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은 한자로 따지면 흰색 금이란 뜻이다. 설마 이걸 모르진 않겠지? 화이트 골드는 영어지만 결국 흰색 금이란 뜻이다.
그럼 도대체 둘은 뭐가 틀리나? 배다른 형젠가? 아니다, 둘은 동명이인이다. 이름만 같고 완전히 틀리다.
밑에서 따지는 걸 잘 보면 알겠지만 백금은 금으로 부르기엔 너무 틀리다. 금처럼 귀하다는 의미였을까?
우선 백금. Platinum, 원소 기호로는 Pt로 표시한다.
플래티넘. 카드 회사들이 골드 카드도 너무 흔하다며 그 위에다 플래티넘 카드를 만들어 아주 우수한(?) 회원들에게 발급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백금이 뭔데 금 위에 올라선 걸까?
신세계를 탐험하던 스페인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안토니오 데 울로아에 의해 1735년 처음 발견되었을 때 은과 혼동하여 스페인어로 은을 뜻하는 Plata에서 Platina라고 부르게 되었고 다시 Platinum이 되었다. 자세한 언어 변천 과정까지는 내 알 바가 아니다. 여하간 스페인 사람들은 별 필요 없다고 그냥 버렸다고 한다. 하긴 은이 있는데 비슷하긴 해도 가공이 어려운 걸 굳이 쓸 이유가 없지.
18세기까지 유럽에는 쓰이지도 않았으나 루이 16세가 왕의 금속이라고 칭하면서 급속도로 유럽에 퍼지게 되었다. 수세기 동안 남 아메리카 이외에는 러시아에서 많이 산출되어 러시아는 19세기에동전으로도 사용했다. 스페인에서는 백금 동전에 금을 입혀 위조 동전을 만들기도 했다. 여하간 인간들은 나쁜 쪽으로만 머릴 쓴다니까.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에는 중요한 귀금속류로는 백금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이것도 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되면서 꺾이게 되었다. 미 정부에서 전쟁 물자로 분류하여 군사용 이외의 목적으로의 사용을 금지시킨 거였다. 왜 전쟁 물자로 분류되었는지는 찾을 수가 없다, 된장. 백금 촉매로 필요했던 건가???
여하간 이때 화이트 골드가 등장했고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장신구 용도의 백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근래에 와서 다시 장신구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전체 채광량의 1/3 정도만이 보석 용도로 쓰인다고 하는데 금보다 더 비쌀 정도로 귀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도 예비로 백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 X랄 같은 걸 미리미리 만들어 놓느니 필요할 때마다 그냥 쓰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원자번호는 78번으로 금 바로 앞이다. 원자량은 195 정도로 금과 비슷하다.
6주기 10족.
녹는점은 무려 1,772도, 끓는점 3,827도. 지금까지 금속학적 고찰 중에서 최강이다. 당근 이걸 녹여서 뭔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 했다고? 할 말이 없군. 해봐라, 그냥.
원광을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백금을 추출한다. 자세한 과정은 생략.
백금은 매장량이 적은 금속이다. 채굴량도 적다. 금이 연간 1500톤인데 백금은 겨우 160톤 정도다. 거기다 채굴과 정련도 어렵다. 겨우 1온스(28g)를 얻기 위해 1톤의 원광이 필요하고 그후 정련에 5달이 걸린다.
외관은 은과 비슷하나 은보다는 훨씬 단단하다. 장신구로 쓰이는 금속 중에는 가장 단단하다.
단단하기 때문에 가공이 힘들다. 살 때는 비싸도 다시 팔 때는 싼 이유가 여기 있다. 재가공도 무쟈게 힘들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은이나 금은 주로 일단 가열해서 녹인 다음 기본적인 형틀에 부어 기본 형을 만든 다음 다시 완전한 형태로 가공한다. 무르기 때문에 가공도 쉽다. 하지만 백금은 금, 은이 전부 녹아내리는 온도인 근 1,000도 가까이 가열봐야 녹기는 커녕 물러지기만 하기 때문에 그대로 가공에 들어가야 한다. 고로 복잡하게 가공을 하면 할 수록 더 비싸진다는 말이다. 하긴 복잡하게 가공하지도 못한다더라.
