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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멘트 준비 하셨나요?
언론정보학과 4학년 김혜린입니다. 별 거 있나요 자기 소개할 거.
왜 그런 거 하면 좋잖아요. ‘우리 집은 방앗간입니다’ 라거나.
왜 그렇게 우리 방앗간에 관심이 많으세요?
떡 방앗간이 아니라 기름 방앗간이죠?
네. 옛날에는 과일 가게였어요. 저 초등학교 때 까지는 과일이 주종목 이었는데 부모님께서 아는 분 가게를 인수받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참기름 들기름 등 방앗간 가면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을 팔고 있어요.
신선한 기름 먹을 수 있어서 좋죠?
매일 짜서 파는 거니까 기름이야 항상 신선하죠.
집이 기름 가게를 하고 있어서 남다른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데 제 인터뷰 소재는 방앗간 하나밖에 없습니까? 다른 것도 많지 않나요?
다 하나하나 천천히 할 겁니다. 시작부터 너무 까칠하시네요.
추석이나 설 되면 2~3일 정도는 무조건 집안 일 도와야 돼요. 시장에서는 설이랑 추석이 대목이거든요. 고향에 내려간다거나 그런 것 보다는 무조건 가게 일에 매달려야죠.
방앗간에 얽힌 추억이나 그런 거 없나요?
없어요.
왠지 오늘 인터뷰가 굉장히 힘들어질 듯한 예감이 듭니다. 여기 니이가타에 오면서 기름 가지고 오셨죠?
참기름, 들기름, 깨소금 가지고 왔습니다. 별 거 있겠어요?
예상외로 방앗간에 대한 얘기가 너무나 안 나오는군요. 우리는 모르는 심오한 기름의 세계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알겠습니다. 언론정보학과가 주전공이십니다. 하지만 사실 언론에 대해서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 점수대로 들어올만한 데가 사회과학부였어요. 정치는 싫고, 행정도 싫고 언론이 그나마 괜찮겠다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참 솔직하십니다. 일본어는 부전공이시죠? 부전공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냥 끝내기 아쉬우니까 하게 됐습니다. 다들 부전공 복수전공 연계전공 이런 거 많이들 하잖아요.
부전공치고는 일본어 잘하시죠?
그렇지도 않아요.
일본어 능력시험 1급은 언제 따셨습니까?
대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한 다음에 공부 좀 하다가 그 해 겨울에 땄습니다.
휴학 하셨었어요? 몰랐습니다. 휴학은 왜 하셨는지요?
공부를 좀 하고 싶었어요. 대학교 처음 오면 다들 신나게 놀잖아요. 저도 어리버리 놀다 보니까 학점이 개판 5분전이었던 거죠. 그래서 1년 쉬면 다른 친구들은 한 학년씩 올라갈 테고 서로 다른 수업 들으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멀어지면서 공부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휴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뭐 어학연수 갔다 오고 뭐하고 해서 결국에는 친구들이랑 또 같은 학년이더라구요.
고등학교는 어디 나오셨죠?
학익여고요.
학익여고 짱 먹고 나왔나요? 다 평정했습니까?
왜 이러세요. 평범한 아이였어요. 공부를 특별히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고. 그냥 애들하고 놀았어요.
뭐하고 놀았어요? 면도칼 좀 씹었습니까?
면도칼은 무슨. 보통 애들하고 똑같이 놀았어요. 의외로 순진했습니다.
서클 활동 같은 건 하셨나요?
전혀요. 아무 것도 안 했어요. 내가 생각해도 좀 이상해요. 고등학교 때의 저를 보면 별 특징이 없었던 것 같아요. 요리조리 피해가고, 싫은 건 안 하면서… 튀는 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술은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셨습니까?
고등학교라기 보다는… 중학교 때부터 마셨죠. 친구들이랑요. 호기심으로 한 번 먹고 안 먹다가 고등학교 때 100일주 있죠? 그때 다시 마셨고. 사실 우리 아빠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되게 관대해요. 고3 때도 공부하고 오면 아빠랑 같이 호프집 가서 맥주 한 잔 하고 그랬어요. 교복 입은 채로 갔는데도 아빠가 ‘우리 딸내미니까 괜찮아’ 이러면 주인 아줌마가 술 주고 그랬죠.
왜 인하대에 오셨나요?
그냥요.
계속 인천에 살았으니까 대학만큼은 서울에 가고 싶어할 만도 한데 말입니다. 인하대 사회과학부 점수면 서울 쪽 대학들도 갈 수 있는 학과가 수두룩 빽빽이잖아요.
수시로 왔어요. 수시 점수 맞추다 보니까 그냥 이리로 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 오빠가 서울 쪽으로 학교 다니는 거 보니까 뭐 그다지 재밌을 거 같지도 않았구요.
그럼 1학년 때 성적은 어땠습니까?
학사경고만 간신히 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저랑 비슷하셨군요. 동아리 활동은 안 했죠?
학회 잠깐 했어요. 무슨 학회였지? 뭐에 대해서 토론하는 그런 동아리였는데 선배들도 별로 마음에 안 들고 재미도 없어서 때려 쳤어요. 그리고 그냥 열심히 놀았죠. 수업은 빼먹으면서.
신나게 놀고 2학년이 되면서 휴학을 결심하셨군요. 그럼 휴학 하고 나서 1년 간은 뭐하셨습니까?
