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의 술은 일정을 위로하는 보약이 되었다. 여수밤바다, 낭만포차의 기운이 아침을 밝고 힘차게 했다. 여수 밤바다에서 순천 선암사로 달렸다. 여수도 그러했지만, 주차비 무료에 입장료 무료다. 우리는 작은 행복에 흥겨워했다.
선암사 입구에서 절까지 1킬로미터 남짓 걷는다. 선암사를 가보면 알게 되리라. 선암사는 바로 이 길 위에 있음을. 넓은 폭의 길과 그 길을 푸르게 감싼 나무, 그 사이로 초록에 빛나는 빛이 있어, 걷는 그대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풍덩 빠질 수밖에 없음을. 승선교 아래 아치에서 승선루를 찍은 사진은 선암사를 소개하는 대표 풍광이다. 선암사는 맑고 청아한 풍경으로 하늘에 맞닿아 있었다. 여느 절과 다르게 무슨 기도 어쩌고 하면서 시주 명목의 각종 홍보물이 없어서 좋았다. 초입에 길 안내를 하는 쌤은 좋은 인상에 친절했다.
순천만 국가 정원을 향했다. 평일임에도 곳곳에 모범운전사의 안내가 이어지고 있었다. 국가 정원이 너무 넓다. 가까이 주차할 곳을 벗어나고 보니, 마음이 요동을 쳤다. 결국 통과 목소리가 반영되었다. 흑염소탕으로 점심을 하고, 순천드라마촬영장으로 향했다. 주차는 무료, 3천 원의 입장료가 있었다. 추억을 소환하는 세트장이었다. 그 분위기와 느낌에 시간이 흘렀다.
순천만습지다. 텔레비전과 사진으로 보던 풍광이 펼쳐졌다. 그 풍광도 넓은 습지에 비하면 부분이다. 역시나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넘쳤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양의 사진으로 즐거웠다. 아쉬움이라면 입장료가 1만 5천 원으로 너무 비쌌다. 맨발로 걷는 길이라고 하면 될 것을 ‘어싱길’이라고 안내판에 표시된 것도 부끄러운 장면이지 싶었다.
와온해변은 일몰이다. 아름다운 일몰 장소로 꼽히는 곳이다. 광주에서 할인쿠폰으로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을 맞추다 보니 일몰은 감상할 수 없었다. 갯벌과 포토존에서 바라본 풍광만으로도 느낌은 충분했다. 와온해변에서 광주로 달렸다. 한정식은 푸짐했다. 술은 하루의 피로와 풍경으로 가득 채워졌다. 방 두 개 모텔은 여수보다 쌌는데도 불구하고 훨씬 넓고 쾌적했다. 이틀째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