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3일
정선 가리왕산
다행히 정상에서도 바람이 별로 안불어서 쾌적한 점심을 장쾌한 조망을 보면서 즐길 수 있었다.
점심을 여기로 미룬건 나이스한 선택인 것 같다.
오늘은 행동식으로만 싸와서, 특별히 내놓고 먹을 만한것이 없어서... 머쓱.
앞에 귀뚤이님이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맛진 찌게형상의 음식이 눈에 들어와서,
"오~~~ 버들님 표 된장찌게인가요~~?"
하자 선뜻 먹으라신다.
손사래를 강하게 치면서, 드시라고 했건만, 권하시는 마음이 너무나 훈훈해서 (ㅋ?)
염치없게 먼저 입을 댄다.
오~~~~ 호박죽!!! 대박.
온몸이 훈훈해짐을 느낀다.
난 아침 식탁에 놓여있어 냉큼 주워온 호이호이 호빵을 뜯어먹으며 허기를 달래는데,
사방을 조망하면서,
간식이지만 여느 성찬에 버금가는 듯한 푸짐함이 느껴진다.
정말 파란하늘. 이따금만 불어주는 잔잔한 바람. 저멀리 희끗한 서리를 이고 있는 봉우리들~
보일듯 말듯 저 멀리 동해바다. 그 위를 밍크처럼 덮은 얇은 구름선~
"청려장대장님 나중에 할일 정말 많으시겠어요~~"
그 수백 수천의 봉우리들에게 하나하나씩 이름을 어싸인해주시는 일들이 만만치 않아보인다.
강원도에 있는 모든 봉우리들이 다 눈에 들어오는 듯.
청대장님 도움을 받아가며 눈길을 돌아본다.
북쪽의 설악산이 그렇게 가깝게 보일 수 없고,
오대 계방 태백 함백 선자령, 두타 청옥, 치악 등등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산의 명칭들이 모두 내 눈앞에 펼쳐쳐있다.
일찌감치 점심을 마무리하고 툴툴 털고 일어났지만,
정상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계속 사방을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돌리면서 조망을 즐긴다.
어? 그러고 보니, 늘하늘 감사님이 안보이시는데...
먼저 내려가셨나 했더니,
돌덤 뒷편에서 가방을 정비하고 계시네.
"어!! 여기계셨네요~~? 안계셔서 슬금슬금(?) 먼저 내려가신 줄 알고, 에잇 놓쳤네 했어요~~ㅋ"
"그럴리가 있나요오~~?"
어느 순간 늘하늘감사님과의 대화가 즐겁다.
버릇없는 내용이어도 인자하게 받아주시는 그 인품이 늘 존경스럽다.
"자~ 내려가실까요오~~?"
하산로 초입에 서서 떨어지지 않는 발을 땅에 붙이며 장쾌한 조망 앞에서 한동안 있다가,
어렵게 떼기 시작한다.
다시 쟁쟁한 선두팀이 집결되었다.
내리막은 자신있다. ㅋ 아직은 관절이 괜찮은 모양이니.
눈길이 오히려 쿠션이 좋아 다리도 편하다.
즐거운 하산길이 시작되었다.
다만, 주변의 주목들을 눈으로만 보고 스쳐가는 것이 아쉬운 정도.
눈이 수북이 쌓인 구간을 지난다.
발이 푹푹 패인다.
바른길대장님이 지난주 실패를 교훈삼아, 롱스패츠를 착용했길래,
"바른길대장님이 롱스패츠신어서, 오늘은 눈이 없을거에요~ㅋ ㅎㅎ"
하는 농담을 했었는데,
"오~~ 드디어 바른길대장님 롱스패츠 덕을 드디어 보겠는데요?"
하는 무전을 친다.
아차!!
선두에서 왕복4차선 러셀을 했다고 뻥칠라했는데, 실수!!
속도가 붙어서 그런지, 머리를 위협하는 나무들이 신경이 쓰인다.
"머리!!!"
를 외치며 뒤 일행들에 워닝을 주다가, 생략하기도 자주.
"뭐여~~~ 본인 지나갔다고 안 알리는 거여~~?"
농담하시는 늘감사님.
"어??? 지금 것은 하늘위로 넘어갔는데.. 감사님이 저보다 키가 훨 크신거에요~~~"
"무슨~~"
이후 앞에서 위협하는 장애물을 소재로 재미나게 대화하면서 내려간다.