2학기 때는 일본어 공부 하면서 일본어 능력시험 준비했구요 그 다음 반 년간은 알바만 했어요. 인천 중앙도서관에서. 노동청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직장 체험 프로그램 뭐 이런 거였어요. 한 달에 30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일했으니까.
반년 공부하고 1급 따는 게 가능한가요?
2급은 고등학교 때 땄었고… 아무튼 공부하니까 되더라구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말입니다. 일본어에 대해서 매력 같은 거 못 느끼는 것처럼 보이시는데요.
그때는 매력이 있었나 보죠 뭐.
학교 다시 복학 하고는 어땠습니까?
첫 학기에는 성적이 4점 몇이 나오면서 성공했는데 점점 내려가면서 예전 점수대로 원상복귀 되더라구요.
사회과학부 전공들 중에는 어느 학과가 인기가 제일 좋습니까?
아무래도 행정학과가 가장 좋죠. 공무원 되는 전공이니까.
언정과 전공 수업 하면서 이런 인터뷰 해보거나 받아 본 적 있죠?
교수님 상대로 해본 적은 있어요. 가상 인터뷰였죠. 교수님이 자기를 이회창이라고 생각하라면서 인터뷰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애들 지식이 되게 얄팍하잖아요? 그러니까 엉망진창이었죠 뭐. 교수님 딴에는 애들 시험해본답시고 일부러 이상하게 대답하기도 하고 딱딱하게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대로 대처하는 애는 한 명도 없고. 끝나고 다들 교수님한테 무지하게 혼났어요. 의외로 언정과 수업에 실습은 별로 없습니다.
과가 과인만큼 술 참 많이 마셨을 텐데 어느 정도였나요?
한창 많이 마실 때는 일주일에 다섯 번 연속으로 마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선배들하고 마시고 친구들하고 마시고.
술 좋아하시죠?
그렇죠. 좋아서 마실 때도 있고, 술자리가 왠지 땡길 때도 있고, 그냥 무작정 마시고 싶은 날도 있고.
가장 선호하는 술자리는?
일단 여자들끼리만 있는 술자리는 안 좋아해요.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에 입학해서 여자애들끼리만 술 마시러 가면 얘네들은 피쳐 하나 시켜놓고 두 세시간을 뻐기는 거예요. 답답하죠. 혼자 부어라 마셔라 할 수도 없고. 그리고 사진 찍는 게 너무 싫어요. 얘네들은 술 따라놓고 다들 디카 꺼내서는 사진을 막 찍어대요. 안주 나오면 찍고 술 색깔 조금 예쁘다 싶으면 찍고. 싸이에 올리려고 하는지 원. 그러니까 여자애들끼리 가는 술자리는 안 좋아합니다. 그냥 남자애들하고 가는 술자리가 제일 좋아요.
무슨 술을 좋아합니까?
맥주가 제일 편하죠. 국물이 있을 때는 소주도 괜찮은데 가볍게 마실 때는 맥주가 제일 좋아요. 아, 향이 좋아서 꼬냑도 좋아합니다.
주량은?
소주 반 병에서 1병 정도?
에이, 왜 이러세요 선수들끼리. 다 아는데.
아니에요. 저 반 병이면 진짜 취해요.
왜 그러세요 정말. 학기초에 저랑 영진이랑 셋이서 보드카를 얼마나 마셨는지 벌써 잊으셨나요? 주량은 소주 3병이라고 그냥 제 마음대로 쓰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 정도 마시면 저 죽어요 정말. 많이 마시면 2병 정도는 마실 수 있지만 정말 3병까지는 아니에요.
맥주 좋아하는 친구들이 그러는데 일본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훨씬 맛있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던데요? 아니면 내가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만 마셔서 그런가?
가게 같은 데서 생맥주 마시면 거품이 무슨 생크림 수준이라고 하던데요? 저는 맥주를 안 좋아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게 말하니까 한 번 마셔보고 싶네요. 저는 지금까지 싸구려 맥주만 마셔서 그랬나 봐요.
일본술, 청주는 어땠습니까?
맛있는 것도 있기는 한데, 기본적으로 맛들이 무슨 백세주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술 마시고 기억이 끊기거나 그런 적 있나요?
무지하게 많죠. 신입생 때는 MT 갔다 하면 무조건 필름 끊기고. 여기 니이가타에 와서도 몇 번 끊겼죠. 월드컵 때도 끊겼고.
도대체 어느 정도 마시면 끊깁니까?
몰라요.
하긴 끊겼는데 기억이 남아 있겠습니까.
정신 하나도 없는데 마셔라 부어라 하다가 다음날 일어나보면 새까맣고 그래요. 그런데 저는 그거에 대해서 ‘아, 어떡해 창피해, 어제 내가 뭐 한 거지?’ 이런 거 없어요. 다 지난 일인데 뭐. 그냥 지나 가는 거죠. 술 마신 다음날 애들이 저만 보면 낄낄대거나 그러면 또 올게 왔구나 싶죠. 친구 옷에다가 뭐 만들어주고 그랬대요 (웃음)
그런데 스스로 딱히 조심하지도 않잖아요? 술이 있으면 일단 마시고 보는 거죠?
왜 이래요. 저도 조심하긴 해요.
유학생들 사이에서 요리 짱이십니다.
3대 천황도 아니라 그냥 짱인가요 제가?
도대체 언제부터 요리를 시작하셨습니까?
유치원 때부터 했어요.
정말요?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유치원생이 요리한다는 얘기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봅니다.
