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비슷해도 시총 5배 차이
인지도·발행주식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 작용
플라스틱 밀폐용기업체인 락앤락과 '글라스락' 브랜드의 유리용기를 만드는 삼광유리는 업계의 오랜 라이벌이다. 두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상표권, 특허권, 허위·비방 광고 등을 놓고 오랜 갈등을 벌여왔다. 락앤락은 지난해 매출 1631억원에 영업이익 180억원을 올렸고, 삼광유리는 매출 2425억원에 2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두 회사는 실적 면에서도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주가 면에서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 1월 2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단숨에 시가총액 1조원 클럽에 가입한 반면, 삼광유리는 시가총액이 2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주당 가격도 락앤락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4.6배에 이르는 반면, 삼광유리는 8.1배에 그친다. 그만큼 삼광유리가 락앤락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제약업체 라이벌인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의 관계도 비슷하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6000억원 안팎의 매출과 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상장 주식수도 약 1000만주로 비슷하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한미약품이 1조원을 넘는 반면 대웅제약은 5000억원대로 절반에 불과하다. 증권업계 라이벌인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홈쇼핑업계 라이벌인 CJ오쇼핑과 GS홈쇼핑도 실적에 비해 주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사례로 꼽힌다.
'주가는 실적을 반영한다'는 주식 시장의 격언과 달리 동종업계 내에서도 실적과 주가가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주가를 결정하는 데 수많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삼광유리의 경우 발행주식수가 락앤락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이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웅제약과 GS홈쇼핑은 연구개발(R&D)이나 해외사업 등 향후 성장성 면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뒤처진다는 인식이 주가 약세의 원인이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기업의 이미지, 기업과 주주와의 소통, CEO의 마인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가의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 이러한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