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5일
부산 이기대길
나의 대한토 50번째 산행을 맞는다.
유난히 0 하나 더 붙은 관록의 선배님들의 기념산행 일정이 최근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게 베스트인데....
적당히 높은 회차분들 할때 묻어가는것도 좋겠으나, 그 분들의 잔치에 숟가락 얹어 김을 분산시키는 것도 그렇고,
낮은 숫자로 독상을 받는것도 난처하고... 난감하네..
수석대장 감투를 쓰고 있는 상황이라, 보는 이들도 그냥 보내자니 어색할 터이고..
다수의 분들이 마음을 모아 수건을 만들었단다. 이런 황송할 데가.
무심히 들어간 카페 한줄공지방엔 찬조정보까지..
참 따뜻한 분들. 민망함과 함께, 감사한 마음도 크다.
12년이 넘었네.
수직 상승하고 있는 체중을 빼기 위해 지속가능한 운동이 뭐가 있을까 심각한 고민을 하던 시절,
맘 먹고 제대로 된 첫 산행을 무주구천동 - 향적봉 구간으로 한 이후,
만족도가 높아서 시작된 산행인생.
산림청 100대명산 리스트와,
한국의 산하 100 명산 리스트의 1999년 버전, 2003년버전, 2012년 버전도 알게 되면서,
A3용지에 3개의 리스트 (당시엔 2012년이전이었으므로) 를 인쇄해 벽에 붙여두고,
채워나갔던 재미가 컸던 시절.
산행 다녀와서의 가슴벅찬 감동이 쉬이 휘발되어 버리는 아까운 기억들을
조금이라도 오래 머리와 가슴에 붙잡아 놓고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의 주말의 즐거움을 산이 독차지 하게 되었다.
처음엔 새여울, 충일, 청솔, 민수, 한밭산사랑, 소월, 금강 산악회들 중심으로 나의 발길이 향하다가,
벽에 붙여놓은 산 리스트의 빈 공간이 점점 메워지면서,
대전교차로를 보기도 하고, 다음산악회에서 적극 검색을 해보면서, 내가 가야할 산들을 향하는 다른 친목산악회들에게 끊임없이 눈을 보냈다.
결국, 대전의 37개 산악회와 산을 같이 하면서, (이것도 카운트하는 재미가 있었다.)
다양한 산악회의 특성을 알게 되었다.
전설같이 들려오던 묻지마산악회까지는 아니어도
흥과 농이 넘치거나, "산도" 가는 산악회와 함께 하면서 긴 하루 고전한 기억도 있었다.
그 와중에 한마음토요산악회도 내 눈에 들어왔고,
당시 산림청 100대명산의 막바지였는데,
포항내연산을 잡긴 했는데, 내연산 주봉인 삼지봉을 우회하고,
경북수목원에서 출발해서 천령산을 거쳐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당시 약간의 안면이 있었던 솔과담 주관대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날머리인 보경사에서 내연산 주봉만 찍고 내려와서,
뒷풀이에서 회원님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누었던 것이 대한토와의 첫 인연이었다.
당시엔 몰랐는데, 다녀와서 한 참 후 우연히 본 한줄메모장에서
신입의 단독행동에 불편했던 시각이 있었음을 알았고,
대한토에서는 향후 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소회를 말하는 김에 송구했다는 말씀도 살짝 곁들인다.
100대명산을 마치고, 손님으로 다니면서 보건데,
당시엔 자체뒷풀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시절이어서,
음식을 현장에서 테이블깔아 준비하고 정리하는 정성이 보통이 아니었는데,
같은 회비를 내면서 자원봉사하는 운영진들의 노고에 문화적인 충격에 가까운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다가,
나도 100명산을 마치면, 어디론가 들어가 봉사활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컸었고,
처음 선택한 곳이 지금은 활동을 멎은 토요산사모산악회.
거기서 장삼이사대장님을 만났고,
이후에 아토산산악회에서 총산행대장까지 한 후,
이 정도면 자기 의식으로 그간 받은 감사에 대한 보답은 나름대로 한 셈 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대한토에서 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로움이 좋은데,
사람들이 좋은 곳.
내가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위해서 무언가 그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도 즐겁고 행복하다..
50회 현수막을 만들어야 하니, 전 산행지들에서 사진 잘 찍어놓으라는 주문을 받는다. 에구.
무심히 시간을 보내자, 산행 당일 수일전에 송사리님으로부터 톡이 온다.
