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온 오늘에겐 새 이름을 불러 주자
아침이 햇빛꽃다발을 들고 오면
잎새들은 서로 잊지 말자고 초록 잉크로 사인을 한다
아침의 신발에는 풀물이 배어 있다
먼 곳에서 불어와 길을 묻는 바람
사람들은 어제를 세수시켜 오늘의 의상을 만든다
오전의 맨살은 백로지같이 희다
나무들은 팔을 벋어 제 향기를 끌어당기고
아직 바느질에 서툰 아침이 은실을 꿰어
영원 가운데 한 번뿐인 오늘에게
없던 새 이름표를 달아 준다
내일은 오늘이 가닿을 미래
그리고 마음이 종잇장 같은 사람에겐
그대 마을은 따뜻한가, 라고
열 줄 안팍의 안부 편지를 보낸다
처음 온 오늘에겐 잊지 말고 새 이름을 불러 주자
그리움의 색동옷
그리로 그리로 가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로 그리로
가도 없어서 아린 마음이 그리움이다
돌아설까 돌아설까 발을 꾸짓으면서도 돌아설까
돌아설까 못 돌아서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왼쪽으로 가려다 멎고 오른쪽으로 가려다 발을 돌리는,
가도 가도 제자리인 마음이 그리움이다
그 사이 보리가 패고 물 흘러가고 죽은 새의 깃털이
바람에 날리고 복사꽃 지고 단풍도 지고
그래도 한 발짝만 더 영원으로 서서 하루를 찬 돌 위에
세워 두는 마음이 그리움이다
단 한 번의 만남과 이별 그것으로 일생을 견디는 힘이
그리움이다
-한 냇물이 다른 냇물을 만나러 갈 때, 한 바람이 다른 바람을
만나러 갈 때, 당신은 마음속에 피어 있는 한 사람을 만나러
간다. 그리움의 먼 길을 걸어온 이여, 염려하지 마라. 그리움은
마셔도 마셔도 남는 마음의 샘물이다.
그를 만나면 별에게서 배운 말을 옷깃에 걸어 주어라.-
#이기철 노트 그리움의 색동 옷
-시가 말을 걸다-
이기철 시집 <오늘 햇살은 순금> 중에서
-언제나 나는 말한다.
'시인은 글의 마술사'라고.
자음 ㄱㄴㄷㄹㅁㅂㅅ...의 14개와
모음 ㅏㅑㅓㅕㅗㅛ...의 10개 와
붙인음의 자음 ㄲㄸㅃㅆㅉ 5개와
붙임음의 모음 ㅐㅒㅔㅖㅘㅙ ㅚ ㅝ ㅞㅟㅢ 11개를 가지고
온갖 요술을 부립니다.
거기다 자음 2개를 붙여 또 다른 뜻을 만듭니다.
ㄳ ㄵ ㄶ ㄸ ㄺ ㄻ ㄼ ㄽ...과 같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자음과 모음을 가지고,
이리 섞고, 저리 섞어서 말을 만들고
글을 만듭니다.
그런 기술은 아무나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타고난 감성과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나는 시인의 시를 사랑합니다.
어제 유튜브를 보다가 이 시인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었지만 관심밖이었다.
21분의 시간이 감동이었다.
책 읽어주는 여자 여온의 목소리로 듣는 시 한 줄 한 줄이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저런 시를 쓰는 이가 누군가 하여 찾아봤다.
1943년생이니 지금 나이가 80세가 넘었다.
이 시집이 지난 5월에 발행되었다.
이 시인은 약 2~3년에 한 권씩 시집을 낸단다.
그런 고령의 나이에
어쩌면 저리 감성이 짙게 배어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도 처음에는 그 시대에 맞는 시를 썼을 수도 있다.
주제도 다를 수도 있다.
독자의 감흥도 달랐을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오늘 햇살은 순금'이라는 제목만에서도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시인의 시를 대하고 있다.
내게 또 한 사람의 글 마술사의 탄생이다.
-중얼중얼대다
첫댓글 https://youtu.be/jF_BjzDsiwI?si=L9tB45nXY3GjzRoC
이 영상인가 봅니다.
PLAY
한 번 듣고
다시 또 들어봅니다.
바느질이 서툰 아침.
....
그리움...
아...그리로 가면 있을 줄 알았는데....
네. 맞습니다.
읽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낭독해주는 것을
듣는 것이 더 감동을 줄 수 있나봅니다
처음 이 시를 들었을 때
어쩌면 이리 아름다운 말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작가를 찾아보고 또 한번 놀랐지요.
그 나이에...
@21회 김석순
바느질이 서툰 아침...
지기님도 시를 쓰면
아주 잘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진짜로...
ㆍ
참 아름다운 시....
감상하면서
전철은 달립니다.
서울가슈~?
@22회 최재옥 올라와슈.
오늘은 종로에서 짬뽕 번개팅이 있어요
진짜 맛있는 짬뽕집인데
언제 한번 사주고 싶네
@21회 김석순 에고
언제 서울갈때가 있것쥬~
요즘더워도 장난아닌데 오르내리며ㅇ건강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