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별곡> 아헨, 2부리그의 기적은 계속된다(上) |
2004-10-23 16:47:09 |
사실 아헨은 UEFA컵 1차 라운드에 나설 때만 해도 잉글랜드 디비전1 팀인 밀월, 프랑스 2부리그 팀인 샤토루와 더불어 하위리그 팀들 중 하나라는 것 외에는 크게 부각되는 점이 없었다. 즉 가장 먼저 탈락할 1순위 팀들 중 하나로 거론되는 팀들중 하나였던 것. 하지만 아헨은 밀월과 샤토루가 1회전에서 나란히 탈락하는 사이 아이슬랜드의 하프나르피요르두르를 종합 성적 1승1무로 물리치고 2회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아이슬랜드가 이른바 축구 변방이긴 하지만 팀 역사상 최초의 국제 무대 진출에서 그것도 2부리그 팀으로서 아이슬랜드 원정경기를 5-1로 승리한 것은 분명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헨은 이번 UEFA컵에 참가한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홈 경기장을 쓰지 못하는 팀이다. 이는 2차 라운드에 진출해 조별리그를 벌이고 있는 40개 팀들과 1차 라운드에 나섰던 40개 팀을 합쳐 총 80개 팀들 중 유일하게 홈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바로 아헨의 홈구장인 티볼리슈타디온이 UEFA가 요구하는 관중석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 관중수용규모는 웬만한 리그의 1부리그 팀 홈구장 규모인 2만3천명 정도지만, 이 가운데 입석을 제외한 좌석의 규모가 3천8백석에 불과해 UEFA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홈경기장 사용 불가 판정을 내린 것이었다. UEFA가 요구하는 규모의 좌석수를 맞출 것인지, 아니면 인근에 위치한 다른 경기장에서 홈경기를 가질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던 아헨은 결국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해 아헨에서 60km 정도 떨어진 쾰른의 홈구장장을 임대활용하기로 결정했던 바 있다. 사실 기존의 티볼리슈타디온에 좌석을 늘려 완전한(?)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좌석을 늘릴 경우 상대적으로 총 관중 수용 규모는 줄어들어 리가 경기를 치르는 데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는 데다 이번을 끝으로 언제 다시 대외컵 무대에 나설지 기약이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당장 좌석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홈 경기장 이전을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물론 아헨이 오랜 기간 누적된 부채로 인해 고생해 오고 있어 당장 경기장 개보수에 목돈(?)을 들일 수 없었던 것도 홈 경기장 이전을 결정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쾰른의 홈 구장인 라인에네르기슈타디온은 관중석 규모 4만 3천여명을 자랑하는 구장으로 2006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구장이기도 하다. 아헨은 이 경기장의 임대를 위해 1번의 경기를 포함한 경기장 내 광고 유치, 광고판 배치 등을 위해 3일 정도의 기간 동안 임대를 하게 되는데, 이 기간 임대 비용으로 쾰른에게 지불하는 총액은 20만 유로에 달한다. 중계권료 수입을 제외한 입장 수입만으로 홈경기 한경기당 거의 50만 유로에 달하는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20만 유로가 크게 아깝지는 않은 것이 사실. 아헨은 클럽 역사상 최초인 이번 UEFA컵에서의 원거리 홈경기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본래의 홈구장인 티볼리슈타디온에서 사용하던 음향 시설을 그대로 옮겨 사용함은 물론 코너플랙과 골 네트까지 그대로 옮겨와 사용하고 있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에게도 최대한 홈경기장과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헨은 지난 시즌 독일 FA컵(DFB 포칼)의 준우승팀 자격으로 UEFA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각국의 FA컵 우승팀이 UEFA컵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지난 시즌 브레멘이 리가와 FA컵을 동반 석권하면서 챔피언스리그로 진출하는 덕에 아헨이 UEFA컵 출전권을 따낸 것. 이에 따라 팀을 존폐 위협으로 몰고 갔던 재정 압박의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소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문 클럽들이 수억 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경우가 허다한 최근 축구계의 현실에서 아헨이 안고 있는 부채의 규모는 사실 부채라고 말하기에도 어려운 450만 유로 정도. 그러나 2부리그 팀으로서는 감당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규모다. 특히 재정적인 투명성과 재정 감당 능력 등을 중시하는 독일 축구의 특성상 오랜 기간 적체된 부채가 있다면 리가 면허 취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행정상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헨으로서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차상엽 sycha@imbcsports.com 下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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