그게 뭐 어려운가요? 쌀 씻어서 밥솥에 얹고 스위치 누르면 되잖아요. 어쩔 수 없었어요 부모님이 바쁘시니까.
아니 오빠도 있고 그런데 도대체 어쩌다가 유치원 때부터 밥을…
저희 오빠는 천성적으로 게을러요. 저는 배가 고프면 제가 뭘 만들어서 먹잖아요? 그런데 오빠는 참아요. 엄마가 와서 밥 해줄 때까지. 만약에 엄마가 안 오면 그냥 무조건 참아요. 버티고 버티다가 제가 뭐 만들면 쪼르르 오는 거죠. 얄밉지만 할 수 없죠. 그리고 왜 요새 유치원 애들 컴퓨터 게임 같은 거 하는 거 못 봤어요? 유치원생이라고 무시하면 안돼요.
컴퓨터로 오락하는 것과 밥하는 건 다르죠. 한 쪽은 ‘유희’ 이고 한 쪽은 ‘생존’ 이잖아요. 그럼 반찬 같은 걸 본격적으로 자기가 만든 건 언제부터인가요? 한 중학생 정도인가요?
그쵸.
참… 대답 짧으십니다.
그럼 뭐라고 해요 (웃음)
원래 이런 질문을 제가 하면 ‘중학교 때 이런 저런 반찬을 만들어 보기도 했구요, 특히 이건 제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었어요. 그 반찬을 만들 때 이런 추억이 있는데 그게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뭐 이런 얘기나 부가 설명을 해주면 좋잖아요. ‘그쵸’ 라고 끝내면 도대체 전 뭘 씁니까. 정말 인터뷰 하기 어려운 상대십니다. MC들이 까다로워하는 게스트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서 윤도현의 러 브레터에 크라잉넛이 나오면 ‘이번 음반에서는 락의 느낌 속에서 펑키적인 색깔이 강하게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의도하신 컨셉이신가요? ? 네!’ 뭐 이런 식이니까 진행이 안 되잖아요.
이거 하기 전에 저도 생각한 건데, 오빠가 저 인터뷰 할 때 고생 좀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거 이렇게 하다가는 인터뷰 몇 페이지 나오지도 않아요.
다른 애들은 이렇게 안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너무 길어서 편집을 하기가 힘들었을 정도입니다.
뭐 그렇게 할 얘기가 많아요?
최고로 길었던 김지현씨의 경우는 이틀에 걸쳐서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사실 제가 길게 얘기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옛날 일이 기억이 잘 안 나요. 제가 뭘 만들었고 뭐가 맛있었는지 이런 거.
그럼 맛있었던 요리는 기억이 안 나는 관계로 됐구요, 자신만의 특별한 요리 철학이 있다면?
철학이 어디 있어요. 할 대답 없는 질문만 골라서 하시네요 정말 (웃음)
철학이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냥 만들었을 때 먹어주는 사람이 행복하면 좋은 거죠.
그리구요 인터뷰라는 게 사실 그래요. 예를 들어서 제가 요리철학을 물어보면 ‘철학? 그런 거 개뿔도 없어요’ 이렇게 끝내는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거죠. 나에게 그런 것이 있었나? 나는 그 동안 무슨 생각을 하며 요리를 했었나? 이렇게 좀 능동적인 자세로 인터뷰에 응해주세요.
네.
저 같은 경우는 라면 끓인 다음에 가스렌지 위에 냄비가 놓여진 상태 그대로 서서 먹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 게 이해 안 되시죠? 하나를 먹어도 예쁘게 담아서 먹으시니까.
저는 그렇게 먹으면 먹은 느낌이 안 나요. 무슨 간 본 느낌이잖아요.
저는 그렇게 대충 때우는 걸 좋아해요. ‘맛이 무슨 상관이냐’ 라는 주의입니다. 기억 하시겠지만 한국에서 우리 둘이 삼계탕을 먹은 적이 있죠? 손님이 직접 입맛에 따라 간을 봐서 먹으라고 맹탕으로 나왔는데 저는 그런 건 그냥 나온 대로 먹는 타입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소금을 안 넣어요. 근데 반대로 무진장 짜게 나와도 또 그대로 먹는 거죠. 스스로는 편한 입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도 같고.
좋은 거죠 뭐. 아무 데서나 잘 먹을 수 있으니까.
일본에 와서 요리 참 많이 하셨는데 스스로가 생각하는 최고의 요리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렇게 맛있는 게 있었나? 음… ‘춘권’ 이라고 알아요? 중국 음식이고 원래는 튀김 요리인데요 저는 야채를 잘게 썰어서 싼 다음에 소스에 찍어먹고 그랬어요.
일본 음식이 한국 음식이랑 많이 다르죠?
일본 음식이 훨씬 짜요. 다 짜요 정말. 라면은 기본적으로 다 짜고. 또 기름진 건 엄청 기름지고. 우리처럼 개운하고 화끈한 맛이 아니라 짜고 밍밍해요.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한 느낌. 일본 음식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다 그 맛이 그 맛이었고.
교환학생은 왜 신청하셨습니까?
외국에 나가보고 싶었어요. 저한테는 그런 기회가 없었으니까. ‘여행 갈 건데 돈 좀 보태주세요’ 라고 할 입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학 보내주세요’ 라고 할 형편도 아니고. 교환학생은 그렇게 큰 부담 없잖아요? 학비 보조도 받고 그러니까. 여러 가지로 이익이 되니까 왔습니다.
