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화천대유 (14) ]
(대유괘 대의)
* 괘명과 괘서
대유는 위에 화 (리)가 있고 아래에 천 (건)이 있는 괘상으로, 해가 중천에 걸린 상이니 '화천대유'이다. 대유는 크게 소유함을 이른다. 괘체로 볼때도 아래의 건이 '대'가 되고, 육오 일음 (월)이 군위에 처하여 큰 양들을 모두 사귀어 (예)거느리니 '유 (예 + 월)가 나온다.
--------------------
유는 일음인 육오(월)가 뭍 양효와 사귐(예)을 뜻한다.
육오가 유약하나 인군으로서 큰 양들을 더불어 이끄는 뜻이 있다.
(예: 다스릴 예)
* 대유=대 + 예 + 월
--------------------
사람과 더불어 함께하면 자연히 큰 성과를 거두게 되므로 동인괘 다음에 대유괘를 두었다. 괘명에도 나타난 바와 같이 대유는 14번째 괘로서 기망 (14일)에 대한 뜻도 있으니, 달이 보름이 되면 이미 기울어지게 되므로 풍대한 대유괘를 14번째에 둔 것이다.
* 괘덕과 괘상
안으로는 강건하고 밖으로는 문명한 상으로, 일중하여 모든 만물을 비추는 상이다. 육오 음이 존귀한 군위에 올라, 상하의 뭍 양들과 응하니 크게 형통하다. 건 구오가 변하면 대유가 되니 건 구오의 선후천 변화가 대유로써 나타난다. 즉 건 구오는 가장 큰 괘의 주효로서 모든 괘효를 거느리는 형이상적인 황극 (체)이며, 이 황극이 유극을 세움 (황건기유극, '서경 홍범 오황극')으로써 대유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 건의 비용재천하는 구오효의 구와 오를 합한 것이 14이니 대유의 괘서와도 같다.
* 관련된 괘와의 비교
1) 도전괘, 착종괘: 천화동인
서로 뜻을 함께하여 나아가는 가운데 대유한 세상이 이르게 된다.
2) 호괘: 택천쾌
결단할 것을 결단하여 악을 막고 선을 드날림으로써, 군자의 도가 장한 대유의 세상을 이루게 된다.
3) 배합괘: 수지비
대유는 남중하여 밖으로 천하를 공유하는 것이고, 비는 안으로 상하가 서로 도와 (비괘는 체, 대유괘는 용) 근본 중심 (극)을 세우는 것이다.
(본문강해)
대유는 원형하니라.
1) 대유는 크게 형통하니라.
원: 클 원
2) 뜻풀이
대유는 사대괘 (대유, 대축, 대과, 대장) 가운데 하나로서, 하늘 위에서 태양이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상이므로 크게 형통하다. 건괘문언전에 "원은 선지장야"라 하였으므로 "원형"을 크게 착하고 형통하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모든 양효 가운데 육오가 홀로 음으로서 군도를 행하여 나가는 것이므로, 착하게 (유순지덕) 다른 양효를 이끌어야 형통한 것이다.
#1 괘사에 '원형'을 말한 괘는 화천대유, 산풍고, 지풍승, 화풍정의 네괘이다.
단왈대유는 유 득존위하고 대중이상하 응지할새 왈대유니
기덕이 강건이문명하고 응호천이시행이라 시이원형하니라.
1) 단에 가로되 대유는 부드러운 것이 존귀한 위를 얻고 크게 가운데 하여, 위와 아래가 (육오에) 응함에 가로되 대유니, 그 덕이 강건해서 문명하고, 하늘에 응하여 때로 행함이라. 이로써 원형하니라.
2) 뜻풀이: 대유는 육오가 음으로써 존위에 거하여 중을 얻으니, 상구, 구사, 구삼, 구이, 초구의 다섯 양이 위와 아래에서 모두 육오에게 응하고, 또 그 둔 것이 모두 양이니 대유이다 (대유 유득존위 대중이상하 응지 왈대유). 그 덕이 하괘는 건으로 강건하고 상괘는 리로 문명하며 (기덕 강건이문명), 육오가 하괘 건 (구이)에 응하여 때에 따라 덕을 행하니 (응호천이시행), 크게 (선하고) 형통한 것이다 (시이원형).
