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를 들어 우리 세대의 할머니 정도 되는 분들을 보면 대단히 종교적이잖아요. 나무고 바위고 세상 만물에 생명이나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지나치게 욕심을 내는 건 잘못된 일이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한테 잘못하면 결국 벌 받는다고 생각해요. 말하자면 자기 내면과 사회와 우주 만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죠. '나'라는 존재는 그런 구조 속에서 보면 '먼지처럼 보잘 것 없다'는 겸손, 이런 것들이 종교적인 태도입니다.
한국 사회를 보면 기독교인이 많아질수록 종교적인 사람은 줄어들고 있어요. 많은 수의 한국 교회가 섬기는 신은 하느님이 아니라 돈이니까. 아니라고들 하겠지만, '예수 믿으면 가난해진다'고 전도해봐요. 교회의 9할은 바로 문 닫죠.
2.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나도 자유주의자들과 갈등이 많았어요. 그런 게 없었다면 모든 게 좀 더 원만했을 겁니다. 페미니즘 논란도 그렇고, 박원순 씨나 시민단체와 갈등도 그렇고, 결국 그런 갈등이었죠. 나도 조중동 욕하고, 수구 세력하고 싸우고, 촛불집회 때 이명박 정권만 욕했다면 <고래가 그랬어> 독자들도 많이 늘어났을 거예요. 나도 훨씬 살기 편했을 테고. 괜스레 오해나 받고 순혈주의자라는 비아냥거림이나 듣고. 이게 다 예수 탓이죠. 내 팔자야.
3.
그런데 지금은 교육 문제가 지배 체제의 정수라는 생각을 해요. 교육 문제가 좌파나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까지도 장악하고 있어요.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구획은 굉장히 넓잖아요. 노무현 정권 보다 약간 더 오른쪽에서 시작해 극좌까지 포함된다고 보는데요. 미디어 악법 같은 것도 꽤 많은 실천적 반대가 있죠. 그런데 교육 문제는 그렇지 않아요. 공적인 토론이나 성명서를 내는 행위 말고 실제 자기 아이의 교육 문제 말이에요. 그 문제만큼은 반이명박 세력은 물론 극좌까지도 거의 포괄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교육 문제가 바로 문제의 정수인 거죠.
촛불시위 때 "우리 안의 이명박" 같은 이야기를 했더니 '김규항 너는 서울광장에서 뭐 했느냐'는 사람도 있었어요. 고래 식구들은 매일 저녁 광장에 나갈 여유도 없었거든요. 나는 <고래가 그랬어>의 편집과 발행이 우리 사회의 최전선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쥐박이 물러가라" 소리치다가 자정께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서 "너, 학원 안 갔어?" 하는 곳이 전선일까요? 인텔리들이 특목고 비판하지만 자기 아이가 특목고 들어가면 좋아들 해요. 아이가 여상이라도 가 봐요.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어요.
4.
물론 나는 내 성기를 드러내는 행동으로 계급의식을 고취할 생각은 아직 없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시도를 한다면 존중하는 게 당연하죠. 시위 방식은 무한하게 다변화할 필요가 있어요. 대중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 역시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두드리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만큼 또 문화적으로 전진하는 거죠. 한국에서는 누드 시위의 역사가 없는데요. 그것도 사실은 창피한 일입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엔 층층이 메인스트림이 있어요. 거기에서 권위주의가 생겨나는 건데요. 나와의 차이가 내 관리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신선하고 좋게 보이지만 내 관리 영역을 벗어났다고 생각되면 마땅치 않아 보이는 거죠.
5.
박태환이나 장미란 같은 사람들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매우 반동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태극기를 달고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건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니까요. 계급의식을 마비시킨다는 건 현실에 눈을 감게 만드는 건데요. 사실 애국심처럼 해로운 것도 없죠.
첫댓글 <대화>라는 책이 있다. 고 리영희 선생의 삶을 임헌영 씨가 인터뷰해서 쓴 책인데, 자서전이라 해도 20세기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어서 그 자체로 훌륭한 역사책이다. 이 책도 김규항의 생각을 지승호가 인터뷰해서 만든 책인데, <대화>에 비하면 훨씬 가볍다. 거의 잡지책이다(돈 주고 살만한 책은 못 된다). 하지만 김규항은 유명한 지식인 중에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이라 내가 편애하고 있다. 대체로 김규항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 하지만 김규항을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ㅋ
걱정마세요. 제가 jazz 좋아하고 찾아 헤맬 때 한국에는 1%정도의 기호도였으니까요. 그중 old jazz가 아닌 progressive jazz에 빠져 있을 때는 어느누구하고도 대화하거나 만남의 연결 기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수의 애호가가 있는건 아니지만 인터넷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요. 좋은 음악이던 좋은 생각이던 누가 나무랄 수 있나요. 다수의 기호도가 절대 진리일 이유도 없고,진리 그자체도 아니니까요. 다양성을 인정하는 보편타당성의 원리는 계속 진보하고 있다고 봅니다. 몇몇 선지자들의 피에 의해서 또는 피와 눈물에 의해서... 인간이라는 본성때문일까요 아니면 무지해서 일까요.