일본에 와서 1년간, 어떤 걸 느끼셨습니까?
왜 일본 드라마 같은 거 보면요 사람들끼리 금방 친해지고 쉽게쉽게 친구되고 막 그러는데 실제로는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요. 물론 저도 친구들을 사귈 때 먼저 연락하고 다가가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요.
그러고 보면 일본 친구들과는 교류가 참 없었죠? 괜찮다 싶은, 호감 가는 일본 남자가 정말 단 한 명도 없었습니까? 왜 그럴까요?
몰라요. 별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도 안 생겼어요. TV에 나오는 꽃미남도 별로 없고. 왜 ‘졸라맨’ 이라고 아시나요? 인터넷 플래쉬 애니메이션인데. 일본 남자애들을 보면 졸라맨이 생각났어요 (웃음) 얼굴은 대빵 큰데 팔 다리는 가느다랗고. 무슨 젓가락들이 걸어 다니는 거에요. 아무튼 제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인생에 있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외국 생활일지도 모르는데 그 나라 현지 친구들을 너무 안 사귄 거 아닌가요?
사실 그렇게 생각해요 저도. 그런데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 없죠 뭐.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는 ‘쿄’ 죠? 대만 친구. 처음에 어떻게 만났습니까?
같은 수업에서 만났어요. 동병상련이었죠. 외로운 외국 유학생들이니까.
성격 같은 건 어땠나요?
좋아요.
‘좋아요’ 로 그냥 끝내지 마시구요, 많이도 안 바랄게요. 조금만 더 설명해 주세요 제발.
생긴 것처럼 새침하지도 않구요, 일본 애들처럼 어떤 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부담도 없고. 같은 외국인 처지니까 얘기할 것도 많죠 걔랑은.
쿄는 대만 친구였는데, 중국 애들이랑은 좀 다르죠?
많이 달라요. 중국 애들은 지저분하고 예의 없고 눈치 없고 뭐 이런 게 좀 있잖아요? 중요한 자리에서도 자기들끼리 완전 시끄럽게 떠들고. 남들 의식은 전혀 안 하고. 그런데 쿄는 자기 대만 친구랑 전화할 때도 되게 조용조용하게 통화하는 거에요. 너는 중국어 하는데 왜 안 시끄럽냐고 물어봤는데 대만에서는 그렇게 시끄럽게 안 얘기한 데요. 그리고 여기 회관에 살고 있는 중국 친구들 방, 전설이 많잖아요? 거미줄이 어쩌고 먼지가 어쩌고… 그런데 쿄는 오빠도 봐서 알지만 깔끔하잖아요. 옷 입는 것도 촌스럽지 않고. 어떻게 보면 한국 애랑 참 비슷한 것 같아요.
여기서 수영장도 열심히 다녔죠? 한국에서도 운동 좋아했나요?
한국에서도 수영 다니고 스쿼시도 조금 했고. 동네에서 베드민턴도 많이 했고. 저는 특히 공놀이를 좋아해요.
아, 그래서 김혜린씨가 당구부에도 잠깐 몸 담았었죠? 의욕적으로 서클활동 하려고 갔었잖아요?
제가 날을 잘못 잡았는지… 아무튼 애들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 뭔가 동떨어져있다는 느낌.
여기 모든 서클들이 다 그렇습니다 사실. 신입부원이 가도 신경을 안 써요. 그런 걸 버티고 견뎌서 살아남는 애들만 끝까지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수영 같은 거 꾸준히 하면 몸이 건강해지나요?
건강보다는…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수영하면 일단 재밌으니까.
저는 아직도 수영 못합니다. 물에 빠지면 진짜 죽을 지도 몰라요.
죽으세요 그럼.
그래도 이 나이에 튜브 끼고 기초부터 배우는 게 조금은 창피하기도 하네요. 만약에 배운다면 사람들 없는 시간에 가서 살짝 배워보고 싶기도 합니다. 새벽 같은 시간에.
새벽이 아줌마들이 제일 많은 시간이에요. 아침에는 밥해야 되니까 그 전에 운동하고 집에 가는 거죠.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직장인들이 많고.
광고에 관심이 많으시죠? 어떤 부분에서 광고를 좋아합니까?
길면 30초, 짧으면 15초라는 시간에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구입하도록 설득시키잖아요? 그게 참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럼 앞으로 광고 쪽 일을 할 생각도 하고 있나요?
아뇨. 광고는 수학 공식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요. 아무리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한 대단한 광고라도 정작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실패한 광고니까요. 그런 거 매일 생각하고 정신적으로 소모하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광고를 즐기는 거지 만들고 싶어하는 건 아니에요.
예전에 ‘따봉’ CF가 광고주가 선정한 최악의 광고로 뽑혔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게 도대체 델몬트였을까요 선키스트였을까요? 기억하는 사람 별로 없을 걸요 아마. 지대로 실패한 거죠.
일본에 와서 TV를 많이 보셨을 텐데 일본 광고…
TV 안 봐요 저.
……
저 TV 진짜 안 봐요. 지금 집에 TV도 없잖아요?
그래도 전공 수업시간에 광고 쪽 공부하면서 일본 광고에 대해서도 공부를 좀 했을 것 같은데요.
일본 광고는 굉장히 극단적이에요. 수준 있고 정말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광고랑 아주 유치한 광고. 예전에는 우리 나라 광고들이 일본 꺼 베끼는 일이 정말 많았는데 요즘에는 한국도 많이 컸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광고는 뭐가 있습니까?
