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강제퇴직 158만… 새 정부, 다급한 일자리 사정 알긴 아나
공기업 ‘정규직 신규채용’이 코로나19 이후 2년간 절반으로 급감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구직상담, 국민취업지원 창구에 구직자들이 없어 썰렁하다. (동아일보DB)
지난해 직장 휴폐업이나 정리해고 등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실직한 비자발적 퇴직자가 158만 명으로 5년 전보다 25% 이상 증가했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제 밝혔다.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고용률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다. 일주일에 17시간 미만 일하는 단시간 취업자 수는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다. 기업의 채용 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데다 고용의 질까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 예산이 2017년 16조 원에서 2021년 30조 원을 넘어섰는데도 지난해 그냥 쉬는 사람과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잠재적 실업 인구는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이처럼 고용의 기반이 무너지다시피 한 것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2020년 일자리사업 성과평가에서 145개 사업 가운데 50개가 ‘개선 필요’나 ‘감액’ 대상으로 평가됐다. 세금은 세금대로 쓰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 일자리 정책 중 계승할 것과 폐기할 것을 가려내고 민간 주도로 정책의 틀을 바꾸는 구조조정은 단기간에 완성하기 힘든 핵심 국정과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진작부터 일자리 정책의 비전을 내놓고 세부 실행계획을 구상했어야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인수위가 뒤늦게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론 수렴 차원의 전국 투어에 나선다지만 다급한 일자리 사정을 감안할 때 한가로운 발상이다.
일자리 정책은 모든 경제 정책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청년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의 활력을 키우는 것이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 성장 확대와 양극화 해소라는 정책 목표도 그 결과로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일자리 정책에 정권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대선 기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구상을 내놓은 뒤 일자리 담론은 실종 상태다.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검토하고 있긴 한 건가. “기업인을 업고 다니겠다”는 당선인의 말만으로 민간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는다.
2022.04.12. 동아일보 사설
작년 158만명 어쩔 수 없이 회사 떠나… 퇴직자의 절반
직장 휴폐업-사업부진-명퇴 영향
48%가 일거리 줄어 비자발적 퇴직
주17시간 미만 취업자 200만 넘어
지난해 전체 퇴직자 중 47.8%가 직장 휴·폐업, 명예퇴직, 사업부진에 따른 일거리 감소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둔 비자발적 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는 157만7000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47.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 규모와 비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첫해인 2020년(216만6000명·55.1%)보다는 줄었으나 2016년(125만8000명·38.5%)보다는 30만 명 이상 많고, 9.3%포인트 높다.
장시간 취업자는 줄고 단시간 취업자는 느는 등 일자리의 질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17시간 미만 단시간만 근무하는 취업자수가 1980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26만7000명이었던 주 17시간 미만 취업자수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215만2000명까지 늘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으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줘야 하는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쪼갠 일자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수는 2016년 2150만9000명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다 2020년 2011만2000명, 지난해 2007만8000명으로 줄었다.
또 제조업 일자리가 매년 감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58만4000명이었던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3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대신 같은 기간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는 286만5000명에서 367만7000명으로 늘었다.
홍석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