나는 김규항 쫌 좋아하는데,,, 제헌이 아부지는 잘 모르겠는뎅^^;; =3=3
주거쓰....
나는 두헌이 아부지 좋아하는데 새봄맘은 김규항 좋아한다네요. 헐~
내가 쫌 순진했을 때 간디 학부형들은 모두 다 김규항 좋아할거라 생각했지요. 아니 적어도 김규항의 생각에 공감하기에 간디를 선택했을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인간에대해 뭘 모르는 생각이었는지.
누가 "지금 행복하세요?"하고 물었는데 사람들이 말이 없어요.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가더라도 애들을 어떡할 거예요. 사회적 안전망이 하나도 없는데.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을 거부하지 않으면 답이 없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걸 거부한다는 건 가난해지려고 노력하겠다는 뜻인데, 이게 되겠느냐는 거죠. 하지만 우리가 모여 살면 됩니다. 공동체! 협동조합! 우리가 모여서 나누면 미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졸업 후에도 학부모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사실 대단히 중요하죠.
애들은 어떡하죠?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출산율 꼴찌. 스스로 대를 끊어가고 있는데. 우리가 도움을 주는 데도 한계가 있고. 일단 애들은 애들끼리 모여서 서로 의지해야 되겠죠. 미치지 않고 살려면 미치지 않은 애들끼리 모이는 수밖에 없잖아요. 다행인 것은 간디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잘 따르고 도와주고 하니까, 3년 동안 형성한 이 관계가 졸업 후에도 분명히 큰 자산이 될 겁니다. 더 바람직한 것은 간디 아이들끼리 결혼이든 동거든 좀 해서 학부모들끼리 사돈도 되고, 순수혈통(?)의 손녀손자도 보고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앞으로 졸업식 때 결혼하는 애들한테는 ‘평생 장학금’을 지급해서라도, 애들끼리 결혼 좀 빨리 시킵시다!!!
사돈 콜~~~~~~~~~~~~ ㅎ
봄아! 엄마가 콜했다. 준비해라~~
고교 졸업 어언 30여년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간극에 놀라서 씁쓸하게 집에 일찍 와버렸어요.... 갸들에겐 내가 싸가지 되어 버렸겠지요. 할수없이 구둘짱 지키는 남편이랑 친구먹어야겠어요. 가끔 친절한 지호씨도 친구해요.
페이스북 가입해요. 내가 친구해줄게요. ㅋㅋ
"국가가 자녀 양육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울나라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을겨." 아들녀석의 선언 이랍니다. 제발!
우리나라 현재 출산율이 1.15에요. 1960년에 6.0이었던 나라에서 이렇게 떨어졌죠. 작년에 여성단체는 국가가 키워줄 때까지 애를 안 낳겠다고 ‘출산파업’을 선언했고.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이라는 말도 있어요. 맞벌이 하면서 애를 안 낳겠다는. 하긴 비정규직 월급 백만 원이면 그래야 딱 먹고 살죠. 섹스는 해야 할 거 아닙니까.
비정규직 월급 백만원이면 Double Income이 아니라 Poor Income 이니 핑크(PINK)족 하는 수 밖에 없죠. Poor Income No Kids.
지금 한국에서는 딩크족이나 핑크족이나 같은 말이래요. Double Income(맞벌이)해야 겨우 먹고 사는 Poor Income(저소득)이니 애 낳을 형편이 안 된다는.. ^^
우리나라 자살은 하루 평균 35명이에요. 40분마다 한 명씩 자살하죠. 근데 이게 실감이 안 가죠. 뉴스에 사건 사고로 서너 명만 죽었다고 나와도 사람들이 놀라는데, 매일 35명씩 자살하고 있다는 통계를 가지고도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 왜? 자기는 자살 안할 거니까. 자기 자식도 그럴 거라고 믿는 거고. 이런 세상에 분노하고 미쳐가는 게 정상입니까, 아니면 그러든 말든 ‘우아하고 고상하게’ 좋은 소리나 해가며 사는 게 정상입니까. 저는 후자는 위선으로 보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