스카이 광고 좋아해요. 액정이 몇만 칼라 카메라가 몇만 화소 MP3가 어쩌고 저쩌고 쓸데없이 설명하기 보다는 가장 중요한 특징 하나를 극대화해서 그것만 쿨하게 부각시키니까요.
그래도 명색이 언론정보학과인데 언론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고 싶은데요, 예를 들어서 한국과 일본의 언론이 어떻게 다른가, 뭐 이런 질문을 좀 준비했습니다만.
그런 건 솔직히 오빠가 더 잘 아시잖아요. 저는 비교를 할 수가 없어요. 여기서 일본의 언론 매체를 접하질 않았으니까요. 신문을 읽었나 라디오를 들었나 TV를 봤나.
비교는 안 되겠군요. 그렇다면 한국의 언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언론은… 뭐랄까요. 여론에 휩쓸려간다고 해야 할까요? 여론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여론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지 누리꾼들이 막 들고 일어나면 그쪽으로 논조가 끌려 다니기도 하고. 미선이 효순이 사건 같은 경우를 봐도 누리꾼들의 반미 성향이 짙어지면 여론 매체들도 그쪽으로 휩쓸려 가요. 당시에 미군 주둔을 당당히 지지했던 매체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기자나 신문사나 자기들의 논조에 따라 소신 있는 기사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서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그게 좀 안 된다고 봅니다.
광고도 그랬습니다만, 언론이 전공이라고 해서 언론계 쪽 일을 할 생각도 없으시죠?
네. 오빠가 일본어과라고 해서 일본어랑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일본어랑은 전혀 관계가 없죠.
전공과 전혀 다른 일 하는 사람들 많아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혜린씨는 ‘오타’ 로 굉장히 유명하죠? 말을 할 때나 글을 쓸 때 그런 게 참 많은데요 마르세유의 장미, From From, 퍼간다, 검은새 볼펜 등등 일화가 정말 많습니다.
왜 밤 12시 넘어서 택시를 타면 할증이 붙잖아요? 그것도 저는 친구한테 ‘요즘 12시 넘으면 택시 할당이 얼마냐?’ 이런 식으로 물어본 적도 있어요. 꼭 한 두 글자씩 틀리더라구요. 제가 말해놓고도 항상 조금씩 이상해요 (웃음)
왜 그렇게 오타가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주의력이 얕아요. 뭘 하면 다시 한 번 체크를 안 하는 스타일입니다. 레포트도 쓰고 나면 다들 한 번씩은 체크 하잖아요? 뭔가 한 번 하고 나면 그걸 다시 검토하는 걸 되게 싫어해요.
주의력이 산만하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봤을 때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쓰면서 ‘날씨 좋은데 조금 있다가 빨래나 해야겠다, 이따가 저녁 때는 뭘 해먹을까, 내일 수업 발표인데 어떤 식으로 할까’ 뭐 이런저런 생각을 동시에 진행하면 그렇게 되는 거죠. 멀티태스킹이 안 되는 타입인가 봐요.
잘 모르겠는데 그런가 봐요. 주의가 산만한가 봅니다. 다들 뭔가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말하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일단 나오는 대로 막 말하는 스타일이니까요.
김혜린씨 하면 역시 연애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업습니다. 지금의 남자친구, 소개해주시죠.
이거 내 인터뷰 맞죠? (웃음) 걔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24살의 토마스라고 합니다. 플라크 토마스.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교 물리학 전공. 사이클링이 취미인 건강한 친구죠. 키는 192cm 정도?
처음에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됐습니까?
가장 처음에 봤을 때는 얘가 무슨 스판 소재의 몸에 딱 달라 붙는 옷을 입고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나가는 모습이었어요. 그게 사이클링 할 때의 복장인 거였죠. 그때만 해도 키만 무지하게 큰 외국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월드컵 때 한국팀 응원을 같이 하면서 친해지게 됐습니다.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고.
언제부터 사귀었어요?
사귄 걸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 걔 생일 즈음이었죠. 7월 중순경이 걔 생일이었는데 그때부터 사귀었어요. 원래 저는 잘 몰랐는데 저를 많이 좋아했더라구요. 정보부장 지현이를 통해서 들었어요. 그러던 중 같이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자기가 내 남자친구가 됐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 말했죠. 그런데 그때는 아직 한국에 남자친구가 엄연히 있는 상태였고 그래서 즉시 대답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계속 사이 좋게 지내다가 결국은 이렇게 됐습니다.
10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는 법이로군요.
근데 사실 도끼도 도끼 나름이지요.
하긴, 신기(*) 같은 친구가 10번 찍으면 꿈쩍도 안 하겠죠?
(편집자 주: 인도네시아 출신인 독특한 캐릭터의 친구. 말을 할 때 입에 거품을 물며 얘기하는 것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다)
100번 찍어도 안 넘어가죠 (웃음) 토마스는 그만큼 호감 가는 친구였고 저한테 잘해주기도 했으니까요.
7월경부터 만났으니 거의 반년이 넘었네요. 국제연애 해보니까 어떤가요?
다를 거 없어요. 물론 유럽 사람들 특유의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있기는 하죠. 한국 남자 같으면 돈 계산 같은 거 할 때 ‘됐어, 내가 낼게’ 뭐 이런 게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정확히 반씩 내는 게 정말 철저해요. 물론 제가 한국식을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까 별 문제는 없었어요. 언제나 반땅. 그런데 외국 남자들은 뭐 서로의 사생활을 엄격히 지켜준다거나 이런 게 있다고 들었는데 얘는 오히려 반대에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하고. 정작 주변의 일본 남녀가 사귀는 거 보면 얘네는 거의 ‘내외’ 하는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토마스는 자기 시간 날 때마다 내 방 찾아와서 수다 떨고 가고 그럽니다.
