰랐었다.
젠장, 생각보다 빠를 줄은 알고 있었지만.
......암튼 암튼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만들던 부적을 던져 태워 버리고
'아까워라..' 그들을 따라 달려나가야 했다.
케이는 다시 한 번 데쉬하기 위해
-제핀이 다른 여자를 물색하는 게 빠르겠다고 했지만
케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느낌이 있다나?
선수는 다르구나...
라고 스잔이 비웃었다. 동감이었다. 멍청한 놈 -
그 집을 찾아갔고 그 집 사람들이 집을 내 놓고 쫒기듯 도망가듯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여자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당장 우리들에게 연락했고
나는 일행들과 다른 길로 돌아가 부동산을 찾아갔다...
그리고 나이 지긋한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그 집이 말도 안되는 헐값에 내놓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그런 값임에도 불구하고 사겠다고 덤비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면 노인장이라도 들어가 사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내가 물었고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거저라고 해도
그 집은 어쩐지 싫다고 대답해
그의 성격이 얼마나 솔직한지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부동산하는 사람 맞아?
시세의 반값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나는 거기까지만 묻고 못마땅해하는 노인을 뒤로 해 나오며
케이에게 전화해 주소를 물었다.
그리고 대강의 이야기를 해 들려 주었다.
친구들은 각자의 준비물을 챙겨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집 앞에서 우리들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부동산의 그 노인을 부르면 간단하겠지만
우리는 그 집의 화장실의 청결함이라든지 마루 바닥의 튼튼함이라든지
방수시설 따위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몰래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근사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려 부수고 시끌벅적하게 하고 싶었던 제핀과
합법적으로 살고 싶었던 팀이 상당히 못마땅해했지만
나와 스잔은 그들을 못 본 척 했고
그래서 우리는 아직 그 대문 앞에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그 문 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 후 팀은 한숨을 거창하게 쉬며
소리나지 않게 창문을 깨기 위해서
그 위에 고무 테이프를 붙이고 있었다.
전적이 의심스러워, 팀.
그리고 우리는 그 뒤를 둘러싸고
멍청하게 서 있어야 했다. 으윽..
케이는 주먹을 꼭 쥐고 땀은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가 몹시 싫었다. 빌어먹을 놈.
[흐음...]
나는 괜히 이마를 찌푸렸다.
내 표정을 본 석진은 그 다음부터는 내가 뭐라든 그냥 무시했지만
아직 내게 익숙지 않은 다른 녀석들은 긴장했다.
굉장한 거라도 있나 봐...
석진은 하던 일을 마저 하며,
그러니까 테이프를 계속 찢으며 물었다. [아무 것도 없나보지?]
[어...] 한국어로 대충 대답하고 나는 다시 영어로 덧붙였다.
[식인을 하는 제사의 주인인 월혈령 귀신이 대여섯있는데...]
옆에서 석진이 벽에 손을 찧고 몹시 아파했다.
그리고 케이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시시한 소리 그만 둬. 겁먹잖아]
석진의 경고를 완벽하게 무시하며 계속 말했다.
[조금 더 있으면 그 중 하나와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그...
방금 왔네... 피투성이잖아]
나는 실눈을 떴다.
스잔과 제핀은 아까부터, 그러니까 식인 어쩌구 할 때부터
내 말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오로지 케이는 유별난 조심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만 흥미를 잃고 누구말마따나 시시한 장난을 그만두었다.
별로 특이한 조짐은 사실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케이는 끈질겼다.
[뭐가 보여?]
케이가 안절부절못하며 5분 꼴로 물어 왔다.
실은 투영이고 뭐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던 나는 짜증을 냈다.
[제일 떠드는 놈부터 뜯어 버릴 거래]
케이는, 물론 생각한 대로 파랗게 질려 버렸다.
옆에서 스잔이 낮게 웃었다.
[쓸모 없는 녀석이니까 먹지는 말라고 부탁해 봐, 영아]
[글쎄.. 워낙 귀신 취향이 되어 놔서 말이야]
[내.. 내가 귀신이 좋아하는 타입이야?]
케이가 숨막히는 음성으로 물어왔다.
매일 그러는데도 참 재밌단 말야. 놀려먹는 재미가 있다구.
사실 녀석은 귀신도 밥맛 없어할 타입이다.
이태리 제 향수에 무스로 마사지를 한 듯한 그 머리 꼬라지하며..
냄새부터 역겹잖아. 특히나 귀신들은 시끄러운 거 싫어한다.
그렇지만 실상
'아니야. 너는 귀신들도 절대 재수 없어할 타입이야'
라고 솔직히 말할 수는 없잖아? 난 친구를 배려하는... 으윽.
저런 녀석이 어떻게 사트라마한의 주인이라는 건지.
저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녀석이 어떻게 악령들의 제왕을
봉인하고 있는 건지.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하나 보다.
석진이는 겨우 라이칸스롭 하나에 지배당하고 있는데 말이야..
투덜투덜...
에이 씨.. 우울해지잖아.
관객도 많은데 어디 묘기나 한번!!
[하(河) !원( ) !귀(鬼) !진( ) !퇴(退) !태( ) !]
물줄기가 치솟는 회오리로 된다. 흐음.. 볼 만한걸?
[화火! 련蓮!]
그것들은 노여워하고 즐거워하고 익살맞고 어지러운 불꽃.
그대로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기세이지만
절대로 내 의지에 거스르지 않는 충실한 심복이여.
불은 일어나 물길에 합류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석진이 테이프 질하고 있는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며
와장창 깨뜨리고 그 옆의 현관문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길이 뚫렸다.
유리들은 깨지자 마자 불꽃에 휩쓸려 그 속에 사그러들었다.
덕분에 별 소음 없이 문이 있던 자리에는 문이 있던 흔적만 남았다.
석진은 이마를 찌푸리고 비켜서서 난감한 듯
자신의 손에 든 망치를 보고 있었다.
실수했나? 석진은 저걸로 하려던 생각이었나 본데...
그러나 나는 이미 웃고 있었다.
주술이 제대로 되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말야.
나는 의기양양하게 뒤를 보았다. 어때? 그러자 스잔이 말했다.
[...니가 제일 시끄러운 걸? 안심해, 케이]
으윽..
내가 휘청이는 사이 나머지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별 기대는 없었지만
들어서는 순간 알았다. 피비린내...같은 건.....
없군... 시시해라...
[2층]
나는 괜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역시 케이만 빼고는 모두 무시했다. 뭐야, 이거.
왜들 나에 대해 이렇게 빨리 파악하는 거지? 이상하네...
[이것들 봐. 1층엔 암 것두 없다구. 그러니까 2층이지.
귀신이 나온다면 2층이야... 하지만 말야.
나라면 낮에는 나오지 않겠어. 훤한 날에 나오면 그게 무슨...]
[쉿]
스잔이 눈을 흘겼다.
나는 그녀가 말하기 전에 입을 다물었다.
낮에도 나오는 센스없는 귀신이... 있군.
그리고 씨익 웃었다. 아주 익숙한.
소름이 돋았지만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나는 일행들의 뒤로 물러섰지만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나는 모두의 뒤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음지어 보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왔군.
심장이 뛴다.
이번 녀석은 잡아서 위령제에 써먹을 것이다.
너 오늘 잘 걸렸다. 죽었다고 복창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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