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초임지를 찾아서(임천국교편)

[이경은]

김천 초임지를 찾아서(임천국교편)

 김천은 내 생애 최고의 장소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장소.

김천이라는 곳에 김구룡, 우경자, 내가 3.14일자 발령을 받았는데, 모두가 벽지였었다. 

3.1일자 6명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처음 받은 발령이었는데,

15회 선배들과 같이 나는 바람에 달성, 경산 등은 15회 선배들 차지였고,

우리들은 김천, 의성, 청송, 봉화~ 뭐 이런 데 났었으니까..당시로서는 엄청 손해를 본 셈.

그러나 돌이켜 생각하면 그런 곳에 있었기에 더 멋진 추억이 있지 않나 싶네.

특히 초임지 임천에서의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거기서 오가던 편지도 600여 통에 이르는~~~

요즘처럼 도시에서 근무했다면 아마 그런 추억은 없을 거라 생각하니

그런 시절이 있었음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껴. 

 2009년 12월 26일(토) 역사적인 초임지 순례일,

분당에서 김천 가는 버스가 없어서 구미까지 가기로 하였지.

김천의 김구룡씨에게 흑기사로 마중 부탁하고.... ㅎ~

김천에 먼저 도착해 있던 이수용, 김경숙(3), 김명숙, 우경자, 신정순과 합류.

그러고 보니 부산, 대구, 분당,  김천 등 전국의 동기모임 ㅎ.

우리들 7명은 수용씨의 차 한 대에 올망졸망 아이들처럼 모여서

즐겁게 이야기 나누며 초임지들을 향해 출발!

 첫 코스는 김천에서 그나마 제일 가까운 나의 초임지였던 임천.

김천시내를 벗어나며 눈에 들어오던 풍경이 정다웠다.

예전엔 그렇게 서글프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그리운 곳으로...

도로변에 보이던 '감천 살려!'라는 플래카드가 조금은 가슴 아프게 보이던~

골프장 시설 유치 반대 때문이란다.

얼마 가지 않아 구성면이 나타났다.

순간 중국집, 술도가 등~ 30년 전을 생각나게 하는 모습들이 오버랩되고...

동네 안쪽 구성학교에서 지구별 배구대회가 열리는 모습도,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담소를 나누던 모습도,

이날만큼은 거나하게 취한 남선생님들의 모습도...

다시 정신이 드니 폐교가 된 방산학교의 모습이 보였다.

'어~ 그럼 바로 임천 가는 길이 나올 텐데......'

하루에 고작 세 번 버스가 다녔던 길,

무주 가는 국도를 벗어나 우측 옆길 군도로 접어들었다.

그 길에서 제일 먼저 나타나는 동네가 임평.

"여기는 임평, 백광옥이와 백하룡이가 살던 동네다.

하룡이는 희곡작가가 되었는데, 똑똑했던 광옥인 어떻게 되었는지~"

"저 산너머는 탄동인데..."

"여기는 산정, 임현호가 살던 동네네. 녀석과는 가끔 메일이 오가고 했었는데...

한기사도 이 동네 살았었는데.."

"여기는 임천, 어~ 강희찬이 집이 없어졌네.. 직원회식을 해 주곤 하던,

올림픽 탁구 동메달리스트 희찬이네 집이 없어졌네.."

"여기는 학교 앞 응도네고... 어머~ 가게를 하던 김창숙이네도 없어졌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저학년 교실 너머로 보이는 동네가 월계동이었지.."

"매일 남아서 공부하던 형근이는 바로  조오기 단수에 살았는데.. 

하도 도망을 가서 참 많이도 데리러가곤 했었는데...

저는 그런 기억을 할까? "

김구룡씨 말에 의하면 그래도 그 녀석이 5, 6학년 때는 공부를 곧잘 했다고 한다.