#1 원형: 괘사와 단전에 모두 '원형'이라고 한 것은 사덕의 하나로 본 것이니, 원에는 시, 선지장야의 뜻이 있다 (장: 착한 것의 어른이니 '선'이 아닌 '대선'이 된다). 그러므로 크게 선하고 형통하다는 뜻이 된다.
#2 대중이란 대유지중이란 뜻으로, 존위이기 때문에 동인괘와 같이 '득중'이라고 아니하고 '대중'이라 하였다. '존위'라고 한 것도 같은 이치다.
#3 동인괘는 '문명이건'이라하여 문명을 앞세운 것은 동인에 앞서 먼저 문명한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대유괘에 '건이문명'이라하여 건을 먼저 말한 것은 정치를 함에는 먼저 강건한 재덕으로 다스려야 뒤에 문명해진다는 뜻이다.
--------------------
* 중과 대소
소축괘는 오양일음의 괘로, 손의 일음 (육사)이 주효인 까닭에 '소'라고 했다. 그런데 대유괘도 리의 일음 (육오)이 주효인데 '대'라고 한 것은 손의 일음은 사위 (부중)에 있으면서 상하 오양을 그치게 하고자 하니 그 세를 거슬려 (역) 어렵고, 리의 일음은 오위 (덕중)에 있으면서 위와 아래에 오양을 두니 (유) 그 세가 순하여 쉬운 까닭이다. 즉 중을 얻고 못 얻음에 따라 괘명에 대, 소의 나뉨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소축괘 괘사의 "형"은 육사가 아닌 상하 오양에 해당하며, 대유괘 괘사의 "원형"은 상하 오양이 아닌 육오에 해당하는 말이다.
--------------------
상왈화재천상이 대유니 군자 이하야
알악양선하야 순천휴명하나니라.
1) 상에 가로되 불이 하늘위에 있는 것이 대유니, 군자가 이로써 악한 것을 막고 선한 것을 드날려서 하늘의 아름다운 명을 따르느니라.
알: 막을 알 양: 드날릴 양 순: 따를 순, 순할 순 휴: 아름다울 휴
2) 뜻풀이: 물건이 커지면 선과 악, 옳고 그름이 섞이게 되는 것이다. 해가 하늘 높이 떠 밝게 비추지 않음이 없으니 (선악을 가리지 않고 비추니) 대유가 되는 것이다. 군자가 이러한 상을 본받아 가리지 않고 비추되, 선악을 밝게 분별해서, 악한 것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막고, 선한 것은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 하늘의 명에 따르는 것이다. 또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품은 본디 착한 것이니, 욕심이 싹트지 않도록 하여 천명을 보존하는 것이 '알악양선'이다. 맹자의 사상도 한마디로 요 약한다면, '알인욕 존천리'인 것이다.
초구는 무교해니 비구나 간즉무구리라.
상왈대유초구는 무교해야라
1) 초구는 해로운 데에 사귐이 없으니 허물이 아니나, 어렵게 하면 허물이 없으리라.
상에 가로되 '대유의 초구'는 해로운데 사귐이 없느니라.
해: 해로울 해 간: 어려울 간
2) 뜻풀이: 초구는 구이와 상비관계도 아니고 위로 정응도 없으니 사귐이 없는데다 (무교해), 양이 양자리에 있으니 허물이 없는 것이다 (비구). '간즉무구'라 함은, 지금은 비록 크게 두었으나 어려울 때를 생각하여야 한다는 경계사이다.
#1 무교해: 초구가 동하면 손하절이니 사귀지 않고 숨은 뜻이 있고, 또 숨지 않고 사귀더라도 손은 '근리시삼배'니 이익을 보는 것이다.
구이는 대거이재니 유유왕하야 무구리라.
상왈대거이재는 적중불패야라.
1) 구이는 큰 수레로써 실음이니 갈 바를 두어 허물이 없으리라.
상에 가로되 '대거이재'는 가운데 쌓아서 패하지 않음이라.
거: 수레 거 재: 실을 재 유: 바 유
2) 뜻풀이: 양강한 구이가 중을 얻어 위로 육오와 정응이 되니, 육오 인군의 명을 받아 바르게 행하는 자이다 (대거이재). 양은 강건하니 재질이 뛰어난 것이고, 음의 부드러운 자리에 있으니 위로 육오의 명을 순히 따르는 것이며, 중을 얻었으니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것이므로, 능히 대유의 임무를 맡아 행하여 허물이 없는 것이다 (유유왕 무구). '적중불패'라고 한 것은 구이가 중임을 맡았어도 강건하고 득중한 재질로 임무를 완수한다는 것이다.
