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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생애와 주장
저자는 충남 서천 출생으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대학교와 미국 위치타 주립대학교에서 인문학, 인류학, 문학석사(서양문명사, 사회 고고학)를 전공했다. 한양대학교에서 사회 고고학으로 문학 박사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자연환경을 변화시키면서 만들어낸 문화적 적응의 역사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지닌 생물학적 조건이나 주변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인간이 문화(文化)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이다. 인류학에서 광의의 의미로 문화란 자연환경에 인위적인 행위를 더한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생존 전략으로 자연환경에서 이동하거나 자연을 변형시켰다. 또한 필요에 따라 기술을 발전시키며 적응해왔다. 그 속에서 학습되고, 공유된 사람들의 행위와 가치, 신념,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 등이 양식화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형성된 것이 문화가 된다. 관습적 문화도 집단 안팎으로 전파되고 변용되어 새로운 문화 메커니즘을 만들어간다.
저술의도와 목적
인류학, 역사학, 고고학, 문학, 어학, 철학, 지역학 등 다양한 인문 사회과학에 종사하는 모든 학자나 학생들이 문화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지만, 그것의 개념이나 정의가 명확하게 제시된 사례가 별로 없다. 한국문화를 논하는 많은 수준 높은 논문이나 저술들이 출간되었으나, 그 업적이 약간은 불안하게 보이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런 현상의 이유는 다름 아닌 학문의 기초분야에 대한 연구활동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초가 정립된 후에야 학문의 깊이가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여,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면서도 그 개념이 모호한 ‘문화’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
저자는 문화의 명확한 개념과 연구에 있어 기본적인 이론에 대해 설명하여 문화가 무엇인지 이해시키고자 한다.
도서의 주제 및 요점
문화의 개념과 문화연구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
문화는 개인적인 행동이 아닌 사람들의 집단이나 사회에 범위를 둔 어떤 특정한 생활방식이다. 그 생활방식은 사회성원들에 의해 논증된 행동의 유형으로 구성된 것으로, 외부의 어떤 조사자도 관찰할 수 있는 분명한 행동이다. 그런 유형화되고 양식화된 행동은 미래에 어떤 다른 유형화된 행동을 하도록 이끄는 경향이 있으며, 그러한 경향은 사람들의 기대와 신념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심리적인 행동이나 일상적인 행위 모두 문화로 간주하는 것이다.
문화 개념은 사회과학 특유의 것이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생활방식이나 신념, 가치, 관심 등은 다른 생활방식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동일한 문제가 모든 사회에서 어떤 반응으로 새로이 평가될 때 문화의 연구는 시작된다. 문화 연구의 시작은 사람들의 행위 등을 실제 세계의 어떤 단순화된 표현, ‘모델’에 기초하여 다루게 된다. 문화는 관습적 모델과 분석적 모델 등의 다양한 모델을 사용하여 연구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이론이 형성되었다.
도서 요약
1. 문화, 너의 이름을 불러 줄게! ▶ 문화의 정의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인간이 문화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문화는 사회들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같은 사회 내의 하위집단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양상마저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문화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많은 인류학자들에 의해 수많은 정의가 제시되어 왔지만, 사실 문화만큼 예외적일 정도로 그 개념이 모호한 단어도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문화’란 단어는 영어의 ‘Culture'나 독일어의 ’Kultur'를 번역한 것이다. 이 단어는 원래 라틴어의 Cultus에 그 어원을 두고 있으며, 처음에는 “밭을 갈아 경작한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가 나중에 “가치를 창조한다.”라는 의미로 변화되었다. 그러나 인류학에서 말하는 광의의 의미로서 문화는 자연현상에 인위적 행위가 더해진 모든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변을 보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소변을 보고 싶어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참아야하며,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아야만 한다. 이렇듯 생리현상에 언제, 그리고 어디서 소변을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문화적 행위에 속하는 것이다. 미국의 인류학자인 코탁은 『Anthropoloyg』란 인류학 개론서에서 문화란 사회 성원들에 의해 학습(learned), 공유되고(shared), 양식화되면서(patterned),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것(transmitte)이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문화의 속성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문화는 생물학적으로 유전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학습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공유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체계 아래 문화의 각 부분들은 종합적 전체로서 사회적 기능을 한다. 어떤 개인적인 행동이 그들 사회의 관습에 적합한지 아닌지 인식되지 못한다면, 개인적인 행동은 문화로 단정될 수 없다. 우리가 문화를 언급할 때는 ‘문화의 개념’이라는 어구를 약어로 사용한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특성
일반적으로 관습을 공유하고 있는 집단에서는 그들 스스로 '우리‘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것은 개인이 충성심을 발휘하게 되는 대상들 가운데 가장 큰 범위의 사회적 집단이다.
