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飛蚊症)
내 눈에는 하얀 물고기가 산다
생각의 투명한 뼈가 하느작거렸다
당신이 항상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공중에 반짝이는 이 아름다운 부유물,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고
안과의사가 웃었다
비문증이라고 한다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당신이라는 감옥
참 좋았다
-여영현 시집 <그 잠깐을 사랑했다> 중에서
시집 끝머리에 문학평론가 유성호님의 이 시집에 대해
해설을 실어놨다.
그 중에서 네번 째 해설편에서 이렇게 해설을 달아놓았다.
"다음으로 여영현 시의 무게중심은 현저하게 2인칭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향한다
이때 사랑은 대상을 열렬히 욕망하는 데서 생겨나기보다는 대상의 부재에서
오는 상상에서 생성되는 것이다ㅏ.
물론 그것은 부재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부재의 상태에서 발생하는 깨끗한
비애를 수납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이러한 정서를 바닥에 숨긴 여영현 시인은 지난날에 대한 단순한 기억을 넘어,
실존적 고독과 사랑의 시학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가는 것이다.
깊고 눈부신 한순간이 그렇게 현상함으로써
결국 이번 시집은 대상에 대한 가없는 사랑의 불가피성을 노래한 미학적 결실로 다가오게 된다.
'사랑이라는 감옥'에서 누리는 형기(刑期)가 말하자면 그의 시력(詩歷)과 등가가 되는 셈이다.
앞에서 우리는 '섬'으로 비유된 '너'를 은근하게 만났거니와,
이제 '당신'이라는 2인칭은 단연 여영현 시편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비문증은 눈앞에 모기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는 증상인데,
아예 시인은 그 감각적 허상을 "하얀 물고기"로 도약시킨다.
때때로 "생각의 투명한 뼈"가 하느작거리기도 했고
어쩌면 "당신이 항상 눈앞에서 아른거린" 적도 많았을 것인데,
그렇게 공중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부유물"을 안과의사는 비문증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너무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고" 웃으면 말한다.
그러니 그 비문은 시인이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당신이라는 감옥"을
역설적으로 "참 좋았다"라고 고백하게끔 한 비문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시인의 눈에 사는 하얀 물고기는 "무얼 새로 본다"(봄)는 차원을 선사하고
"그대에게 보색의 한 점이 되고 싶은 순간"(한치잡이)까지 환기하고 있다.
아름답고 애틋하고 또 영원성을 품은 '사랑이라는 감옥'을 노래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아무개를 포함한 누군가도 '사랑이라는 감옥'을 경험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가 코로나 시대에 거의 누구나도 코로나에 걸렸다고,
그것도 한 번도 아닌 두 번 세 번까지도 걸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500만 명을 훌쩍 넘는 지구에서 제일 잘났다고 하고, 하늘에서도 그러한
인간들이 누구나 할 것없이, 아무개도 누군가에 들었듯이
일상사가 되었었다.
비문증이 곧 코로나 양성반응이고, 너에게 가는 발걸음이 멈추는 날에는
곧 꽃상여가 행차하시는 날이다.
사랑은 열병이라고 했던가.
사랑은 그리움이라 했던가.
그리움이 없는 사랑, 고통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오죽하면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도 외로움에 눈물을 흘린다 노래한
정호승님은 외로움의 시인이라 명명했겠는가.
그는 또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외로움은 인간과 같이 가는 것이다.
반려인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옥에서 나오는 순간 외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중얼중얼대다
첫댓글 비문증...
그거 딱 맞는 표현이네요.
날파리가 날라다니듯이
손에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사랑의 비문증
비(飛:날 비), 문(蚊:모기 문), 증(症:병 증세 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