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 제일 VBAC 실패했지만 해볼만한 것 같아요.

[깜찌기맘]

예정일 : 11월 22일
출산일 : 11월 23일 오후 6시 44분
아기 : 3.58kg 여아
병원 및 담당의 : 산본제일병원 강중구원장님
비용 : 1인실 5박 6일 900,110원 + 소모품비 27,000원 + 혈액대 70,000(2주 전 사전계산)


첫째는 2003년 1월 7일, 37주째 되던 날 정기검진 갔다가 혈압이 180 넘어가고 단백뇨에 부종까지 와서 급한 임신중독증으로 바로 입원했다가 3일동안 촉진제 맞고 별 진통 없이 자궁 5cm까지 열렸는데 아기가 내려오지 않아 제왕절개했습니다. 혈압이 높지만 않았다면 예정일까지 기다려볼 수 있었으련만 약을 먹고 수액을 꽂으면 혈압이 내려갔다가 약효만 떨어지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서 어쩔 수 없이 수술했지요.

둘째는 브이백을 생각하며 여기저기서 정보를 찾다가 이 카페 가입해서 이것저것 정보도 많이 얻고 용기도 많이 얻었습니다. 34주쯤 알게되었는데 틈틈이 운동도 하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임신 36주까지는 총 5kg 증가로 잘 억제하다가 막달에 1주에 1kg 정도 늘더군요. 마지막주엔 바짝 긴장하는 바람에 100g늘었는데... 총 9kg정도 증가했습니다.
36주쯤 담당의사에게 브이백을 생각중이라고 하니 강중구원장님이 잘 하신다며 그쪽으로 보내주시더군요. 원장님께 처음 검진하는 날 좀 충격이었습니다.
“브이백 가능할까요?” 라는 질문에 “70-80%정도는 성공하는 편이에요”
“사실은 아직도 겁이 좀 나서요” 라는 말에 “겁나면 수술해야지” 라는 대답 -.-;;;
속으로 아니 용기를 좀 불어넣어주지 장난하나... -.-;; 라는 생각도 들고... -.-;;
하지만 몇 번 검진받으러 가며 궁금한거 여쭤보니 대답도 잘 해주시고 원래 성격이 그러신 듯, 하긴 제일 대기자가 많은 방이라 그러려니 했지요. ^^

39주+2일째 정기검진 갔는데 별로 아기도 내려오는 느낌도 없고 아기는 잘 논다고 했더니 예정일 다음날 아침에 일찍 오라고 하더군요. 예정일인 22일 뭘 잘못먹었는지 아들이랑 저랑 둘이 밤새 토하고 설사하느라 정신없었습니다. 설사 때문에 화장실에 들락거리며 아랫배가 싸하게 아프긴 했는데 진통은 아니었고, 아침에 속도 안좋고 해서 밥에 물 부어 끓여먹고 병원에 갔지요. 아기가 더 내려오는 느낌도 아니었고 며칠 더 걸릴 것 같아서 병원 갔다가 친구랑 밥이나 먹을 생각으로 나갔습니다.