대화는 전부 영어로 하는 상황입니까?
일본어도 아주 조금씩은 해요. 바디 랭귀지도 많이 쓰고. 아주 구체적이거나 깊은 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만. 아무튼 얘는 컴퓨터 게임 좋아하고 그러니까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는데 저는 아무런 관심이 없잖아요. 그런데도 영어로 게임 얘기를 계속 하면 짜증나기도 해요. 그리고 요즘에는 얘가 컴퓨터를 포맷했는데 새로 설치하는 윈도우XP가 일본어판인 거에요. 뭐가 나올 때마다 계속 나한테 물어 보는데… 저는 사실 한국말로 써있어도 잘 모르는 건데 뭐 CPU가 뭐다 RAM, HDD가 뭐다 씨부렁거려도 아무 것도 모르겠는 거에요. 그런데도 계속 꼬치꼬치 물어보고. 제가 짜증내는 걸 느꼈는지 윈도우 설치 작업 다 끝난 다음에 라면 쏘더라구요.
토마스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니까 모국어는 독일어죠? 독일 독어랑 오스트리아 독어가 다른가요?
다르죠. 한국말과 북한말 정도라고 할까? 아니면 서울말과 제주도말? 아무튼 통하기는 분명히 통하지만 억양이나 단어가 조금 다른 정도입니다. 독일어로 응은 ‘야’ 아니는 ‘나인’, 그런데 오스트리아에서는 응은 ‘요’ 아니는 ‘나’ 입니다. 조금 다르죠.
독일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영어를 배우는 게 쉬운가요?
쉽대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일본어 배우는 거랑 비슷하답니다. 어순도 똑같고, 단어도 비슷한 거 많고. 특히 a나 the 붙이는 거나 on, in, at 등등 전치사의 사용법이 똑같대요. 우리 나라 애들이 특히 힘들어 하는 거잖아요. 걔네한테는 그런 부분이 크게 어려울 게 없대요.
서로 대화하면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없나요?
어쨌든 뜻은 통해요. 문법이건 어순이건 다 틀려도 통하니까요. 그냥 아침에 ‘breakfast?’ 라고 한 마디만 해도 ‘밥 먹었냐?’ 라는 뜻으로 통하잖아요 (웃음)
연애하니까 좋죠?
좋죠.
끝인가요 대답?
둘 다 돌아다니고 운동하는 거 좋아하니까 잘 어울려요. 베드민턴이나 수영도 같이 다니고. 당구도 같이 치고. 먹는 거 좋아하니까 둘이서 같이 요리해서 만들어 먹고. 전공 같은 건 전혀 다른데 즐기는 건 상당히 비슷해요.
코드가 맞으니까 그렇게 잘 어울리는 군요. 오스트리아는 어떤 나라입니까?
정치나 사회적인 건 하나도 몰라요. 쵸코렛이 유명하고, 디저트류가 발달한 나라. 모차르트의 나라.
토마스는 빈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본 적도 있답니까?
그렇다고 우리 나라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창을 들으러 간다거나 거문고 연주회에 간다거나 그러지 않잖아요? 똑같죠 뭐.
오스트리아는 아픈 역사가 있지 않나요? 독일 때문에 예전에 고생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죠.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자기들은 독일이랑 완전히 다르다고, 다른 나라라고 하는데 사실 보면 똑같아요. 독일어도 똑같이 쓰고. 자기들도 비슷하다는 건 아는데 애써 주장하는 거죠 뭐. 우리는 독일어가 아니라 오스트리아어다.
호주랑 헷갈리는 걸 제일 싫어하잖아요?
그런 일화는 정말 무지하게 많아요. 특히 일본 애들한테 오스트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100명중에 99명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왔다고 알아듣는대요. 그래서 하루는 토마스가 자체 제작 티셔츠를 만들려고 한적도 있었어요. 티셔츠 앞에 캥거루를 그린 다음에 그 위에 빨간색으로 X자. ‘나는 호주출신이 아니다’ 라는 의미로. 걔가 그래서 캥거루를 제일 싫어해요. 두 번째로 싫어하는 건 코알라 (웃음) 요새 그래서 오스트리아가 국명을 바꾸려는 운동을 하고 있답니다. 호주랑 헷갈려 하는 외국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오스트리아 사람, 어떤 것 같나요?
한 사람만 보고 어떻게 알아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하고 있는 우리 나라 학생들 카페 같은 데서 찾아 봤는데 대부분 근면, 성실 뭐 이런 이미지래요.
그분이랑 여행도 참 많이 다녔죠? 어디어디 다녔습니까?
사도, 홋카이도, 센다이, 도쿄, 쿄토, 오사카, 나라.
많이도 다녔네요. 어땠어요?
