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0일
한장 남은 벽걸이 달력이 찢겨 사라지는 듯한 느낌의 2023년 마지막 산행.
52번의 한해 산행이 마무리 되고 있다.
날도 흐린 습한 은은한 새벽기운이,
쓸쓸히 사라지는 이 순간과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지난주 산행에서 이날 산행소개를 대신 할 때만 해도
27명에 불과했던 참여인원수가
마지막 뒷심을 발휘하면서 만차에 1명 부족한 44명으로,
한해 일련의 산행공정의 멋들어진 유종의 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꾀꼬리같은 발랄한 소금인형 총무님의 어나운스로
살살 잠으로 빠져들뻔했던 온갖 세포들이 모두 깨어난다.
근교산행이라 그런지, 낮선 얼굴들이 많다.
뜨네기 스타일로 산에 다니는 나도 어떻게, 대한토 12월 개근을 했단다. 그것도 5주 꽉찬. 저런.
정성스레 만들어놓은 선물을 받아들고 뿌듯해 한다.
오늘은 옥천이라 둔산경찰서에서 탑승한지 한시간만에 들머리에 도착했다.
촉촉한 습기를 담뿍 머금은 아침공기를 느끼면서 다들 하차.
넉넉한 열용량을 자랑하는 대청호의 넓디넓은 엄마와 같은 온기가
차갑게 냉각되어버린 대기를 향해 발하면서, 은은한 물안개가 만들어져있다.
멋진 황룡사를 배경으로 인증을 하고,
부소담악 원점회귀를 시작으로 힘찬 걸음을 시작한다.
여기는 개인적으로 아픈기억이 있다.
여유가 생길때마다 대전 내 표현되어있는 모든 산을 찍으려 호기롭게 돌아다니던 시절.
자그마치 고도가 583m에 달해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환산을 지목해 놓고,
여기 황룡사의 멋들어진 모습을 관람한 후,
안으로 만들어져 있는 좋은 길을 따라 계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
오르기 시작했는데,
어렴풋하긴 했으나, 등로가 점선으로 표현이 되어 있었던 나의 GPS와 달리,
완전히 덤불로 덮여버린 계곡을 따라,
능선까지 개고생을 했던 적이 있다.
온몸이 긁힌 사진을 남기고, 정상에 도착해 울분을 토한후,
하산길이 아래그림과 같이 황룡사 살짝 북쪽으로 잘 만들어져있는것을
허탈해 하며 확인했던 기억을 잠시 떠올려본다.
< 당시 환산을 환장하며 올라 편안히 내려오는 도중 궤적>
오늘 걸어야 할 둘레길은 다행히 그 산능선 아래쪽 호반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좋은 길인 모양이다.
부소담악의 진면이 시작되는 추소정까지는 600m 이구만.
도란도란 담소를 즐기면서 걷는다.
여긴 몇차례 와보았다.
아침안개로 자욱한 분위기는 처음이지만.
번듯한 멋진 암릉이었던 이 곳이,
대청호 조성으로 수몰되어, 섬의 형상으로 변모했다고 하는데,
호수를 만들 당시의 과감함과 터전을 잃은 누군가의 가슴아린 이야기가 담겨있으리라
대화속에 환기를 시키면서, 보다 호수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어라? 좀 더 갔었는데, 일찌감치 출입금지 라인이 쳐져있다.
듣자하니, 누군가가 실족을 했었다고 하는데.. 좀 더 볼 수없어 아쉽네.
과감한 (?) 포에버부회장님이 선을 넘으신다. ㅎ
출입을 금하는 노란띠는 피해서 인증완료.
이어서 목은장미 전 부회장님도...
역시 여성분이 과감해~~
트레킹 길이라 그런지, 예전에 산악회를 주도하셨던 많은 선배님들이 나오셨다.
덕분에 길벗자문님도 오랜만에 뵈었다. 기념으로 한 컷.
투명한 수면위를 은은하게 이불처럼 덮고 있는 물안개도 여러 컷.
B코스 기준 13.7키로 4시간 반이 부여된 여유가 있는 산행이다.
여느 정기산행과 달리 편안한 걸음을 이어간다.
충분히 여유를 즐기면서 걷고있어도,
여기저기서 시속 4키로가 훨씬 상회하는 걸음속도를 확인하는 트렝글메시지가 들린다.
호반길이라,
시종일관 산길 포장길을 따라 왼편으로는 황량한 겨울산의 모습, 우측으로는 포근한 호수가 조망이 이어진다.
오늘은 후미를 바른길대장님이 보아주셔서, 중간에 자유로운 위치에 서서,
차미대장님의 따님의 건강한 걸음을 앞에 두고 동무들을 바꾸어가며 함께 걷는다.
지난번 아드님도 씩씩하더니만, 역시 아빠를 닮아 따님도 걸음에 힘이 넘친다.