문화는 전체 인류 사회의 사회적 행위, 신념, 가치 등을 말한다. 물론 각각의 인간사회는 특유한 방식의 삶과 자체의 사회적 특성을 구성하는 행위와 신념의 양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학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문화들에 대한 분석에서 그들 나름대로 여러 견해를 제시해 왔다. 이를 종합해보면 문화는 학습되고 공유되는 것이란 특성 외에도 상징성, 통합성, 합리성, 역동성, 적응성 등의 속성들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는 어떤 특정 사회에서 학습된, 인류의 사회적 유산이다. 사람은 문화를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완전해진다. 새로 태어난 아이는 그가 태어난 사회의 실제적인 관습에 동화하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들은 이런 과정을 문화화(enculturation)라고 부르면서, 어린아이는 학습과정을 통해 그들이 속한 사회나 집단의 문화로 적응하면서 융화되어 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 다른 영장류들과 구별하는 것은 학습을 통해 우리가 더 나은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배울 수 있는 특권을 준 문화라고 하는 거대한 유산이 있다는 점이다. 이 유산은 각각의 사회들마다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어린아이가 그들의 문화를 학습하고, 관습에 동화하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인류학자들은 그런 방법을 공식집단과 비공식집단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산업혁명이전의 아이의 학습과정은 비공식적 상황(부모, 형제, 친척)이나 문화적 규범에서 용인되거나 되지 않은 어떤 행동을 은유적으로 설명하는 우화, 이야기, 전설, 속담, 또는 신화 등에 의해 이루어지도 했다. 산업사회의 학습과정은 부모나 친척들로부터 시작되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 공식적인 교육 체제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공식체계는 제도화되고 계획된 교육방식(단계적인 학교 교육)으로 이루어지며, 대체적으로 상류사회의 지배적 모델로부터 강인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수준의 교육은 지배 엘리트들에 의해 유지되는 문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교육의 일차적 기능은 문화의 규범 속에서 훈련된 사람을 만들어내고, 기대와 신념에 기초한 가정들에 의문을 갖게 될지도 모르는 질문의 과정을 금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비록 구조는 달라도 결국 비공식적 학습행위와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문화’를 단순히 배우는 어떤 지식에 있어 하나의 커다란 총체라는 인상은 갖지 말아야 한다. 비록 같은 사회나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 같은 문화적 전통을 공유한다 해도, 결국 모든 문화는 많은 다양성을 갖고 있다. 즉, 한 문화 안에서도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다. 이로 인해, 문화도 지배적인 문화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하위문화라고 한다.
