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은 유럽 같지 않은 유럽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우리와 닮았다. 포르투갈의 대표도시 리스본과 포르투는 가장 화려하던 대항해 시절인 16세기 흔적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인생 여행지, 포르투갈을 리스본과 포르투로 나누어 소개한다.
상 조르제 성에서 내려다 본 리스본 시내. 멀리 1974년 4월 25일에 일어난 혁명 쿠데타를 기념해 이름붙인 ‘4월 25일 다리’가 보인다. |
유럽대륙 서쪽 끝에 붙은 길쭉한 나라 포르투갈은 스페인의 축소판이다. 나라 크기도 그렇거니와 유명 건축물의 화려함이나 규모, 음식까지 모든 면에서 스페인보다 작다. 때문에 관광지로서는 포르투갈이 스페인에 미치지 못한다. 기자 역시 누가 여행지로 한 곳을 추천해달라면 스페인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속 깊은 여행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면 단연 포르투갈이다. 그 이유를 속 시원히 답해주지는 못 할지라도 “가서 느껴보면 알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걷기만 해도 좋은 리스본이지만 그래도 20시간 넘게 날아온 여행객이라면 빼놓지 말고 가봐야 할 곳과 해봐야 할 것을 챙기는 게 아쉬움이 남지 않는 법. 리스본에서 봐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추천한다.
구시가지 골목길 걷기
1755년 대지진을 겪으며 도시 절반이 파괴된 리스본은 이후 대대적인 도시계획으로 지금의 시가지를 형성했다.
리스본의 골목길을 걷고 싶다면 알파마 지구를 찾으면 된다. 알파마 지구는 작고 예쁜 낡은 집들이 골목 구석구석 가득해 걷는 것만으로도 리스본의 멋과 현지인의 생활을 느낄 수 있다. 집집마다 개성 있는 창문과 문, 아줄레주(Azulejo·타일)로 장식한 벽화가 어우러져 골목길 전체가 갤러리 같다. 알파마 지구의 언덕 꼭대기에는 포르타솔 두 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선 상 조르제 성을 포함한 리스본의 멋진 언덕과 시내, 멀리 테주 강과 이어진 바다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리스본의 낡고 오래된 건물들을 예쁘고 정감 있게 만드는 것은 포르투갈 특유의 아줄레주 장식이다. 아줄레주는 흔히 생각하는 타일과는 비교가 안 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각각의 문양을 담은 조각 결합이 일반적이지만 캔버스처럼 그림 작품의 도화지가 되기도 한다.
아줄레주는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했던 마누엘 1세가 이슬람 문양의 타일 모양에 매료되어 자신의 궁전에 푸른 타일 장식을 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포르투갈 특유의 모양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대지진 이후에는 불에 강한 건축 재료로 아줄레주를 사용하면서 일상적인 장식이 되었다. 지금은 포르투갈 어디에서든 아줄레주 장식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 곳곳의 기념품 가게 최고 인기 아이템 역시 아줄레주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핸드메이드로 예술 작품을 만든 작가들의 아줄레주도 인기다.
상 조르제 성에서 와인 한 잔
알파마 지구의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는 상 조르제 성(St. George’s Castle)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이다. 과거에는 군사 요새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가 감옥으로도 잠시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리스본의 7개 언덕 중 가장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한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곳 전망 공원 벤치에는 잔술을 파는 와인트럭이 있다. 노을 지는 리스본 시내 풍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와인 한잔은 그렇지 않아도 깊은 단맛의 포르토 와인을 더욱 꿀맛 나게 한다.