대장기가 안보여 의아한 뒷사람의 질문에 안받았다는 차미대장님의 뜨끔한 답을 듣고,
회장님께 대장기를 뒤늦게 신청해본다.
예전 14기 산대장당시, 본인것이 해어져서 버렸다는 옥대장의 말에,
빈티지의 너덜너덜함이 고품격인데, 몰라하는 말이라는 회장님의 너스레.
난 많이 들었던 말이라, 일찌감치 너덜너덜한 대장기를 자랑스럽게 달고 다닌다. ^^;;
가스라이팅인가? 흐음....
어쨋건 향후를 위해서 몇장 추가 제작하기로.
어느덧 거리로는 반이 훌쩍 넘은 위치에서 랜드마크가 있는 모양이다.
앞에서 일행들이 무리져서 왼편으로 오른편으로 갈라진다.
이때만해도 12시부터 비가 예보되어있어서,
일찌감치 비를 피해 버스에 가있고자 하는 분들은 선두대장님의 걸음에 주저하다가,
슬금슬금 코스를 진행하려는 움직임.
나도 이런기운에 맞을 비는 달갑지 않아서, 주저하고 있는데,
모두가 돌팡깨로 오길 바라는 레간자 주관대장님의 무전이 들린다.
음.... 할 수 없지. 이미 앞서가신 네분은 할 수 없고,
삼거리에서 망설이고 있는 분들은 모두 왼편 돌팡깨 휴식처로 향한다.
10시 반께 되었는데, 벌써 점심을 먹겠다는 후미의 무전이 들린다.
"벌써???"
선두에서도 점심을 깐단다. 크~~
점심을 내심 스킵하고, 일찌감치 비를 피해 버스로 들어가있으려 했었는데, 나도 그럼 점심을 먹자.
돌팡깨라....
잠깐 검색을 해본다.
옥천군 군북면 항곡마을에 화산석처럼 구멍이 뚫려있는 흑색의 바위들이 한데 모여있는 것이 화산 폭발로 생긴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곳이 있다.
산골짜기에서 금을 캤다고해서 유래된 항곡마을 입구에 널리 퍼져있는 옥천대 변성퇴적암인 흑색 금강석회암 지대로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돌무더기가 있는 언저리라는 뜻으로 돌팡깨라고 부른다.
이 마을은 꾀꼬리봉과 백골산이 품어주어 아늑하고 평화스러우며, 드러내지 않은 여유로움이 있는 곳으로 마을 전체가 흑색바위의 거대한 힘에 의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돌팡깨는 정상이라 해봐야 10분도 걸리지 않는 산책로지만 분홍색 금잔디가 바위사이 사이에 한가득 피우며 인기를 끌고있다.
출처 : 충청투데이(https://www.cctoday.co.kr)
한번 올라가 볼까....
예쁘게 데크로 공을 들인 모습이 한눈에 보여, 천천히 올라가 본다.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응??? 좀 더 올라가 정상까지 가도 되겠는데, 데크는 일찌감치 돌덤 위까지로 끝이 난다.
약간 허무함이 있었으나, 그 끝에서 검은 황소같은 개가 수줍게 우리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돌팡깨를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한다.
가까이가 친근감을 표했건만, 이놈은 크으응~~~ 하면서 나를 적대하네. 쩝.
주인이 "앉아!!" 하니 착하게 앉아서, 여전히 저음의 경계음은 내고 있다. 크~~;;
품을 내어 애써 올라온만큼,
무전으로 장관이라고 꼭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를 해드리고,
주변을 최대한 카메라에 담는다.
바위틈으로 승산이 없을것 같지만,
굴하지 않고, 자라난 나무에도 응원의 시선을 보내주면서,
천천히 다시 정자로 돌아온다.
과매기를 자그마치 6팩이나 가져오셨다는 레간자 특별대장님의 산행소개가 기억이 나서,
조금 얻어먹어볼까.. 했는데, 어째 벌써 선두그룹은 식사가 종료되어 이동을 시작할 준비.
벌써 다 드셨나 아쉬움이 섞인 문의에, 뒷풀이에서 하기로 하면서, 산악회 간단 뒷풀이에 얹으셨단다.
잘 되었네 ㅎ
오늘은 비소식도 있고 해서, 점심은 가볍게 가져왔다.
혹시나 해서 비나 바람에 최강인 비닐막도 덜렁덜렁 들고 다니고 있지만,
어째 오늘은 쓰임새는 없어보이고,
막강 발열통으로 김치찌게를 세팅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째, 지난 주에 이어서, 발열에 시간이 걸린다. 쩝.
오늘은 기다리면서 먹을 음식도 없고...
한 겨울 쉬어가는 따뜻한 기온속, 한가로운 마을을 음미하면서 멍을 때린다.
일찌감치 점심을 마치고 일어섰다는 후미가 한참을 기다려도 안보이다가,
찌게가 서서히 김을 발하는 시점에 이르러, 돌팡깨 정자에 도착.