다양한 높이에 서있는 가지에겐 "허리!!" "목!!" "다리이~~"
그러다가
"감사님은 관절이 괜찮으신가봐요~~ 대단하세요~~"
"아직은 괜찮아요~~"
하자마자 머리를 위협하는 가지가 지나간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관절로 주의를 산만하게 해드렸네요~"
올라온 것과 유사하게 거침없이 고도가 낮아짐을 느낀다.
중간중간 녹은 눈이 얼어 미끄러운 구간도 있어 주의를 놓치 않고, 걸음을 옮긴다.
콧바람이 절로 나오는 평이한 구간도 있고,
다채로운 하산길을 만끽하며, 거침없이 내려가는데...
어?? 올라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정상으로 갈것 같은 기세??
이쪽으로 과거 여러차례 내려왔는데 이랬나??
순간적으로 일행들 당황. 나도 GPS를 연다.
'잘 따라가고 있네....'
바닥지를 놓아 뒷일행들에게 안심을 시키고자 한다.
"내려가다가 오름이 잠깐 있어요~ 당황하지 말고~ 한 30m 올라오시면 됩니다~~"
하고 걷는데, 어째 좀 더 오름은 이어졌다 내려간다~~^^;;
"네!! 당황할 뻔 했겠네요~~"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군요~~~"
바른길 대장님과 회장님의 답 무전이 들려온다. ㅎㅎ
거침없이 해발 1150정도의 낙차를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정도로 소화하고 빠르게 후반을 향한다.
마치 무장공비처럼 움직이는 선두그룹. 대단들 하시다.
휴양림 등장.
포장길에 놓여진 차량을 보고, 이제 하루 가열찬 수고를 해준 아이젠을 벗는다.
홀가분한 걸음을 옮기면서, 선배분들과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사라진 산악회들 이야기.
가리왕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
고조선과 삼국시대를 이어주는 맥국의 갈왕이 여기로 피난와서 성을 짓고 지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일제시대를 겨쳐오면서 받침발음을 잘 못하는 일본인들이 갈왕산을 가리왕산으로 바꾼게 아니냐는
강한 의심이 든다는 이야기 등등....
하산완료.
4시간 4분만에 주파했다. 어이구...
후미가 당도할때까지 1시간 50분의 여유를 즐길 테세를 취한다.
아!! 산수카페...
오늘은 산수카페가 여는 순간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겠구만.
일단 주인장이 올때 까지, 의자만 꺼내어, 조촐하게 깡술을 나눈다.
안주없는 술임에도 술술 자~~ㄹ 들어간다.
저 멀리 카페주인이 등장.
박수를 치며 열호를 한다.
"우와~~~"
이쪽을 흘깃보면서 시~~크하게 지나가는 카페주인장.
"뭐~~ 이렇게 먹고 있어~~"
하면서 윗쪽의 정자를 지목하면서 자리이동을 명한다.
역시~
가방속에서 과자 뭉치임에도 정말 정식뒷풀이 못지 않은 뒷풀이 분위기를 낸다.
대단한 산수카페.
속속 손님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룬다.
이런 카페 개시를 볼수 있다니.. 정말 영광이 아닐수없다.
점점 알코올이 몸을 지배하면서, 냉기가 사라지고,
주변의 동무들의 체온으로도 훈훈해진다.
"동대장은 몸집이 있는데, 잘 올라가네~"
길따라 자문님이 칭찬하시는데.. 엑센트를 어디에 주는 지에 따라 애매~
"칭찬이신데~ 맥이시는 거 같기도 하고... ㅎ"
"산수카페 대항마로 새로운 카페가 생긴다 하는거 같아요"
"오~~~ 경쟁이 있어야~......" 하다가 "그래도 전 산수카페로 올거 같아요."
로 수습.
산수카페사장님이 심기가 불편.
"맥이는 거야?"
맥국의 후예들이 선조들의 역사를 안주삼아 되새긴다.
화산자문님의 남은 영지버섯주도 귀하게 나누어 먹고...
소주와 과자만으로도 정식뒷풀이의 분위기가 나면서, 소주한병 더 가져올까... 하는 민원제기.
저 멀리 회장님이 보인다.
"회장님한테 가져오라해~~"
"아녜요~ 제가 가져올께요~"
엉덩이가 가벼운 바른길 대장이 즐거운 기운을 안고 전속력으로 뛰어내려간다....
와장창~!!!!!
"무슨소리 안들렸어요??"
그쪽을 몇명이 주시하는데... 어째 시선이 계속 유지된다.
