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목요일은 수능일이었습니다. 전국의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가슴 졸인날입니다. 그런데 깃발을 맡은 저로서는 ‘수능일은 추운날’이라는 징크스에 더 긴장했지만, 황홀할 정도로 눈부시게 푸르를 뿐 아니라 날씨 마저 더워 축복받은 날이었습니다. 차마 제 입으로 “날씨는 깃발의 인격”이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이날만큼은 정말 너무 멋진 날이었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날, 목요도보는 황홀했습니다~
이번 목요도보는 지난 9월 10일 서대문알프스1탄 백련산에서 안산자락길에 이어 홍제역-백련산-홍은동 생태다리-북한산둘레길-탕춘대성곽길-옥천암-석파랑-윤동주시인의 언덕-인왕산숲길-수성동계곡에 이르는 10km의 길을 걸으며 도심속 숨어있는 보석같은 명품숲길을 걸었습니다.
홍제역에서 모여 백련산을 올라가 백련산과 홍은동을 잇는 생태다리를 넘어 북한산 둘레길로 넘어갑니다. 홍제동 다음의 녹번동. 녹번(碌磻)이란 지명은 '녹번이 고개'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약용으로 쓰이는 자연동(自然銅)인 산골(山骨)이 나와서 산골고개라고도 하고, 조선시대 일부 관리들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급여인 '봉록'의 일부를 고개에 두고 간 것에서 비롯된 '녹을 버린 고개'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료들 급여인 봉록의 '록‘(祿)과 녹번의 녹(碌)은 한자가 다릅니다. 녹번고개는 한양도성 끝나는 곳에 위치, 관아도 없고 무악재-녹번고개-연신내-구파발로 이어지는 의주대로는 조선시대 조선-중국 사신들의 왕래길이라 ’녹을 버리‘고 갈만한 곳이 안됩니다. 어쩌면 민중의 희망사항이 담긴 뜻이 아닐까 합니다.
녹번이고개 설명문. 산골고개가 더 정확하고 무엇보다 이쪽은 군사적 요충지라서 우거진 숲길이 있었다는 설명이 빠져 아쉽네요.
올해 3월15일 개통한 생태연결육교를 건너 은평둘레길 혹은 서대문구 홍은둘레길을 거쳐 장군바위에 올라 백련산-안산-인왕산-북악산-북한산을 한바퀴 둘러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길이 빛납니다. 백련산-안산-인왕산-북악산은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서대문알프스입니다. 서대문알프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홍은둘레길 장군바위입니다. 서대문알프스 한가운데가 홍제동입니다.
홍은동 장군바위에서 바라본 홍제동 일대. 홍제동을 중심으로 백련산-안산-인왕산-북악산이 이른바 서대문알프스. 사진 전면 가운데 협곡처럼 길이 나있는 곳이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의 하나인 개미마을. 여기로 인왕산 정상을 넘어 백사실계곡으로 가는 길이 서대문알프스3탄입니다. 조만간 목요도보로 준비합니다~
장군바위를 지나 탕춘대성 암문을 거쳐 옥천암으로 향합니다. 이 길은 일찍이 에비앙님이 개척, 길사랑 도보사랑에서는 ‘에비앙루트’로 부르는 곳입니다. 탕춘대성은 조선후기 숙종 임금이 들어서면서 국방을 강화하면서 첫번째로 북한산성을 정비하고, 그것도 모자라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을 잇는 쌓은 성곽을 편의상 탕춘대성곽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5km의 구간만 남아있지만 그마저 보존이 안되어 유명무실 합니다. 탕춘대성 성곽길은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구름정원길과 구기동 구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곳입니다. 상명대쪽으로 내려오면 세검정쪽 홍지문이 있고, 그 위로 창의문이 있습니다. 이를 보면 탕춘대성은 한양도성 창의문부터 북한산성을 연결하는 수도방어 제1선, 어쩌면 조선의 마지노선이었는데 복원이 안돼 흔적들이 사라지고 있는 안타까운 길이기도 합니다.
