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1
시간적으로 차이가 나는 글입니다.
워싱턴 DC의 지하철 회사를 스스로 사직 하고 자동차 정비소를 겸한 주유소를 산후
하루는 군청에 영업허가를 내려고 갔었는데 담당 직원의 말이 걸작이다.
“당신이 하려는 주유소는 혹시 회전목마(merry-go-round)가 아닙니까?”
하고 함축성을 지닌 우스개 소리로 물어 왔는데 ‘농담을 좋아하는 쾌활한 성격의 사람이 수명장수 한다.’는 말이 있다.
그의 설명으로는 내가 산 이 주유소의 역사를 기록한 그들의 장부에는 불과
12년 사이에 내가 6번째의 주인이라는 설명이어서 웃은 일이 있는데 아마도
전 주인들은 지면(知面; 얼굴이 익은 사이)장사를 했으리라…,
회전목마는 타자마자 몇 분후에는 내리고 그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타게 되듯이 주인이 너무 자주 바뀌니 그는 회전목마에 비유를 한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의 위치가 안 좋은 후미진 곳이고 간선 도로에서
벗어나니 사람들이 찾기 힘든 곳이다.
그리고 동네 이름조차도 잘 알려지지 않아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낙후된
곳이니 이전의 주인들은 모두들 두 손 들고 중도에 포기한 것일까?
하기야 장사가 잘되면 주인이 바뀔 일도 없고 매물로 시장에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며 혹
나왔다손 치더라도 가격이 비싸니 적은 밑천을 가진 나에게 절호인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장사를 시작할 때에는 11명의 자녀를 거느린 앤디 엔더슨(Andrew Anderson)라는
애나폴리스(매릴랜드주 수도)의 도개교(跳開橋; drawbridge)조종인은 밤에
일하고 낮에는 와서 파트타임으로 주유를 했고, 놀먼 이라는 지배인,
그리고 자동차 정비는 일감이 없으니 나 혼자 담당 모두 3사람으로 시작,
몇 년 후에는 나 자신이 직접 고객의 관리를 맡게 되는데 차를 한번 고쳐간
사람들은 모두가 만족스러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어 영원한 고객으로 바뀐다.
보충설명을 하자면 처음 나를 찾은 고객은 사람에게 혜택을 가장 많이 주는
식물인 목화마냥 꽃이 먼저 피는 셈이고 계속 오게 되면 다래라는 열매를 먹게 되며
다른 사람을 소개하면 하얀 꽃 모양의 목화송이 무명(棉)이 나와 겨울을 나게 하고 면실유라는 기름중의 왕이라는 질 좋은 면실유를 얻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는 셈이다.
조그만 관용하나를 베풀면 그것이 큰 보답이 되어 돌아오듯 고객들은
스스로 입소문을 내주는 광고원이 되니 장사는 잘될 수밖에 없으며,
또 이웃집, 친구, 친지 또는 그들의 직장 동료들에게 나를 추천해 주는데
그들이 나를 위한다기보다는 꽃을 찾는 나비 격으로 실은 그들 자신을 위하니
비중은 더 크며 속담에 ‘술만 좋으면 간판은 필요 없다[Good wine needs no bush(부시; 옛날술집의 간판)]’
는 말이 있듯이 고쳐야 할 차의 일거리가 기하급수적으로 2, 4, 8배로 늘어나게 됐다.
차를 고친 후 영수증을 만들 때도 지하철회사에서 정비를 할 적에 사용하던
미국인들이 사용하던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여 고객이 일목확연하게 알아보도록 조리 있게
설명을 했으니 모두들 호감을 가졌으리라 생각된다.