28번 트램 타기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트램이 많지만 리스본의 트램은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낡고 고풍스러운 모습 그대로여서 유별나다. 특히 노란색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주요 관광지인 알파마 지구 언덕 곳곳을 거쳐 바이샤 지구와 바이루알투 지구까지 운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관광지를 만날 수 있다.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아 항상 붐빈다. 지금도 1901년에 만들어진 노선 그대로 운행한다는데, 막히는 시간 없이 가파른 언덕 위 골목 구석까지 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 속도가 버스보다 빠르지 않아 주변 경관을 눈으로 감상하기도 좋고, 사진을 찍기도 좋다. 1일 대중교통 카드인 비바(VIVA) 카드를 구입하면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에서 야경 감상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여행객은 다시 리스본 최고의 쇼핑거리인 아우구스타 거리로 향한다. 이 거리 사이로 우뚝 솟은 철제 엘리베이터가 시선을 압도한다. 바로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Santa Justa Elevador). 100년이 넘은 엘리베이터이다. 에펠탑을 만든 에펠의 제자가 만들었다는 독특한 철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마치 오래된 마차 같은 목재 엘리베이터 2대가 균형을 이루어 운행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45m 전망대에 오르면 로시우 광장은 물론이고 테주 강이며 상 조르제 성이 한눈에 보인다. 따지고 보면 대도시마다 있는 전망 탑이나 스카이라운지보다는 한참 못 미치는 전망대다. 긴 줄을 한참을 기다려 오른 뒤에 철제 원형 계단을 타고 고작 몇 미터 올라가는 데도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리스본 야경을 즐기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파리나 런던 같은 대도시의 화려한 야경과는 사뭇 다른 오밀조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파리, 런던이 아닌 리스본처럼 말이다. 한 가지 팁은 뒤로 돌아 올라가면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넓은 테라스의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 식사를 하면서 엘리베이터와 리스본의 멋진 전망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에그타르트 맛보기
1) 리스본의 골목길을 걷고 싶다면 알파마 지구를 찾으면 된다. 아줄레주로 장식된 작고 예쁜 낡은 집들이 골목 구석구석 가득하다. 2) 성 조르제 성곽. 3) 리스본의 명물인 28번 트램. 4) 산타주스타 엘리베이터를 타고 높이 45m 전망대에 오르면 리스본 특유의 고풍스러운 야경을 만끽할 수 있다. |
리스본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 있다면 바로 에그타르트(Eggtart)다. 에그타르트가 유명한 지역은 홍콩, 마카오 등이 있지만 원조는 포르투갈이다. 리스본에서는 여기저기서 에그타르트를 판다. 웬만한 곳은 다 맛있으니 아무 곳에서나 맛봐도 크게 상관없다. 그중 여행객에게 제일 인기 있는 곳은 제로니무스 수도원 바로 옆에 위치한 ‘파스텔 드 벨렘’이다. 에그타르트의 원조로 알려진 이곳은 1837년 시작해 현재 5대째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게 앞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안쪽에는 넓은 실내공간도 있어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구경하고 찾아가는 필수 코스다. 에그타르트는 수도원에서 수녀복에 풀을 먹일 때 달걀흰자를 사용하고 남은 노른자를 이용해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맛이 강해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것도 좋다.
파두 감상하며 와인 한 잔
파두(FADO)는 우리나라 아리랑 같은 포르투갈의 민속음악이다. 그 곡조가 애를 끊는 듯 처절한데 파두라는 말도 라틴어 ‘Fatum(숙명)’에서 왔다. 대항해 시대 청년들이 기회를 찾아 신대륙으로 떠난 뒤 항구에 남은 가족들이 뿌린 눈물과 탄식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창법, 전통 기타인 기타라 반주, 숙명론적인 가사 등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포르투갈 여가수 베빈다의 노래가 광고와 드라마 등에 삽입되면서 알려졌다. 인기 TV드라마였던 <고독>의 이미숙 테마곡인 ‘아마데우(amadeu)’,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의 번안곡인 ‘자 에스타(ja esta·이젠 됐어요)’ 등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곡이다.
스페인의 플라멩코와 아리랑은 확실히 다르다. 반면 포르투갈의 파두는 우리의 아리랑을 떠올리게 한다. 포르투갈 도시의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분명 우리와 다른 사람과 풍경이지만 우리의 70년대 시골 향수를 자극하는 묘한 느낌이 있다. 유럽과 아시아로 이어진 대륙의 동쪽과 서쪽 끝으로 거리상으로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지만 정서는 오히려 유럽 어디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그 연결고리의 하나가 파두일 거라는 생각이다.