나의 많은 사진들을 앨범에서 찾아놓고, 보내주신 사진 중에서 3장을 고르란다.
바쁘신 분이 이런 수고까지...
대단한 감동이 아닐수 없었고,
바쁘신 분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자 냉큼 눈에 띄는 사진 3개를 골라보낸다.
그 사진들 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에서 나오는 동그라미역의 배우 시그니쳐 제스쳐를
오대산 정상에서 멋진 산대장 맥사이버 대장님과 같이 한 재미난 사진이 보여 첫째로 선택.
당시 아무리 가이드를 해줘도 이상한 포즈로 독특한 사진을 남겨준 맥대장과의 기억도 덕분에 떠올린다.
이런 이야기를 포함해서 50회 소감으로 이야기했는데,
말이 길었다. 후회막심.
많은 경륜의 산악인 선배님들을 앞에두고, 재롱떤걸로 양해를 기대하면서, 자리로 돌아왔다.
이어서 이번 산행에 특이하게 해본 이벤트.
그간 열띤 산행신청 열기에 보답하기 위해,
첫 댓글 여성에게 무릎담요를, 당일 차안에서 추첨으로 남성에게 쉐이빙폼을 드리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맥사이버대장님과 회장님이 친히 찬조를 하시고.
첫 댓글 승부는 봄봄 총무님께 돌아갔는데,
피시방에서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사전포고를 한 후, 정말 1등으로 등극. 대박.
그런데 병원에서 진료중에 하셨단다. 약물검사의 필요성?
당일 추첨은 어떻게 하나 했더니,
일일이 회원들 이름을 적어 놓은 쪽지 바구니를 들고 나에게 추첨의 영광을 주신다.
회장님의 센스와 노고가 정말 지대하다.
뽑아들고 보는척 하면서, "동그라미"를 외쳤으나, 너무 쉽게 장난임을 알아채시네~^^;;;
화산자문님이 영광의 행운을 얻으면서 재미난 차에서의 이벤트가 끝났다.
가끔은 적적함이 예상되는 산행길에 이런 이벤트를 거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경험치를 하나 남긴다.
이후 자리에 돌아가 숙면을 취한다.
그래도 많이 가까와진 부산이지만, 역시 거리의 위엄은 대단하다.
자도 자도 끝이 없는 버스길. 덕분에 너무나도 푹 잤다.
이철헌사장님꼐서는 무지하게 피곤하셨을 듯.
한번 정도의 가벼운 버스알바도, 그 정도 잠깐의 시간지체는 애교정도로 치부되었다.
광안대교 넘는 버스여행도 보는 재미와 감동이 쏠쏠했고,
바다가 코앞에 보이면서, 드디어 오륙도에 도착했다.
대전은 거의 영도에 가까운 동장군이 진주하고 있다는데,
여기에는 아직 그 소식을 모르는지,
따뜻한 햇살과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영락없는 가을 날씨라 해도 손색이 없는 감촉이다.
늘 단체사진은 가장자리에서 손하나 들고 찍는 것이 나의 시그니쳐로 나름 밀고 있었는데,
오늘 만큼은 부담스럽지만, 현수막을 앞에두고 중심으로 부임한다.
이벤트 주인공이라 오늘 만큼은 나에게 중요한 위치를 양보해준다.
나쁘지 않다. ㅋㅋ
어??? 찍으려 하다가 역광이라 방향을 바꾸어야 한단다.
일행들이 일사분란하게 반대쪽으로 이동하는데, 현수막도 신속하게 이동한다.
나는 정신없이 멀어져가는 현수막을 잡으러 쫒아간다 ??
"나를 데려가야 하는거 아녀어?"
"당사자는 현수막을 따라 오게 되어있지~~ㅎ"
친절한 설명을 해주시는 감사님. ㅎㅎ
이 후 몇번 기념촬영을 황송하게 한 후, 주변을 좀 더 둘러본다.
오륙도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기억은 없는데, 아마도 처음인게지.
참으로 멋진 곳이었다.
맥사이버대장님 덕에 이런길도 경험해 보네.
그랜드캐년 인디언마을의 스카이워크 같은 유리길을 멋들어진 절벽위에 걸쳐놓았다.
아찔한 발 밑을 쳐다보면서, 바다위 공중에 떠있는 스릴도 느낀다.