탕춘대성곽을 따라 홍제천이 흐르는 곳으로 내려와 마애석불로 유명한 옥천암을 거쳐 탕춘대성곽의 관문인 홍지문을 지나 세검정 삼거리에서 석파랑을 둘러봅니다. 이어 자하문고개로 올라가 창의문 옆으로 윤동주시인의 언덕을 거쳐 인왕산숲길로 들어섭니다. 숲길에 들어서니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도심 속 이런 좋은 숲길은 드물죠. 숲길을 걷다 구름다리도 만나고 내려오니 수성동계곡입니다.
이 지역은 조선왕조 미술사적으로 엄청난 내용이 있는 곳이고, 수성동계곡 밑 경복궁 서촌도 할말이 많은 지역이지만 후기가 너무 길어져 이만 줄입니다.
걷는 내내 온화한 날씨덕에 웃옷들을 하나하나 벗습니다. 입동도 지나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가는 길목, 걷다보니 더워 ‘인디언섬머’가 생각났습니다. 인디언섬머는 “가을에 한동안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따스한 기간, 그래서 겨울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뜻으로는 “만년에 맞게 되는 행복한 성공”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멋진 가을날, 좋은 길을 좋은 분들과 함께 걷는 것만으로 ‘행복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걸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바쁘실텐데 참가하시고 화요도보 홍보(?) 많이 하고 가신 그린비님, 항상 든든한 정든길님, 엄청난 온수통과 종이컵을 갖고와서 그린비님 기를 죽이신 단단한 총무 단미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감사한 분들은 함께 걸으신 분들입니다.
다음 좋은 길에서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동네 뒷산같은 평범한 백련산, 알고보면 멋진 길입니다.
녹번동에 있는 홍은동생태다리
홍은동에 잇는 북한산둘레길
탕춘대성곽길, 북한산 연봉들이 선명하게 보인 날..
탕춘대성 갈림길...
탕춘대성곽 설명문(2015. 5. 5 사진)
탕춘대성 암문. 여기서 상명대 쪽으로 내려가면 세검정 홍지문이 북한산쪽 방향을 틀면 행로봉 차마고도길이...
옥천암으로 내려오면 인왕산이 반갑게 맞이하고..
옥천암 입구
옥천암 보도각. 마애석불을 모신 곳으로 수능에 효험이 많은 곳으로 소문나 이날 대박났음~
석파랑입니다.
윤동주시인의 언덕
인왕산 숲길
도심속 보석같은 백련산-탕춘대성곽길-인왕산 숲길을 걸은 날,....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무대가 된 수성동계곡.
워닝님 동행으로 처음 나오신 놀자님 웃자님. 그리고 서라벌님
더불어님 새나님 길잡이별님... 3총사이시네요..
단미님과 밀크님
판도라님과 빗소리님
서라벌님과 판도라님
그린비님과 밀크님
걷기 좋은 날...
더불어님들... 여대생들인즐 알았네요~~
밀크님 덕분으로 정든길님 웃는 모습이...
목요도보 최강 비주얼 군단으로....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허걱... 노 코멘트~~
사진찍기 좋은 날... 화보같은데 제 실력이 부족해서...
이분들 많이 다녀본 솜씨...
판도라님과 단미님 사이에 낀 카르페님... 바짝 긴장한 모습도 보이고~~
낙엽 날리기~~ 가을이면 많이 나오는 장면...
에비앙님이 개척한 에비앙루트에서... 여기서 내려오면 옥천암
미니 벽화마을에서..
옥천암을 배경으로 아가씨들만~~
홍지문을 배경으로,...
함께 하면 좋은 친구~~
석파랑에서 창의문 가는 길에... 길사랑 모토로 삼아도 좋을 말이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분들만 오시라고 했더니...