파두 공연은 리스본 어디에서든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작은 레스토랑이나 바에서도 간단한 파두 공연을 볼 수 있다. 전문 공연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수준급 실력을 선보인다.
대항해 시대 흔적 찾기, 벨렘 지구 & 제로니무스 수도원
리스본 서쪽 끝에 위치한 벨렘 지구는 포르투갈 전성기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역사적인 관광지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벨렘탑, 발견 기념탑 등 테주 강변을 따라 줄지어 있다. 한 면의 길이가 300m 이르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리스본 최고의 인기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만큼 리스본을 찾는 여행객의 필수 코스다. 물론 유럽의 거대한 성당들에 비하면 기대할 건 없다. 정원이 아름다운 수도원 건축물 정도인데다 그나마 절반 이상은 내부 수리 등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 테주 강변에는 16세기 포르투갈 전성기에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 세계 일주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벨렘탑이 있다. 이곳에서 식민지로 항해를 떠나는 선박들을 감시했고, 한때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감옥으로도 활용됐다. 벨렘탑에 올라서면 넓게 펼쳐진 테주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벨렘탑 인근에는 1922년 포르투갈에서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한 수상비행기 모형탑이 있다. 당시 브라질 리우데자이로까지 3000㎞를 날아갔다고 한다.
1) 기념품 가게의 에그타르트. 리스본 어디에서든 맛있다. 반면 아줄레주와 함께 선물용으로 인기 최고인 ‘오일 정어리 통조림’은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아 보였다. 2) 제로니무스 수도원 앞 테주 강변의 벨렘탑. 16세기 포르투갈의 전성시대에 희망봉을 돌아 인도 항로를 개척한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의 세계 일주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탑이다. 3) 한 면의 길이가 300m이르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리스본 최고의 인기 관광지로 꼽힌다. |
덧붙이자면, 리스본의 인상은 기자에겐 두 가지 에피소드로 기억된다. 리스본 여행 첫날 상 조르제 성을 올라갈 때였다.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다 작은 골목길로 이어진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오래된 낡은 집들 사이 공터에 이름 모를 작가가 설치해놓은 예술 작품들에 집중하고 있었다. 조악하지만 그런 빈터에 창작 작품을 전시해놓은 게 신선했다.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뒷주머니에서 뭔가 ‘으쓱한’ 신호가 왔다. 순간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크지 않은 키에 조금은 마른 전형적인 포르투갈 아저씨가 내 뒤에 바짝 붙어있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막 내 바지 뒷주머니에서 손이 빠져나오는 참이었다. 갑작스러운 시선에 나보다 더 놀랜 건 그 도둑이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다 꺼낸 지갑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려는 듯 잠시 내 눈길을 피해 주위를 둘러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앞을 지나갔다. 나 역시 경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도둑이야’ 하고 큰소리를 질러야 하나. 아니면 만만해 보이는 소매치기의 면상을 냅다 갈겨야 하나. 그러나 다른 일당에게 보복이라도 당하는 건 아닌가. 그도 저도 아니면 카메라라도 꺼내 이들의 면상을 찍어 포르투갈 도둑이라고 전 세계에 소셜미디어로 공개 수배를 해야 하나.
휴대폰을 꺼내 들고 소매치기를 몇 발자국 따라가자 아니나 다를까 어디서 나타났는지 또 다른 덩치 큰 녀석이 그 도둑과 함께 종종걸음으로 골목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뒷모습이라도 찍으려는데 더 황당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동네 주민인 듯한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짧은 영어로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그들은 프로들이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 ‘지갑이나 가방은 앞쪽으로 메라’ 같은 얘기였다. 연신 ‘예스’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리 고맙지만은 않았다. 이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봤다는 소리 아닌가. 그에게는 동양의 이방인이 지갑을 잃어버리든 말든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지켜보다 상황이 다 끝난 뒤 그제야 나타나 점잖은 충고를 하는 게 그의 역할인 것처럼 들렸다.