#1 구이가 동하면 이허중 (여)이니 수레가 나오고, 또 하괘를 배합하면 곤삼절 (대여)이니 '대거'가 된다. 구이는 양이고 양은 위로 올라가는 뜻이 있으니 '유유왕'이다.
구삼은 공용향우천자니 소인은 불극이니라.
상왈공용향우천자는 소인은 해야리라.
1) 구삼은 공이 천자에게 바침이니, 소인은 능하지 못하느니라.
상에 가로되 '공용향우천자'는 소인은 해로우리라.
형: 형통할 형, 제사지낼 향, 여기서는 바칠 향 극: 능할 극
2) 뜻풀이: 구삼은 하괘의 위에 있으니, 외신인 제후의 자리이다. 대유의 풍성한 때에 제후가 마땅히 천자에게 공물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공용향우천자), 소인은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때문에 제후로서의 역할을 못하여 화를 입으니 해로운 것이다 (소인불극, 해야).
#1 구삼이 동하면 태상절이니, 제사지내고 바친다는 향이 나온다.
#2 구삼은 양이 양자리에 있는 현명한 제후이므로 천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상이다.
#3 정자는 '향'을 형통으로 보고, 용을 바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즉 모든 만물은 천자의 것이므로, 천자에게 공물을 바쳐 형통하다는 뜻이니 결과는 같다.
구사는 비기방이면 무구리라.
상왈비기방무구는 명변제야라.
1) 구사는 그 차지 않으면 허물이 없으리라.
상에 가로되 '비기방무구'는 밝게 분별하는 지혜라.
방: 찰 방 제: 지혜 제
2) 뜻풀이: 구사는 대신자리에 있는 양강한 신하이다. '방'은 성해서 많은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래의 건삼련이 바로 거마의 성대한 모양 (건위마)이니, 대유의 때에 그 풍부함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이에 더 이상 채우려 하지 않고 위로 육오 인군에게 그 부를 바치면 허물이 없는 것이니 (비기방 무구), 이는 상괘의 이허중으로 밝게 판단한 결과이다 (명변제야).
#1 구사가 동하면 대유이니 크게 쌓는 것이다. 위의 간상련으로 자신의 사욕을 그쳐 멀리하는 것이다.
--------------------
* 주공과 백치
위상씨가 주공이 섭정을 잘해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얀 꿩 (백치)을 바치면서 "하늘에는 드센 바람과 음란한 비가 오지 않고, 바다에는 파도가 3년 동안 거칠지 않으니, 생각컨대 중국에 성인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라고 말하니, 주공이 이를 받지 않고 여러 왕들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내가 아니다, 천자 (성왕)이시다"라고 하니, 이것이 '비기방무구명변제야'인 것이다. 주나라는 성왕때 정치가 잘 되었는데, 실질적으로는 주공이 이룬 것이다. 그러나 주공이 자신의 공을 스스로 이렇게 사양하니 명철히 판단하는 지혜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
육오는 궐부 교여니 위여면 길하리라.
상왈궐부교여는 신이발지야오 위여지길은 이이무비야일새라.
1) 육오는 그 믿음이 사귀니 위엄이 있으면 길하리라.
상에 가로되 '궐부교여'는 믿음으로써 뜻을 발함이요, '위여지길'은 쉽게하면 갖추지 못함이라.
궐: 그 궐 위: 위엄 위 이: 쉬울 이 비: 갖출 비
2) 뜻풀이: 육오는 유가 존위에 있고 리체의 중을 얻어 문명한 덕이 있으니, '대유'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육오 인군이 허로써 중을 지키며 아래 신하들을 대하고, 신하들도 신의와 성실로써 인군을 섬기니, 이것이 믿음으로써 뜻을 발하는 것이다 (궐부교여 신이발지야). 그러나 유순허중만으로 행하면, 오히려 신하들이 쉽게 보아 태만해지고 능멸히 여기는 자가 나올 수 있으므로, 육오가 인군으로서의 위엄을 갖추어 방비하면 길한 것이다 (위여지길 이이무비야).
#1 상괘가 이허중이니, 그 중이 비어서 '부'가 되는 것이며, 육오가 동하면 건삼련이니 '위'가 나온다.