그런데 내진 해보시더니 1cm 열렸다며 바로 입원하라는군요. 새벽에 화장실에서 힘준게 있어서 그러나 싶었는데 “오늘 바로 입원해야 하나요?”라고 다시 여쭤봤더니 그러라고...
혼자 입원수속 마치고 지방에서 일하는 남편에게 오늘 입원하니 올라오라고 전화하고 분만대기실 올라가 이것저것 하고 관장에 혈관주사 꽂고 누운게 11시쯤. 좀 어려보이는 간호사가 관장액 넣어주며 “이제부터 아무것도 못드세요”하는데 밥이나 좀 먹고올걸... 하는 생각.
원래 첫째때도 진통오는데 시간 많이 걸렸어서 가지고 간 책 읽으며 있는데 수간호사인가 쯤 되보이는 분이 오시더니 진통이 있긴 한데 약하고 불규칙해서 촉진제 조금 맞는게 나을것 같다고, 원장님도 그러신다고 해서 수액에 촉진제 조금 넣고 있었습니다.
촉진제 맞아도 별 느낌 없고 지난 밤에 배 조금 당기는 느낌정도만 있어서 간호사가 아프지 않냐는 질문에 “그냥 조금 당기다 말다 하네요”라고 한 시간이 오후 1시쯤. 원장님 내려와 한번 보시는데 별로 아프지 않다고 했더니 그럼 싱글로 바꾸라고 올라가심.
싱글이 뭐냐고 물어보니 진통이 미약하면 촉진제 빼고 수액으로 바꿔서 경과를 좀 본다고 하네요. 태아 심박동 체크하는 심음계 배에다 달고 바로 누워있으려니 허리가 아파 끙끙거리는데 한 간호사가 폴대 줄테니 돌아다니라는 말에 그럴까 하고 있다가 그 전에 내진 한번 하자고 해서 내진 했는데 내진 하시는 분이 “어머 안아프다고 해서 하나도 진행 안된 줄 알았는데 3cm나 열렸네요”라고 하시며 다시 수간호사님인가 하시는 분이 내진하시며 많이 열렸다고 다시 촉진제로 바꾸고 잠시 후 양막을 터트렸습니다. 그게 오후 2시 가까이 된 시간이었던 듯 하네요. 3시 가까이 되어 남편이 도착하고 진통이 조금씩 세졌지만 진통이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태아 심음계 때문에 바로 누워있어야 해서 허리가 더 아팠습니다.

3시 반 쯤 내진해보더니 5cm 정도 열렸다고 했고 점점 진통은 세졌지만 여전히 견딜만 했고 남편하고 농담따먹기 하면서 히히닥거리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수술하라고 했지만 버틸 수 있다고 했지요. 4시쯤 되어서 진통이 더 세지며 이게 진통이구나 싶을 정도로 아팠지요. 그때부터 남편 손을 꼭 잡고 버텼는데 다른 곳 보다 허리와 수술한 부분 바로 위, 배와 허벅지 경계부분이 아파오더라구요. 똑바로 누워있지만 않으면 허리는 덜 아프련만 자세를 조금만 틀어도 심음계에 아기 심장박동이 떨어지는 것 처럼 잡혀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네요. 두 번째 양수를 터트리고 나니 진토잉 더 세지고, 진통이 3분 간격으로 올때쯤 간호사님이 아랫배에 힘 들어가면 똥누는 것 처럼 힘 주라고 해서 진통때마다 힘주고... 그래도 소리 한번 안지르고 버텼습니다. 저보고 잘 참는다고 칭찬해주시며 이제 아파서 몸을 틀어대는 저 때문에 아예 옆에 붙어서 배에 심음계를 눌러주던 수간호사님 참 고맙더라구요. 언제언제 힘 주고 숨 쉬고 하는 것도 알려주셔서 도움 많이 되었습니다.

진통간격이 점점 짧아지며 계속 언제쯤 나와요, 얼마나 진행됐어요 라고 물어보는 제게 워낙 진행이 빨라서 분만실에 급하게 들어갈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마 오늘 오후 6시쯤엔 나올것 같다고... 오후 5시가 넘어가니 진통간격 더 짧아지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고... 정신없이 아플 때마다 아랫배 힘 주다가 5시 30분 조금 넘어서 분만실로 가자는 말에 휠체어에 옮겨탔습니다. 이때쯤부터 정신없이 아파왔구요 분만대 올라가서 아플 때 마다 옆에 손잡이 잡고 발 지지대에 발 대고 힘 주고 그럴 때마다 수간호사님 회음부를 계속 손으로 넓혀가더라구요. 그게 오히려 덜 아픈 듯... 분만대에서 4-5번 힘주니 원장님 내려오셨고 진통은 거의 20초 간격으로 오는데 힘을 아무리 줘도 속에서 내려오는 느낌은 없고... 잘 한다고 칭찬은 하는데 애는 내려올 생각도 안하고... 조금 더 있다가 원장님 옆에간호사에게 “안에서 꽉 막혀서 걸렸어. 힘들겠는데”라고 말씀하시는게 들려서 절망적이었습니다. -.-
잠시 후 주사바늘 꽂는게 느껴지고 회음부 절개하는게 느껴지며 계속 힘 주는데도 안나오고 결국 원장님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에게 수술할 수 있다고 동의서 쓰라고 나가시고 배 아플 때마다 힘 주면 덜 아파서 힘 주는데도 나오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
결국 “수술 할거면 빨리 해주세요!!”라고 소리 버럭버럭 질러대며 -.-;; 힘 줄때마다 양 옆에 간호사들에게 다리 잡아달라고 하고, 수술할거면 촉진제라도 빼달라고 아주 호령해가며 있었습니다. 잠시 후 원장님 다시 회음부 봉합하시는 게 보여 안되는구나 싶었죠.