사도는 의외로 둘러보는 시간이 모자랐어요. 자전거로 다녀서 그랬는지. 때묻지 않은 자연이 좋았습니다. 홋카이도는 그야말로 관광지죠. 삿포로나 하코다테 같은 데는 뭐든지 상품화가 잘 돼있고. 센다이는 한국의 유명한 관광지 같은 느낌. 볼 거 보다는 상점가가 즐비한. 도쿄는 서울이랑 똑같죠 뭐. 교토랑 오사카랑 나라는 셋 다 붙어있는데 색은 참 달랐어요. 교토는 옛날 문화 유적이 많으니까 좋았죠. 사람들 북적북적한 관광지. 그런데 나라는 좀 고즈넉한 느낌. 오사카는 그냥 도쿄라고 보면 되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입니까?
홋카이도. 제일 고생했는데 추억도 제일 많네요. 차는 렌트해서 다녔는데 돈 아끼겠다고 텐트 펴고 노숙했어요. 9월 말에 갔는데 완전 엄청 추운 거에요. 아침에는 0도까지 내려가니까 오돌오돌 떨면서 자고 그랬어요. 다행히 홋카이도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여행자들이 많아서 그렇게 텐트치고 잘 수 있는 장소가 많거든요. 우리도 그런 데서 자고 그랬죠. 무지 추웠어요 정말. 그런데도 재밌었습니다.
하루는 유료 야영장에 들어갔는데 너무 늦게 가서 그런지 관리소에 아무도 없었어요. 우리도 정말 요금을 내고 싶었는데 아무도 없길래 일단 텐트치고 잤죠. 그리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돈 안내고 도망쳐 나오기도 했고. 그런 것도 다 추억이네요.
항상 둘이 찰싹 붙어서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2인 1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길동무가 있으니까 외롭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걔가 길눈이 밝아서 일본어 표지판 같은 건 못 읽는데도 불구하고 길을 참 잘 찾아서 여행하기 편했죠. 또 걔가 외국인이라서 혜택을 많이 받았죠. 나도 외국인이긴 한데. 일본 애들이 파란 눈의 외국인 참 좋아하잖아요. 불편한 건… 별로 없었어요.
토마스는 요즘 김혜린씨를 위해서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때요?
책 사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필요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화장실 들어갈 때도 책 갖고 들어가고.
가족들이랑 화상 채팅 할 때도 소개시켜 주는 등 김혜린씨에 참 많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도 있나요?
모르겠어요.
그렇죠. 아직 어리니까. 그래도 앞으로 각자 한국과 오스트리아로 돌아가서도 연락 계속 할 거잖아요?
그렇겠죠.
토마스의 매력은 뭡니까? 뭐가 좋나요?
그냥 다 좋아요.
휴… 그게 대답 다입니까?
일단은 착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면 오래 못 가요.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만나야죠. 그런데 토마스는 저를 많이 좋아해주니까 편하죠. 성격도 그 정도면 좋고. 여러 가지로 쿵짝이 잘 맞아요.
같이 다니다 보면 목 안 아파요?
목은 안 아픈데 약간 기분 나쁠 때는 있어요. 가게에서 뭘 살 때 잘 모르면 점원한테 물어 보잖아요? 그럼 점원은 꼭 토마스를 보면서 저한테 일본어로 대답해요. 그러니까 말은 제게 하지만 시선은 항상 토마스에게 가는 거죠. 서양인이니까. 그런 게 조금 기분 나쁘기도 해요. 내 존재감이 너무 걔한테 묻혀있는 것 같아서 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결혼 같은 거.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문제는 주거지죠. 제가 오스트리아 갈지 토마스가 한국에 올지 아니면 둘이 같이 제3국으로 망명을 가던지. 근데 그렇게 되면 또 언어의 문제나 가족 등등 여러 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해요. 국제결혼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가 봐요.
그런데 그런 수많은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국제결혼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힘내시기 바랍니다. 김혜린씨는 스스로의 성격이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보통 사람들이 저를 보면서 외향적이다 적극적이다 뭐 이렇게들 말하는데 사실 저 내성적이에요. 내성적이니까 그걸 가리려고 더 소리도 크게 내고 그러는 거죠.
김지현씨 인터뷰를 할 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오빠가 맨날 혜린이보고 남자답다 해병대스럽다 남동생삼고 싶다 막 이러는데 잘못 알고 있는 거에요. 혜린이 방에 가보면 완전 공주 방이에요. 요리하는 것도 완전 여성스럽고 음식 담을 때도 정말 예쁘게 담고’ 뭐 이런 식으로 칭찬을 많이 했는데요 그게 맞는 말 같기도 하네요.
저 원래 꾸미는 거 좋아해요. 저를 꾸민다는 게 아니라 방이나 인테리어를 꾸미는 게 취미에요. 벽지나 가구 같은 거.
스스로도 여성스럽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여성스러운 애들은 자기를 가꾸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게 아니라 방 구조나 디자인, 인테리어 같은 거에 관심이 있는 거에요.
제가 봤을 때 김혜린씨 성격 중에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의 의견이 강하다는 겁니다. 남들에게 지적도 똑 부러지게 하고. 그런데 이건 아주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해요. 양날의 칼이죠. 그냥 넘어가도 될 부분인데도 아주 작은 부분마저도 끝까지 바로 잡는 스타일.
지적한다는 거네요.
시원시원한 성격이죠. 남자답고 좋습니다.
지금까지 우유부단한 여성분들만 만나셨나 봐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김혜린씨가 밝힌 스스로의 성격은 내성적이다. 믿을 순 없지만 인터뷰에는 일단 그렇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여기 와서 일본 애들 못 사귄 것도 다 내성적이라서 그런 거였다니까요? 일본 애들한테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웃음)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기가 세서 일본 애들이 바짝 쫄은 거죠.