다정한 차미대장님 부자의 모습도 카메라에 담고,
걸그룹에 버금가는 봄봄총무님의 일행들 사진도 찍고,
다들 마음이 한 껏 넓어진 만족감을 안고, 산행을 사작한다.
정확히는 산행이라기 보다는 해파랑길 트레킹인데,
거리가 길고, 빠른 걸음기준으로 잡혀있는 산행시간이라,
나중에 느끼기로는 이날 코스 역시 만만치 않았다.
오늘 후미를 보기로 했으니..
오늘도 내 뒤에 사람이 있는지.. 잘 보자.
다행히 오늘은 부산시내길을 걷는 상황이라, 혹시나 후미를 놓치더라도,
대중교통을 타고 해운대까지 오는데 어렵지 않다.
그래도 패턴은 유지해기 위해 최대한 후미뒤에서 걷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오륙도를 다시 보는데,
이것이 보는 방향에 따라서 다섯개일 수도 있고, 6개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려려니 ...
오륙도를 향해 선을 그으며 이쪽이 동해이고, 저쪽이 남해인 경계선이라면서,
설명하는 아줌마 군단의 리더를 보면서, 유심히 눈길을 그 손을 따라 보내기도 한다.
천천히 이동하는 엄살대마왕님이 보인다.
처음이라 워밍업하시나... 했는데, 워밍업이 기신거 같아서.. ㅎ
조금 속도를 내볼까 유도를 하였으나, 알아서 날머리까지 가시겠다는 말씀에
오늘이야 부산시내이니... "그러셔요~~"
흔쾌히 편하게 진행하시라 말씀드리고, 앞서 걷는다.
첫댓글 그림같은 곳을
걸으며
햇빛 샤워를 하고
영혼에 파란물
가득 채워 돌아오니
새 힘이 나는 월욜
아침입니다.
다음주도 미답의 미륵산
기대가 됩니다. ^^
50회 축하드립니다.
소녀같은 걸음 예쁘게 하시는걸 뒤로 보면서 진행했습니다. 다음주도 좋을거에요~^^
예전에 날씨가 흐려서 아무 생각없이 걸었던 기억이 나네요ㅎ
날씨도.. 조망도...
모든 것이 동대장님편이었던 이기대의 하루
50회 우등회원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수고하셨습니다 ~~
이번엔 날씨가 참 좋았어요. 추운 기온이었지만 핫살의 따스함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다음주에 뵈어요~^^
날씨도 따뜻하니 회원님들 표정도
환하네요ㅎㅎ~~
참 좋은 날이었어요~^^
걷기도 좋았고. 좀 빠른 진행이라 다리가 좀 뻐근~^^
동그라미 대장님의 넉넉하신 마음 씀씀이에 또 한 번 감동이예요~~^^
봄봄총무님이 그리 봐주시니 그런거죠~^^
넉넉도 좋은데 샤프 모 그런쪽으로 추진해볼까합니다~ ㅎㅎ
추웠으면 즐거움이 반감되었을텐데
좋은 날씨속에 호강한 하루였네요.
미소가 절로 나오는 산행기와 사진들 감사해요~
거의 산악회 운영의 절반이상을 카바해주셔서 묻어가는 느낌? 회장님이 쉬어가며 해야는데~^^
예전에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길인데, 다시 한번 사진으로 보니 참 좋네요.~~
감동이셨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습니다.^^
현수막사진 전달드려야했는데 민망하기도 해서 주저했었는데 많은사진을 골라놓으셔서 정말 송구하기도하고 . 감사했습니다. 보이지않는곳에서 정말 많은 역할을 하시는걸 새삼 알았습니다.감사합니다.
산행기 감동입니다. 동대장님~
처음 산에 입문하고 지금의 이르기까지 동대장님의 행적이 다시한번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요~
50회 산행도, 또.. 이번주 주관에도 함께 하지 못헤 죄송하고 아쉽네요~
기념 수건 하나 남아 있다면 주세요.
제가 챙겨놨어요^^
그당시 저같은사람들 많았던거 같았어요.
수건 찬조 감사드려요.제수건은 사무실에 자랑삼아 걸어놨어요 ㅎ 내 자리오는사람 보라고~^^
서서히 몸이 나아지시니 곧 뵐거 기대해요~^^
대전이 추워 걱정 했는데 왠걸 날씨가 이렇게 포근할 줄이야 주변 경치도 예쁘고 산행기도 멋지고 후미 챙기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이날도 오늘도 아름다우셨어요~^^
계속 건강하게 함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