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지난 성탄절 연휴에도 방콕, 오늘은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인데 외식도 못하고 또 방콕...
흑흑... 진짜 미쳐버릴 것 같은 코로나 시국울 통과하는 중이네요.
작년 이맘 때엔 여기 저기 가고 싶은 곳 골라서 맘껏 다녔는데...
작년 겨울에 썼던 글 한 편 가지고 와서 올려봅니다.
불 구경했던 이야기입니다. 아... 또 가고 싶다... 저 불 구경 대따 좋아하거든요. ㅎㅎ
그럼 2019년 12월의 불 구경 이야기,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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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구경 중에서 싸움 구경, 물 구경, 불 구경이 3대 재미난 구경이라고 했던가?
나도 저 세 가지 구경을 좋아하는데,
싸움 구경은 나 보라고 누가 시간 맞춰 장소 맞춰 싸워주는 것 아니니 보기가 쉽지 않고 ^^,
물 구경은 엄동설한을 지나고 있는 요즘엔 그닥 땡기지 않고..
그래, 겨울엔 불 구경이지! 토요일인 오늘, 나는 모처럼 불 구경을 하고 왔다.
내가 1982년에 초임 교사로 첫 발령을 받은 뒤 삼십 대 후반까지,
내 청춘을 고스란히 다 묻은 포천시(당시는 포천군)의 학교들에선 장작 난로를 땠었다.
그렇다, 전기 온풍기도 아니요, 석유 난로도 아니요, 조개탄 난로도 아닌!
나무! 나무를 때는 무쇠 난로.
햇병아리 초임 교사이던 나는 아침마다 장작에 불을 댕기느라 쩔쩔맸었고,
난로 아래 쪽 불쏘시개 투입구에 바짝 얼굴을 대고 불 붙이기에 골몰하다가 머리카락을 그슬린 적도 있었고,
퇴근 무렵 재 통과 불 부삽을 들고 난로 청소를 하는 일은 늘 힘겨웠고, 그랬었지만..
그래도 그 난로로 인해 나의 겨울은 항상 풍요롭고 행복했었다.
나무가 타며 내뿜는 그 황홀한 냄새를,
무쇠를 달구며 정결하고 뜨거운 에너지로 타오르던 그 정화(淨化)의 불길을..
나는 정말 사랑했었고 너무도 그리워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내가 하고 온 불구경은,
옛적에 내 사랑 무쇠난로 속에서 춤추던 그런 살아있는 불은 아니고,
전깃불, 전깃불 구경이었다. ^^
전깃불 구경도 정말 재미있고 말고!
12월은 조명의 계절, 상점마다 거리마다 반짝이는 화려한 성탄 장식물들,
대형 구조물로 광채의 극치를 보여주는 루미나리에의 위용, 겨울은 진정 빛의 시즌이다.
오늘 우리 부부가 불 구경을 하러 간 곳은 양주시에 위치한 필룩스 조명 박물관.
조명기구를 생산하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설 박물관인데
나름 알차게 예쁘게 잘 꾸며놔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조명의 역사, 조명의 과학, 가지 가지 각종 고금의 조명 기구 등을 다양하게 전시해 놓았고,
12월엔 늘 크리스마스 특별 전시가 있어서 어린 자녀를 동반한 젊은 부부들로 붐빈다.
오늘도 주차장에 차가 꽉 차게 많이 온 관람객들이 죄다 젊은 층이요,
우리처럼 잘 익은ㅎㅎ 사람들과는 거의 마주치질 못했다.
에잇, 사방 천지에 맨 설익은 사람들 투성이였네.. ㅋㅋ
뭐 어쨌든 불이라면 좋아 죽는 나는 신나게 구경 한 번 잘 하고 왔는데,
이 방 저 방 수 많은 전시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소박하다면 소박할 수 있는 엔틱 조명 기구들이었다.
다들 사오십 살은 족히 되었을,
촌스럽고 무딘 디자인의 조명등으로부터 나오는 부드러운 불빛이 어찌나 정답고 포근하던지,
나는 그 자리를 쉬 떠나지 못하고 그 불빛을, 그 전등들을 홀려서 바라봤다.
그리고 내가 그 오래된 전등들 앞에서 떠나지 못했던 것은,
그들로 인해 내 기억 속의 소중한 불빛 하나가 불려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고 시절과 대학 시절 깊은 밤을 나와 함께 밝히던 내 책상 위의 오렌지 색 스탠드.
천정의 형광등을 끈 상태로 그 스탠드만 켜놓고,
나는 벼락치기 밤샘 시험공부로 졸린 눈을 부비기도 했었고,
김홍도인지 신윤복인지의 풍속화가 그려진 종로서적의 포장지로 표지를 감싼 책들을 읽기도 했었고,
만년필에 짙은 청색 잉크를 채워 꽃무늬 편지지에 긴긴 연애편지를 쓰기도 했었다.
