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안녕!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지난번에 글을 썼을 때는 한참 더위로 녹아내리던 중이었는데 10일 남짓한 시간 사이에 날씨가 참 많이 변했어. 요즘 날씨 좋지 않아? 습하지도 않고 해는 반짝 떠오르지만 바람은 시원해서 밖에 다닐 맛이 나. 아 참, 최근에 비가 많이 왔는데 오빠는 괜찮아? 비가 참 무섭게 왔었어. 잘 지나갔다면 정말 다행이야. 내가 있는 곳은 괜찮아. 우리 지역이 워낙 지대가 높은데, 우리 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어서 우리 동네에 비가 찬다면 아마 우리 지역은 대부분 물에 가라앉아서 보트 타고 다녔을 거야ㅋㅋㅋㅋ 거기다 우리 지역에 댐도 있어서 괜찮아! 남한강이 흐르는 곳이랍니다~ 요즘 뭘 하면서 지내? 새롭게 도전하는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중에 공유해주겠지? 그럴 거라고 믿어! 앞으로 한 달동안 환절기로 날씨가 오락가락할 것 같은데 우리 건강 잘 지키자!
그동안 나는 뭘 하면서 지냈냐면~ 나도 꽤 많은 일들이 있었어. 먼저 오빠한테 편지를 적고 난 다음날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1명)을 보러 친구들끼리(나 포함 3명) 놀러갔어. 음...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친구들인데, 그중 다른 지역에 있던 친구는 고3 때 기숙사에서 나랑 같은 방을 쓴 룸메이트야! 이 친구랑 내 인연이 아주 신비로워. 같이 보러 간 친구들 중 한 명이랑 원래 친구였는데 고3 때 기숙사에 입사하면서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나는 그 친구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 그때 우리 방이 4명 정원인데, 룸메이트가 자주 바뀌었어. 이유는... 나도 모르겠네...ㅎㅎ 학기 초에 배정 받은 애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같은 방을 쓴 사람은 그 친구랑 나랑 단 둘이었어. 거기다 서로 생일이 같아서 더더 신기했고. 근데 그거 알아? 룸메이트가 완전 친해지려면 같은 방을 쓰지 않아야한다는 거...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랑 그 친구는 친구보다는 룸메이트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었어. 친구이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마냥 편하게 지내기에는 조금 어려웠어. 아무래도 살던 방식이 다르니까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지켜야만 다툼이 없을테니 그걸 신경 쓰느라 엄청 가까워지지 못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해졌지 ㅎㅎ 그리고 만나면 늘 자기 전에 나한테 "행복하니?"라고 물어봐주는 친구야. 아무튼 그 친구를 만나고 왔어!
매년 방학 때마다 이 친구는 학교 근처에서 살면서 학교 근로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서 본가에 올 시간이 없거든. 그래서 늘 나랑 친구들이랑 이 친구를 보러 놀러가. 마지막에 간 게 지난 여름이었으니까 한 학기만이겠네. 다른 때는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고 잠깐 자고 일어나서 집에 올 정도로 엄청 많이 대화하고 놀았는데, 이번에는 그 친구가 임용고시를 눈 앞에 두고 있어서 그러지는 못했어. 밥만 같이 먹고 나랑 다른 친구들끼리 시간을 보내다가 밤에 잠깐 또 만나서 놀고 같이 친구 집에서 일찍 잤어ㅋㅋㅋㅋ 12시 조금 넘어서 잤나?ㅋㅋㅋㅋ 완전 새나라의 어른이들이지? 그래도 얼굴 봤다는 사실에 아주 아주 만족이야~ 원래 얼굴 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게 아니겠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어.
이번주 화요일에는 나머지 오른쪽 사랑니를 빼고 왔어... 지난번 편지에서는 왼쪽 사랑니를 발치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 나?ㅎㅎ 사랑니 4개 중에서 위쪽 2개는 밖으로 나왔고 아래 2개는 매복인데 옆으로 누워서 가만히 두었다가는 옆에 있는 어금니를 밀어서 이빨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어서 결국 4개 다 발치하기로 했고... 화요일이 마지막 오른쪽 위아래 2개를 발치하고 왔어... 지난번에 워낙 빠르게, 한 3분만에 2개를 순조롭게 발치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10분만에 발치한 것 같은데 유난히 힘들게 뽑힌 기억이야... 가기 전에 너무 떨리고 긴장되어서 엄살이란 엄살은 다 부렸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아ㅠㅠ 그래도 한 번 뽑아봤다고 이번에는 최대한 몸에 힘을 풀어서 그런지 입이 잘 벌어져서 밥도 잘 먹었어! 오늘 아침에 3일치 약 중 마지막 약을 먹었으니 이제 막 3일차를 지났는데, 어제 점심부터 치킨 작게 잘라서 먹고 그랬어 ㅎ... 벌써 밥 먹고 싶어서, 매운 거 먹고 싶어서 드릉드릉거리고 있어ㅠㅠㅠ 밥은 마음껏 못 먹는다는 게 너무 슬프다... 거기다 나는 양쪽으로 씹는 게 습관이 들어서 자꾸 뽑은 오른쪽으로 먹으려고 해서 깜짝 놀라. 휴 멀쩡한 것 같지? 얼굴 부은 것만 아니면 아무도 나 사랑니 발치한 거 모를 거야ㅋㅋㅋㅋ
점심은 먹었어? 나는 아까 약 때문에 애매한 아점을 먹고 공부하다가 오빠 생각이 나서 잠깐 왔어. 이거 쓰고 다시 공부하러 가보려고. 간간히 들리는 소식으로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오빠가 직접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오늘이야. 잘 지내지? 나는 잘 지내고 있어. 여전히 우당탕탕거리지만 그래서 소소하게 재미있는 하루들이야. 많이 웃고 있어. 아, 몬베베 7기도 가입했고!! 이제 정말로 톡톡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어!! 너무 신난다~ 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오빠도 즐거운 시간이 가득하길 바랄게. 그럼 또 올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