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할수록 마음의 평온함이
나는 요즈음 우리집 앞 베란다에서 꽃을 보는 재미로 꽃의 참맛을 조금은 알아 가고 있다.
1층집이라 베란다 밑이 훤하게 바라 보이는데 그곳에 수선화,분꽃,봉숭아,채송화, 베고니아,패렝이꽃,부바르디아들이 나를 매일 매일 반긴다.
아침에 일어나면 맨 먼저 화단에 인사부터 한다.
“애들아 밤새 잘 지냈니?”라고 하면 맨먼저 분꽃이 “아저씨는요?” 하고 대답한다.
낮에는 잠자고 밤새 분홍빛을 화려하게 피우는 분꽃이 나를 반긴다.
작년1월초에 광양 주택단지내의 목련빌라로 이사를 왔다.
집앞 베란다 앞켠에 조그만 화단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두꺼운 나무 토막 몇 개를 줏어와 화단 경계를 만들었다.
테니스치기에 바쁜 나머지 꽃나무 몇 그루외에 별로 가꾸지 못한 화단은 휭하고
그저 볼품없는 화단이었다.
동자꽃
그런던 어느날! 삶에 끈을 놓아야 할까 망설이는 회한의 긴시간이 내게 화단을
가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 저기 굴러다니는 돌을 줏어다가 화단 경계석을 만들었다.
그런데 돌이 별로 예쁘지도 않을뿐더러 턱없이 부족하여 섬진강으로 만성리
해수욕장으로 다니며, 검은돌,햐얀돌,자주색돌,파란색,
노란색등과 여러가지 모양의 돌과 돌속에 가지각색의 문양등 형형색색의 수없이 많은
돌을 줏어와 화단에 경계와 돌탑을 쌓았다.
돌과 자주 접촉하고 대하면서 친해지니 돌의 언어와 역사의 의미를 느낀다.
수 업겁의 세월동안 세상의 모든 굴레에 씻기고 깍이면서 두리뭉실하게 되어버린
돌들과 여러가지 모양과 돌속에 들어있는 각종 문양이 그들만이 간직하고 있는 언어요
역사임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우리집 화단을 더 크게 넓혀서 장미와 동백,앵두나무를 심고 수선화,패랭이꽃,얼레지,
접시꽃,국화,분꽃,봉숭화,채송화,붓꽃,베고니아,카랑코애,부바르디아등,30여가지 꽃들이
형형색색의 화려함과 정숙함을 갖춰 조화를 이뤄 멋진 화단을 갖추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꽃은 아름다운 것이다’는 일반적인 생각만이 내마음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평소 꽃은 여자들만이 좋아하고 가꾸는 것으로만 알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어느날 꽃을 바라 보면서 신기함을 느꼈다.
꽃에서 나온는 신비함이 무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어서 꽃입(잎)술을 벌려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화단에 물을 주면서 차츰 내 마음이 바뀌는 것이었다.
언제 생을 끈을 접을지도 모른다는 초조함과 강박관념은 서서히 사라지고 항상
얼굴에 미소를 지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잡초를 제거해 주면 꽃은 고맙다고 밤에는 입을 다물어 버리고 낮에만 피는 채송화가
꽃입술을 더 크게 벌려 “아저씨 안녕! 고마워요.”라고 인사한다.
그러자 치면 또 낮에는 아에 꽃잎술을 다물어 길다랗게 막대기마냥 분홍빛을 감추어 버린 분꽃이 작은 꽃잎술로 인사한다. 주변에 잡초를 말끔히 제거하고 화단을 가꾸면 가꿀수록 꽃은 더욱 더 예쁘게 말한다.
혹시라도 몇일동안 화단을 돌보지 않으면 꽃들은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다.
“아저씨 저희들을 빨리 살려주세요”라고 소리치는 것 같아 달려가 보면
“당신을 많이 기다렸어요. 빨리오지 않고 왜 이제 오셨어요”
라고 토라지는 것같아 흠뻑 물을 주고,
또 넘어져 있는 봉숭아,분꽃에 지주대를 세워서 정성스레 묶어준다.
그리고 나면 초조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차분하고 환한
미소만이 내마음에 평온을 가져다 준다.
산오이풀
조그만 새싹이 올라온가 싶으면 조금씩 조금씩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새싹이 어느새
자라나 꽃망울을 맺고, 맨먼저 꽃을 피운가 싶으면 어느새 여기 저기서 일제히 색동옷으로
갈아 입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