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oor Lonely Heart
With All My Heart
Where Are You Now
Where Am I (서로가 없는 곳)
“My Poor Lonely Heart에서
With All My Heart까지”
라고 하셔서 연결된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두 앨범의 타이틀이 맞닿아 있네요.
<MPLH - Where Are You Now>
밤비가 내려서 아직도 우리는 작은 공원을 빙빙 도네요
아마 기억이 나지 않을런지도 모를 말들을 늘어놓으며
아침이 줬던 작은 위로는 I’m still I’m still
하루도 멀리 가지 못한 난 I’m here I’m here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아침이 줬던 작은 위로는 I’m still I’m still
하루도 멀리 가지 못한 난 I’m here I’m here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밤비가 내려서 아직도 우리는 작은 공원을 빙빙 도네요
아마 기억이 나지 않을런지도 모를 말들을 늘어놓으며
<WAMH - Where Am I>
나 이제는 할 말이 있어 먼 길을 떠나야겠어
정말 과분했던 시절이었어
참 싱거운 우리의 약속 지킬 수가 없게 됐어
근데 마지막으로 부탁 좀 할게
한 번만 안아줄래 내가 널 조금씩 덜 수 있게
서로가 없는 곳에 멈춰 있을 때 잘 가란 말도 할 수 있게
넌 언제나 잘하고 있어
혼자 잘 할 거라 믿어
정말 근데 난 또 왜 망설이는데
한 번만 안아줄래 내가 널 조금씩 덜 수 있게
서로가 없는 곳에 멈춰있을 때 잘 가란 말도 할 수 있게
먼 훗날 마주칠 땐 조금도 어긋나지지 않게
마음을 다듬어 볼게 네게 맞출게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게
한 번만 안아줄래 내가 널 조금씩 덜 수 있게
서로가 없는 곳에 멈춰있을 때 잘 가란 말도 잊을 수 있게
파랑 골목에서
예전 같지 않은 넌 그대로야
라는 가사를 참 좋아하는데요. 한결같으면서도 쉼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하현상, 혹은 사람이라는 존재를 잘 표현한 글귀라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이 주제를 대입해 보았어요.
예전 같지 않은 너
Where Are You Now 의 나는, 나는 하루도 멀리 가지 못하고 아직 여기 있는데 너는 어디있냐고 했는데
Where Am I 의 나는, 너는 언제나 그렇듯 혼자 잘 할 거라며 먼 길을 떠난다고 해요.
기억이 나지 않을런지도 모를 말들을 늘어 놓았던 내가 이제는 잘 가란 말도 잊을 거라고 하고요.
MPLH를 비롯해 전반기 곡들은 수동적인 언어가 도드라져요.
화자는 상대의 동향을 살피고,
정서나 관계의 무게는 상대방에게 치우쳐 있어요.
[Dawn]
"Get me out of here"
"Get me out of you"
[Where are you now]
"Where are you now"
[Gone tonight]
"Will you stay until the sunrise?"
"Will you stay for me until the sunrise?"
[Koh Samed]
"We will be together if you want me to be"
"And I will be with you whenever you want"
[망가지려나]
"난 널 바랬고 넌 날 바라지 않았네"
[Nostalgia]
"Can you take me higher"
[Not okay]
"Somebody care me now"
"Somebody help me now"
"멈춰버린 날 잡아줘"
"Don't let me down"
[Close]
"Close to me"
"Just come and close to me"
"I need you right now"
[With you]
"그대가 따스한 빛처럼 다가와"
[3108]
"Let me catch the light"
그러다 이제 밤산책과 겨울이 오면에서부터 화자가 본격적으로 능동적인 언어를 쓰기 시작해요.
[밤산책]
"아마 지금이 아니라면 난 말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대 두 손을 꼭 잡고 두 눈에 꼭 담고 말을 걸어"
"I'll do everything you want"
"It's the perfect thing I've got"
"You're the reason of my reason of my life"
[겨울이 오면]
"난 그대의 두 눈 앞에 서 있죠"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함께할래요"
"우리만의 긴 꿈을 꿀래요"
"언제나 그랬듯 이 계절을 기대할게요"
[파도]
"사랑한단 말이에요"
"없으면 난 안돼요"
"이대로 잠겨가도 후회하지 않아요"
[Pain]
"떠나지 않을게 다치지 않게"
"떠나지 않을게 나도 그래"
"떠나지 않을게 지치지 않게"
[서로가 없는 곳]
"나 이제는 할 말이 있어 먼 길을 떠나야겠어"
"마음을 다듬어 볼게 네게 맞출게"
하현상 노래에 등장하는 화자의 정서의 결이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그대로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현상의 머뭇거리고 간청하는 정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그대로 묻어나요.
