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주최로 '편의시설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여 편의시설 조례 제정에 대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가졌다.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편의시설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
장애인이 건축물 및 교통수단 등 편의시설을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권'과 '이동권' 보장 요구는 그 동안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지 못한 채 국가의 배려적 차원에서 인식되어 왔다. 때문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입법 모색은 새로운 인식전환이라는 점에서 사회복지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방 자치 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제정하는 규정인 조례의 개정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1991년 3월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부터이다. 주민이 조례 제·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 것이다.
현재 '접근권'에 대한 법률적 논의는 2003년 12월 개정된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일부 반영돼 있기는 하나, '이동권'에 대한 법적 반영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고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10여년이 지났으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등 편의시설제도와 관련된 입법 조례 제정은 극히 미비한 실정이어서 조례 제·개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강병근 교수, "편의시설, 반드시 사전검토, 사후검사해야"
편의시설에 대한 사전검토와 사후검사를 강조하는 건국대 건축학과 강병근 교수
이에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의 김은희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편의시설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는 건국대 건축학과 강병근 교수의 '해외의 편의시설 및 이동권 조례 제정 현황'에 대한 발제로 시작되었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시점에서 누구나 차별없이 편의시설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이념에서 편의시설 관련법이 제정되었으나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장애를 뒷받침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이 만들어졌다."며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독일의 경우처럼 포괄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 관련 모법을 만든 다음, 구체적인 사항을 보완하고 지원하기 위한 하례법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개발하면 실생활에 맞는 편의시설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강 교수는 시설물에 대한 허가 이전에 내용을 검토한다는 사전검토 조항이 반드시 조례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후 "사전검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설치된 시설이 이용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사후검사"라고 강조해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의 편의를 염두에 두어야 함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덧붙여 강 교수는 "유지관리에 대한 의무평가 조항도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형식적 편의시설 확충보다 실제로 사용 가능한 시설 설립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와 주민, 조직화 통해 조례 제정 이루어나가야
장애인 편의시설 조례 제정의 방향에 대해 시민자치정책센터의 우필호 운영위원은 조례의 기능에 대해 "지역 주민의 요구가 반영된 법규범을 제정할 수 있으며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되었고 태만한 입법상황에 대해 독자적인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본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조례 제·개정운동에 대한 현황에 대해 우 운영위원은 "최근 과천시 보육조례 개정운동이나 목포시 건축물 사전 점검 조례운동, 급식조례제정운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개인의 폭넓은 연대로 주민자치운동 조직화에 관심이 급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단체와 부분적으로 연계하는 등 전국적인 사고 속에서 조례 제·개정운동이 모색되고 전파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조례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권리성이 체계화된 형태가 되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편의시설제도를 전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종합적인 조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각종 법 조항을 임의조항이 아닌 의무조항으로 해야 할 것"이며 운동방법적인 측면에서 "사회복지 전문가와 법률전문가 그리고 지방의원 등의 참여 유도를 통한 전문성과 의회내 협조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어 우 운영위원은 "장애인 등의 권익과 인권이 대폭 보장될 수 있는 종합적 조례안 작성과 함께 이를 현실화 할 수 있는 주체적인 힘, 즉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및 주민의 참여와 조직화를 통해서 조례 제정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목포시, 생명력있는 법 만들기 위해 주민발의 선택
목포시 건축물의 허가 등의 조례 제정 진행과정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목포지소의 허주현 소장은 "목포시의 100여개 의무편의시설을 대상으로 효율성을 조사했는데 사용면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하고 "결국 편의시설을 제도화 시킬 수밖에 없다는 논의 끝에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조례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허 소장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는데 있어 시각장애나 지체장애의 상황이 가장 많이 적용돼 다소 편향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장애유형별 시설을 만들도록 제정"했다고 밝히고 조례청구 방법 선택에 있어 "비교적 손쉬운 의원발의나 집행부발의로 진행하지 않고 진행이 쉽지 않은 주민발의를 택한 것은 살아움직이는, 영향력 있는 법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건축의 허가에 있어 건축사가 아닌 일반인의 의견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없어 건축법과 충돌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는 허 소장은 "목포시의 조례가 포괄적이고 선언적이라는 면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 시행규칙을 지속적으로 보안해 조례가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계속 문제 제기하여 조례제정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천안시의 '천안시장애인등의이동권에관한조례'는 지방정부에서 최초로 개정된 법률이다. 이에 사단법인 한빛회의 심명석 사무국장은 "이동권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동안 이동봉사대활동 사항을 토대로 이동권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활동전개과정을 설명하고 덧붙여 "천안시의 장애인계 설치로 시공무원 및 의원과의 유대관계가 형성된 것이 조례 제정에 큰 몫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심 사무국장은 "올해 전동휠체어가 50대 지원되었으나 도로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휠체어를 끌고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연계시설을 강조하면서 "보도만 제대로 되어있다해도 리프트장착차량이 필요없다."며 일시적, 단발적 지원보다 먼 미래를 생각하는 영구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편의시설 관련 조례, 신축보다 장애물 제거 노력
'장애인등의이동권보장에관한조례(초안)'를 설명하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배융호 정책실장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배융호 정책실장은 "목포시와 천안시의 조례를 참고하고 문제점을 보완하여 작성하였다."고 말한 뒤 '편의시설의올바른설치및관리에관한조례(초안)'를 설명했다.
'편의시설의올바른설치및관리에관한조례'에는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장애물을 제거하여 무장애 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한 장애인 등이 주택개조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창구를 개설하고 이를 위해 주택 개조 전문가를 양성하도록 하며, 공동주택사업주가 공동주택을 분양할 경우 일정부분을 장애인 및 노인가구용으로 건축해 분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사업주에게는 우선사업선정권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장애인등의이동권보장에관한조례(초안)'의 정의에서 저상버스의 경우 특별교통수단에 포함시킬 경우 시일이 오래 걸릴 우려를 감안해 철도 등과 함께 교통수단에 포함시켰고 장애인콜택시와 휠체어 승하차가 가능한 이동지원차량의 경우를 특별교통수단에 포함시켰다.
버스운송사업자가 장애인 등이 승하차할 수 있는 버스를 구입, 운행할 경우 추가비용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장이 지원하여야 하고 우선 선정해야하고, 장애인 등의 운전면허 취득을 돕기 위해 장애인 등을 위한 운전연습장을 설치, 운영해야하고 운전연습장을 이용할 수 있는 이동지원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 실장은 조례(초안) 발표 후 "오늘 설명한 조례는 초안으로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시면 그 내용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말해 법을 직접 만들고 지킬 당사자의 의무에 대해 강조했다.
모든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 주어지자 허 소장은 질문을 통해 "교통약자 편의시설 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외면 당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시각장애인의 경우, 열차의 좌석에 점자가 없어 자리를 찾지 못하는데 그것은 비용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편의시설에 설립 진행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에 대한 대답에 강 교수는 "요구사항에 있어서 대립관계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외국의 예를 들며 "한꺼번에 바꾸기보다는 일단 일정지역을 정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추후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동 편의시설에 대한 또다른 문제점으로 심 사무국장은 "콜택시는 타지역 사람에게 지원해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철도로 지방은 간다하더라도 가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밝히며 "이동보장에 관한 조례에 이런 내용이 세부적 사항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시설 조례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열중하고 있는 참가자들.
이날 토론회는 조례 제정 과정과 방향에 대해 논하는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조례 개정 이후 그것이 생명력을 가지고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중요한 과제를 던져주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