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의 아담한 상징, 오륙도(五六島)에 들어서다 - 명승 24호
▲ 오륙도 - 명승 24호 (가장 왼쪽부터 방패섬과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
▲ 오륙도등대에서 바라본 천하 |
용호동 앞바다 부산만(釜山灣)에 두둥실 떠 있는 오륙도는 6개로 구성된 바위섬이다. 그렇다면 6개의 섬이란 뜻의 육도(六島)라 불려야 맞는 것 같은데 왜 5와 6을 같이 붙인 오륙도가 된 것 일까? 이는 섬의 구성원인 방패섬과 솔섬 때문이다. 이들은 썰물 때는 하나의 섬이 되지만 밀물 때는 엄연히 2개의 섬으로 나눠진다. 이렇게 기가 막힌 자연의 눈속임으로 하루에 2번씩 5개의 섬이 되었다가 6개의 섬이 되는 것인데, 그래서 그 이름도 오륙도가 된 것이다.
오륙도는 12만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와 이어진 조그만 반도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장대한 세 월이 흐르면서 거센 파도의 시달림에 따른 침식작용으로 한반도와 분리되었으며, 그마저도 내버 려두지를 않아 5~6개의 섬으로 쪼개졌다. (선착장 부근 지질과 방패섬의 지질적 구성이 동일하 여 옛날에 서로 이어져 있었음을 보여줌)
오륙도란 이름은 1740년에 편찬된 동래부지 산천조(東萊府誌 山川條)에 '오륙도는 절영도(絶影 島, 영도) 동쪽에 있다. 봉우리와 뫼의 모양이 기이하고 바다 가운데 나란히 서 있으니 동쪽에 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 봉우리가 되어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기록이 있어 조선 말 이전부터 오륙도라 불렸음을 보여준다. 섬의 구성원을 보면 육지와 가장 가까운 방패섬은 거센 바람과 파도를 막아준다는 뜻이며, 방패 섬과 거의 한몸인 솔섬은 섬 꼭대기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방패섬 과 솔섬을 합쳐서 '우삭도'라 부르기도 한다. 그 다음 수리섬은 갈매기를 노려 독수리들이 모여드는 곳이란 뜻이며, 송곳섬은 작고 뾰족하게 생겨서, 굴섬은 오륙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커다란 굴이 있는데, 천정에서 흐르는 물로 능히 1 명 몫의 식수는 해결할 수 있다고 하여 굴섬이라 부른다. 등대섬은 오륙도 형제 가운데 가장 한반도에서 먼 섬으로 선착장에서 1km 해상에 있는데, 오륙 도등대를 달고 있어서 등대섬이라 불린다. 예전에는 섬에 평탄한 곳이 있어서 밭섬이라 불렸으 며, 등대 직원과 관리인이 거주하고 있어 오륙도 유일의 유인섬이다.
오륙도 부근은 조류가 무지 빨라 이곳을 지나던 뱃사람들은 공양미(供養米)를 바다에 던져 해신 (海神)을 달랬다고 한다. 근래까지 용신제(龍神祭)를 지내기도 했으며, 신라 후기에는 동아시아 바다를 점유한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오륙도 앞 항로를 이용하기도 했다.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단골 소재로 많은 시와 노래에 등장했으며, 그중에서 노산 이은상(李殷 相)의 오륙도란 시가 유명하다. 부산을 드러내는 오랜 상징이자 관문으로 동해바다와 왜열도에 서 부산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오륙도의 눈치를 보며 지나야 된다.
