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세계시장도 각축장… 관전 포인트 5가지는
중국 방역완화·가상현실·ESG·달러약화·탈세계화
▲지난해 12월 29일 이탈리아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에서 보건 관계자들이 중국 광저우발 에어차이나 비행기 탑승객들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이탈리아는 중국에서 도착하는 모든 항공사 승객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여행객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유럽연합(EU)에 이탈리아의 방식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1월 3일 EU 보건안전위원회 논의 결과 중국발 입국자의 사전 코로나19 검사 조치에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 EU 내 중국발 여행자의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권고안이 9일부터 시행된다.
2023년 세계무역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우리 수출 목표도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는 수준 설정에 그쳤다. 그러나 지구촌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타격을 극복해나가며 새로운 뉴노멀을 향하는 길목에 선 만큼, 시장 틈바구니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에 올해 세계시장 관전 포인트 5가지를 ▷중국 방역정책 완화 ▷가상현실 마케팅 ▷더 커진 ESG 중요성 ▷킹달러의 종언 ▷탈세계화 가속화 등으로 꼽아본다.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철회 파장은 = 1월 8일부터 중국 내 방역정책이 크게 선회했다. 당국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A급 방역 통제 조치를 B급으로 강등했다. 해외 입국자 시설 격리는 물론 입국 뒤 검사와 수입품의 코로나19 검사도 폐지했다. 이를 통해 중국 내 소비 수요가 회복되고 경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일시적으로 수요 회복을 점치며 국제유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중국 내 확진자 증가로 고강도 방역정책의 급선회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 등이 중국발 입국객의 코로나19 검사 강화에 나서는 점도 변수다. 글로벌 IB 노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미뤄온 비싼 대사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며 중국 경제가 방역 완화로 인해 감염이 확산하며 혼란을 겪게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중국 감염확산에 따른 혼란이 오는 3월까지 이어지고 그 후에는 경기 회복이 이뤄질 전망이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에서는 연간 성장목표치를 5% 이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2022년 무역 적자와 수출 부진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대중국 수요 저하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 경제가 회복하면 무역수지도 플러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방역 완화가 즉각적인 효과를 거두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팬데믹 기간 더 커진 디지털 영역 기회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지구촌은 비대면 접촉 도구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했다.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이용 인구가 확대되고 전자상거래나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지구촌이 위드코로나 국면으로 전환하면서 대면 비즈니스로의 회귀가 이뤄지고 있으나 이미 구축된 디지털 인프라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나아가 메타버스, NTF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자아내는 시장 흐름이 비즈니스 트렌드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2023년에는 이러한 흐름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디지털 가상세계 아바타를 이용한 ‘버추얼 부캐’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1월 2일 걸그룹 멤버들이 가상세계 아바타를 통해 정체를 숨기고 메타버스 오디션 경연을 펼치는 버추얼 아이돌 예능 ‘소녀 리버스’를 론칭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이러한 버추얼 가수, 인플루언서 등은 드문 사례가 아니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솽스이(광군제)에서도 라이브 스트리밍 판매에서 기존의 왕홍보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마케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는 셈이다.
●ESG 트렌드, 시장 영향력 더 커질 것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절에 무역장벽 화두로 ‘국가안보’를 내세웠다면, 바이든 시대의 무역장벽 화두는 ‘지속가능성’이 되고 있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는 부분은 환경과 기후 문제다. 2022년 여름 북반구는 기후 재난과 다름없는 폭염과 국지적 폭우로 몸살을 앓았다. 202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7)에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청구하는 ‘손실과 피해’ 보상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도 파키스탄에 퍼부어진 몬순 호우가 국토의 3분의 1을 집어삼킨 재난과 무관하지 않았다.
글로벌 환경규제를 주도하는 경제는 유럽연합(EU)이다. 2023년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EU도 비슷한 제도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환경(Environment)만이 아니라 사회(Society)와 지배구조(Governance)에 대한 지속가능성 요구도 커지고 있다. EU는 역내 기업의 전 공급망에 걸친 ESG 요소 심사를 의무화하는 공급망 실사법 지침 승인 절차를 올해에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 신장지구 제품을 강제노동 산물로 규정하는 강제노동금지법으로 수입을 규제하고 있으며, EU 또한 비슷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중기중앙회의 ESG 대응현황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거래처의 ESG 평가 인증 요구가 더 강화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소기업 ESG 자가진단 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 과반수가 자가진단에서 미흡한 수준으로 응답했다.
산업부의 K-ESG 가이드라인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 진단항목과 ESG 업무표준 매뉴얼을 통한 ESG 장벽 대응은 물론 관련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가장 필요한 ESG 지원사항으로 경영시설 개보수 비용 지원을 꼽아 실질적인 재정 보탬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환율 전쟁’ 끝나고 외환시장 흐름은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벌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는 7연속 금리 인상을 통해 무려 425bp의 금리를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그만큼 빠르게 금리를 올릴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22년 외환시장은 미 달러화가 나 홀로 강세를 보이는 ‘킹달러’ 국면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9월 들어 114.787까지 올라가며 20여 년 만에 114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2021년 연말 대비 17% 급등한 수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444.2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달 일본 엔화는 약 32년 만에 달러당 150엔 선을, 중국 위안화는 약 15년 만에 달러당 7.3위안 선을 돌파했다.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달러와 같은 가치인 ‘패리티’에 근접했다. 달러 가치의 빠른 상승은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강달러 현상은 신흥국에서 투자자금을 빠르게 빨아들였다. 많은 나라가 외환 또는 재정 위기를 겪었다. IMF의 지원 자금 액수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환율 상승은 대체로 수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 오랜 국제무역 상식이었다. 그러나 2022년의 ‘킹달러’는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필수적인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부분 국가에는 외환 위기와 무역 적자의 심화로 이어졌다. 다만 2022년 연말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달러인덱스는 2023년 초 103대로 하락했다. 각국이 달러화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던 ‘역환율 전쟁’이 올해는 잦아들면서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 옥죄는 지정학적 긴장, 탈세계화로 = 2022년 세계시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300일 이상 이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글로벌 무역에는 큰 타격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2023년이 왔음에도 종전 협상은 요원해 보인다. 러시아가 병합한 영초에 대한 인정을 강경하게 요구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도 영토의 완전 회복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완고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설령 러·우 전쟁이 끝나도 다시 모스크바에 맥도날드 매장이 들어서기는 요원할 전망이다. 무역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는 러·우 전쟁 이후로 국제무역과 세계화가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반도체가 중국 제조업계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러·우 전쟁만이 아니라 미중 무역 전쟁도 세계시장에 타격을 주는 지정학적 긴장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물론 미 의회도 초당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어 ‘총성 없는 전쟁’인 미중 기술패권 대립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맹국 간 공급망 지역화와 내재화인 ‘프렌드쇼어링’과 ‘리쇼어링’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과 중·러로 나뉜 신냉전 구도는 올해에도 굳어진 채 경제적 디커플링을 계속해나갈 전망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