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뭐 드세요? 이곳에 와서 처음 실망한 것이 먹을거리였습니다. 물가가 비싼 만큼 외식을 하면 적잖은 돈이 들어가는데 그에 합당한 수준 있는 맛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 정말 불만족스러웠지요.
영국 음식이라면 그 유명한 피시 앤 칩스 외에 소세지, 베이컨, 계란 후라이, 토스트로 구성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매시 포테이토와 양고기 다진 것으로 만들어진 쉐퍼드 파이, 로스트 비프 등등이 있지요. 지난봄인가 여름에 BBC에서 하는 요리 프로그램의 유명한 요리사인 안토니 워렐 톰슨이 진행한 #따옴표#best of British#따옴표#란 영국 가정에서 즐겨 먹는 톱 텐 요리를 소개한 적이 있는데 물론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많았지만(개인적으로 그 요리사를 좋아하거든요) 정말 한국 사람들이 볼 때는 느끼 그 자체로 느껴질만큼 요리의 거의 대부분이 버터와 설탕이 지나칠 정도로 들어가는 거였지요.
외식이라면 중국, 인도나 터키,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이주민이 일찍부터 정착해서 외식 문화로 보편적인 것은 피시 앤 칩이 대표적이이지만 그 다음으로 케밥, 피자와 파스타, 중국 음식, 타이 음식 등이 있어요. 잘 골라야하는데 맛있는 단골집을 찾으려면 몇 번의 실패가 필요하지요.
각설하고, 그래서 먹거리에 대해 규칙없이 몇 가지 소개해 드릴려고 합니다.
외식을 제외하고 여기서 만족할만한 것도 몇 가지 있는데 그것은 한국보다 신선하고 다양한 과일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예요. 망고는 작은 것 5개에 1파운드 정도에 구입할 수도 있었구요. 향기가 있는 서양배, 한국에서는 거의 사라진 홍옥맛이 나는 사과, 신선한 아보카도, 자몽, 오렌지, 귤 등등을 각종 과일을 그리 비싸지 않게 살 수 있어요.
양고기 좋아하시는 분, 한국에서는 정말 먹기 힘들죠? 여긴 케밥집부터 터키식 레스토랑, 인도 레스토랑에서 쉽게 양고기를 먹을 수 있고 특히 대형 수퍼에서 양고기 코너가 있지요. 냄새를 싫어하시는 분은 좀 그렇겠지만 한번 입맛에 들이면 다른 고기보다 맛있어요. 여긴 쇠고기가 한국 한우보다 좀 맛이 없거든요. 양고기는 기름이 많고 냄새를 빼기가 쉽지 않아서 집에서 해먹기에는 그런데 오븐에다 구워 드셔도 그런데로 먹을만 하지만 수퍼에 가면 바비큐 판이 있는데 바비큐를 해먹어 보시면 정말 그 맛은 못 잊을 거예요. 한번 시도해 보세요.
대패 삼겹살이나 샤브샤브처럼 얆게 저민 고기를 구하긴 힘들지만
대신 두툼한 삼겹살은 그리 비싸지 않게 구할 수 있어요.
여긴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가 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가격이예요.
여긴 겨울 날씨가 그리 춥진 않지만 비가 와서 으실으실하고 춥다 싶으면 곰탕, 설렁탕 등이 생각나죠? 그래서 한국 수퍼에서 꼬리를 사서 꼬리 곰탕을 해먹어 봤죠. 그런데 그 주에 sainsbury 수퍼에 갔더니 놀랍게도 꼬리를 그냥 팔더군요. 그것도 냉동산이 아닌 생고기로요.(냉동보다 생고기가 훨씬 낫거든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요. 한 팩에 2.5파운드 정도. 닭고기 가슴살이 이보다 더 비싼 것에 비하면...그걸 구입해서 핏물을 뺀 후에 푹 고우면 몇 끼는 거뜬히 해결되요. 부모님 생각도 나고...
함께 곁들이는 다대기와 김치도 빼놓을 수 없죠. 여기서 종가집 김치가 한 팩에 2.5~3파운드 정도 해요. 물론 수퍼에서 만들어 파는 것도 있더군요. 그래도 직접 담궈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하고 실속 있죠. 배추나 무우는 소호의 차이나 타운에서 제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무를 사본 적이 있는데 바람이 들어서 정말 맛이 없었던 적이 있었어요.