Where Are You Now 의 내가 아직도 작은 공원을 빙빙 돌았듯이
Where Am I 의 나는 또 망설여요.
그리곤 한 번만 안아달라며 상대의 다정한 매듭을 청해요.
Magic이 과거를 대하는 태도의 전환점이었다면
겨울이 오면은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모습은 Time and Trace에서도, With All My Heart에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Melancholy]
"가지 말란 말들이 나 이렇게 멈추네요"
"떠나지 말란 말들이 나 이렇게 맴도네요"
"잠깐이라도 머물러줄래"
"현실이 아니라 말해줄래"
[하루가]
"그대로 날 바라봐 줘요 두 눈에 나 숨어버리게"
"그대로 날 바라봐 줘요 두 눈에 나 숨어 잊혀버리게"
"그대로 날 바라봐 줘요 두 눈에 나 잊혀 숨어버리게"
[Same Old Song]
"Can I do it all over again"
"나를 좀 구해줘요"
"나를 좀 안아줘요"
[파도]
"그대로 멈춰줘요 떠나지 않게 우리"
[사랑이라고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어지러운 세상 너라고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기다려왔다고 나를 나눠줄게"
"나는 너라고 말해줘 미운 내 실수도 괜찮다 말해줘"
"사랑이라고 말해줘 눈뜨는 아침을 기대할 수 있게"
[서로가 없는 곳]
"한 번만 안아줄래 내가 널 조금씩 덜 수 있게"
이번 콘서트에서 "노래를 만들 때 어떤 뭔가를 써야겠다 하고선 쓰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드는 생각들, 아니면 하고 싶은 얘기들을 최대한 솔직하게 담으려고 한다. 그래서 노래가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의 기록이 되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리스너의 입장에서 기다림이 길지 않게 꾸준히 노래를 내온 아티스트의 음악을 향유한다는 것은 이렇게 큰 흐름에서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어떤 것들이 변화했고 또 어떤 것들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내 나름대로의 필터로 분석하며 나의 언어로 재구성해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쓰러지고 무너지는 마음을 너는 아냐고 묻던 화자는 나도 너의 아픔을 안다고 대답하고 있고
"나 같은 맘을 알까 너 같은 마음일까 / 떠나지 않을게 나도 그래"
날 꺼내달라고 하던 화자는 잠겨도 좋다고 말하고 있고
"Get me out of you / 이대로 잠겨가도 후회하지 않아요"
아침을 원하지 않아 도망치고 싶었던 화자는 네 사랑한단 한 마디에 기적이 될 테니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고
"원하지 않는 아침을, 아무리 도망쳐 봐도 아침은 올 테니 / 아침이 오는 거짓말들 같은 기적이 올 테니, 눈 뜨는 아침을 기대할 수 있게"
네가 가까이 오면 전부를 주겠다던 화자는 서로가 된 네가 내 전부가 되었다고 고백해요.
"I'll give you all / 넌 서로가 되어 내 전부가 되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단어, 표현, 심상이 그 작가의 입술에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있듯이
가사를 보면 무엇이 작사가의 의식 한 가운데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와 표현들이 사용된 맥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참 재밌어요.
이 예시들 말고도 곳곳에서 이스터 에그를 찾듯이 가사들을 짝지어 보다 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기도 해요.
지난 겨울이 오면에서는 어떤 이의 편지와 짝을 이루는
가사들이 좋았어요.
[어떤 이의 편지]
"찬 바람이 부는 거리엔"
[겨울이 오면]
"찬 바람은 또 불어오네요"
[어떤 이의 편지]
"또 다신 오지 않을 날들이여"
[겨울이 오면]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어떤 이의 편지]
"긴 꿈을 꾸는 순간에도"
[겨울이 오면]
"우리만의 긴 꿈을 꿀래요"
그리고
어떤 이의 편지에서는
"'눈을 감는 순간'에도 난 그대를 생각하겠다"고 했다면
겨울이 오면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는 그날 난 그대의 '두 눈 앞'에 서 있다"고 하죠.
어떤 이의 편지에서는
화자의 "저녁 너머에 상대방이 서 있"다면
겨울이 오면에서는
화자가 "상대방의 눈 앞에 서 있"죠.
그래서 뭐랄까, 이 두 노래의 화자와 그 화자가 사랑한 상대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겨울이 오면이 이 생에서의 사랑의 시작이고,
어떤 이의 편지가 영원까지 가져갈 사랑의 시작인 거죠.
찬 바람이 불어오니까 겨울이 오면 고백하겠다던 사람이
겨울이 오니까 정말로 사랑을 말했고,
그렇게 여러 계절을 사랑하다가,
찬 바람의 계절에 눈을 감으면서 저녁 너머의 그 사람을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고 고백하는 것 같았어요.
