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5시 영국 런던 금융가(街) 중심에 있는 드레이퍼스홀. 경영학계의 오스카(Oscar)상으로 불리는 ‘싱커스(thinkers) 50’ 행사가 한창이었다.
현대 경영학의 최고 권위자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 교수, 경영 전략의 대가(大家) 데이브 얼리치 미국 미시간대 교수 등 경영 구루(guru) 5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샴페인을 마시며 대화 중이었다.
그때 홀으로 나비넥타이를 맨 한 중국인 남자가 들어왔다. 키는 180㎝ 정도,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그를 본 사람들은 일제히 하던 대화를 중단하고 그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 세계의 경영학 구루들이 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섰고, 기자들은 한마디라도 대화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그를 에워쌌다. 그가 영어를 못하자, 모인 사람들은 피부색이 같은 기자에게 “통역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불행히도 기자도 중국어를 전혀 몰랐다.)
통역이 오자 위키노믹스 창시자 돈 탭스콧 회장은 만나서 반갑다며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탭스콧 회장에게 “당신 책 잘 읽었다.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183년 역사를 자랑하듯 천장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샹들리에가, 벽에는 역대 왕들의 초상화가 걸린 고풍스러운 연회장이 순식간에 한 사람을 위한 장소가 된 듯했다.
현대 경영학의 최고 권위자 헨리 민츠버그 맥길대 교수, 경영 전략의 대가(大家) 데이브 얼리치 미국 미시간대 교수 등 경영 구루(guru) 5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샴페인을 마시며 대화 중이었다.
그때 홀으로 나비넥타이를 맨 한 중국인 남자가 들어왔다. 키는 180㎝ 정도,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그를 본 사람들은 일제히 하던 대화를 중단하고 그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 세계의 경영학 구루들이 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줄을 섰고, 기자들은 한마디라도 대화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그를 에워쌌다. 그가 영어를 못하자, 모인 사람들은 피부색이 같은 기자에게 “통역 좀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불행히도 기자도 중국어를 전혀 몰랐다.)
통역이 오자 위키노믹스 창시자 돈 탭스콧 회장은 만나서 반갑다며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탭스콧 회장에게 “당신 책 잘 읽었다.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183년 역사를 자랑하듯 천장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샹들리에가, 벽에는 역대 왕들의 초상화가 걸린 고풍스러운 연회장이 순식간에 한 사람을 위한 장소가 된 듯했다.
- 장루이민 하이얼 회장. /조선일보DB
싱커스는 그의 시상 이유로 “중국식 사고방식과 서구식 경영 시스템의 결합으로 완벽한 기업 혁신 모델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싱커스 50의 공동 창립자 데스 디어러브는 “경영학은 더 이상 서구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올해 우리는 세계 경영의 중심에 중국이 있음을 장 회장을 통해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클리비즈는 하이얼이 세계 4위이던 2007년에 국내 언론 최초로 장 회장과 인터뷰한 일이 있다. <본지 2007년 3월 3일자 참조> 당시 장 회장은 “고객 중심 제품으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며 “중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후 2012년 하이얼은 전 세계 가전 부문에서 미국 월풀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됐고(유로모니터 기준), 장 회장은 중국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뉴스위크, 보스턴컨설팅이 선정한 세계 10대 혁신 기업, 포천지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22위. 장 회장과 하이얼이 받은 수상 이력을 다 적기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1984년에만 해도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다 쓰러져가던 작은 냉장고 공장이 어떻게 30년 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일까. 마오쩌둥(毛澤東) 문화대혁명 시기에 공장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어떻게 세계 경영인들의 존경을 받는 리더가 됐을까.
―경쟁이 치열한 가전 부문에서 후발 주자로 정상에 오른 비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업 경영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질문만이 있을 뿐입니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적절한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 경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리더들은 형식적으로 경영을 하고, 직원들은 보여주기 식으로만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영혼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늘 직원들에게 하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하만물은 유에서 시작됐고, 유는 무에서 시작됐다(天下萬物生于有 有生于無)’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경영에 대한 답은 주로 어디서 구하나요?
“주로 200년이 넘는 기업 역사에서 배웁니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자가 승리한다’였습니다. 포드가 대규모 자동차 조립 라인을 만든 것은 빨리 차를 사길 원하던 고객의 욕구를 반영한 것입니다. 포드의 효율과 속도는 제가 하이얼을 경영하는 데 중요한 원칙 중 하나입니다. 1980년대 고객들은 제대로 만들어진 물건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장인정신을 강조한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성공한 것은 이 때문입니다. 도요타의 품질 경영 역시 하이얼의 제1원칙 중 하나입니다.” <②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