문화는 현실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과 신념에 대한 규칙과 유형을 경험적으로 다루면서, 우리 자신의 행동을 나타내고, 지정해 주고, 형상화시키는 그 무엇이라고 하겠다. 문화는 통합되고, 상호 연결된 배열이며, 계속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상, 행위, 그리고 다른 생활유형들의 연속체다. 이런 특징은 문화의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나타낸다. 첫째는 문화의 모든 측면은 상호 연결되어 어떤 한쪽의 변화도 통합된 체계의 다른 부분까지 변화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 사례로 ‘이어 요론트’라 불리는 호주의 원주민이 있다. 그들의 초기 도구는 연마된 돌도끼였다. 1930년대 중반에 이 돌도끼는 선교사들에 의해 쇠도끼로 대체되었다. 돌도끼의 생산, 기술, 무역 등에 관한 지식은 이어 요론트족 남성들에게는 남성다움을 나타나게 하는 것이고, 그 도끼 콤플렉스는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계급에 제한된 것이다. 선교사들로부터 전해진 쇠도끼의 다량 분배는 돌도끼에 의해 유지되던 사회적 권위가 훼손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추장의 권위는 급격히 약화되고, 토템의식의 진행 등 필수적이던 행사가 점차 축소되었다. 선교사들의 쇠도끼로 인해 이어 요론트족의 사회적 통합성이 파괴되고, 결국 이어 '요론트족' 문화가 쇠퇴하게 되었다. 둘째로는 문화통합의 결과로 한 사회의 문화적 현상이 합리성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약(藥)에 대한 19세기 서구인들이 가진 생각을 들 수 있다. 서구인들은 관습을 통해 비서구의 원시부족을 무지한 야만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서구인들에게 주어진 가정(假定)과 지식은 절대로 비논리적이거나 어리석은 행위가 아니었다. 그들이 질병에 대해 영혼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고 무지하다 말하지만, 오늘날 서구에서도 생리적 방어 메커니즘을 통한 회복 말고도 정신적 작용이 작동해서 질병이 생긴 것이라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유명한 의사에게 비싼 돈을 들여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행위는 서구인들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원시민들의 관습인 어떤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문화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 상징적 의미를 정당화하는 관습을 연구해야 한다. 이런 측면은 문화가 통합적이고, 학습되고 공유된 것이며, 합리적이고, 상징적이면서 역동적인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문화는 변화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관습은 불변성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는 시간의 흐름에 영향 받고, 시간이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며, 그 새로운 문제는 변화된 행동과 신념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문화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성을 갖게 된다. 특정한 문화에서의 어떤 변화는 환경의 변화와 다른 문화의 접촉이다. 이런 문화의 역동성은 적응성이라는 문화특성과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문화의 기원
인간만이 오직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이다. 문화는 학습된 행위이며, 무작위가 아닌 체계적인 행위이며, 다음 세대로 전승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이 현존 유인원 등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일본 원숭이 마카키 원숭이나 침팬지의 연구 결과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한다는 지금까지의 가설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학자들은 일본의 마카키 원숭이 같은 인간 아닌 다른 영장류의 문화적 행위를 보통 원문화(proto-culture)라고 부르고 있다.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행위를 원문화라고 칭하면서 인류 문화의 원초적 행위로 가정해왔다. 왜냐하면 문화는 사회 구성원끼리 학습되고, 공유되고, 전습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공유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의사전달을 하면서 정보를 교환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특징적으로 구별되는 것은 바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다. 인간의 언어체계는 경험이나 추상적 사고 등을 기술하고 분류할 수 있게 해준다. 신호언어 같은 상징언어와 몸짓언어가 아닌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인간의 언어는 네안데르탈인부터 이미 어떤 형태로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네안데르탈레인의 설골(舌骨)이 고인류학자들에게 발견됨으로써 한층 분명한 사실로 드러났다. 따라서 두 발로 걸으면서 사냥과 채집생활을 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아르디피테쿠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과 같은 원인(猿人) 단계에 이르러 원문화에서 문화로의 전화가 일어났으며, 호모 하빌리스 단계에서 자연환경에 대한 적응의 방편으로 문화는 발전되어 나아갔다.
2. 문화, 너를 연구해 줄게!
▶문화 모델과 이론
우리는 두뇌 바깥 어딘가에 실재(reality)라는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소리 듣고, 혀로 맛보는- 사실의 존재에 일반적으로 동의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원래 실재 모습(raw reality)은 물론 원초적 질서 그자체도 경험하지 못한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인식하고 주관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우리 자신의 감각기관이다. 우리 감각기관들은 생물학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규범화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느 측정 도구도 인간의 의도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측정도구나 시스템 모두 결국 사람에 의해 창안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들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이나 학식에 의존해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궁극적인 진실의 위치까지 이해할 수 없다. 일반 문외한이나 과학자들이나 모두는 그들 주변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실재와 질서를 인식한다. 그렇다면, 감각기관에서 마주치지만 크게 구별되지 않는 자극들을 사람들은 어떻게 다루고, 무엇이 그들에게 질서와 예측이 존재한다고 하는 관념을 갖게 하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행위 등을 실제 세계의 어떤 단순화된 표현을 통해 다루게 된다. 이 같은 단순화를 우리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문화의 개념과 분석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단지 두 모델, 즉 관습모델(folk models)과 분석모델(analytic models)을 설명하고자 한다.