당시의 아이들로부터 그 녀석이 충북대에 진학했다는 말을 들은바 있는데,

이번에 나의 임천 후임이었던 구룡씨의 얘기를 들으니 녀석이 그 유명한 거창고를~~

몇 안 되는 아이들 중에서 거창고를 셋이나 갔다고 하였다. 왕 뿌듯~ 

사람의 일이란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폐교된지 10년이 된 터라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하고, 공허함이 감도는... 

교문에는 매각공고가 붙어 있고, 교문 옆에는 '사적비'가 남아 학교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었다.

1944년 개교, 1999년 폐교...

그래도 당시 분교까지 거느린 학교였는데~~

내가 2년이나 썼던 교실은 천장이 뜯어내려지고 있었고.. 

내가 살았던 기와 사택은 헐어지고 없었다. 이 부분이 더 가슴 아픈~~

그 사택엔 부엌을 사이에 두고 방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결혼한 엄마샘이 썼고, 다른 방은 영양사와 내가 같이 썼었는데...

밤에는 무서워서 문고리 꼭 걸어 잠그고 잤었는데...

그 사택 옆 고욤나무도 생각이 나누만..

학교 안 감나무에서 나오는 감 수입으로는 직원여행도 했었는데...

용인자연농원(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지리산 화엄사와 남원 광한루 등으로~ㅎㅎ ~

양옥으로 된 학교 건물과 숙직실, 급식실, 창고, 사택 등은 그래도 남아 있었다.  

저녁이 되면 갈 곳도 놀 곳도 없던 그 시절,

최저 10년 위인 남선샘들과 숙직실에 모여서 사다리타기, 섰다 등으로

앞 가게에서 주전부릿거리 사다가 먹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시킨 탁구실은 도중에 아이들 식당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몇년 전, 외할머님께서 돌아가셔서 김천을 방문한 김에 이곳을 돌아본 적이 있어서

심적 공허는 그래도 덜했다. 그 땐 더 마음이 아팠었는데...

이번 여행엔 동기들이 같이 해서 더 좋았다.

어려워 고생하던 그 시절을 같이 이해해 주고 그리워해 줄 친구들과 함께 한 순례였으니...

'다시 찾을 그 때도 지금처럼 건물만이라도 잘 살아만 있기를......'

 다음 코스는 증산과 장전. 아흔아홉 고개 굽이굽이 돌아 증산 소재지에 다다르니

구룡씨가 근무했던 증산학교는 잘 살아 있었다.

'학교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겠다...!'

경자가 근무했던 장전학교는 바로 찾지를 못했을 정도.

학교 건물도 사택도 온데간데 없고 교적비와 장학비만 있었으니 경자가 많이 아쉬웠을 것..

사택에서 경자가 해 준 비빔국수도 먹고 그랬는데...

청암사는 전보다 규모가 커졌고..

명숙이의 초임지 대덕학교가 제일 멀쩡했다.

대덕관이라는 건물이 새로 지어진 모양인지 좀 번듯하게 보였지.

오래된 느티나무 세 그루도 멋있었고...

마지막으로 수용씨의 초임지 내감학교로.

아스팔트는 깔렸으나 차 두 대가 만나면 교행이 불가능한 곳..

정말 경자 말대로 달랑한 학교 건물을 보고 우리 모두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학교 건물보다 사택이 더 많은기라~~ㅎ~

그래도 불교관련 수련원으로 바뀌어 살아 있으니 다행인 곳 .

'**수련원(구 내감초등학교)'이라는 비석과 교적비가 함께 있었지.

각자 초임지 얘기를 쓰기로 했으니 다른 친구들의 학교 얘기는 여기서 줄이고..

 모든 일정 마치고 다시 김천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으며 마지막 이야기들.

다음에 이런 기회 또 만들자~으응~~ 그 땐 내가 쏠게~~~

초임지 순례에 같이 한 친구들, 모두모두 반가웠고 고마웠어.

모두 잘 들어갔지? 난 23:30쯤 무사히 집에..