숱하게 유럽여행을 다녔지만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 습관은 변함없었다. 집시 소매치기한테 당했다는 둥 온갖 이야기를 들었어도 한 번도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과장된 이야기일 뿐이라 눙치곤 했다. 결국 유명 관광지에서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고 다닌 기자가 문제였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소매치기도 너무 어수룩한 게 아닌가. 무슨 프로들이 다 꺼낸 지갑을 떨어뜨리고, 게다가 들키자 무안한 듯 시선을 피하는 표정이라니! 아직은 순진하고 약간 서투른 ‘초보 도둑’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시내를 혼자 돌아다닐 때였다. 수도원 뒷골목을 돌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무리의 서양 관광객이 몰려왔다. 젊은 가이드가 열심히 수도원 지붕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시내 투어 가이드였다. 한동안 그 가이드의 설명을 귀동냥하고 있으니 그가 갑자기 내게 말을 건넸다. 시내 투어에 합류할 거냐고. 얼떨결에 ‘오케이’를 했다. “어디서 왔냐”고 해서 “코리아”라고 하니 “노스코리아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일행들과 웃자고 하는 농담이었지만 유럽여행에서 현지인과 이야기할 때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자연스레 쓰는 ‘노스코리아에서 왔냐’는 질문은 이제 너무 흔하다. 하긴 TV방송에 코리아 소식은 북한 김정은과 관련된 뉴스 일색이다. 리스본 여행 당시 포르투갈 국내 채널에서 방영한 주요 뉴스 중 하나가 ‘북한군의 판문점 귀순 총격사건’이었다. 유럽 동쪽 끝의 나라에서 아시아 서쪽 끝의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그리 궁금해하는 것도 신기했다.
투어는 리스본 시내 곳곳의 골목길을 걸어 다니며 진행됐다. 입장료를 내는 주요 관광지는 들어가지 않고 골목길과 무료 관광지 위주였다. 뒷골목을 돌며 포르투갈 현지 생활과 역사를 나름대로는 자세히 설명하는 것 같았다. 가이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름 진지했다. 화려한 관광지만이 아닌 리스본의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2시간 정도 따라 다녔다. 전망대 공원에서 헤어질 때였다. 가이드가 모두를 불러 모은 뒤 공손하게 작별 인사를 했다. 각자 흩어지려는데 모두가 가이드에게 팁을 주었다. ‘공짜로 자원봉사 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에 나도 20유로를 지갑에서 꺼냈다. 그런데 팁을 주고받는 과정이 재밌다. 한결같이 감사의 작별 악수를 하면서 몰래 감추듯이 팁을 건네는 거였다. 가이드 역시 팁을 받자마저 얼른 감추며 꼬깃꼬깃 호주머니에 넣었다. 기자도 20유로를 둘둘 말아 악수하며 건넸다. 가이드는 역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재빠르게 팁을 받아 감추듯 집어넣었다. 그 순간의 얼굴 표정이 미묘했다. 으레 받는 것임에도 그렇다고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받는 건 아니고… 조금은 복합적인 상황이었다. 한편으론 동행한 일행이 모두 8팀 정도였으니까 2~3시간 가이드로 족히 200유로 넘게 챙기다니 ‘썩 괜찮은’ 돈벌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리스본에서 겪은 두 가지 에피소드를 조금 비약해보면, 포르투갈 사람들은 아직 순박한 것 같다. 그렇다고 마냥 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서유럽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데다 급속히 고령화되어가는 노인들의 나라라는 현실적인 경제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페인 못지않게 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를 거느렸던 포르투갈이 마지막으로 반환한 식민지는 1999년 12월 중국에 반환한 마카오였다. 이로써 500년 동안 세계를 호령하던 포르투갈 제국은 막을 내렸다. 쇠락한 제국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모습은 도시 풍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남아있는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인 여행자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매력적인 여행지로 남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