관습모델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행동의 지침으로 사용하는 것들이다. 관습모델은 보통 보편성이라고 불리는 유사성을 갖고 있다. 그것은 많은 민족들의 생물학적, 생리학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을 관습모델을 배우는 데 소비한다. 관습모델은 사회 내부 성원들의 행동을 안내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의 관습모델은 사회 경제적 엘리트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관습모델은 엘리트에 의해 상징적인 구성성분들이 조작되기도 한다. 관습모델은 ‘규범적’이어서 그것이 검증되고, 의심 받고, 질문 받고, 또는 거부되는 것 등과 같은 메커니즘을 포함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한국의 관습모델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게으르기 때문이다. 관습모델의 규범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만일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가난하고 성공하지 못한 이유가 대부분은 역사적으로 재산권에 관한 법률에서 발전되었고, 한국 사회의 진행과정에서 제도화된 불평등으로부터 기인된 것이다. 그러나 이들 불평등은 관습모델에서 검증되지 않는다. 이 같은 검증은 바로 분석모델의 기능이 되는 것이다.
분석모델은 어떤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각기 개인들에 의하여 고안되었다.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분석모델들은 해당 연구자들이 그들이 관찰한 사람들의 신념, 가치, 행위 등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분석모델은 인류사에서 전 기간 동안 모든 장소와 모든 민족들의 행위, 구조, 조직, 제도 등에 대한 분석이 일정한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사회적 복합성의 외부적 관점에서 비판되고 또 그런 과점에서 기초하여 만들어진다. 분석모델은 구조, 기능, 구성, 과정 등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는 사고, 행위, 목적 등에서 취해질 수 있는 어떤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단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어 왔다. 그 변화는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제한된 범위 내에서 논리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구조는 특정한 기능을 하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이들 요소들이 변할 때, 이것이 과정이다. 구조, 기능, 과정의 관점에서 행위와 사고의 형식들이 생겨나고 유지되다가 다른 형식들로 변환된다. 분석모델 중 사회과학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선택모델, 교환모델, 적응모델, 전파모델 등이다.
문화 이론은 이런 모델을 바탕으로 인류학자들이 조사하거나 수집한 자료들에 대해 그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일종의 분석도구다. 이런 이론 중에 가장 먼저 나온 것이 ‘문화 진화주의’다. 이것은 인류문명의 기나긴 전개과정 속에서 인류 사회가 단계적으로 진화한다는 역사의 방향성에 대한 지식을 보다 정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는다. 그러나 문화 진화주의자들은 어떤 동일한 요소가 발견되면, 이들 두 문화를 동일한 진화단계에 위치시켜 문화의 복합성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다음에 나타난 것은 ‘문화 전파론’이다. 전파론은 따라야하는 도그마가 아니라 문화의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다고 생각될 때 사용하는 문화이론이다. 그러나 인간의 내적인 창조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단지 전파 현상만을 강조하는 이론적 결함을 갖고 있다. ‘구조 기능주의’는 현지조사를 통해 문화요소의 구조와 기능을 심층적으로 파악한다는 면에서 인류학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만일 한 사회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행위의 모든 양식에 그 자체의 목적이 있다면, 왜 사회들에서 분쟁이 일어나는지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게슈탈트 심리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문화 인성론’은 문화는 특정한 인성 형태를 증진시키며, 문화의 형식과 감정의 양식 사이에는 상당한 정도의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인성론은 문화적 신념과 관습을 개개의 인성에 연결시키거나, 개개의 인성을 문화적 신념과 관습에 연결시키는 구조주의적 심리학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겠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에 의해 주도된 ‘문화 구조주의’는 자연과학의 인식론적이고 방법론적인 접근은 사회과학에서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다. 그는 문화 영역을 뇌의 작용으로 이원적 양식에 의해 구체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주창한 구조주의 목표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인간심성의 기본구조를 규명하는 데 있다. 그러나 구조주의에서 다루는 문화의 현상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경험적으로 증명하거나 일반화시키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신진화론’은 진화에서 개별문화의 특수진화와 전체문화의 일반진화를 동시에 인정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며, ‘문화 유물론’은 특정한 사회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물질적 조건의 충족여부에 따라 인간의 의식이 결정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 물질적 측면보다 이념적 측면에 연구의 초점을 두는 문화학파인 ‘문화 상징론’과 문화를 신념, 관념, 가치, 의미 등으로 간주하는 정신주의적 연구 경향을 띠는 ‘문화 해석학’ 등이 있다. 특히 문화 해석학은 문화적 기능을 실행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 사회과학이라기보다 문학적 비평에 더 가까운 것이라고 비판되고 있다.