결국 분만대에서 내려 다시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이동. 수술대에 올라가니 다리를 벌릴 수 없고 몸을 고정해야 해서 더 아팠습니다. 아프다고 소리지르며 마취라도 빨리 시켜달라고 발악하다가 깨보니 회복실이더군요 -.-;;
남편 말에 따르면 아기를 데리고 나온 간호사가 아기 이마를 가리키며 “여기가 이렇게 툭 튀어나와서 걸려서 안나온거에요”라고 했다는군요. 나중에 보니 아기 머리가 앞뒤로 짱구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병실에 원장님 회진하실 때 왜 아이가 안나왔냐고 했더니 회음부는 넓은데 안에서 걸려서 빼낼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첫째때 수술을 안했다면 위에서 배를 눌러 빼내보려고 하겠지만 혹시 수술자국이 터질까 그렇게 할 수 없었다네요.

95%까지는 별로 어렵지 않게 갔다가 나머지 5% 때문에 수술을 했고 남편은 제게 이럴 바에 아예 처음부터 수술할 걸 그랬다고 했지만 저는 도전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워낙 진통을 많이 느끼는 체질이 아니었던 것 같아서 별로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것 일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견딜만했었고 진통하는 내내 남편하고 있어서 남편이 저보다 더 힘들어하더라구요. 덕분에 입원해있는 내내 손가락 하나 까딱 안하게 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어찌나 끔찍하게 위해주던지. ㅋㅋ 다시는 이런 모습 안본다고 정관수술을 한다는 둥, 태어날 울 공주님 나중에 결혼하고 아기 낳을 때 바로 수술시킨다는 둥... 진통하는거 보여주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진통하면서 손 잡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남편이 한숨을 쉬면서 덜덜덜 떨고있더라구요. 한번 쯤 제대로 엄마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고싶었던 제 바램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구요.

산본제일병원은 첫째때도 1인실 썼는데 그때보다 1인실이 좀 작아진 것 같더라구요. 예전엔 테라스도 무척 넓었는데 전체적으로 좀 줄어든 것 같고 테라스 없는 1인실 썼는데 남자들이 불편해하더군요. 회음부 절개를 한 때문에 하루 소변줄 빼고 하루 두 번씩 꼭 좌욕 했구요(좌욕기 넘 좋아요~~^^) 비급여 식사 했는데 한끼에 7,000원이 좀 비싸다 싶긴 해도 미역국이 진하고 맛있어서 좋습니다. 첫째땐 미역국 반 정도 남겼는데 이번엔 국물 한방울 안남기고 싹싹 마셨네요. 확실히 둘째 때라 수술 후 회복속도가 좀 늦어서 첫째땐 소변줄 빼고 바로 씩씩하게 걸어다녔는데 이번엔 소변줄 뺀 날 하루는 벌벌 떨면서 다녔구요 간호사들이 좀 많이 배치되는지 관리해주는 것도 여러 가지고 도우미님들도 잘 해주셨고...
참, 분만대기실에서 계속 제 옆에 붙어서 제가 몸 돌리고 있을 때 손으로 태아 심음계 배에 대고 진통하는 법 알려주신 분 너무 감사드려요. 덕분에 많이 힘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3년 전보다 모유수유에 관해 의료진들이 더 신경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야 소변줄 뺀 다음날부터 모유수유를 시작했는데 퇴원한 지 이틀 되는 울 공주님 분유보다 모유를 더 좋아하네요. 아직은 빠는게 미숙해서 젖꼭지가 많이 아프지만 다행스러운 것 같아요.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
아무튼 브이백 하시는 분들 열심히 노력하시구요.
저도 아기가 조금 더 작았더라면 브이백 성공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아직도 있습니다.
농담삼아 셋째 때 다시 도전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봐야 알 것 같구요^^;;
모두들 열심히 준비하셔서 꼭 성공하세요~~^^

