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는 아름다운 걷기 코스가 널려있다.
정책적으로 ‘강원 산소길’이란 테마아래 때 묻지 않는 자연을 배경으로 곳곳에
사람 걷는 길을 개발 중에 있기 때문인데 이곳 정선에도 2개의 코스가 있다.
하나는 임계의 미락숲에서 출발하여 골지천,조양강을 따라 문곡리 덕송교에서
끝나는 46km의 ‘강원산소길-골치천 산소길‘이 있고, 또 하나의 길은 정선읍내
에서 출발하여 동강을 따라 신동읍 제장에서 끝나는‘강원산소길-동강 산소길’이
그 하나다.
그 두 산소길 사이에 정선 북평면 문곡리의 ‘한반도 지형’을 따라 걷는 짧은 코스
가 있는데 이는 주로 상정바위산(1,006m)을 등산하기 위한 한 코스이나 나는
도보, 걷기를 위한 코스로 소개해 보고자한다.
한강의 시원인 검룡소로 부터 솟아나와 백두대간을 피해 간신히 북쪽으로
물길을 잡아가던 골지천은 임계천을 만나 여량으로 방향을 잡고 다시 송천,
오대천과 합수하여 비로소 천(川)에서 강(江)으로의 이름을 바뀐 조양강이 되어
제법 큰 물줄기를 형성한 체 정선을 향한다.
그 물줄기는 문곡리 쯤에서 커다란 산세에 막히자 다시 그것을 크게 돌아가는
흐름이 되어 한강 수계에서 첫 번째의 한반도 지형을 형성시켜 놓았다.
우리는 정선에서 여량으로 가는 42번 국도를 오가면서도 그 지형을 보지 못
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곳에 한반도지형이 있는지 왜 한반도 마을로 불리는
지도 알지도 못했다. 내가 살고 있는 땅이라고 모두 잘 아는 것은 아닐테니까.
강 건너 앞산,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는 상정바위산에 오르는 자만이 뚜렷이
한반도 모습을 조망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두 번째 한반도 지형은 정선의 귤암리 병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곳
이고, 세 번째는 영월의 선암마을이다.
이곳 상정바위는 오르기 쉽지 않을테니 우리는 선암마을의 지형만을 일반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나는 기회가 있어 몇 차례로 나누어 ‘골지천 산소길’을 걸을 때마다 점입가경
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감사함이란 말이 곧잘 튀어나와 그 길을 걷는 기쁨과
행복함을 표현하고 했었는데 문곡리의 한반도지형을 걷게 되는 순간에도 그
감정은 그대로 이어졌다.
걸을수록 새롭게 전개되는 감동적인 풍경들은 점입가경이었고, 이 길을 걷게 된
행복한 인연에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대지는 신록으로 초록바다를 이루는 6월 중순, 나는 그 길을 걸었다
길은 대체적으로 이런 코스로 걷는다.
정선에서 여량으로 가는 길에 있는 반점재에서 차를 내려 곧바로 한반도지형
으로 올라선다.
원래 이 코스는 한반도지형을 가장 올바르게 볼 수 있는 지점인 상정바위를
오르는 등산 팀들이 지나는 코스중의 하나인데 산행을 하지 않더라도 그 지형을
걸어보고 싶다는 목적만으로도 오른다.
누군가 이 지형위에 백두대간의 중요지표를 설정해 두었다. 위로부터 백두산,
금강산, 3,8선(DMZ), 설악산, 속리산.....하는 식으로 말이다.
상정바위를 오르지 못한 사람은 그 표지들을 보면서 뻥이 너무 심했다고 키들
거리지만 정상을 올라가 본 사람들은 절대 그 의미를 축소시키지 않는단다.
우선 소나무들로 빽빽한 능선을 따라 백두산 지점으로 오른다.
그곳에서 좌측 아래로 흐르는 조양강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돌린 뒤 차차 아래로
내려오며 금강산을 지나 DMZ 지점에서 설악산 지점으로 직진하는 산행팀과는
다르게 도보를 하는 사람들은 좌측 방향으로 길을 갈라선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면 ‘골지천 산소길’의 종점인 문곡리 덕송교를 만나고 그곳
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조그만 산을, 그것도 내리막길이고 거리라야 3km정도나 될까? 누구나 쉽게 걸어
내려 올 수 있는 코스다. 그렇게 걸어 보아도 한반도의 지형은 자신의 눈으로
조망되지 않는다. 나중에 인터넷을 뒤져 산행팀들의 사진을 보면서 우리가 걸었 던
길이 한반도의 백두대간 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이쯤에서 민물매운탕으로 점심을 약속해도 좋다. 모래묻이, 꺽지, 퉁바리, 빠가사 리 등
이곳을 흐르는 맑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들이니 매운탕의 맛은 별 다르다.
이곳에서부터의 걷기는 한반도의 지형을 돌아가는 조양강의 물길을 따라 걷는
평탄한 길이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갈래 길에서 우리는 걸어오던 포장길을 버리고 월천을 휘도
는 강둑의 제방길을 택한다. 그러면서 이쯤이면 제주도가 되겠네, 땅끝마을은
저기쯤인가 하며 옆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끼어든다.
6월의 강물은 주위 산색에 물들어 온통 초록이며, 강물 속에 산이 있고 구름도
흐르고 동리 느티나무도 비친다. 잠시 앉아 쉬는 행복해 보이는 내 모습도 비친다.
감자꽃도 한창이고 앞산의 밤꽃향기가 코로 스며든다. 옥수수와 마늘도 한창
자라고....무슨 씨앗을 뿌리려는지 촌로는 소를 몰고 밭을 갈고 있다.
이곳에는 문명의 소란스러움이 없다. 그러기에 더욱 평안하고 편안하다.
상수원 보호지로서 가두어 놓은 물은 호수 같고 명경같이 맑다.
원래는 이곳에서 개끝까지 가는 옛길을 따라 걸어 정선시내로 진입할 예정이었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훨씬 더 금상첨화였을텐데, 요즘은 수해로 길이 유실되고
또 낙석위험 때문에 통행금지란다. 애석하고 안타깝다.
할 수 없이 포장길을 따라 송오리를 거쳐 나와 석교에서 끝나는 오늘 길이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행복하니 만족하다.
오늘 내가 걸은 길.
반점재에서 한반도지형으로 진입하여 반쯤을 내려오다 덕송교로 내려와서
그곳에서 한반도 지형을 돌아 걸어 송오리로 방향을 틀어 석교까지 나오는 길,
3-4시간이면 걸을 수 있는 길,
이 길을 걸으면서 나는 모든 것에 감사했다.
이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고도 생각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사는 방법도 꽤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과 어울림이 점점 어색해 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
조금은 외롭다고는 느낄 때도 있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도 있어야겠지.
첫댓글 처음엔 사진이 없어 아쉬웠는데 읽으면서 그 길이 궁금해 지니 더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더라고요. 헤헤~
'골지천 산소길' 접수하러 가야겠습니다. 좋은 길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