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족
제비족은 강남 가는 제비인가
요즘 신세대는 오렌지족이라는 단어에는 익숙해도 제비족이라는 단어에는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제비족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제비의 발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
제비는 강남 가는 제비가 분명하다. 족은 발 자가 아니라 겨레 족 자라서 제비족을
제비의 발로 해석할 수 없다. 명품족, 미시족, 얌체족, 장발족 등과 같은 족 자 돌
림 단어 중의 하나이다. 그렇다고 제비족을 제비라는 새의 무리로 이해해서는 곤란하
다. 제비족은 카바레를 전전하며 돈 많은 여성을 등쳐먹고 사는 기생충 같은 족속이
기 때문이다.
제비족이 어떤 부류냐 하는 것은 이를 오렌지족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오렌지족이 주로 나이트클럽에서 노는 10대나 20대의 젊은이를 가리킨다면, 제비족은
주로 카바레에서 노는 30대 이후의 장년을 가리킨다. 50, 60대의 제비족도 있다고
하니 제비족에는 정년이 없다. 오렌지족이 돈 많은 집의 철부지 자제인데 반해 제비
족은 돈이 궁한 집의 말썽꾸러기 아들이라는 점도 큰 차이이다. 제비족은 먹고 놀다
가 때가 되면 카바레에 출근하여 미끈한 외모와 빛나는 춤솜씨로 돈 많은 사모님을
꼬드겨 뜯어먹고 산다.
이러한 파렴치한 군상을 표현하는 데 어지 제비라는 새가 이용되었는지, 제비로서
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래도 제비의 입장에서는 그 연유라도 알아보고 싶
은 심정일 것이다.
제비족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한다.
첫째는 연미복 설이다. 연미복은 서양 무도회장에서 남성들이 입던 정장 중의 하나
이다. 그 원어는 제비 꼬리 코트이다. 이러한 명칭이 생긴 것은 저고리의 뒤가 두 달
래로 길게 내려와 마치 제비의 꼬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직역한 것이 연미
복이다. 번쩍이는 구두에 정장을 빼입고 카바레에서 날렵하게 춤을 추는 춤꾼은 여자
를 후리려는 목적만 빼면 연미복 차림으로 무도회장을 누비며 뭇 여성과 교제하는 서
양의 남성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서양 남자들이 무도회장에서 입는 연미복의
특징을 살려 그와 유사한 정장을 입고 여자를 후리기 위해 춤을 추는 파렴치한을 제
비족이라 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강남 제비 설이다. 여기서의 강남은 서울의 강남을 가리킨다. 우리나라에서
카바레는 서울의 강남 지역 개발과 함께 호황을 이루었다. 서울의 강남이 개발되면
서 그 지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이 카바레였다. 그래서 장안에 춤깨나 추는 춤
꾼들이 강남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이는 어찌 보면 겨울을 나기 위해 제비라는 새가
강남으로 무리를 지어 몰려드는 것과 같아 보인다. 강남으로 몰려드는 제비라는 새를
비유하여 제비족이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제비로서는 엄청 기분 나쁜 일이지
만 찾아가는 곳이 강남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셋째는 제비의 외모에 근거한 일이다. 제비의 등은 윤기가 흐르는 푸른빛을 띤 검
은색이고 배는 흰색이다. 아주 깔끔한 인상이다. 움직임도 빠르고 날렵하다. 물찬 제
비라는 표현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카바레에서 여자 사냥하는 골이 빈 남자들도
외모는 영화배우 뺨치고 차림새는 귀족풍이다. 여기에 춤 매너까지 갖추고 있다. 그
러니 제비에 비유되어 제비족이라는 말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흥부에게 큰 복
을 가져다 준 마음 착한 강남 제비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넷째는 일본어 연 설이다. 일본어에서 연은 연상의 여자에게 귀염받는 젊은 남자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 연에 무리를 지시하는 족이 결합된 연족이라는 말까지 일본어
에서 쓰이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일본어에서 연이 어떤 이유로 연하의 남자 애인
을 가리키게 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일설에는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의
영향으로 보기도 한다. 이 소설에는 돈 많은 귀부인들이 연하의 젊은 애인을 스왈로
즉 제비라 부르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어 연을 의역하여 제비로 받아들이고, 카바레에서 사교춤으로 유부
녀들을 후려 등쳐먹고 사는 춤꾼을 그렇게 불렀다. 더 나아가 그러한 족속을 묶어 제
비족이라고 불렀다. 일본어 연이 연상의 여자에 빌붙어 사는 젊은 남자를 가리키므로
한국어에 제비로 들어와 돈 많은 아줌마를 후려 뜯어먹는 춤꾼이라는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일본의 연이나 한국의 제비는 돈 많은 여자를 꼬드겨 등쳐먹는 파렴치한이
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렇듯, 제비족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각양각색이다. 이들 가운데 어떤 유래설이 가
장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사람들은 얌체족, 올빼미족, 장발족, 등에서 보듯
족이 몇몇 명사 뒤에 붙어 그런 특성을 가지는 사람 무리 또는 그 무리에 속하는 사
람의 뜻을 보인다는 점을 내세워 세 번째 설이 믿을 만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족이
붙은 단어가 많고 그 가운데에는 올빼미족과 같이 새의 특성을 이용한 단어도 있기에
얼마든지 제비의 특성을 이용한 단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제비족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곧 네 번
째 설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특히 연세 많으신 분들은 대부분 제비족이 일본어 연에
서 왔다고 굳게 믿고 있다.
제비족의 유래는 아직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원조 제비족을 찾아 물어
보아도 잘 모를 일이다. 오로지 돈 많은 여자를 꼬드겨 돈을 뜯어내는 데 혈안이 되
어 있는데, 이 말의 유래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제비족이라는 말은 제
비족 스스로가 가장 싫어하는 말 아닌가. 끝.
첫댓글 좋은 의견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내가이해하기로는 물찬제비라고 깔끔하게
그리고 날씬한외모때문에 여자가 잘따른다고나할 가
아닌가?
잼있게 읽었네요
제비가 억울하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