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재개발 대지지분 ‘억소리’
성수동 소형 지분 3.3㎡당 1억원 넘어
중앙일보 / 임정옥 기자 입력 2010/02/05 09:26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김모(42)씨는 최근 성수동에 재개발 지분을 사려고 갔다가 계약도 못하고 돌아왔다. 재개발 지분 값이 억대로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지구의 빌라 14㎡가 5억5000만원이었다. 3.3㎡당 1억1000만원인 셈. 이 지역 재개발 지분의 최고가를 갱신한 금액이다.
중개업소에선 매물이 귀해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금새 팔리고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발표되는 3월이 되면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해 어렵게 사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계약하기로 한 날 매도자가 갑자기 마음을 바꿔 가격을 더 올려 포기한 것이다.
한강변 초고층 개발지역의 재개발 지분 값이 억대를 찍었다. 한강변에 최고 50층이상 지을 수 있는 성수동, 합정동 등의 개발 계획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소형 재개발 지분이 금값이 된 것.
총 4곳의 전략정비구역 가운데 성수동 재개발 지역의 지분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16㎡이하는 1억~1억2000만원, 33㎡이하는 8000만~9000만원, 33㎡초과하는 단독주택은 5000만~6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1월 발표 전에는 소형 매물(대지지분 33㎡이하) 빌라의 지분 값은 3.3㎡당 40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다.
중개업소 마다 소형 매물을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없어 거래가 쉽지 않다. 성수동 A공인 관계자는 “장부에 소형매물을 사겠다는 대기 수요자가 15명이 넘는다”며 “하지만 매물이 워낙 귀하고 나오면 1~2일 새 나간다”고 말했다.
합정동의 전용 33㎡는 소형 지분값은 호가 3.3㎡당 6000만원으로 발표 당시보다 두배 이상 뛰었다.
망원동 등 개발이 조금 늦는 유도정비구역도 소형매물은 금값이다.
[[수익성이 얼마일지는 불투명]]
이들 지역의 소형지분 매물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평당 가격은 높아도 전체 금액이 덜 들어 부담이 적어서다. 또 로얄층과 동을 배정받을 수 있는 조합원 자격을 갖출 수 있다.
특히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의 인기비결은 다리 하나 건너면 강남권인데다 조합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성수 1·4구역의 조합원 수는 4800여명인데 서울시의 계획에 따르면 7000여가구 건립되는데다 지난해 재개발에도 20% 용적률을 상향시켜 줘 조합원 수인 배 이상이 지어져 사업성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형 매물 구입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 한강변에 100% 조망이 가능한데다 조합원 수가 웬만한 재개발 지역보다 적어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이 높기 때문에 미래가치를 따졌을 땐 살 만 하다고 말했다. 또 구역지정 등 사업이 본격화되면 1억500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한 부동산 전문가는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봐야 사업성을 따져볼 수 있지만 16㎡를 5억원에 매입해 105㎡를 받는다고 가정할 때 추가부담금 등을 포함해 9억원의 자금이 예상된다”며 “성수동의 지금 105㎡ 아파트시세가 8억~9억원 선이기 때문에 현 시세를 따졌을 땐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