우리의 체력 바른길대장님이 미끄러지신듯. ㅠㅠ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정식뒷풀이음식도 안 먹을 정도로 상태가 안좋은 모양이다.
빠른 쾌유가 있어야 할텐데.....
후미가 예상보다 늦는데...
탈이 있었던 모양이다.
상아님이 불편하셔서, 다음주 이벤트의 주인공인 초롱님이 긴급 조치를 취했고,
모카크림대장님이 인솔해서 잘 내려오셨다고 전한다.
정말 후미대장의 정석을 잘 보여주신듯.
장차 큰 대장님이 되실 거 같다.
뒷풀이.
오리구인데, 이건 산악회 뒷풀이라고 보기 힘든 정말 대단한 회식이었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대박.
당초 1시간 주어진 뒷풀이시간이 그 덕에 많이 지체되었다.
옆에서 밥을 볶기까지.. ㅋ
수시로 시간관리하고 있는 회장님이 이모습을 본 순간 깊은 체념이 역력.
잽싸게 드시져~~
지난주 술배를 해결않고 탑승해서, 문제를 일으킨 나는
취기에도 확실히 술배를 해결해야하는 명제를 붙들고 확실히 이행한 후, 탑승.
다음주 산행지 소개를 해야하는데...
차미대장님이 안오셔서,
산행신청페이지를 숙독하고 준비를 한다.
백덕산도 여럿차례 다녀온 곳이라, 뭐~ 익숙한 곳이니까...
거침없이 소개할 것이라 생각에, 방심을 했다.
막상 일어나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들머리가 생각이 안난다.
........
방송사고가 잠깐 이어지는데 눈에 들어온 먼들님.
빙긋 웃으면서 그 순간을 즐기고 계신다. 이런이런...
그 순간 떠올려진다. ㅋ
문재터널..
800부터 시작해 1350정상까지 무난한 낙차로 쉬운 겨울산행을 강조하면서 호응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영업실패인데요?"
회장님의 말씀에,
나중에 열어본 산행신청댓글수가 견고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
오늘은 지난주 늦은 귀가로 스킵했던 산행평가를 꼭 하기로.
생각보다는 적은 인원수긴 했지만, 오랜만에 산작골대장님도 같이 하면서,
대전와서 즐거운 자리를 이어갔다.
대체로 치킨은 특별히 매드하는 취향은 아닌데,
이날 먹었던 매운치킨과 후라이드는 큰 감동을 이끌어내면서,
또 다시 깊은 술향기에 빠져든다.
우찌우짜 청려장대장님과 모카대장과 전철 탈 정신정도는 붙잡고 온전히 귀가성공.
글을 쓰는 지금 숙취로 얼얼~~~~
첫댓글
어젠 날이 푹해 상고대는 없어지만
산행은 수월 했던거 같내요
뻥뚫린 정상의 조망도
여전히 굿~이여죠!!
뒤풀이식당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하고 푸짐한 음식맛도 최고여꾸요!!
동수석대장님~
가리왕산 선두리딩 수고 하셨어요 고맙습니당~^^
문재터널 떠올리느라 방송사고 순간
방긋웃으신 모습에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ㅋㅋ
덕분에 바로 떠올려진거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상고대가 있었음 더 좋았을텐데, 그게 조금 부족했지만,
역시 가리왕산의 조망은 최고였어요~~^^
지난주에 이어 원없이 눈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잠들어서
참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후기와 즐거운 순간들
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수카페는 언제봐도 훈훈하네요!
이번주 주인공이시네요~~^^
200회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상아님 응급조치 해주셨다고요~
덕분에 무탈하게 모두 잘 내려온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설악산 대청봉-귀때기청봉에 쌓인
하얀 눈까지 보일 정도로 조망이 쥑여주더군요.
정상을 두어번 돌면서 넉놓고 감상했는데..
정말 하산하기 싫더군요.
덕분에 봉우리 하나하나 눈여겨보며 즐거웠습니다.
정말 내려오기 싫었던 정상이었어요.
선두에서 걸음 맞춰주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동대장님은
체력에 한계가 어디까지인지?ㅎ
정말 대단하십니다
여전히 멋진 후기 잘보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거의 끌려가는 선두였어요~ ;;
다행히 신사같으신 선두그룹이 뒤에서 걸음을 맞추어 주셔서,
끝까지 리딩성공했네요.
선두팀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산행 혹은 시산제산행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