늘 가사가 애를 먹였다고 하시지만,
이번에 유독 가사에 공을 들이셨다고 해서
더 하나하나 곱씹게 되는 것 같아요.
오늘은 "서로가 없는 곳"이 왜 "Where Am I"가 됐을까?
란 물음에서 여기까지 왔네요.
감상자의 몫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창작자의 말을 아끼시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납득하고 공감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원작자의 원본과 감상자의 재해석이
얼마나 다르고 (예전같지 않고)
얼마나 닮았는지 (그대로인지)
비교할 수 있게 더 속속들이 뒷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심이 들 때도 있어요.
이번에도 앨범 제작기 영상이 올라 오겠죠?
공들이면서도 툭툭 꺼낸 감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예술가가 아닌 저는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앞으로 이 아티스트의 사랑 언어가 어떤 변주를 들려줄지
그 중에서도 겨울 사랑 노래의 색채가 어떨지 참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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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얼마나 음악을 아끼시고 고찰하시는지가 여실히 드러나는 글이네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와.. 이렇게 해석될수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멋지네요..!! 대장도 이런 생각을 담고 있었던건지 궁금해져요🥹
원작자의 생각은 항상 궁금하긴 한데 아마 의도한 것은 아니고 흘러나오는 대로 쓰셨다고 대답하실 것 같긴 해요😁 감사해용
읽는 내내 감탄하고 놀랐습니다. 덕분에 대장 노래 들을 때 더욱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팬둥님 과찬이십니다🙇🏻♀️ 감사해요
와아 노래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신거 같아요👍🏻 저도 노래들을 때 가사를 꼼꼼히 읽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말 못할듯요..🤣 여러 노래의 가사들을 모아서 서로 비교해 보면 이렇게 멋진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게 놀라워요. 안그래도 감성 충만한 새벽인데 카롱님 글 읽고 더 촉촉해진 느낌입니다🥺
앗 전 좋아하는 걸 집요하게 파는 구석이 있어서요👀 저도 팬둥님 따뜻한 말씀 덕에 아침을 따뜻하게 시작합니다 감사해요🙇🏻♀️
대장님이 늘 하고 싶었던이야기 위로해주겠다는말 괜찮다 보듬어주는말 말 말 들이 다 함축되어 있네요 어떻게 모든노래들을 이렇게 풀어냈지 정말 놀랐네요 ❤
늘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말씀은 예전 다른 콘서트에서도 종종 하셨었는데 전 늘 그 말이 예전같지 않으나 그대로라고 들려요. 창작자의 따뜻한 성정이 창작물에도 묻어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오오 저도 Where are you now랑 where am I랑 제목이 대비되는 재밌고 자주 쓰는 단어들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세세하게 비교해보니 정말 좋네요! 최고예요!!
다시 오지 않을, 순간, 아침, 밤, 파랑, 눈(eyes/snow), 내일 이런 표현 많이 쓰시죠. 찾아보는 재미가 있어요. 감사해요🙇🏻♀️
와~~ 깊이 있고 섬세한 분석이예요 감탄하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어떤이의 편지와 시간과 흔적이 연작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어떤이의 편지가 떠나는 이의 시점에서 바라본 관조적 태도라면 시간과 흔적은 남겨진 이의 시점에서 쓴 의지적 글인 것 같아서...
오 그러시군요. 전 시간과 흔적은 등대의 형제곡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만 또 제자리에 서성이며 남아 있는데” “여기 주저 앉은 나의 모습은 왜 그대로인지” 와 같이 혼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은 자기 모습에 울적하고, ”오늘도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나“ ”기억들 속을 아직도 헤매며 아파했었나요“와 같이 자기를 돌아보는 장면들이 겹치거든요.
하지만 시간과 흔적이 등대와 다른 것은, 등대에서는 ”억지로 웃어 보이면서 나를 좀더 돌봐야겠다며“소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면, 시간과 흔적에 이르러서는 적극적인 언어로 “나아져 볼게요, 견뎌내 볼게요, 지나가 볼게요”하고 외치고 있어서 저는 시간의 흐름처럼 느끼기도 해요. 더 강해진 화자랄까요.
그리고 라디오 캠페인 멘트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자신이 경험한 아픔이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시간을 보낸 적이 분명히 있었고요. 지나가 버린 시간이라도 흘러간 대로 견뎌내야겠죠. 제 노래 시간과 흔적의 가사입니다. 이 노래로 슬픔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하는 생각들은 다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라고 하셔서 저는 사랑 얘기보다는 보편적인 삶의 상흔에 대해서 얘기하는 곡이라고 해석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