14K금의 두배 정도 무게가 되는데 이 무거움이 중요한 장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겁다는 것을 어떤 가치로 생각한다나? 하긴 가벼운 것보다는 묵직한 게 좋겠지. 그래도 가벼운 티탄은 좋다, 헤~ *^^*
잡설인데 패션 전문가들은 금보다 백금이나 화이트 골드가 훨씬 인간의 피부색과 어울린다고 한다. 묘하군, 누리끼리한 금보다 하얀 백금이 피부와 더 잘 어울린다고? 여자들이 흰 피부를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친가? 그리고, 백금 장신구의 85%가 일본에서 팔린다나?
백금 장신구는 실제 여섯가지 금속의 합금이다. 백금 이외에도 팔라듐, 로듐, 루데늄, 이리듐, 오스뮴 등이 동가하고 있다. 백금과 이리듐 빼고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있나 없나 애매한 희한한 놈들이다. 여하간 원소 주기율표 상에 비슷한 위치에 몰려 있는 걸로 봐서 이 금속들은 무게나 화학적인 면에서 매우 비슷할 것이다. 그 때문인지 19세기 초까지는 제대로 구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코발트를 합금해서 강력한 자석을 만든단 얘긴 어디선가 들었다. 그리고, 변형이 없기 때문에 표준 무게추 따위를 만들기도 한다고.
실컷 떠들었으니 이제 화이트 골드로 넘어가 보자.
뭐 기본적인 거야 금이니 어째서 흰색인지를 우선 알아보자.
화이트 골드는 금 합금이다. 금에 몇가지 다른 원소를 섞어서 만든 것이다.
자, 한발만 더 나가자.
종류 합금원소
노란색 금(Yellow Gold) 구리, 은(그냥 일반 금이다)
흰색 금(White Gold) 니켈, 아연, 은, 백금
녹색 금(Green Gold) 은, 구리, 아연
적색 금(Rose Gold) 구리
화이트 골드에 합금되는 니켈, 아연, 은, 백금 전부가 은빛 광택을 낸다.
그냥 화이트 골드만 할 거면 금속학적 고찰 쓸 필요도 없다. 화이트 골드는 앞서 말했듯이 백금의 대체품으로 등장했다. 백금이 가격도 비싸고 가공도 힘든데다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기본이 되는 금은 14K나 18K가 주로 쓰인다. 22K 이상의 순도가 높은 금은 합금해봐야 그대로 금색을 띠기 때문에 헛고생이다.
위에서 보면 화이트 골드는 니켈 등의 합금이라고 하는데 대신 팔라듐이 합금되는 경우도 있다. 그건 니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당근 팔라듐은 비싸다. 니켈이나 아연을 쓰는 쪽이 튼튼하고 싸며 녹는점도 다소 낮기에 만드는 쪽에선 훨 편하다.
여러가지를 합금한 화이트 골드이지만 원판이 금색이라 완전히 흰색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완전히 희게 만들기 위해 은색 광택을 내는 로듐을 도금하기도 한다. 도금이라는 게 벗겨질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아래쪽의 원래 화이트 골드의 색이 드러나면서 회색이나 약간 누런 회색을 띠게 된다.
어차피 도금할 거 그냥 14K나 18K에 도금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누런 바탕에 흰색 칠해놨는데 나중에 흰색 벗겨져 봐라. 바탕이 그래도 비슷한 색인 거 하고 천지 차이다.
녹색, 적색 금에 대해서도 알려달라고? 직접 알아봐라. 있다는 거 알려준 게 어디냐? 내가 무슨 만물상이냐? 이 정도 알려준 것도 고맙지 않나?
마지막으로 귀금속 다루시는 분한테 들은 이야긴데 검은색 금, 즉 Black Gold를 만들 수 있음 대박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색의 금이 나왔지만 아직 검은색 계열은 없다고. 이것만 만들 수 있으면 대박칠 거라고.
다 때려치고 이거나 연구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