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 이의철의 현미채식 처방전 지난 달 유명한 과학저널 ‘세포대사(Cell Metabolism)’에 두 편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 연구는 미국의 성인들을 대상으로 단백질 섭취량과 사망률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호주에서 900여 마리의 쥐를 대상으로 25가지 식사유형에 따른 건강상태를 관찰한 연구였다.
공교롭게도 두 연구의 결론은 같았다. 단백질을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 특히 첫 번째 연구의 책임자인 발터 롱고(Valter D. Longo) 박사는 “고단백식, 특히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담배만큼 해롭다”라고까지 말을 한다.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들
수명과 다양한 만성질환에 대한 연구에서, 성인기 인슐린과 IGF-1(인슐린유사 성장인자) 활성 증가가 수명단축(노화촉진)과 다양한 질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의학 및 생물학계에서는 상식이다. 만약 어떤 요인이 이들의 활성을 증가시킨다면 그것은 인간의 건강에 위험요인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최근 발표된 두 연구 모두 단백질이 건강과 수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과정에서 인슐린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실제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지 등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검토했다.
단백질 10% 미만 VS 20% 이상 첫 번째 연구는 50세 이상 미국인 6,381명을 1997년부터 18년간 추적관찰하면서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사망률 차이를 조사했다. 결과는 65세 이하인 경우 단백질을 전체 열량의 20% 이상 섭취하는 집단이 10% 미만 섭취하는 집단에 비해 사망률이 71% 높았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4.3배 높았다.
한편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총 열량 대비)의 효과를 추가로 평가했을 때, 전체 열량 중 동물성 단백질에 의한 열량이 1%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이 3% 상승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은 사망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고단백, 암성장 촉진
연구진은 사망률 중 특히 암 사망률이 단백질을 10% 이상 섭취하는 군에서 높게 나온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 쥐에게 피부암 세포와 유방암 세포를 이식하고 우유 단백질을 전체 열량 대비 18%와 4% 공급하면서 암세포의 성장을 관찰했다.
우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모든 쥐에서 피부암 세포가 종양으로 발전했을 때 단백질을 적게 섭취한 쥐에서는 80%만 종양으로 발전하고, 10%에서는 이후에도 종양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전체 피부암 크기도 우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쥐에서 훨씬 더 컸다. 이런 경향은 유방암에서도 같게 관찰됐다.
단백질을 많이 먹은 쥐는 모두 종양이 발생하였지만, 같은 시기 단백질을 적게 먹은 쥐는 70%에서만 종양이 발생했고, 20%에서는 이후에도 종양이 발생하지 않았다. 전체 유방암 크기도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 쥐에서 더 컸다. 단백질을 적게 섭취할 경우 암세포가 암 덩어리로 더 적게 발전하고, 그 속도도 느리고, 최종적인 암의 크기 또한 작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최적의 비율
건강을 위한 식단이 무엇인지 누군가 묻는다면, 많은 전문가는 ‘균형 있는 식단’이라고 답을 한다. 하지만 무엇이 ‘균형 있는 식단’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연구는 바로 이 균형이 무엇인지 찾기 위한 연구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최적 비율 그리고 적절한 열량까지.
연구진은 건강과 장수에 가장 좋은 3대 영양소 비율을 찾기 위해 10가지 유형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 비율에 따른 수명과 건강상태를 비교하고, 각각의 비율에 열량을 높이고, 줄이며 관찰했다. 이렇게 해서 총 25가지 식단에 따른 건강상태를 3년간 관찰했다. 경우의 수만 따지더라도 매우 방대한 연구다.
연구의 최종 결론은 이렇다. 3대 영양소의 비율이 지방 20% 미만, 단백질 5~15%, 탄수화물 65~75% 일 때 오래 살고, 대사기능도 가장 좋다.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고, 단백질을 적게 섭취한 쥐들이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단백질을 적게 섭취한 쥐들에 비해 수명이 50% 가량 더 길었다. 150주와 100주. 쥐의 일생에서 50주는 사람의 30년 정도에 해당한다.
고단백, 체중은 줄이나 수명은 단축
한편, 이번 연구에서 고단백식을 한 쥐들은 먹이를 적게 먹고, 체지방이 가장 적었다. 언뜻 보면 이런 소견은 ‘저탄수화물-고단백 다이어트’의 효과를 입증하는 듯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쥐들은 먹이를 적게 먹고, 체지방이 적은 반면 노년의 심장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수명이 감소했다. ‘단백질 셰이크’를 먹으면 당장에 눈에 띄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지만, 오래지속할 경우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작년 3월엔 장기간 저탄수화물-고단백 식단을 유지할 경우 전체 사망률이 증가하고, 심장질환 사망률 역시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비건 2014년 3월호 [저탄수화물, 위험한 다이어트] 참고) 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도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혈압,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감마지티피 모두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또 최근 동물실험에서 수명 연장효과로 주목받고 있는 저열량식이(사람에서는 1일1식, 간헐적 단식과 같은 류)는 수명연장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과거에 발표된 연구결과들과 가장 최근에 발표된 것까지 종합해보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단백질 섭취량은 섭취 열량의 10%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이보다 많은 단백질을 섭취할 경우 암 및 심장질환, 당뇨병 발생으로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지방 섭취량도 섭취 열량의 20%를 넘지 않게, 더 좋게는 10% 수준 가까이 낮추는 것이 좋다. 식단의 단백질 함량이 줄어들면 음식을 많이 먹게 될 수 있는데, 이때 식단의 지방 함량이 높으면 열량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고, 그로 인한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고, 최종적으로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결국, 열량의 대부분은 현미와 생과일, 채소 등 건강한 탄수화물로 채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사실 10% 단백질 섭취 기준은 채식하지 않고서는 지키기 힘들다. 현미만 하더라도 단백질 함량이 8%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약간의 동물성 식품을 먹으면 금세 10%를 초과하게 된다.
한편,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단백질 소화흡수율이 떨어져 급격하게 체중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단백질 섭취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추가로 보충할 단백질은 동물성보다는 식물성 급원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