친구들아, 정말 다음 기회 또 만들자~으응~?!

 방향이 비슷하여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있었던 우리들의 초임지.

꿈 많던 시절에 그 귀한 꿈을 골짜기마다에 묻었던 우리들의 청춘... 

이제 푸른 꿈은 가고 없어도 추억만은 남아 우리들의 삶에 살아 숨쉰다.  

 < 교적비 >

학교가 있었던 곳, 교적비만 남아 쓸쓸함을 더하던 임천학교 앞에서

< 함께 한 팔우 멤버들과 한 컷 >

왼쪽 뒷 건물이 본관, 오른쪽이 숙직실과 조리실 등으로 이어진 건물동이다.

< 체육실 >

올림픽 탁구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체육실(탁구실)이 식당으로 바뀐 모양이었고...

왼쪽, 나무 옆 공터가 기와 주택(내가 살았던 사택)이 있던 곳..

'아아~ 내 집이 없어졌네.. ㅠ.ㅠ'

내 표정 좀 봐. 저 안타까운 표정~~~

< 내가 2년간 쓰던 교실 >

회의실 간판이 달린 이 교실이 내가 2년간 1학년을 담임하면서 쓰던 교실이었다.

첫해엔 바로 왼쪽 2학년 교실을 썼다.

이 건물 뒤로 교장선생님과 가정을 가진 분들이 쓰던 사택이 3동 있다.

< 얘들아, 선생님이 왔어! >

1980~81년 2년간 이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 시절을 회상하며 한 폼 잡았다.

< 임천 단체 사진 >

단체로 방문기념사진 찰칵!

2층 건물이 본관, 오른쪽 단층 건물이 체육실..

< 왜~~~ 둘이 찍었을까? >

임천은 나의 초임지였고, 그 몇년 후 구룡씨가 근무하게 된 곳이었다.. 그래서 기념사진 같이 함 찍었음.

<p.s.>임천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초임 시절을 기억나게 하는 동기들의 많은 편지들~~

다음에 한 번 소개할게요...

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아입니까~~~ ㅎㅎ~ ^^*

[이수용]

경은아! 새삼스럽지. 학교 다닐 때는 '오빠라고 불러라, 누나라고 불러라!' 하면서 띠격태격하면 지냈는데. 초임지가 같은 지역이라 공감대가 더 생겼네요. 결혼하고 서울로 가서 안올줄 알았는데 이렇게 서울서 다시 출발하고 이렇게 초임지 순례 추억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너무 멀어 힘들었지. 많이 늦었구나. 다음에는 새로운 곳으로 친구의 추억을 챙겨주는 그런 일들을 만들어 보자

[이경은]

힘든 줄 전혀 몰랐다. 그 날 아침 첫 버스.. 차창 너머로 보이던 눈 덮인 산야는 그림같은 풍경으로 나를 더 추억에 젖게 했었지. 소녀처럼.. 아름다운 설경에 푹 빠져들며 내려갔으니 더 좋았어. 원래 한 번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으니 앞으로 또 다른 만남을 이루기란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다음엔 다른 친구들의 추억의 장소를 방문하는 것도 괜찮겠다. ㅎㅎ~ 생각만 해도 신난다.. 어쨌든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들이 참 복받은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어. 다들 옛 추억을 기억하고 살만큼 마음의 여유를 누리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복받은 거니까...... <희망사항> 모두들 건강 관리 잘 하고 남은 인생도 멋지게 꾸려가자. ^^*

[정순]

먼 곳에서 한 달음에 달려와 추억의 한 페이지를 몇 번이나 들춰보고 또 도장까지 꽝꽝 찍고 간 경은아...... 너의 열정에 탄복하고 또 탄복했다. 이런 만남의 시작을 만든 너희들, 고맙구나. 올 겨울, 다른 친구들도 추억의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래서 서로들 연락하고 약속 날짜 정하고 할런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