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72E1E495209ABB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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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어수선할 때, 괜스레 우울해지려 할 때, 그리고 딱히 갈 데도, 할 일도 없을 때면
나는 남편에게 드라이브나 가자고 말하고는 합니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들쑥날쑥 아무 곳이나 막 달려가는 이 자유로움...
가끔은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이 자유로운 시간이 나에게는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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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어디인 줄도 모르고 그렇게 무작정 달리다가 갑자기 내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을 만나게 되면
나는 남편에게 STOP을 외칩니다.
이럴 때는 <제주도>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서울에서는 기껏해야 양평이나 양수리 정도로 만족해야 하는데, 여기 제주도에서는
해안도로, 중산간도로, 시골마을의 꼬불꼬불한 길, 등등..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
길 위를 마음껏 달리며 일상에서 탈출한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래서 덕분에 길가에 풍성하게 피어나는 온갖 종류의 들꽃들도 이렇게 즐길 수 있으니
이 또한 나에게 무상으로 지급되는 대박 행운이라면 행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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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이런 낯선 시골길에 서 있으면 별 의미도 없는, 그래서 무엇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참 애매한,
그런 정체 불분명한 어떤 외로움에 휩싸이기도 한답니다.
아마도 <길>이란 존재가 나에게는 <슬픔과 고단함>을, 그리고 동시에 <설렘과 영원>을 의미하기에
그것에서 파생되어진 감정이 어쩌면 <외로움>과 연결되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런 한적한 시골길에 매료되어 급하게 차를 세워두고 이렇게 넋놓고 한참을 서 있는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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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차 안에서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하다가 또다시 차를 세워달라고 남편에게 요청을 합니다.
개망초가 끝간 데 없이 펼쳐진 이 풍경에 숨을 죽이며 똑딱이를 들고 바람난 계집아이처럼 흥에 겨워
신바람 나게 쌩~하니 달려가 봅니다.
아, 어쩌면 이리도 예쁠까나...
초록빛 잔디 위에 하얀 빙수를 솔솔 뿌려놓은 듯 하기도 하고, 아니면 풀섶에 팝콘 알갱이들을 알알이 쏟아부은 듯한
이 어여쁜 모습...
그런데... 이 넘의 똑딱이는 왜 그토록 아름다웠던 개망초밭을 이렇게밖에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일까...
ㅎㅎ, 솜씨 없는 목수가 연장 탓만 한다던가...
내 솜씨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왜 똑딱이 탓을 하는 것이야... ㅎㅎ
뭐, 어쨌든 우연히 지나가다 마주친 개망초밭을 내 두 눈은 황홀하게 한껏 즐겼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 되겠지요.
자, 그러면 개망초밭은 실컷 볼 만큼 다 보았으니 다시 출발~~~
음... 이번에는 또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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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꼬부랑 중산간마을의 시골길을 달리다가 어느 집 울타리 아래에서 얏호~!! 하고 쾌재를 부르게 만들었던
요렇게 소담스런 수국...
사실 내 취향에 비해 너무 진하디 진한 색채이긴 하지만 요런 빛깔의 수국은 그리 흔히 볼 수가 없기에, 그리고 또
그 희소성 때문에 더더욱 이 빛깔의 수국이 더 풍성해 보이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두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던
어느 집 앞의 이 멋스런 수국을 나는 도둑촬영을 하고서 얼른 줄행랑을 쳤답니다. ㅎㅎ
게다가 그 집의 지킴이, 사나운 강아지 녀석이 목이 터져라 짖어대는지라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서 더더더 36계 줄행랑을 쳤답니다. ㅎㅎㅎ
ㅎㅎ, 좀 많이 무섭긴 했지만 예쁜 수국 사진 하나 건졌으니 그걸로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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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241EBA4F5209ADC623)
요것은요, 정신없이 36계 줄행랑을 치던 그 와중에도 내 레이다망에 걸려든 성질 급한 코스모스랍니다.
이런~ 세상에...
7월에 벌써부터 코스모스라니...
니네들 너무 성질이 급한 거 아냐...
지금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는 여름 중에서도 한가운데 한여름이라구...!!
얘들아, 제발 정신 좀 차리렴...!!
근데... 예쁘긴 예쁘네요...
정수리에 바늘끝처럼 꽂히는 뙤약볕 아래에서 피어난 코스모스라도 역시나 예쁘긴 하지만,
그래도 뭔 고생이람... 좀 더 기다리다 시원해질 때 피어나면 더 좋았을 것을...
ㅎㅎ, 꼭 이렇게 말 안 듣고 성질 급하게 톡톡 튀는 애들이 꼭 있다니깐요... ㅎㅎ
*
매일매일 닦아내도 매일매일 사뿐히 내려앉는 먼지처럼
매일매일 소리없이 내려앉아 어느새 켜켜이 쌓여만 가는 내 일상의 골칫덩이들...
이 골칫덩이들이 포화상태가 될 때면 나는 어딘가로 마구마구 달려나가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나는 목적지도 없이 몇 시간씩 길 위에서 배회를 하다
집으로 돌아오고는 합니다.
어느 때는 내 마음 속에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골칫덩이 문제들을
그 누군가와 수다로써 풀어내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만 내 성격상 그 또한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나는 혼자서 꾹꾹 눌러 참다가, 그렇게 참다가 참다가
견딜 수 없을 때면 마치 장전되어 있던 탄알처럼 힘차게 집 밖으로 달려나가고는 합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만이라도 되도록이면 많은 것을 잊고서 그저 차창을 스치며 지나가는 바깥 풍경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하려 애를 쓰고, 또 그런 식으로 몇 시간 동안 배회하다보면 머리가 한결 가벼워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 또한 조금은 가벼워졌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일기를 쓰다보면 약간의 카타르시스 효과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가끔씩은 낯선 길 위에서 몇 시간 동안 떠도는 것을 아주 필요로 한다는, 뭐, 그렇다는 거죠...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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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길 위에서 새로운 힘을 얻어서 또 이렇게 저렇게 <내일>을 살아가려 한답니다.
내일을 위해...!! 또 다른 많은 날들을 위해...!!
< 2013/07/17 또 다른 오늘을 위해 출발선에서 숨을 고르며... >
첫댓글 잘 있쓔?^^
넹~ 잘 있습니다~~!! ㅎㅎ
마음을 푸근하게해주는 사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