그뤤드 마트(Grand Mart)라는 한국식품점의 도매상의 이전 이름이
워싱턴에서 최고로 큰 ‘강 식품’ 이었는데 야채와 과일배달용 20대의 대형 추럭들도
모두 내가 도맡아 고쳐주게 되는데 로테이션으로
한대는 언재나 정비소에 입고(入庫)정비를 계속하게 되는데 강 식품에서 GM이나 International
추럭 딜러에 수리를 보내면 시간당 공임을 120불씩 청구해도 나는 60불씩 청구 하니
서로가 이익을 보며 잘해 나왔는데 내가 정비소를 팔아치우니 추럭에 대해서 잘
아는 정비소가 없어져 지금은 렌트 회사에서 빌려서 사용하니 다달이 많은 요금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시간당 부가하는 자동차수리비용 60불을 계산해서 받으면 종업원이 반을 가지고 내가
반인 30불의 이익을 보게 되는데 여러 명의 정비사를 고용하면 할수록 나에게는
더 많은 이익금이 생기는 것이다.
배달용 추럭은 정비가 정확해야 되는 것이 먼 곳에 배달 나갔다가 고장으로
멈추어버리면 생물식품이 변질되고 그날의 배달스케줄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고칠 차가 많아져서 주차를 할 장소가 좁아 주유 펌프와 탱크를 뽑아 버리게 되는데
한때는 풀타임 정비사 8명에 야경과 나, 총10명이 팀 워커(team worker)로
구성되어 10가구가 한 개의 기업체로 말미암아 먹고사는 셈이다.
월터(Walter;월러 라 발음)라는 한 흑인 노인이 있어서 그전에는 여러 마리의
개를 공장 마다 저녁에 풀어 놓고 아침에 거두어 들여 돈을 벌었었는데 발달된
전자 알람장치가 나오니 잡이 없어졌기에 빈민구제 하는 셈 치고 또 나도 야경이 필요하니 나와는 맞교대로 근무를 했다.
“물이 맑으면 큰 고기가 숨을 곳이 없다.”는 속담이 있는데 사람은 좀 어수룩해야 친밀감이 생긴다는 것이고 고객이 없다고 아무나 멱살을 끌고 올수는 없으니 자발적으로 일감을 가져오게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나 혼자서 일을 하면 한사람 몫 밖에 할 수 없어서 ‘기능직
전문가’가 되지만 한 등급을 올려 기술자를 고용하니 ‘관리직 전문가’가 되고
종업원생활을 거친 내가 나중에는 경영자가 되니 수입이 좋게 되는데 그들의
사정을 경청하고 내가 진두지휘 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게 되니 돈을 조금 모을 수 있게 된다.
사업상 경영을 성공으로 이끄는 조건은 높은 질에 낮은 가격이며 단기적인
이윤 추구보다는 장기적인 적정이윤추구가 된다.
눈앞의 성취보다 먼 뒷날을 바라보게 되는데 더 이상의 어떤 첨가가 필요 없겠지만
나는 여기에 손님을 대하는 자세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을 가지게 된다.
사람이란 완벽(完璧: 흠 없는 구슬; flawless clarity grade)한 것보다는 조금은 어수룩해야 남들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법이며 마음이 밝으니 얼굴도 밝아 나의 낙천적인 성격이 고객에게 더 호감을 가지게 하여
한번 일감을 맡겨 본 사람이면 단골 고객으로 바뀌니 해를 거듭할수록 수가 늘어났다.
언제나 아낌없는 나의 붙임성과 크고 맑은 눈망울과 슬기롭고 서글서글한 밝은 표정,
푼푼하고 활달한 성격 과 정직성 때문에 모두들 나를 ‘좋은 사람이다.’ 라고 생각 했는지
나를 더 좋아하게 되는데, 고객과 유대관계를 만들어 보다 좋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니
나한테 고장수리를 맡긴 고객들은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군청에서 실시하는 배기검사장에서는 불합격판정을 받은 차주에게 모범 정비소
몇 군데를 선정하여 그기를 가면 배기 기준에 맞게 정확히 잘해준다고 추천을
하는데 이것은 내가 신청을 한 것이 아니고 그들은 배기검사를 하러갔다가
불합격을 한번 당하고 재검사를 받으러 간 사람이 제출한 영수증에 어느
정비소에서 수리를 했다는 것을 검사원이 보고 내가 주인인 턱시도 서비스
센터(Tuxedo Service Center)정비소도 리스트에 올라 여러 사람이 와서 고쳐간 후
재검사에 합격 했는데 우리정비소에 비치된 배기검사 기계에 통과하면
검사장 공해측정기계에서도 무사통과라는 것이다.
