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토론서는 <복수의 여신>(송미경, 2012)입니다. 초등학생 대상의 동화집이죠. 지난 제90회(3.22.)에서 유아용 그림책을 가지고 토론한 바 있던 우리 북두런은 이제 그 파격 행보의 제2탄을 쏘아올렸습니다. 실은 우리 회원 중 아동문학에 관심 많은 분들이 여럿 계신데, 오늘의 발제자 박문희 님도 그 중 한 분이지요.최근에는 아동 관련 분야 야간 대학 과정에 등록하셨대요. 학기말 바쁜 중에도 토론 발제 준비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직장인, 주부, 엄마, 학생의 1인4역을 담당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수퍼우먼'께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발제자 외에 김선숙, 구연경, 이창희, 박현실, 윤미애, 진재희, 형진식 님과 저(박연)까지 총 9명이 모여 토론을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요즘 아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표현, 구성력, 상징성 등 문학성이 돋보였다;다소 시적이고 난해한 부분들도 있어아이들만큼이나 성인도 염두에 둔 동화라는 느낌이 들었다;가난하거나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많아 대체로 슬프고 우울한 톤이었다;'작가의 말'에서 동화작가로서의 진지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등의 견해가 교환되었습니다. 진재희 님에 따르면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나는 내 동화에서 암울한 세계를 그렸다. 외롭고 쓸쓸하고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썼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깨뜨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동화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송미경 작가의 문제 의식에는 공감하나 좀 더 밝은 동화를 써주었으면 좋겠다; <대도둑 호첸플로츠>(프로이슬러)의 경우처럼, 슬픔은 유머로, 어두움은 밝음으로 다스리는 것이 동심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 동화가 당장은 아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어떤 이미지들이 오래 남는다면 동화로서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등의 견해들이 개진되었습니다.
<오빠 믿지?>는 참이해하기 어려운 동화였다는게 중론이었습니다.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는 준영 오빠는 후에 우주선을 타고 가버리죠. 작가는 왜 이렇게 비현실적, 판타지적 결말을 유도했을까? 작가는 대체 뭘 말하려는 것일까? 다양한 모색이 있은 후 이런 방향으로정리되었습니다: 작품집에 첫 번째로 수록된 작품은 대개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이 시대 제도권 교육의 폐단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로 보인다; ‘일반적인 초등학교’에서는 한글을 가르치고, 이 시대의 통념과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입력한다. 이로서 개인의 개성, 능력, 취향을 말살하고 정형화된 인간을 찍어낼 위험이 크다. 반면 준영 오빠가 효정이에게 말하는 ‘특별한 초등학교’에서는 제도권 교육(‘한글’ '숙제' 등)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감춰진 진정한 자아(‘암호 같은 글자’)를 찾아내고 실현하는살을찾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준영 오빠는 이를테면 ‘양현석’(YG엔터테인먼트 대표) 같은 실제 인물의 문학적 유비인지도 모른다. 난독증까지 있던 그는 제도권 교육이라는 기준으로는 실패자였지만 자기만의 능력을 찾아 몰입했고 마침내 많은 이들이 우러러보는 초월적이고 눈부신 존재('우주선')가 되었다.
<최고의 저녁 초대>에서 ‘나’와 순정이네 식구들은 아이러니한 행동으로 엄마의 가식적인 태도를 비판합니다. 이 동화에 대한 의견들로는: 이런 엄마처럼 가식적이고 속물적으로 행동하는 일부 어른들을 풍자하는 듯해서 시원했다; 어른의 세계와 아이들의 세계가 문법이 다른 것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집에서 기르는 토끼를 음식재료로 사용했다거나 아이들이 서로 케이크를 던지며 난장판을 만드는 장면은 비현실적이고 불쾌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손님을 대접하는 최소한의 예절이 무시된 것 같다; 진정한 예절은 격식에 구애되기보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지인 중에 차림새가 지저분하고 집안 정돈이 엉망인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분에 한 번씩 엄마를 기다린다>를 통해 국가의 복지정책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았습니다: 50대 세대가 어린 시절 겪은 궁핍과 가난을 기억나게 한다; 전에는 초년에 가난해도 인생 후반에 역전의 가능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구조적으로 거의 불가능해진 것 같아 서글프다; 가난한 이들은 국가가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가 중요하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비록 어려도 아이들은 고통에 처하면 대응하는 요령을 찾아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입양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런 동화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많이 된다; 복지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정의라고생각한다..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열띤 토론에 몰입하다보니 몇 개의 발제문을 건너 뛰었는데도 벌써 9시가 넘었습니다. 동화책은 이야기뿐 아니라 수록된 그림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멘트를 끝으로 토론을 마치고, 발제자에게 개인적인질문을 던졌습니다. ‘어떤 계기로 동화작가가 되려고 했는가?’ 박문희 님은, "동화가 체질에 맞는 것 같다, 동화에는 단순함의 미학이 있다, 동화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 등의 대답을주셨습니다. 아무쪼록조만간훌륭한 동화들을 다수 집필하시어준영 오빠처럼 사다리 타고 우주선에 오르실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언니 믿어!’
다음번 제94회토론(6.22.수.)은 <책상은 책상이다>(피터 빅셀)를 가지고 윤미애 님 발제로 진행합니다. 쉬운 문장들로 쓰인 100페이지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소통의 단절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두꺼운 울림을 주는 책이라나눌 이야깃 거리들이 많을 것 같네요.
북두런 전반기 소풍은 6.18.토요일(6.11.) 오후 3시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 역 5번 출구에서 만나 안산자락길 메타세콰이어 숲을 함께 걷기로 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카톡 내용을 참조하세요.
구연경 님이 자신이 근무하는 잡지사에서 발행하는잡지 <여행작가>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유명한 문학 예술인들과 접할 기회가 많은 멋진직장에서 일하게 된 것 축하드려요. 이곳에서 이달 말 특별 프로그램 '문화체험기행'을 기획했다고 하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6.23.목. 오전 10시 양수리. 테라코타 실습 작업과 미술 강연. 참가비는 3만원. 아주 흥미로운 이벤트가 될 것 같네요. 자세한 사항은 카톡에 올린 정보를 참고하시거나 구연경 사무국장(!)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010-3338-7384).
♥제가 좋아하는 샹송 한 곡입니다.♥
<문을 열어주세요>(앙리코 마시아스>
"문을 열어주세요. 세상이라는 이 커다란 학교로 들어가는 문을.
아빠(엄마)는 그 문 열쇠를 갖고 있잖아요."
"거기 입학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해 볼테니 잘 들어보렴.............."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는 삶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인지에 대해, 부모의 경험에서 우러난,
첫댓글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사정들이 좀 있어서... ㅠㅠ
그간 빼먹은 나머지 후기들도 차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돈 만큼이나 글도, 빚지고 사는 건 너무 괴로워요~ 엉엉ㅋ
후기 감사합니다. ^&^
고생하셨어요 좋은 일 생기면 밥 살게요~~~
고대하겠습니다~^^ (댓글 약속어음)
언제나 회장님의 후기보는 맛이 있습니다.^^♡
고마워요. 차린 것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