오렌지 색 전등갓을 씌운, 아마도 백열등이 끼워져 있었을 그 스탠드..
아.. 언제 이렇게 세월이 가버렸어.. ^^
2019년의 겨울에 쉰 아홉 할주머니는, 그렇게 조명 박물관의 한 귀퉁이에서
40년 시간의 강을 건너 뜬금 없이 소환되어온 추억의 불빛을 바라보며 조금은 가슴이 먹먹했던 것이다.. ^^
이상, 오늘의 불구경 끝!
아래는 저를 잠시 먹먹하게 만들었던 그 엔틱 조명 사진입니다.
첫댓글 누가 봐도 먹먹할거 같습니다 ᆢ마음속엔 늘 어제 일만 같은데 아주 오래전 이야기고 그렇더군요 ᆢ언제 이렇게 멀리 와있는지ᆢ딸은 나더러
철없는 엄마라는데 그냥 그렇게 살고 싶어요ᆢ나만 그런가요ᆢ수정구슬님의
추억속에 가서 불구경 잘 했습니다 ᆢ^^ᆢ
차순맘님의 글을 읽노라면 늘, 나이와 상관 없는 소녀의 감성이 차순맘님의 마음 속에 깃들어있음을 보게 됩니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까지 노쇠한다면 얼마나 더 서글플까요.
저도 그냥 철이 덜 든 채로 살고 싶습니다. ㅎㅎㅎ
추억 속의 불빛처럼 따뜻한 답글 감사해요. ^^
수정구슬님의 불구경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주오래된 동화책을읽는기분입니다.불구경 누구에게나 흥미있는구경입니다.사진에서보이는 엔틱조명등은사람의 마음을 안정되게하는것같어요.덕분에불구경잘하고갑니다.늘건강하시길바람니다
늘 변함 없으신 윌리스 방장님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
어쩌다 한 번 씩 나타나는 불량 회원을 늘 반겨주심에 감사해서,
고마우신 우리 방장님을 생각해서라도 종종 글을 올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데, 마음 뿐인 것이 문제입니다. ^^
참으로 힘겨웠던 한 해가 저물고, 밝아올 새해에는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사람이니, 긍정의 힘으로 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을 준비를 하네요.
방장님 항상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요~` ^^
3대구경 ㅎㅎ
불구경이라 해서 어디서 불난곳을 봤나 했더니 전등불 구경 ㅋㅋ
하긴 그것도 불은 불이니 ㅎㅎ근데 참 아름답네요
25년 전 쯤인가? 진짜로 우리 동네 이웃집에 불이나서, 자다 깨어 나와서 봤던 그 충격적인 장면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우와~~ 진짜 불구경은 무서웠어요. ㅎㅎㅎ
요즘은 LED 등이 날로 발전을 하니, 불빛 축제장엘 가보면 해가 다르게 영롱하고 이쁘고 참 볼 만합니다.
올 겨울에도 마스크 잘 쓰고 몇 군데 가볼라구요. ^^
지존님 감사해요,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옛날 교실 나무 난로 불 붙이는 이야길 읽으니
초등학교 다닐 때 난로에 넣을 나무를 집에서 한두개식 들고 등교하던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불 구경에는 루미나리에도 아름답지만
벌써 십년도 더 지난 포항 영일만에서 포스코와의 사이 바다위에 펼처진 불빛축제가 환상적이었습니다
작년에느 코로나로 불빛축제를 열지 못한것으로 아는데 올해는 또 어떨지..
여러가지 불구경 이야기 잘 보고 갑니다
우왕, 포항 앞바다에서 펼쳐진 불빛 축제라, 정말 환상적이었겠네요.
그러게요, 제가 이 글을 딱 1년 전, 2019년 12월에 썼더랬는데
금년에도 동일한 곳에서 또 불빛 축제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곳은 실내라서, 금년엔 또 가기가 꺼려지네요.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등에서 하는 불빛 축제는 야외에서 하는 거라서, 좀 춥더라도 마스크 잘 쓰고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우경님 감사해요,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조개탄 때던 중학 시절이 생각 납니다
4째시간되면 도시락 올려 놓고
키가 작아 난로옆에 앉은 제 하얀 얼굴은
따뜻한 불에 얼굴이 복사꽃 처럼 발그레 하면 잘익은 복숭아 같다고 놀리시던 선생님 또한 그립답니다
조개탄 난로는 장작 난로보다 화력이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진짜 그 무쇠가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탄을 넣고 때면 주변에 앉아있는 학생들 얼굴도 발그레 물들고요.
따뜻한 불에 얼굴이 복사꽃처럼 발그레해진 소녀 함빡미소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복숭아 같던 두 볼, 그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요, 언제 이렇게 세월이 갔을까요.
