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6일
광덕산 종산제 산행
종산제가 있는 산행.
한해도 오늘 포함 3개의 산행만을 남겨두고 있다.
생각보다는 인원이 차지 않는 상황을 두고 회장님과 톡을 주고 받는다.
"비가 온대요~"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주중에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을 기념하는 거나한 술자리들을 징검다리로 건너다 보니,
주말 산행에 대한 생각은 잊고 있었는데,
회장님과 총무님들 생각은 그렇지 않은듯.
날씨를 열어보니, 되려 눈일 거 같은 기대가 드는 상황인 것을 확인하고,
다들 다른 일들이 계시는 모양이라고 치부하고 넘긴다.
많을때도 좋지만, 특별히 파리날리는 수준이 아니라면 적을때도 오붓하고 좋다.
바람이 많이 불고, 눈예보도 있고해서, 어디서 제를 지낼까 함께 고민하다가,
지난번에 다녀온 내 블로그들의 사진을 보다가, 적절해보이는 곳을 발견.
정자도 있고.....
여기를 제안하고, 당시 내가 적어논 글도 찍어 보내본다.
'초입의 1단계 경사계단을 오르면 이렇게 정자가 나온다.
아직 시작이다.
아마도 높이 1/4 정도 오른 정도로 추정.'
그 정도면 적당히 땀도 나기 시작하고, 입맛도 돌 타이밍이라 괜찮겠네. ㅎㅎ
지난 시산제 때를 생각해서,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떡이나 수육같은 큰 짐은 작은 단위로 나누어 달라는 주문을 하긴 했으나,
작은 종산제를 표방하는 산행이어서, 노파심이겠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작은 종산제가 아니었다.
총무님들의 손 크기와 베품의 마음이 넉넉해서, 풍성한 음식들이 준비되었던,
어느 해 못지 않은 규모의 젯상 음식이 준비되었다.
그간 온화한 날씨에 산행하긴 좋았으나,
온난화 재앙탓인거 같아, 마음이 불편했는데..
주중의 장맛비같은 비를 거친 후,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침 나서는 기운이 이제 제 철을 맞은 것 같아서,
춥지만, 마음이 좋다.
폭설은 아니어도 눈이 예보된 날이라,
며칠전부터, 아이젠 필참의 키워드를
한줄 메모장과 한줄 공지방에 표현해 놓았다.
한명은 그래도 놓치시겠지.. ㅎㅎ
나중에 보니, 넉넉한 숫자로 적중한 듯. ㅋ
포에버부회장님의 소녀같은 눈에 대한 기대가 톡방에 표현되어 있다.
눈치없는 맥대장이 비가 와도 그리많이 오지 않을 거라 안심하라는 글이,
서로 핀트가 어긋나, 당일 서로 합의하는 과정도 있었다. ㅋ
그만큼 오늘 첫 눈산행에 대한 기대가 컸다.
차에서 제주이신 청려장대장님의 지도가 눈에 띈다.
올해는 산대장 대표로 서야하니, 나에게도 미션이 주어진다.
산악인선서.
예전 다른 산악회에서도 맡은 미션이긴 한데, 오래되어 낯설다.
명 시인 노산 이은상님이 만든 글임은 인상깊게 머리에 남아있다.
산이 좋으셨는지 호에도 "산" 이 들어있구만.
인터넷을 열어보니, 고향 마산의 뒷산을 따서 지었다고...
더 읽어보니, 그 당시 흔했던, 친일, 친독재로 초기의 우아함이 다 사라진 인물인듯.
좋게 보려다 지저분해 보여 일찌감치 페이지를 닫았다.
산악인의 선서를 눈에 담는다.
외우려다, 카메라에 담아, 폰 보며 해야지.
그런데, 막상 제사 장소로 정한 곳 보니, 의외의 명당자리인 듯.
산악인의 선서 표지석이 읽기 좋고 품위있게 서있다. ㅎㅎ
천안이라 9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들어리에 도착했다.
오늘 4시이전에 대전으로 들어올 요량으로 2시이전에 산행을 마치기로 협의가 되었다.
성의있게 준비된 제사음식을 십시일반 나누어 각자의 베낭에 옮겨담는다.
나도 뭘 기여를 할까 하다가 "큼지막한" 배 뭉치와 "큼지막한" 막걸리를 가방에 넣고,
나름 만족스런 배분을 마무리한다.
가느다란 눈발을 맞으면서, 즐거운 호흡과 함께 걸음을 시작한다.
호두나무를 봐야하는데... 이런... 놀멍이야기멍 하다가 놓친듯.
광덕사 지나 입구 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돌아 시계방향으로 돈다고 강조를 하면서,
중간부분에서 진행을 한다.
당초, 바로라고 생각했는데..
첫 오름과 첫 계단이 생각보다는 많은데?
나름 땀도 나고, 열도 난 상태에서 제를 드리려 정한 위치에 일행들이 놓인다.
사진으로 보았던 협소함에 대한 우려도,
실제로는 넓찍하니, 종산제를 드리기 안성마춤이었다.