#2 대유의 '유'는 육오를 두고 한 말이다. (육오: 월 (음효), 교: 예 (효야))
#3 육오가 믿음으로써 모든 양효를 사귀면, 다른 모든 양들도 육오를 따르게 되므로 육오의 뜻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육오가 쉽게만 (부드럽고 순함으로써만) 처신하면 인군으로서의 위엄과 체통을 갖추지 못하게 된다.
상구는 자천우지라 길무불리로다.
상왈대유상길은 자천우야라.
1) 상구는 하늘로부터 돕는지라.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도다.
상에 가로되 '대유의 상구가 길함'은 하늘로부터 도움이라.
자: 어조사-로부터, 스스로 자 우: 도울 우
2) 뜻풀이
상구는 대유괘의 끝에 있고 위가 없는 자리이니, 그 가짐 (유)이 없는 것이다. 리괘의 제일 위에 있으니 지극히 밝고, 강양한 재질이 있으나, 1) 자기 자신을 억제하여 육오 인군에게 순종하니, 지극히 겸손하여 순리를 따르는 것이고 (사순), 2) 또 육오가 부신의 덕이 있으니, 그 위에 있는 상구는 '응신'의 상이며, 3) 대유의 때에 위를 두지 않고, 그 뜻을 숭상하며 어진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니 '상현'의
상이다. 효에 이 세가지 덕이 있으므로 하늘로부터 도움이 있어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자는 "가득차도 넘치지 않으므로 (만이불일) 하늘이 돕는다"고 했다.
#1 공자께서는 이 효를 중시하여 계사전에 다시 언급하셨다. "역왈자천우지라 길무불리라하니 자왈우자는 조야니 천지소조자순야오 인지소조자언야니 이신사호순하고 우이상현야라 시이자천우지길무불리야라 (계사상전12장)."
* 춘추좌전점례
#1 대유지건 (대유괘 육오효가 동함, 민공 2년)
성계 (성계: 민공의 서형)가 태어날 때 환공 (환공)이 복초구 (복초구: 노나라의 복서를 맡은 대부)의 아비를 시켜 복하게 했더니, 점하여 말하기를 "남자인데, 그 이름은 '우'이고 공의 오른쪽에 있으면서 공실을 보좌할 것이며, 계씨 (성계)가 죽을 때 노나라는 쇠할 것입니다."라 하고, 또 서를 해서 대유지건이 나왔는데 "아비를 더불어 회복시킬 것이다 (건은 군 또는 부인데, 상괘 리가 동하여 건이 되니 군, 부를 회복시키는 것이다.) 공경받기를 인군과 같이 될 것이다."라 하였다. (건은 인군이니 만인이 우러러 공경하는 것인데, 육오가 동하여 건이 되었으니 인군과 같이 공경을 받는 것이다. 뒤에 성계가 회공 (회공)을 위험으로부터 구하고 인군이 되게 하니, 공실을 보좌하며 종묘사직을 구한 것이 되었으며, 그 공으로 인군과 같이 공경을 받게 되었다.)
#2 대유지규 (대유괘 구삼효가 동함, 희공 25년) 왕자 대 (천자인 양왕의 동생)의 난을 피해 정나라에 있던 천자를 다시 환도시키려고, 태의 후인 목공이 하상에 군사를 출동시켰다. 이때 같은 제후였던 진문공이 복언 (복언)을 시켜 환도의 성패에 대해 서를 해서 대유지규를 얻었다. "길합니다. 공이 천자에게 조공과 충성을 바치는 괘입니다. 전쟁에 승리해 왕이 잔치를 벌이니 이보다 더 크게 길함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괘 건삼련은 삼공인데, 변해서 태의 기쁨이 되니 왕이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또 이괘는 하괘 건이 변해 못이 됨으로써 위의 리 태양과 상대하는 상으로, 천자께서 마음을 아래로 하여 공을 맞이하는 것이니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대유괘 역시 같은 뜻입니다."라고 복언이 말했다. (건이 변해 태가 됨으로써 위의 리일이 못물에 반사되니, 이것이 천자가 마음을 아래로 하여 공을 맞아들이는 상이다. 대유괘로 볼때도 또한 건이 이의 아래에 있으니 천자가 마음을 내리는 상이다.) 이 말을 듣고 진문공이 진의 군사를 멈추라 하고, 대신 자신의 군사로 천자를 모신후 왕성으로 들어가 대를 죽이니, 그 공으로 천자로부터 단술을 대접받고 폐백과 영토를 하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