[초령]

마니 힘드셨겠어요 ㅡ,실패햇어도 해볼만한거엿다는 님말에 저두 많은 힘이되네요 몸이 마니 안좋아서 걱정인데 저두 님 처럼 한번 시도는해보고싶어요 실패해도

[깜찌기맘]

화이팅입니다. 출산하시는 날까지 관리 잘 하시구요 꼭 성공하세요^^

[별셋에 사랑은 가득하고]

님처럼 긍정적인 생각이 힘을 주는군요.브이백 성공할려면 어찌됐든 아기는 키우면 안되는가봐요.애기 잘키우시고 몸조리 잘하세요. 결과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신신 님! 너무 아름답습니다.^^

[깜찌기맘]

그러게요. 39주때 3.2kg정도라고 했는데 그렇게 클 줄 몰랐어요. 첫째때도 머리가 크다는 소리 들었는데 이번에도 머리가 걸리네요.^^ 고맙습니다. 화이팅하세요^^

[눈의여왕]

이쁜 아기 출산하신거 축하드려요~~ 님 글 읽으면서 감명받았네요!! 용기도 얻었구요!! 비록 마지막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몸조리 잘하시구요... 즐육하세요!!~~

[깜찌기맘]

감사합니다. 님은 꼭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넘 겁먹지 마시구요. 산모 의지가 젤 중요한 것 같아요.^^

[마마마]

님의 출산기에 저두 많이 힘이되네요.공주님 출산 축하드리구요.모유수유 열심히하세요.힘되는글 써주셔서 넘 감사해용

[깜찌기맘]

감사합니다. 힘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님도 꼭 성공하세요~~^^

[도담맘]

건강한 아기 낳으신거 축하드려요 고생은 다 하시고... 조금은 안타깝네요 하지만 최선을 다하셨고 아기가 건강하다는 것으로 위안삼으세요 아가도 엄마맘알고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줄 거예요 즐육하세요

[비니비니]

건강하게 딸 출산하신거 축하드려요.즐육하세요~~

[후니맘마]

정말 아깝네요. 하지만 건강하게 아기 낳으셔서 다행이예요. 즐육하시고 몸 조리 잘하세요

[까비맘]

정말 고생을 두배로 하셨네요. 회음부도 수술부위도 많이 아파 너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딸 예쁘게 키우세요.

[노벰버]

고생은 고생대로 하시고...에공....저 큰애 출산때랑 거의 똑같네요...울 큰애도 앞뒤짱구....걸려서 안내려왔죠...이번엔 그런일 없이 잘 낳았으면 좋겠는데...암튼 고생하셨어요...몸조리 잘하세요....~~

[예담아예찬아사랑해]

저두이틀진통하다실패한 원인이 골반에서 안내려와서수술했어여우리 아가가 앞뒤짱구더라구여..^^맞아여 브이백은 아가가 내려오지 않음 배를 누를수 없다구 하시더라구여....서서 돌아다니지도 못하게하셔서 전 화장실에서 숨어 운동하다 10분오바되면 간호사님 찾으러오시더라구여...너무 고생하셨어여..그냥 수술할때랑 진통후 수술할때 몸이 많이 다르더라구여...조리잘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