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삼가 엎드려 감사말씀 올립니다. 제주도에서 부산에서 경상도에서 대전에서 충청도에서 경기도에서 인천에서 강원도에서 전북에서 한 걸음에 달려와 주신 문인 여러분! 진정 감사합니다. 제가 서툴러도 웬만히 서툴러야 하는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호텔방 예측을 잘 못하여 잠자리를 불편하게 해드린 점에 대해서 유구무언일 따름입니다. 먼 길 오시라고 정중히 초대해놓고 고이 모시지 못한 죄, 무거운 형량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그저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앞섰지 시행착오가 참 많았습니다. 몇 번이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 올립니다. 하지만 후일담에 다시 용기를 얻습니다. 우선 예상 밖으로 많은 문인들이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들었습니다. 미숙한 저희 잔치에 이렇게 성황을 이룬 것은 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흐뭇했습니다. 이는 오로지 각 시도 회장님의 덕인 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도 ‘잠자리가 불편할 만큼 전국 문인들이 몰려들었으니 그게 성공 아닙니까!’ 외려 나를 위로해주는 정인조 부산회장님 말씀이 더욱 저를 용기백배하게 했습니다. 또 교향악단 연주에 취하고, 패널토의 내내 눈을 떼지 못하는 청중들의 모습에서, 이벤트가 아닌 진짜 문학잔치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식당이 비좁고 밥이 늦어서 짜증이 났을 터인데도, 잔디밭에서 펼쳐진 문학인의 밤에는 전국문인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담소하고 시낭송하며, 장기 자랑하는 몸짓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어찌나 즐거워하시는지, 어찌나 다정한 얼굴들이었는지 당초 한 시간 예정이던 문학인의 밤이 두 시간도 모자라고, 끼를 발산할 짬을 못 얻은 일부 문우들이 불평하는 행복한 소동까지 벌어졌으니, 이게 진짜 문학잔치라는 자부심을 또 한 번 가졌습니다. 다음 날의 여정도 너무 빡빡하여 자칫 주마간산격이 될 뻔 했음에도 문인들의 기행답게 남다른 안목으로 왕인박사 유적지며, 다산초당, 영랑생가, 청자도요지까지 꿰뚫어 봐주시고 풋풋한 소재를 부지런히 메모하시는 모습에서 또 다시 진짜 문학잔치라는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김삿갓의 종명지와 초분지에서의 반짝거리는 눈망울들은 패널토의 때를 능가할 지경으로, 과연 문인이란,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틈을 메꾸고 그것의 본질을 형상화한다는 말을 실감케 했습니다. 막상 헤어지는 버스 속에서, 조그마한 선물 하나를 들고 연신 손을 흔들어 대는 면면에는 꼭 맘에 드는 작품 소재 하나 건져간다는, 그러면서도 전국문인이 한 덩어리임을 확인했다는 선연한 얼굴, 얼굴, 얼굴들이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고마운 얼굴들을 우리 전남문협은 꼭 기억할 것입니다. 간직할 것입니다. 돌아가셔서 좋은 글 많이 쓰고, 건강히 지내시다가 내년에 또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참, 고백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 번 행사를 기획하고 추진하고 만든 이는 전남도의회 의원이신 강우석 시인님입니다. 그가 깔아놓은 멍석 위에 제가 전남문협을 이끌고 잔치를 벌인 것입니다. 문동식 문화예술과장님, 박종균 계장님, 김형국 담당자님과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무화가 쨈은 김일태 영암군수님이, 점심은 황주홍 강진군수님이, 종명지에서의 막걸리는 전완준 화순군수님이 선물로 주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양치중 강진회장님과 이준배 화순회장님의 역할이 컸음도 밝혀둡니다. 또 멋진 식전행사 준비에는 박춘님 시인님과 고재복 목포회장님의 노고가, 치밀한 사업계획서는 노남진 시인님의 기지가 배어있고, 서양순, 김덕일 수필가님과 정숙인 시인님은 한 달여 동안 상근하면서 저를 도와 세세한 업무를 착실히 추진해 왔습니다. 또 당일 차장을 맡거나 손수 운전해주신 조영일, 조연탁, 김양호, 문주환 시인님과 김영관 교수님, 창작교실의 최정식, 한복님 김종례 회원님 등의 노고도 들먹이고 싶습니다. 또 자신의 필생의 연구 업적을 선뜻 전남문협에 바치고 그것도 모자라 패널 사회까지 기꺼이 맡아주신 김목 김립연구가님과 영상자료를 촬영하고 편집하신 박장규 선생님, 이 행사를 총괄 지휘한 김민규 사무국장님, 이보영 주간님, 김현선 간사님, 협찬금을 내주신 이순자, 김재선, 우금수, 신춘자, 정숙인, 마명복 시인님, 김한호 수필가님 이 밖에도 소리 소문 없이 뒷전에서 도와주신 전남문협 회원과 문인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하고 있음을 밝혀둡니다. 특히 불편한 교통편을 무릅쓰고 여수, 순천, 진도, 해남, 구례, 곡성 등에서 친정 다녀가 듯 와주신 회원들에게는 곱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날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 앞에 당도한 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나는 자유인이다”를 모옥껏 외쳐댔습니다. 정말 그 순간 저는 자유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분은 찰나였습니다. 정산보고라는 드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큰 행사도 치른 마당에 까짓것 못해내겠습니까! 무엇보다 전국각지에서 빗발치는 격려 전화가 저를 힘나게 합니다. 그래서 이제 두려운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잘 치러낸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정인조 부산회장님, 문무학 대구회장님, 신미자 인천부회장님, 함수남 광주회장님, 이규식 대전회장님, 조돈만 울산회장님, 김복근 경남부회장님, 진동규 전북회장님, 강중훈 제주회장님, 이극래 충남회장님! 회원들을 이끌고 오시느라 힘드셨을 터인데, 한국문협의 기둥들을 모셔놓고 경황이 없다는 이유로 너무 소홀히 대접했습니다. 전국 시도 회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절호의 찬스였는데, 그래서 방 하나 따로 챙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는데, 그만 잡일에 매달려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혹시 내년에 또 뵙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정중하게 모시고 질펀한 문학이야기를 펼치게 할 자신이 섰습니다. 문협 운영의 노하우도 서로 교환할 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1회 전국문인 초청 전남 기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힘을 보테주신 모든 분에게 다시 한 번 진심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오.
2007. 9. 17 전남문인협회 조수웅 올림 카페 이름 : 전남문인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