그렇게 오해를 한다니까요 다들.
알겠습니다. 아무튼 오늘 김혜린씨가 마지막 인터뷰 주자입니다. 그 동안 여러 친구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솔직히 어떠셨습니까? 언론정보학과 학생으로서.
내용은 거의 예상했던 대로 나왔던 것 같아요. 유일하게 걱정되는 부분은 제 인터뷰가 가장 재미가 없을 거라는 게 문제겠죠 아마.
물론 단답형 대답이 많긴 했습니다만 재미없는 인터뷰가 된다면 그건 순전히 제 책임입니다. 인터뷰 받는 사람의 잘못은 없어요. 전적으로 저의 능력 부족입니다. 오늘의 인터뷰는 사실 저도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만.
저는 원래 지현이나 설라처럼 술술 말이 나오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아휴 내 인터뷰할 때 오빠가 고생 좀 하겠다’ 싶었는데 이 정도로 힘들어 할 줄은 몰랐네요.
저는 이 인터뷰가 마지막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만약에 초반에 있는 인터뷰였다면 저는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이렇게 힘드나, 앞으로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설마 다 이런 거 아냐?’ 막 이랬을 것 같아요.
원미언니도 그렇게 술술 잘 얘기했나요?
그럼요. 김원미씨도 달변이에요. 말 정말 잘했습니다. 사실 다들 그랬어요. 유설라씨 같은 경우도 말이 너무 많아서 편집이 힘들었을 정도죠. 물론 인터뷰 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참 고마운 타입입니다.
그럼 이제 뭘 말해야 하나요?
아니 이제 와서 뭘 말해요! 다 끝났어요.
인터뷰를 보면서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너무 다 똑같았다는 거? 질문 내용이 상투적이었던 것 같아요. 자기소개에서부터 시작해서 전공얘기, 일본에서의 1년, 유학을 오게 된 계기. 사실 이런 거는 다 비슷비슷 하잖아요?
아 그런가요? 원래 이 인터뷰의 목표가 그런 거였습니다. 평범한 20대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 관심사 이런 거.
조금 더 개인적인 부분을 파고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밤 12시 이후에는 뭘 하고 노느냐, 재밌게 본 책은 뭐가 있는가.
그렇죠. 그런 걸 했어도 확실히 재미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만 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독자층을 광범위하게 상정하고 인터뷰를 시작한 거였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김혜린씨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 ‘아 이 친구는 이런 사람이구나’ 라고 그 사람에 대해 알게 하는 게 목적이자 목표였습니다. 그러니까 사소하면서도 상투적인 부분까지 하나하나 써넣어야 했던 거죠. 지면에 제약이 없는 일간지에 실려도 될 정도의 내용을 상정하고 진행한 인터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정말 우리 10명끼리만 돌려 보는 인터뷰였다면 자기소개 같은 건 애당초 필요가 없잖아요? 전공 같은 것도 그렇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재밌게 본 영화나 이런 걸 물어볼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면 우리만 아는 니이가타의 문화 같은 거. ‘우오로크와 하라신 중에 어느 쪽을 더 선호하십니까? 갓파랑 온도 중에 어느 쪽이 더 좋나요?’ 뭐 이런 질문. 우리는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슨 뜻인지도 모를만한 것. 뭐 사실 이제 와서 보면, 모두의 인터뷰가 너무 똑같은 감도 없 잖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 무료봉사의 한계에요 (웃음) 뭐 꼭 세상에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금 이 정도도 머리 쥐어짜면서 했던 건데 그걸 더 쥐어 짜서 8명의 개성이 통통 튀게 부각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작업입니다. 사진 편집 같은 것도 얼마나 시간 많이 걸리는데요. 제일 위에 있는 타이틀 사진 같은 거, 다 똑같이 하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느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받는 여러분들은 평생에 한 번 있을 인터뷰 아닙니까. 신경 많이 썼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요즘 와우 10일 무료라서 10일간은 식음을 전폐하고 게임만 하겠다며 잔뜩 벼르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제 인터뷰 하느라고 시간 많이 뺏겼겠네요.
괜찮습니다. 아무튼 이제 곧 졸업이시죠? 앞으로 어느 분야에서 종사하고 싶으십니까?
여행사 직원. 저랑 제일 딱 맞을 것 같아요.
잘 어울리십니다. 힘 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정리 멘트 한 마디 하시죠.
다들 조금 있으면 귀국이네요. 그 전에 송별회 즐겁게 해요. 그리고 돌아가서도 연락 하면서 지냅시다. 학교에서 만나면 쌩까지 말고 자주 만나서 저랑 밥 좀 먹어줘요.
돌아가면 또 삼계탕이나 먹읍시다. 소금 넣지 말고.
나는 소금 넣을 거에요 (웃음) 수고하셨습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활동하면 보람을 느끼고 싶습니까?
그렇다면 센츄럴대학연합이 주관하는 ALU-TESOL 석사학위 과정에 입학하세요.
테솔자격증은 영어회화 전문강사로 임용되는데 안전한 발판이 되질 못합니다.
한국에서 제대로 IBS 학습방식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대학은 센츄럴대학연합 밖에 없습니다.
시간과 학비를 들이고 취득한 국내 유명대학교 총장 사인이 들어간 테솔자격증도 영어회화 전문강사임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영어회화 전문강사 임용기준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판명된 한국 대학 총장명의의 테솔수료증서보다는 미국 American-TESOL 학위증서가 훨씬 더 값어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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