순무를 아시나요? 보통 무보다 훨씬 딱딱, 쫄깃하기까지 한 무인데 한국에서는 강화도 지역의 특산품이기도 하지요. 겨울에 강화도에 가면 순무로 담근 김치를 곳곳에서 판매하지요. 육지가 아닌 같은 섬이라 그런지 여기 영국에서 순무를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어요. 영어론 #따옴표#swede#따옴표#라 하는 보라빛 나는 둥근 무인데 이것으로 김치를 담궈 드셔 보세요. 깍둑썰기보단 넙적하게 써세요. 딱딱한 총각김치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순무 좋아하실 거예요. 그리고 이 순무로 고등어 조림 같은 거 해드셔도 일품이예요.(요리 강습하는 것 같군요. 흠흠)
당근처럼 생긴 파스닙이란 것도 있는데 전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어요. 여긴 삶아서 으깨서 먹더군요. 감자처럼...
세인즈베리에는 신라면 컵라면도 판매하더군요. 그러나 가격은 한국 수퍼보다는 비싼 편이더군요. 가격은 그리 싸지 않아서 하나에 79, 89p 정도 된답니다. 라면 즐겨 드시는 분에 장기 체류하실 분은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박스로 부치세요. 그렇지 않다면 한국 수퍼에서 박스로 사거나 낱개로 구입할 수 있구요.
감기에 걸리신 분은 생강은 흔하니 생강차 끓여 드셔보시고 여기에 레몬을 함께 썰어 넣어 끊이면 레몬 생강차가 되는데 맛이 괜찮지요. 차로 유명한 트윙클의 여러 가지 차 중에 제일 인기 많은 차가 진저레몬차더라구요.
술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다양한 맥주와 와인, 그리고 리큐르 등을 구입할 수 있어요.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 파인트에 2~2.5파운드인데 칩스(2~2.5)랑 곁들여 먹는데 중독될만큼 맛있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펍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맛있는 편이예요. 맥주는 취향따라 틀리겠지만 스텔라가 대중적이고 그 외에도 다양한 맥주를 접할 수 있죠.
와인도 종류가 많은 편이예요. 한국에서 2~3만 원 수준인 것을 여기서 같은 것 1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프랑스 와인이 유명하지만 캘리포니아 와인, 호주 와인, 칠레, 남아프리카 와인도 괜찮은 것이 많아요. 수퍼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구요.
영국에서 또 특이한 술이 진저 와인과 진저 비어가 있어요. 진저 비어는 먹어보지 않았는데 진저 와인은 가격도 저렴하고 감기에 걸렸을 때 브랜디가 최고지만 진저 와인도 홀짝 홀짝 마시기에 좋아요. 제일 유명한 브랜드가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네요. 라벨이 초록색이었는데...
흑맥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여기 제대로 오신거죠.(물론 더 제대로라면 아일랜드로 가야겠지만...) 기네스를 쉽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까. 다른 맥주보다는 비싼 편이지만...여기에 와서 알게된 사실인데 이곳 사람들은 기네스에 블랙 커런트 쥬스를 넣어 마시기도 하더군요. 블랙 커런트 향이 진하고 부드러운 기네스와 잘 어우려져 맛이 상당히 괜찮아요.
그 외에 베일리스, 보드카, 브랜디, 진 등 뭐 다양한 술을 한국보다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요.
나머지 주전부리 등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므로 적지 않겠습니다.
이곳 슈퍼는 주로 테스코, 세인즈베리가 대표적인데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면 구입한 금액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하는 reward card는 꼭 만드세요. 세인즈베리는 최근 reward card를 nectar card란 것으로 전격 교체했어요. 넥타 카드는 세인즈베리 외에 bp 주유소, 바클레이 은행, 데븐햄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적립할 수 있는데 지난번 카드가 그냥 500점 이상 되면 2.5파운드로 환전할 수 있는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블락버스터 등 여러 군데에서 적립 점수를 교환할 수 있게 되었죠. 여기 영국은 한국처럼 카드에 적립, 경품 끼워주는 사례 거의 없으니 이런 것은 꼭 찾아 다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