자동차 수리는 전자, 전기, 기계, 물리학 등의 복합체가 되어서 나의 적성에
부합하며 철공에서부터 약 20여 년 동안 배워둔 기술을 연마할 때까지는 월급
이어서 비록 수입은 적더라도 경제적 타격을 덜 받는 직종이지만 그 후는
전문 업체 소유주가 되니 나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천부적 재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나의 심성에 관한 이야기로 작은딸이 결혼하기 전 시아버지 되실 분이
엘리컷시티의 한 한국인 정비소를 하는 분에게 넌지시 “김광원씨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하고 물으니 “아! 그 사람 진국 이지요!”하는 말을 들으신 후 속으로
기분이 좋았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내가 ‘진국’이 무엇을 뜻하는가? 하여 한글사전에 찾아보니 ‘거짓이 없이 참된 것. 또는
그런 사람’ 이라고 되어있었다.
내가 한자리에서 14년 동안 정비업에 종사했는데 처음 장사를 시작할 때는
키가 작던 학동들이 내가 그만 둘 즈음에는 키가 훤칠한 청년이 되어 넥타이를 매고 직
장인이 되어 차를 고치러 오니 나이든 사람이 자라는 아이들보다 변함이 덜하다는 것이 여기서 입증된다.
그때의 내 생각으론 돈을 만들 수 있는 일거리는 돌멩이 마냥 길거리에 수없이
굴러다니지만 저급의 육체노동자(blue collar)의 직종은 화이트 칼러(white collar ; 흰 목깃; 사무직)의
유통업과는 대조적이어서 건당 소요되는 시간, 제한된 작업 공간, 그리고 체력 때문에 돈을 더 벌수도 없고
사업장을 더 크게 확장할 수도 없다는 한계점을 느꼈다.
내가 단골로 정비해준 차중 마일리지가 최고로 올라간 차는 광고지 배달용 도요다
4기통 핔업추럭 인데 100만마일(161만 km)을 주파한 차가 한대 있다.
그리고 직장도 삶의 일부분이니 즐겁게 임하는 것이 수입만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약손효과의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차를 고칠 때
마다(무료로 고쳐 줄 수는 없다)수리비용을 내가 고객입장에서 결정을 하게 되니 바가지요금은 없으며 내가 직접 받아서 건당 얼마간의
이익금을 챙기게 되는데 노동은 신성하다는 말이 있지만 보수(일한 대가로 주는 돈)이니
심성(心性)에 연계되어 이 말이
나에겐 신성하지도 않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용한 마음에 물결을 일게 하여 하루에도
여러 차례의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자동차수리비용을 대강은 알지만 확실한 것은 고친 후까지 고객도, 나도 모르는데
그동안만은 고객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를 인간미(人間美) 없는 수전노로
생각하지 않을 까? 혹시 내가 남의 돈을 빼앗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filling)을 건건(件件)이 동반했다.
수리비용 생각이 나를 참담하게하고 스트뤠쓰(stress)를 만드는 직책이
나는 싫어져 세탁소로 전업을 생각했는데 세탁소는 고객이 먼저 차트를 보고
가격을 이미 알고 있어서 가격에 대한 의문만은 가지지 않아도 되니 탐색(探索)을
하려고 종업원을 고용 하여 세탁소를 사게 된다.
그러나 이 직종은 하루 종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단순한 노동직이어서
지루함을 동반하니 메니저먼트를 주었다가 나중에는 손해를 보고 버리다시피
한 헐값에 팔아 치우는데 남은 것은 달랑 아내의 반지 하나 값만 남았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