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
핸드백을 챙기면서 작은 선물 봉투를 넣을까 말까...망설이다가 결국 넣었습니다.
선물을 받을 주인공인 그 남자아이는 10월 부터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핸드백속에 넣어 갔었지요.
"오늘은 만나서 작은 선물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화살기도를 하면서 .
아직 그 기도가 닿지 않았나 봅니다.
예물 봉헌을 준비하는 부부를 보면서 문득 몇 년전, 전 본당에서 그리스도왕 대축일 미사때
남성 구역장과 함께 봉헌했던 게 떠오릅니다.
그전에는 주일 교중 미사 독서 차례일 때 예물봉헌을 함께 하였었는데
신부님이 바뀐 후부터 구역에서 맡아서 하게 되었어요.
우리 구역 차례에서는 어인 일인지 남성구역장의 부부가 함께 하지 못하고
나에게 부탁이 왔었지요.
다른 구역에서 예물봉헌하는 옷차림이 탐탁지 못할 때가 있더라며
여성구역장이 한복차림을 당부하여 아들의 혼인 때 입었던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었었던 그 때....
영성체 때,
수녀님이 영성체를 하시는 줄에 서 있었는데
몇 사람 앞에 어느 남자분이 성체를 받은 후 옆으로 비껴 서있는 모습을 무심히 보고 있었는데
하얀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듯 했습니다.
수녀님옆에 선 복사자는 계속 그 남자를 주시하고 있고.
그 남자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성체를 영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가고
내 차례가 되어 성체를 받아 영하며 돌아오는데 아무래도 아까 하얀 조각이 떨어지던 것을
제대로 확인해 보지않았던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
분명히 떨어진 것 같았는데...
복사자는 그 남자만 주시를 하였지 바닥은 살펴보지 않는듯 하였고...
마음 같아서는 다시 그 자리로 가서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미사 중에 행동하기는 쉽지 않고.
남은 미사 동안 내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으면서 어떡하지..어떻게 하지...
미사 마치고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면 거슬러서 가기가 쉽지 않을텐데......
아..몰라...마침 기도를 하면서, 마침 성가를 부르면서
아 어떡하지...그냥 못 본 것으로.. 아니 잘 못 본 것으로...
갈팡질팡하다가
예수님이 그 자리에 쓰러져 계시는데도 못 본척 할 것인가!! 에 이르릅니다.
마침 성가후 해설자의 기도가 끝남과 동시에 종종 걸음으로 달려갔습니다.
바닥을 더듬더듬 살피고 있노라니 아!!
하얀 조각이!!
성체조각이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얼른 그 성체 조각을 집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성당 로비에 계신 수녀님께
바닥에 떨어진 성체조각을 주웠다고 드리니 아무 말이 없이 받았는데
그 후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님께 전하여 졌는지...
집에 돌아와서 떨어진 성체에 대하여 검색을 해보니
' 성체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경우 먼저 발견한 분이 신속히 사제에게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사제는 직접 집어서 성체를 영하시고, 새로운 성체를 주실 것입니다.
비정규 성체분배자는 바닥에 떨어진 성체를 사제에게 드려 사제가 영할 수 있도록 합니다.
떨어진 성체를 사제가 영하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성체에 대한 책임이 주교와 사제에게
있기 때문이며, 성체가 훼손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끔 너무 당황하신 나머지 바닥에 성체가 떨어지자마자 주워 영하시는 신자 분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이지만, 사제에게 알려 사제가 직접 성체를모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2020년 11월 8일 연중 제32주일 수원주보 김일권 요한사도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아~~
내 차례가 되어 성체를 영한 후에 곧바로 바닥을 살펴서
성체 조각이 떨어져 있음을 알렸어야 했는데....휴..
고대 가톨릭의 성체성사
여러분은 말씀들이 여러분의 손을 벗어나서 그만 잃어버리게 되는 일이 있을까
조심하며 여러분 안에 거룩한 말씀들을 받아들이고 간직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십시오.
여러분의 종교적 관례에서 취한 예로써 이 점에 대해 타일러 드리고 싶습니다.
신적 신비 (미사를 뜻함- 역자 주)에 정규적으로 참여하는 여러분은,
조각 하나라도 떨어지지 않도록, 축성된 성체의 한 부분이라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
여러분에게 나누어지는 주님의 몸을 얼마나 깊은 종교적 정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분은 소홀함으로 말미암아 혹시 한 조각이라도 잃게 된다면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당연합니다. 그건데 그분의 몸을 대함에 있어 그토록 조심스러워 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에 대한 소홀함 역시 그분의 몸에 대한 소홀함보다 덜한 죄를 받게 된다고
믿는 일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엔조 비앙키 지음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 41쪽.
어쨌든 할일을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뿐하였고,
따뜻한 봄날씨같은 주일입니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하얀 나비가 나풀나풀 날아갑니다.
첫댓글 오드리님 마음 밭에 떨어지신 예수님을 보는 했습니다.
수녀님께서 물론 신부님께 잘 전해 들이지 않으셨겠는지요.
그런데 왜 성체가 조각이 났을까요 그게 궁금해집니다.
2주간을 성체를 못 모셨네요.우리 주 예수님! 어서 오소서.주님을 갈망하는 모든이에게 오시어 선하게 하소서. 아멘.
그 때 바로 살펴서 줍지 못한게 영 아쉽습니다.
요즘은 맨 뒷자리에 앉아서 미사를 드립니다.
전본당에서는 독서봉독일 땐 맨 앞자리, 평소엔 세번째줄의 중앙 통로쪽이 내 자리였었지요.
이번 본당에선 여전히 '내 본당' 같은 마음이 잘 안들기도 하고
이젠 거리두기도 없어져 좌석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싫고.
'여차하면 도망~ (! 에효!)" 뒷자리에 앉아 보니 그런대로 익숙해졌습니다.
영성체 때 아마 내가 마지막 순번이었을 것입니다.
너덧 사람 뒤에서 서 있다가 성체를 받았을 그 남자가 지나가지 않고 엉거주춤 하고 있기에 시선이 갔는데
순간 떨어지는 하얀 조각이 눈에 들어왔지요.
성체가 왜 조각이 났을까요...그러게요.
그냥 모른듯이 지날까... 도 생각했다가
문득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한
"나를 버려 두고 가려느냐!" 에효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성체 영할때 더욱 조심스럽답니다.
신부님께서 마스크를 다 내린후 성체를 입에 넣으라고 주의시켜 주시기도 하셨지요..
귀하신 예수님을 모시며 습관적으로 행동했던 제모습을 반성해 보네요...
언젠가,
성체를 받아들고 마스크를 살짝 들어올려서 영해야지..하면서
마스크를 어디쯤가서 올릴까 하다가 몇 걸음 더 움직였더니
복사 하시는 분이 따라오더니
성체를 왜 빨리 영하지 않냐고...
좀 황당했었지요.
마치 미사 전례를 잘 모르는 사람 취급하여.
성체 받고서 3보 안에 영해야 한다는데
집에 돌아와서 영성체에 대한 전례의식을 찾아보니
자리에 돌아와 앉기 전에 영하면 된다는 어느 신부님 말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