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잘 것인가. 여행객들의 고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숙박이다. 집을 떠나 길을 나선 이들에겐 잠잘 곳이 필요하다. 고급 호텔을 예약할지 허름한 민박집 문을 두드릴지 선택은 여행자 몫이다. 문제는 여행 경비 중에 숙박비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렴하면서 깨끗한 숙소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캠핑은 여행객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숙박 형태다. 야영장에서 작은 텐트를 치고 잠만 잔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캠핑도 돈이 많이 드는 숙박 형태로 변하고 있다.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수도권 캠핑장 이용료가 시골 민박집보다 비싼 것은 비밀도 아니다.
캠핑카(모빌홈)는 숙식과 이동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력적인 여행 수단이다. 캠핑카는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설을 탑재하고 있어, 한겨울에도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숙박이 가능하다. 일정 장소에 캠프사이트를 조성하고 즐기는 오토캠핑과는 달리 이동이 쉽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경치 좋은 곳에 차를 세우면 그곳이 집이 되는 것이다.
1 동검도에서 보면 영종대교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2 찬바람을 피해 트럭캠퍼로 들어온 아이들은 금방 웃음을 되찾았다.
캠핑카 여행은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비용 부담이 큰 것이 문제다. 제대로 된 캠핑카를 구입하려면 국산 중형차 몇 대를 구입할 수 있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대여도 가능하지만 이 역시 이용료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캠핑카는 엔진이 달린 차량이라 감가상각 비율이 상당히 큰 편이다. 몇 년 만 지나면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트럭에 싣고 다니는 캠핑카
캠핑카의 이런 여러 단점을 보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트럭캠퍼다. 화물차에 싣고 다니는 형태로 설계된 트럭캠퍼는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어 세상에 선을 보였다. 캠핑카와 트럭캠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장비의 성격이다. 캠핑카는 말 그대로 동력기관이 달려 있는 차인데 비해, 트럭캠퍼는 짐칸에 올려서 사용하는 화물이다.
트럭캠퍼 제작사인 나들이카라반 류부현(70) 대표는 “트럭캠퍼는 캠핑카(모빌홈)에 비해 저렴하지만 편의시설은 거의 동일하다”면서 “차량 등록이나 검사 등이 필요 없어 거래와 유지가 쉬운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견인을 하지 않아 운전이 쉽고 캠핑장에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 활용성도 좋다. 중고로 판매할 때의 캠핑카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또한 류 대표는 “트럭캠퍼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화물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화물차와 트럭캠퍼를 모두 구입해도 캠핑카의 반값에 불과하다”며 “스타일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성으로 치면 비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트럭캠퍼는 우리나라 도로와 캠핑장 환경에 맞게 디자인됐다. 화물차의 적재공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며 전기와 연료 시스템은 우리 기준에 맞춰 생산된다. 미국에서 생산된 중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폭이 넓고 호환성이 떨어져 아무래도 불편하다. 이 달에는 나들이카라반의 협조를 얻어 강화도를 여행하며 트럭캠퍼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나들이카라반 본사가 있는 강화읍에서 트럭캠퍼를 받아 곧바로 동막해변으로 향했다. 강화도 남쪽의 동막해변은 넓은 바다를 향해 팔을 벌리고 앉은 해안가로 솔숲이 좋은 휴양지다. 이번 투어에는 강화에 사는 사진기자 염동우씨의 지인 김미경(37)씨와 딸 박채현(9세, 강화초등학교 3학년) 양, 아들 박채환(6세, 남산군립어린이집) 군이 동행했다.
1 김미경씨와 두 아이가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2 트럭캠퍼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아이들.
바닷가 찬바람도 거뜬해
바닷가에 도착하니 휴일 오후지만 많은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해변을 걸으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았다. 썰물에 드러난 광활한 갯벌에는 무리지어 앉은 갈매기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 중에 한 사람이 새우 과자를 하늘로 던지자 갈매기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엄마! 갈매기가 자꾸 과자 달라고 졸라요!”