인왕산숲길 구름다리에서...
마지막가지 생생함을 잃지 않는 더불어 3총사님
사진편집의 달인 미이리님... 완전무보정 사진입니다.
길잡이별님
더불어님
빗소리님
밀크님
새나님
미이리님
서라벌님
판도라님
카르페님
타인님
* 마음에 안드는 사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조치하겠습니다..
첫댓글 낙수님!
후기의 달인다운 멋진 작품.....
덕분에 서알 구경 잘 했습니다~
낙화유수님 현재 무슨일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재주가 다양하십니다. 글재주 사진는재주 넘 부럽고 감사합니다. 공부도 하고 즐감합니다~~^^
새롭고 아름다운 도보 진심 감사합니다 중간 이탈에 인사도 못드리고 미안합니다 사진 리딩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리에 알이 배겨서 디뚱거리며 걸어다니면서도...어제의 걸은 길이 참으로 이쁘고 좋았다는 생각에 온종일 뿌듯했어요^^
알프스 같기도 하고 작은 설악 같기도하고....좋은길 걷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무엇보다 서울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게 감탄할만합니다.
바쁘신데 고생많으셨어요 ^^
"날씨는 깃발의 인격" 에 백번 동의 합니다
"후기의 달인" 맞슴니다.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에비앙코스" 궁금해집니다. 창업자 동지의 안목에 말임니다.
코스가 그렇게 낮선 곳이 아님은 43년째 살아온 곳이기 때문일까요
맛깔스런 후기가 너무 좋아 꼭 참가하고 싶은 곳임니다.
낙화유수님 빠른 시일내 카페 "길사랑"이 안정을 찾아감을 함께 기뻐함니다.
또 뵙기를 (사진: Mauna Loa,Hawaii 4169m, 70~100만년전 형성)
굳이 "알프스"란 호칭을 붙여야 했을까? 했던 생각을 이번에 확실히 접었습니다
북한산 백악 인왕산 안산이 펼쳐지는 탁 트인 조망에 "서울"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다시 새겼습니다
좋은 길 ! 그리고 "깃발의 인격"을 말해준 날씨 ! 인정합니다~~
사진 좋고~ 후기 좋고~
좋고 좋고 또 좋네요
여고 시절 국사가 좋아
손에서 책을 놓지않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낙화님 해박한 해설에
더더욱 눈이 갑니다^^
서대문구는 고향이라서 정이가고
어른되어 아름다운 곳임을 알아
애잔하게 가슴을 적십니다
역사와 서정이 흐르는 길에 선
길벗님들이 아름답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걸으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릴수 있는길!
낙화유수님만이 선물할 수 있는
최대의 행복길입니다
감사하게 느끼고, 읽었습니다^~^
목요도보날이자 수능날~ 어쩜이리 날씨가좋을까~^^
낙화유수님을 하늘이 인정해주시는 날인것 같기도합니다
날씨, 사진,회원님, 낙화유수님의 해설을곁들인 길 모두가 굿~~입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느꼈던 그대로 낙화유수님은 평범치 않으셨고 기대 이상 이었습니다
사학에 능통한 해박한 지식과
여유롭고 따뜻한 성품과
부드러운 유머에~~짧지않은 길이었지만
넘치게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 이었습니다
바쁘시겠지만 길사랑을 위해 깃발 잡아 주신다면
기꺼이 달려갈 열혈팬이 아주 많을듯 싶습니다♡^^~
오랫만에 만나 반갑게 맞아준 길사랑 동지들께도 감사^^~~~
정회원이 될날을 기다리면서 또한 낙화유수님의 깃발을 기다린 보람이 큰날이였어요.
숲속의 그길이~~아즉도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역쉬~~낙화유수님^^
고품격후기 공부? 자~알하고, 즐감하고 갑니다.^^
알프스 2탄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도 기대되는 3탄 입니다.
감사드리고 담길에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