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전 문제 시끌 GTX-C 은마 반대에 우회할까요?
매일경제, 이가람 기자, 2022.08.25.
현대건설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계획 검토안 제출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대단지아파트 주민 반대에 부딪혀 최적의 루트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역이기주의 논란과 교통망 구축 사업 지연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8월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GTX-C 우회 노선 검토안을 아직 국토교통부에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검토안 제출 기한은 이달 말까지다. 현대건설을 현재 주민 불편 해소와 사업성 확보를 위한 논의를 연일 이어가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TX-C는 경기 양주시 덕정역과 수원시 수원역 사이 74.8km를 연결하는 급행철도다. 앞서 현대건설은 주요 정차역인 서울 서초구 양재역과 강남구 삼성역의 중간지점에 자리 잡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 약 50m를 관통하는 노선을 제안한 바 있다. 다른 노선과의 연결성 등을 고려해 지하철 3호선 매봉·도곡·대치·학여울역을 따라 삼성역으로 진입한다.
이에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은 지난 1979년 준공된 노후단지라 안전문제와 재산손실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방자치단체에 민원을 넣고 공사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맹렬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주거지역 통과 최소 원칙을 근거로 현대건설에 우회안 제출을 요청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은마아파트를 통과하지 않는 선형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 같은 케이스가 선례가 되면 GTX가 지나가는 주거밀집지역 거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강도 높은 안전 검증을 거치고 최신 공법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한 점 역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국가사업인 교통망 구축은 교통난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및 이동 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라며 "가장 좋은 노선을 포기하게 되면 공사 비용과 공사 기간 증가 등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과 GTX-C 노선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이주가 개시되면 주민들이 이사를 나가기 때문에 철도 공사에 의한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28개동·4424세대를 허물고 새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착공 시기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는 2023년 착공에 들어가 2028년에 완공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GTX-C 노선 개통 계획도 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지역이기주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단지가 이 정도로 걸림돌이 될 수가 있나", "경기도민들은 급한데 해도 너무하네", "예전부터 조합원들의 입김이 너무 셌다", "정부와 주민이 조금씩 양보해야지",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새로 판을 짤 건가?", "은마아파트가 해 달라는 대로 해 주면 우리도 마음에 안 드는 시설 들어올 때마다 반대하자", "서울에서는 GTX가 통과 안 하는 건물이 드물걸"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 교수는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정당한 과정을 거쳐 최적의 노선이 선택된 것"이라며 "국가사업계획을 쉽게 뜯어고치는 것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거주민 입장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는 공감했다. 정부가 안전성을 담보로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소통이 선행돼야 했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