처음에 아이들은 엄청난 새떼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금방 적응했다. 새들 사이를 뛰어다니다가 다시 돌아와 한움큼씩 과자를 받아갔다. 어른들도 갈매기와의 조우가 즐거운 모양이다. 추운 줄도 모르고 백사장을 거닐며 연신 사진을 찍어 댔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동막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분오리돈대로 이동했다. 이곳은 조선시대에 축조한 강화 54돈대 중에 하나다.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고 방어할 용도로 해안에 쌓은 작은 성으로, 사방으로 터지는 탁월한 조망이 압권이다. 특히 분오리돈대는 산에서 해안으로 돌출되어 나온 산 능선의 끝부분에 위치해 가시 범위가 매우 넓다. 돈대의 성곽을 밟으며 충분히 바람을 쐰 뒤 트럭캠퍼로 돌아왔다.
트럭캠퍼 문을 닫고 테이블에 둘러 앉아 히터를 켰다. 찬바람에 빨갛게 얼어버린 아이들의 뺨을 녹이기 위해서다. 실내에 온기가 돌자 조금 전까지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들은 금방 웃음을 되찾았다. 바깥은 영하의 날씨지만 트럭캠퍼 속은 집에 있는 것처럼 따뜻하고 편안했다. 이런 안락함은 텐트 속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것이었다.
분오리돈대에서 함허동천을 거쳐 선두리 해변에 도착하니 서서히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드넓은 갯벌 위로 펼쳐진 하늘에 낙조가 아름답게 물들었다. 잠시 뒤 구름 속에서 머물던 태양이 하늘을 뚫고 내려와 바다로 사라졌다. 간간이 눈발까지 날린 궂은 날씨지만 마무리만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1 동검도 어촌체험장 앞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취재팀. 2 침대에 누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박채현 양과 박채환 군.
차가 멈춘 곳이 바로 집
어둠이 내리자 김미경씨와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취재팀만 남았다.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한적한 바닷가에 트럭캠퍼를 세웠다. 트럭 위에 집을 싣고 다닌 것과 같으니 힘들여 캠핑장을 찾아갈 일도 없었다. 차가 멈춘 그 자리에서 조용히 트럭캠퍼 속으로 들어가 잠자리를 폈다. 호젓하고 아늑한 우리들만의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까지 내려갔다. 송풍기 소리가 귀에 거슬려 히터를 끄고 잠을 청했지만, 해 뜰 때까지 세상 모르고 누워 있었다. 알루미늄 창틀에는 하얗게 성에가 꼈지만, 단열 처리가 잘된 벽 덕분인지 춥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확실히 주거성이 뛰어난 제품이었다.
잠자리를 정리를 마치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트럭캠퍼는 화물이므로 운행 중에 탑승하는 것은 불법이다. 안전사고 위험도 있고 자동차보험 적용도 안 되니 반드시 정차한 상태에서 이용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차량의 정원 이상은 함께 다니기 어려운 것이 한계다. 6인승 더블캡용 트럭캠퍼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생활공간이 협소한 것이 단점이다.
동막해변에서 갈매기 무리에게 과자를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차를 몰고 해안도로를 달려 강화도 남쪽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로 들어갔다. 구불거리는 좁은 마을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서니 눈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특이하게도 동검도 해변에는 갈대밭이 형성된 곳이 많았다.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 해안도로를 따라 길게 펼쳐졌다. 강화도 본섬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동검도 남쪽의 어촌체험장 부근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잠시 머물기로 했다. 마침 밀물 때라 바닷물이 섬 근처까지 손을 뻗어 경치도 좋았다. 바다 건너 보이는 영종도에서 뜬 비행기와 송도 신도시의 고층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한적한 어촌의 바닷가에 앉아 대도시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트럭캠퍼 여행이 좋은 것은 이렇게 원하는 곳에 머물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다. 길이 있는 곳이면 잠자리 걱정 없이 어디라도 갈 수 있다.