3. 문화, 너의 움직임을 보여줘!
▶문화의 변동
문화는 본질적으로 변동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문화 변동의 연구를 위해서 많은 모델들이 제시되어 왔다. 최근에 개발된 것은 보통 인구압 모델, 재생산 압력 모델, 스트레스모델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문화 변동을 ‘적응’이란 관점에서 보는 압력모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진보나 경제적 발달 등으로 언급되는 것은 실제로 기술에서의 변화보다도 더 사람들을 압박하면서 부가적인 자원을 개척하고, 환경으로부터 대체물의 산출을 증가시키기 위한 시도로 이루어졌다. 기술에서의 변화는 사회조직 자체의 변화를 이끌며, 이런 새로운 사회조직의 배열은 새로운 초자연적이고 관념적인 변화로 정당화된다. 모든 이런 변화의 축적된 결과들로 말미암은 충격을 우리는 사회 또는 문화적 변동이라고 부른다. 기술은 사회에서 요구되는 특별한 자원을 개척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기초적 자원은 보통 인구의 증가 때문에 고갈되듯이, 기술도 마찬가지다. 상류사회가 희소자원의 통제 등으로부터 권력과 사회경제적 차별을 형성한다. 이런 사회경제적 격차의 발생은 자원을 사용하기 위한 권한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자본이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면서 초래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계속되는 압력과 문화적 변화가 사회적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산품과 그런 과정을 유지하기 위한 자본의 투자가 요구될 때 나타난다.
문화 전파는 혁신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대다수의 문화 속에 주어진 진정한 자기 고유의 문화요소들은 매우 적다. 만약 어떤 새로운 품목이 문화에 수용될 때, 그 수용에 제한을 받는다면, 전파는 선택적일 것이다. 차용된 항목은 늘 그것이 새로운 문화적 상황에 적응할 때 어느 정도 변경하거나 조절되어진다. 전파는 두 문화가 서로 접촉하는 데서 일어난다. 이미 자치권이 있는 두 사회가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접촉하여, 두 문화가 서로에게 많은 부분 전파된 것을 인류학자들은 ‘문화변용’나 ‘문화접촉’이라고 부른다. 문화변용이 단순한 전파와 구별되는 이유는 그 접촉의 충격적 경험이 대개 하나 혹은 두 집단의 문화 전체를 재조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문화변용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지배집단이 종속집단을 희생시켜 제국주의의 지배적인 문화의 전파를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경우다. 문화변용은 사실상 관습모델의 구조를 변화시킨 것이다. 그 외에도 문화동화, 문화팽창, 문화결속, 문화종속, 그리고 여러 다른 메커니즘이 이런 압박 아래서 이루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문화변용을 저항하기 위한 활동을 조직하기도 한다. 문화적 복구의 대부분은 관습모델의 상징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문화와 사회제도
사회조직(social organization)이란 용어는 현실문화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 사회구조는(social structure)는 사회성원들이 어떤 체계화된 방법으로 서로 상호작용하는 사회 속에서의 모든 다양한 집단의 총체를 말한다. 사회는 서로 상호작용하는 개인들의 연속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차적 집단(가족, 친구 등)과 이차적 집단(일시적, 비개인적, 익명적)으로 나눌 수 있다. 감정적 관계는 일차적 집단이 더 강하며, 이차집단은 인류사회의 진화단계에서 최근의 발달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집단이 융통성 있는 것이라면, 제도는 널리 수용된 것으로, 시간을 통해 다양한 개인들로 구성된 상대적으로 안정된 역할과 지위다. 제도는 인류 역사상 늘 인류에 직면한 기본적 문제에 대한 적응의 유형이나 해결의 방책으로 이해된다. 인류학적 연구에서 제도를 분리시키는 것은 단순히 전체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모델을 구성하는 방법이다. 특정한 제도에 대한 연구는 특정한 어떤 조사도구가 필요하다. 구조, 기능, 과정 등의 구성성분에서 여러 모델 등을 사용하면서 사회과학적 연구에 이해를 제공한다.