일사분란하게 십시일반 가져온 음식들이 젯상 앞에 놓여지고,
청려장 제주님과 총무님들 중심으로 훌륭한 상이 마련되었다.
산악인의 선서를 할 초입타이밍에 슬글슬금 문구가 적혀있는 석상앞으로 이동하여,
마치 외운듯한 스무스함으로 선서를 외친다.
정들 고문님의 산신령에 고하는 문구들을 외워서 하시는 것을 보고,
잠시 반성의 시간을 가진 후, 경건함을 유지하고, 식을 끝까지 동참을 한다.
좀 길어진다 싶은 타이밍에 뒤에서 뭔 재미난 이야기인지, 농담으로 큭큭 거리기도 하고,
고산형님은 퇴주잔 취급에 도움을 주려다 오해를 빚어 쿠사리맞기도 하고.. ㅋ
진지함은 유지한 채, 나름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식을 마무리 하고,
정자로 올라가, 모여 서로의 형체로 바람을 막고, 서로의 온기로 추위를 방어하면서
맛난 식사를 즐긴다.
날씨가 엄청 추워, 쉬이 차가와진 수육과 떡이었지만,
그래도 따뜻하게 준비된 음식들과 함께 정말 맛진 음식을 먹었다.
오늘은 일찌감치 대전와서 풍족한 뒷풀이를 할 거라서,
나는 종산제 음식 한 두점만 입에 물고 산행할 요량이었지만,
배가 그득한 상태로 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이후 더 짙어진 눈바람속에서 정말 즐거운 겨울 산행을 하였다.
배가 불러 힘든것도 있지만, 턴이 거듭될때마다 보여지는 황홀한 설경이
나의 발걸음을 여러차례 잡았다.
설때마다 주변의 풍광과 일행들을 담으면서, 서서히 정상으로 향한다.
아이젠을 못챙겼거나, 빠른 하산을 원하는 분들은 정상을 찍고,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오면서 반가운 조우를 하면서, 정상을 맞는다.
예상대로 눈바람이 거센 상황.
정상에서 제를 올리지 않은 것은 신의 한수였다.
첫댓글 여고시절 기숙사 사감샘의 애인이 이은상시인였다는 풍문에
왠지 그의 시상에 더 깊은 감성을 주입시켰더랬는데
산악인의 선서를 집필할만큼이나 산에 애정이 깊으신 분이셨다니...
好山家의 시집을 다시금 들추어 보게 되더군요.
새벽녘 빗발이 눈발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겨울로 스위치 온!!
통과의례와 같은 산악회 종산제를 무사히 마치고
일찌감치 대전 복귀하여 회원님들과 화기애애한 뒷풀이로 이어지는 정겨운 시간 속
다들 얼콰하게 낮술 오른 모습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하여
바빠지기 시작한 루돌프 사슴코를 닮았으니
어깨에 맨 륙색에 무언가 가족들이 반길만한 선물 꾸러미
하나씩 챙겨 귀가하시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
메리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길만한 여유는 없었고, 우리집을 애타게 찾으며 가는 정신은 다행히 남아있었습니다.
이은상에 대한 고상한 글을 기대했으나, 변절한 흔한 시인이었다는 씁쓸함이 있었는데,
포에버부회장님의 아름다운 과거속의 작은 부분이었었군요. 그 분의 좋은 면만 기억하자구요~^^
제례 장소가 완죤 제격이더군요. 장소를 점지한 공로가 막대하군요.^^
다른 건 챙겨와도 아이젠은 빼먹고 오신 분.. 저도 알고 있지요.~ㅋ
다시 생각해보니 갑장 고산에게 핀잔 준 거.. 미안하네요. ㅎㅎ
고산님도 재미선사해서 흐뭇하셨을 거에요.
제례를 품위있게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치없는 맥대장.....
동대장님!!
저 가끔 눈치 없을때가 있긴 하죠 ㅋㅋ
그래도 별 탈 없는 하루가 아니었나 생각하며.....
잘보고 가유^^
가끔은 눈치없는게 세상을 행복하게 해요.
꾸밈없는 맥대장 포에버~~!! (어? 이 구호 상황에 잘 맞는데??)
@동그라미 "포에버" 친화력 짱이라니까요!
Whatever, Wherever, Whenever~
징글징글징글레리~~^^
눈 내리는 광덕산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추운 날씨에 고생하셨구요
후기 늘 잘보고 갑니다~~
아 시월애 부회장님도 안계셔서 조금은 허전한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 뵈어요~~^^
제 지낼 곳 잘 찾으신 것 같아요^^
바람도 어느정도 막아주고 덕분에 점심식사도 편히 잘 한 듯 합니다.
대장님들이 잘 끌어주셔서 이번에도 무사히 큰 행사를 치루어 냈습니다.
회장님과 총무님들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준비하시는 노고가 커서 작은 종산제를 계획했었는데,
따뜻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시산제는 무리하시 마시고, 이번 정도만 하셔도 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