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살로메를 아시는지요.
니체에 연인이었고 또 릴케에 연인이었으며 프로이드에 친구이기도 했던 여인
당대에 지성인들에 마음을 사로 잡았던 루살로메
생전에 그녀를 따라다녔던 소문 중에는 이런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녀를 알게 되면 9개월 안에 멋진 작품을 쓰게된다. 라는 소문이죠.
소문마져도 아주 매혹적인 여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혹이라는 단어기 잘 어울리는 4월입니다.
봄 풍경에 매혹되고 나를 붕붕뜨게 하는 햇살에 매혹되고 꽃그늘 아래서 만나는
사람에게 매혹되는 4월 살아있다는 걸 축복으로 여기게 되는 멋진 날들입니다.
점심을 먹고 공원에 나가서 해가 떠 있는 쪽에 등을 대고 앉아서
따뜻함을 누리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바람은 아직도 좀 차갑지만 햇살 만큼은 어김없는 봄 햇살이었죠.
자꾸만 마음을 들뜨게 하는 그런 햇살이 어디 새싹이 돋아나지 않았나 하고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그런 햇살이었습니다.
햇살을 등에 대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한 배우를 떠올렸습니다.
영화 "길"에 나오는 젤소미나였죠.
흔히 이 영화를 얘기할 때는 떠돌이 차력사와 백치 젤소미나에 이야기라고 하죠.
하지만 젤소미나에 표정연기를 영화에서 보았다면 그녀가 그져
우리가 단순하게 백치라고 부를 수 있는 여인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녀를 학대하는 장 마노 곁을 떠나지 못해서 사람들은 젤소미나를
백치라고 불렀을 까요.
사실 젤소미나는 갈 곳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버리는
마음을 갖지 못한 여인이었을 뿐입니다.
마음 안에 어떤 생각도 가두어 놓지 않은 듯한 그 순수한 표정을 보았다면
그녀를 우리가 함부로 백치라고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젤소미나 역을 맡았던 배우 쥴리에타 마시나는 정말 그 역을 위해서
태어난 인물 같았어요.
이 영화를 만든 페드리코 펠리니 감독에 부인이기도 했던 쥴리에타 마시니에
그 텅빈 그릇 같은 표정 연기 정말 오래오래 기억 되는 명 연기였습니다.
영화 라스투라다 길을 오래 기억 될 명작으로 남겨 놓게 된 건
영화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 리노로타에 공로이기도 합니다.
좋은 영화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에 선율이 이 영화 속에는 있죠.
떠도는 길 위에 사람들에 영혼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색소폰 소리가 눈물머금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오랫동안
장 마노와 젤소미나를 기억하게 하고 길 위에 떠돌던 사람들을 기억하게 하는
영화 길을 떠올려 본 봄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