▶문화 인구학과 생태학
문화인류학자들이 연구에서 다루는 세 가지 요소는 바로 인간과 환경, 그리고 문화다. 그러므로 문화 연구에서 환경의 구조, 기능, 변화과정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전개되는 인구의 역동적인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것 또한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인구학은 통계적 자료에 의존하면서 매우 다양한 주제들과 관련되는 학문분야다. 여기서는 인류학에서의 문화의 개념과 모델 발전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 이해로서 인구학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정도로 만족하고자 한다. 출산율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문화적 결정요인은 세 범주로 분류된다. 첫 번째 범주는 성교의 기회가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초혼이나 혼전성교의 수용 같은 것이다. 두 번째 범주는 피임의 실시와 관습모델에서의 적절한 가족의 규모 같은 임신 여부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세 번째 범주는 유산과 낙태에 대한 문화적 태도와 행동 등이다.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많은 문화적 관습은 단지 분석모델에서만 나타난다. 문화적으로 결정되는 사망률도 마차가지다. 자연적인 것과 문화적 결정요소 사이에는 분명한 구별이 없다. 예를 들면, 흡연이 수명을 감소시키는 것은 생리학적 사실이지만 흡연을 할 수 있는 곳은 문화적으로 수용된 곳이다.
인구 성장은 제2차 세계대전이래 급증했다. 현대적 의약품과 공중위생의 활동 등으로부터 후진국의 인구가 증가하였다. 또한 후진국이 높은 인구성장율을 가져오는 주된 요인은 경제적 빈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후진국에서는 부족한 노동력을 가족의 숫자로 충당하면서 얻어지는 이익이 더 많다. 반대로 공업화 사회의 어린이는 경제적인 공헌도가 거의 없으므로, 부부는 단지 감정적인 성적 관계로 하나 혹은 둘 정도의 아이만 갖는 것이 그들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보다 적절한 방법이다. 하지만 높은 출산율이 빈곤을 몰아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낮은 출산율이 풍요를 저해하지 않을 것이다. 인구 압력과 그 압력의 정도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구학적 모델에 생태학적 규모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생태학이란 생물과 자연환경과의 관계를 해명하는 학문분야다. 생태계에서는 인간만이 주변환경을 다루기 위해 문화라는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환경을 재정의하고 중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문화다. 환경결정론은 생태계의 역동성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 가운데 하나로, 자연 질서의 인과관계나 미래의 예측 등에 관한 요소로 구성된 분석모델이다. 생태학적 맥락에서 볼 때, 인간이 창조한 문화의 진화는 자연과의 투쟁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자연과의 투쟁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인간은 마침내 기계나 화석연료의 개발에 관심을 쏟는다. 인간이 생태계에서 유도한 불안정은 필연적으로 노동력의 엄격한 분배문제,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드러난 생활격차, 강제적 정부의 출현, 생산품의 전용, 기계류의 과도한 의족, 식량부족의 경향이 나타나는 농업체계의 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수반하게 되었다.
생태계의 모델의 관점에서 볼 때, 문화를 가진 인간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은 주변 서식지를 손상시키고, 그 결과로부터 인류는 매우 고통 받고 곤경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 스스로 자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에게 남겨진 결론은 어떤 것이겠는가? 아마도 하나는 인류만의 특정 요소인 문화가 종들의 멸종 씨앗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류가 계속 변화해 환경에 적응하여, 찬란한 미래, 안정적 생태계를 건설할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인류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실재는 아마도 이들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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