함빡미소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난로 피우기 ㅡㅡ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 같네요
겨울에 출근하자마자 불 피우는 게 첫번째 일이었지요
연기로 가득한 1교시가 그리울 때도 있군요
올 2월 퇴직하시나요?
네, 선배님. ^^ 명퇴 확정 공문은 1월 중순에 나온다고 하는데,
제가 금년 명퇴 신청자들 중에서는 고경력일 것이 분명하니(정년은 2년 반 남았어요.)
이변이 없는 한 명퇴 확정 되리라 생각하고, 교실 정리하는 중입니다.
버릴 것 버리고, 교실에 남겨둘 것 남겨두고, 쓸 만한 것들 동학년 샘들께 분양하면서...
그렇게, 전직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명퇴 이후의 삶의 방법에 대해서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 ^^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수정구슬 요즘 코로나 덕분에 도서관만 왔다갔다 하네요 10개월 동안 150권을 읽었어요 순 추리소설만 ㅎㅎ
@녹우 우왕~~ 독서왕 ㅎㅎㅎ 본받겠습니다. ^^
학교에 초임으로 발령을 받어 교실에서
장작으로 불피워 난로 에 연기를 자욱히.........
고생많으셨습니다
저도 서울시 첫발령지가 동사무소인데
겨울철에 발령장을 가지고 들어가니, 연탄불이 꺼져서
불을 살리는데 .....
사무실안이 연기가 자욱 꼭 오소리를 잡고 있는 장면같았습니다
그날 그날의 풍향에 따라서, 연기가 연통으로 잘 빨려들어가지 못하고 역류를 하는 날엔
매운 연기로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그렇게 날마다 불을 지피느라 힘도 들었지만
아이들 집에 간 뒤에 조용한 교실에서 잘 타고 있는 난로 뚜껑을 열고 장작을 넣노라면
그 깨끗하게 타오르는 불길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멍하니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그 시절이 참 그리운 요즘입니다. ^^
동구리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안목이 높으싶니다....샘님~!
코흘리게 병아리제자들이 추울세라, 고운머리칼까지 그을리며,
불피우시던 수정구슬샘님~! 그시절로의 선생님을 상상해봅니다.
참~고우시기도 해라~~~~~~ㅎ
ㅎㅎ 제 나이 스물 둘에 교사가 되었으니.. 그 나이에 곱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거구요,
난로 안에 우유곽 몇 개 넣고 그 위에 가늘고 작은 장작개비 몇 개 넣고
아래쪽 불쏘시개 투입구에는 종이 몇 장 넣고 불을 댕기면
우유곽이 먼저 타고 그 뒤에 장작에 불이 옮겨 붙고
장작이 확실하게 타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굵은 장작을 넣고...
아... 그 장작 난로가 얼마나 그리운지 모르겠어요. ^^
용코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ㅎㅎㅎㅎ . . . . 할주머니!!
글을 너무나 재미있고도 맛깔스럽게 쓰셔서
마치 사탕을 빨아먹듯이 아껴가며 읽었네요
모르긴 몰라도 그 소녀 감성과 문학적 감성은
영원히 님의 가슴 속에서 소멸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리고 공포스럽거나 야만스럽지 않은 불에 대한 갈망,
제 마음에도 불길을 당기네요
아이구, 진짜로 글 잘 쓰시는 꿈나그네님이 이리 과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쥐구멍을 찾게 되네요. ^^
감사해서 넙죽 절부터 올리고요. ㅎㅎㅎ
제가 불을 때던 장작난로도, 캠핑 가서 피우던 캠프 파이어도,
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오후 되면서 기온이 급강하하니 더욱 더 불꽃에 대한 그리움이 커집니다.
꿈나그네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조명은 어둠을 밝히기도 하지안 아련한
그리움같은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합니다
저두 조명기구들을 좋아합니다
우리 회장님 안녕하세요?
따뜻한 불빛에는, 그것이 활활 타는 불이든 전기로 켜는 불이든 간에
사람의 마음에 온기를 전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조명기구를 판매하는 가게 앞만 지나가도, 환한 그 불빛들이 마음까지 밝혀주지요.
우리 회장님 공감의 댓글 감사해요.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장작 날로 피우기란 얘기가 추억의 그 시절로 되돌리기
하게 되네요
장작 날로 피울때 연기로 인해 눈물 줄 줄 흘렸던 초딩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어요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고맙다고까지 해주시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
장작난로가 타오르던 교실은, 지금처럼 히터로 더워지는 교실에 비해서 덜 건조해서 좋았습니다.
그 불길, 그 불꽃이 참으로 그리운 요즘입니다.
정바다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
우리 동네 다녀가셨군요.
오모나, 양주에 사시나봐요. ^^
저는 양주 옆 의정부 주민입니다.
양주가 참 넓지요. 7호선이 들어올 예정이니 더욱 발전할 고장이고요.
이웃 주민 흐르듯이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