강화도 여행 정보
해안 드라이브하고 풍물시장에서 포식하자
강화도는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해안도로를 타고 가며 여행을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돈대와 해수욕장, 포구 등 강화도의 명물들이 대부분 해안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섬 남쪽에 위치한 마니산과 동막해변 일대에 많은 펜션과 음식점들이 밀집해 있다. 해변 풍광이 수려한 작은 섬 동검도 역시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강화도 중심부에 솟은 고려산과 혈구산은 산행지로 인기 있는 곳이다. 봄이면 진달래가 만발하는 고려산은 많은 이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로 유명하다. 혈구산에 올라 조망하는 강화도와 김포, 서해, 북녘 땅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거리다. 강화도 서쪽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와 주문도 등 주변 섬으로 떠나는 여행도 가능하다.
강화도의 먹을거리는 강화읍 풍물시장을 추천한다. 이곳에도 강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시장 1층에 위치한 선두리민물장어(032-934-1338)은 민물장어를 구워서 포장 판매하는 곳으로 주말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구입이 가능할 정도다. 가격은 민물장어의 시세에 따라 달라지는데, 2월 중순 기준으로 1kg에 4만3,000원이다.
풍물시장 2층(2010호)에 있는 철이네집(031-934-7999, 010-9161-1941)은 밴댕이회와 숭어회, 덮밥과 무침으로 유명하다. 기본 반찬으로 제공되는 돌게장의 맛 또한 일품이다. 최상의 재료만 엄선해 조리한 음식을 내놓아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매주 셋째 주 월요일은 휴무다.
트럭캠퍼(T-Camper) NDR26AR
나들이카라반에서 생산한 트럭캠퍼 NDR26AR 모델.
나들이카라반이 생산하는 최고급 트럭캠퍼 제품. 국산에서 판매 중인 현대 포터나 기아 봉고 1톤 싱글캡(슈퍼캡, 캥캡 초장축) 트럭 적재함에 올려서 사용한다. 고급 캠핑카의 편의시설을 대부분 갖춘 제품으로 욕실과 화장실, DC냉장고, 오디오 등이 기본으로 달려 있다. 내장된 100A 배터리를 잘 관리하며 사용하면 전기 공급이 없는 곳에서도 며칠간 생활이 가능하다. 난방과 취사, 온수기에는 LPG 가스를 사용한다. 가격 2,200만 원(VAT 별도).
1 접이식 사다리를 이용해 손쉽게 내부로 드나들 수 있다. 2 가스스토브와 싱크대, DC냉장고가 설치된 주방 공간. 3 트럭캠퍼의 전원을 관리하는 컨트롤 박스. 사용 전기량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4 침실과 테이블, 소파가 설치되어 있는 주요 생활 공간. 5 지붕에 설치한 환기시설. 6 트럭캠퍼 외부에 전기와 물 연결구, 온수와 히터 점검 시설이 모여 있다. 7 생각보다 넓어 사용이 편리한 샤워실.
나들이카라반
트럭캠퍼와 카라반 자체 개발해 생산
나들이카라반에서 생산하는 트럭캠퍼는 10년 가까운 연구 개발을 통해 최적의 사양으로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폴리우레탄 폼을 천장에 도포해 단열성능이 타 브랜드 제품에 비해 탁월하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차를 세워도 실내의 온도 변화가 많지 않아 쾌적한 것이 장점이다. 겨울에는 외부의 냉기를 효과적으로 막아 준다. 알루미늄 판재를 사용해 외관이 수려하며, 내장재의 내구성도 뛰어나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나들이카라반 김현준(33) 부사장은 “캠핑카 가운데 우리나라 도로와 캠핑 환경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트럭캠퍼라고 생각한다”면서 “운전과 운영의 편의성, 가격 대비 성능 등을 따져보면 유리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트럭이 미국처럼 다양하고 고급스럽다면 좋을 것이다”라면서 “하지만 그럴 경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제성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나들이카라반의 류부현 대표와 김현준 부사장(오른쪽).
우리나라에도 트럭캠퍼를 생산하는 업체는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품의 완성도 차이가 크다. 구입에 앞서 가격과 사양, 사용자들의 평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나들이카라반에서 생산한 트럭캠퍼는 사용자들에게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의 010-3267-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