큰 모션으로 돌팡깨 장관이라고, 허풍을 떨면서, 올라왔다 가라고 추천을 했는데,
기밀을 알아챈 노련한 일부는 올라갈 생각을 안하시네. ;;;;
거의 20분을 기다려 완성된 김치찌게를 마무리로 이제 후미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양봉을 하는 장면이라는 비탈위를 신기함에 사진으로 담고, 걷노라니,
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모여있는데... 버스타시려나?? 특이하네
뭐. 어쩃든 모였으니, 사진이나 찍읍시다.
A B가 갈라지는 방아실 돼지집에 이르러,
당연히 B로 전원이 약속이나 한 듯 이동한다.
벌써 버스가 보인다.
거리가 12.4km 걸었네. 나름 만족.
이어서 경험이 풍부하신 회장님과 이사장님의 주도로 뒷풀이상이 마련된다.
우와~~ 이게 얼마만에 보는 자체 뒷풀이여~~~
너무나 반가운 형상의 뒷풀이상이 마련되었고,
그 위에 머릿고기, 족발이 놓여지고, 오늘의 기대주, 레간자대장님의 과매기도 올라온다.
충분한 양이었음에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져버린 과메기.. 아쉽.
새해엔 술을 자제하려고 했지만,
아직 시작되지 않은 관계로 고삐가 풀려, 계속 소주를 찾는다. ;;
이거 만오천원내고 이래도 되는겨? 죄송.
선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자리를 전전하면서, 노숙자같은 근성을 유지한다.
예상과 달리 끊이지 않고 나오는 족발에 점점 나의 정신줄도 희미해져간다.
나중에 배식조절에 실패하셨다고.. ㅋ
어떻게 저렇게 차에 올라,
대전에서 산행평가를 이어하기로 하고, 짧은 대전으로의 길을 떠났지만,
방심했나...
술배를 해결을 못하고, 화장실을 간절히 기원하다가,
결국 약속된 장소인 시청에 못미쳐 중도 하차하고,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있는동안,
센스있게 어디로 오라는 지령을 때리시는 회장님..
응??? 오류동??? 시청이 아녀??
취기에도 집이 아닌 엉뚱하게 술집으로 귀소본능을 발휘하면서,
정겨운 무리들이 터를 잡은 서울갈비로 무사히 도착.
또 다시 정신줄을 옆에 살짝 내려놓고, 정신없이 시작한다.
다행히 나의 짐들은 가방에 묶여있다. 한번에 들수 있게~ 하하.
우산은 놓쳤네. 쩝. (소금인형총무님이 챙겨주셨단다. 감사합니다~ ;;;)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엔 없지만,
즐거움은 글을 쓰는 지금에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그런 자리를 마치고,
또 다시 어디론가 일행들의 끝자락을 붙잡고 이동해보니,
컴컴한 노래방? ㅎㅎ
눈을 반쪽 감은 상태로 폼나게 노래도 부르고....
전철역까지 배웅을 해주시는 황송한 대접까지 염치없게 받으면서,
흥겨운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본능적으로 샤워를 하고, 침대에 꼬꾸라져, 한참을 자고 있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응?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았다????
참 신기한 하루~~~
첫댓글 오! 수석대장님 노래방 폼 지리네요~!!! 애창곡은 신성우의 "서시"~^^
크 가사가 노출되었네요.
언제 같이 불러요~
해과아 지기저눼 가려했쥐이~~~~
너와 내가 있더언 그 언덕 풍경속웨에~~~ ....
@동그라미 평소 노래방을 즐겨가진 않지만, 노래 부를 기회를 마다할 저 바른길이 아닙니다~ㅋ
후기도 명품~
노래도 명품~~
수석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신줄 제대로 놓은 날이었습니다.
실수나 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매우 재밌게 놀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동그라미 전혀요ᆢ
존경스러울 만큼 정신줄을 바짝 잡고 계셨어요ㅎ
술을 사랑하는 분들이
수석대장님만큼만 된다면 살만한 세상일텐데요ㅎ
점심식사도 뒤풀이에서도 좋은 포지션에서 ㅋㅋ 한해 수고많으셨습니다 수석대장님^^ 감사 & 리스펙트
정말 즐거운 뒷불이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해 수석대장님으로서 그리고 회장님으로서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즐거운 산악회를 만들어가실거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송년산행 함게여서
즐겨워써요
뒷풀이 못가서리
동대장님 노랫소리를
몬들어군요~.ㅎㅎ
글게요. 먼들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던 산행평가 였습니다. 내련에도 건강하시고 즐겁게 함께 걸어요~^^
황룡사를 통해 환산으로 오르는 코스도 있었나보네요.
근데 개고생했었다니..ㅎㅎ
재밋는 사연 즐독했습니다.
없다고 보는것이 맞는거 같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