오륙도는 부산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섬이지만 낚시터로도 명성이 높아 섬만 둘러보고 가는 관광 객에 비해 낚시꾼의 비중이 매우 높다. 오륙도 식구를 비롯하여 오륙도일자(一字)방파제(북항방 파제)에는 굳은 날씨를 제외하고는 늘 낚시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반도에서 오륙도에 가려면 일단 용호동 오륙도선착장으로 가야된다. 거기서 오륙도를 이어주 는 유람선을 타면 되는데, 일정한 운항시간표는 없다. 대체로 30~50분 간격으로 다니며 휴일에 는 거의 20~30분 간격으로 자주 뜬다. 운항노선은 선착장을 출발하여 오륙도일자방파제를 먼저 들른 다음 등대섬과 굴섬, 수리섬, 방패섬을 두루 돌고 육지로 돌아온다. (운항순서는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음) 일반 관광객은 오륙도등대가 있는 등대섬에서 많이 승/하선을 하지만 낚시꾼들은 등대섬을 포함 해 배가 다니는 모든 섬과 방파제에서 승/하선을 한다. 등대섬과 방파제에는 배를 대는 공간이 있어 거기서 타면 되지만 나머지 섬은 따로 들리는 곳이 없다. 손을 흔들어 승차 의지를 밝히면 그 부근에 세워준다. 섬과 방파제를 찾은 사람들은 배가 끊기기 전에 나와야 되며, 그렇지 않으 면 섬에서 강제로 1박을 보내야 된다. 운항시간은 일출 30분 전부터 일몰 30분 후까지이다.
동해바다와 남해바다가 만나는 공간에 자리한 오륙도는 가까이로 신선대와 백운포를 비롯해 조 도와 영도, 태종대가 보이며, 동구(東區), 해운대 일대가 두 눈에 박힌다. 태종대와 더불어 부 산의 해금강(海金剛)으로 전혀 손색이 없으며, 예전에는 부산 지방기념물 22호였으나 2007년 문 화재청 지정 명승 24호로 승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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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패섬 |
▲ 수리섬과 송곳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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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섬 |
▲ 송곳섬 |
※ 오륙도 찾아가기 (2014년 1월 기준) *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5번 출구를 나와서 부경대 방면)에서 27, 131번 시내버스를 타고 오륙도SK뷰 후문에서 하차, 오륙도 선착장까지 도보 5분 *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역(10번 출구)에서 27번 시내버스 이용 * 오륙도 선착장에서 오륙도 유람선이 일출 30분 전부터 일몰 30분 후까지 운항한다. 2척이 운 항하며, 운임은 어른 1만원, 어린이는 5천원이다. (유람선 문의 ☎ 051-626-8953) * 소재지 - 부산광역시 남구 용호동 산936~941 |
▲ 선착장 주변 풍경
▲ 선착장 서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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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선착장을 비롯한 오륙도SK뷰아파트 주변은 2008년까지만 해도 용호농장과 조그만 마을이 전부인 도심 속 시골이었다. 마을 북쪽에는 이기대를 품은 장산봉이 있고, 오륙도와 이기대, 신 선대가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해안 풍경의 갑(甲)을 자랑하던 곳이다. 개발의 칼질은 정말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평화롭던 현장이었는데, 개발의 물결이 소리소문도 없이 밀려오면서 마을과 농장, 숲을 아작 내고 거대한 옥의 티인 아파트가 무차별 솟아났다. 그 리고 선착장 입구까지 넓은 신작로(新作路)가 들어섰으며, 개발의 칼질이 여기저기 난도질을 하 면서 아름다운 풍경에 적지 않은 손상을 주었다. 굳이 여기까지 밋밋한 회색빛 고층아파트를 심 어 오륙도를 눌러야 했는지 관계 당국 철밥통들의 수준이 참 의심된다. 그냥 산듯하게 공원으로 꾸며 태종대나 암남공원에 버금가는 해안 관광지로 꾸미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오륙도를 제 외하고는 주변이 너무 다르게 변질되어 버린 것이 안타깝다. |
▲ 바위를 희롱하며 하얀 물보라를 자아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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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륙도선착장 주변은 오륙도를 찾은 탐방객과 낚시꾼들로 북새통이다. 그들이 끌고 온 수레들로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고, 바닷가와 선착장, 주차장 주변에는 해산물을 파는 길거리 행상들로 조 그만 먹거리촌을 이룬다.
선착장 매표소에서 오륙도 뱃표를 구입하니 어른 1인당 무려 10,000원씩이나 한다. 운임은 왕복 요금으로 섬과 방파제에서 다시 한반도로 나올 때는 그냥 타면 된다. 뱃표를 사들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다독거리며 배를 기다리는데, 오륙도 덕분에 정말 간만에 바닷배를 타본다. |
▲ 한반도와 오륙도를 이어주는 오륙도 유람선 낚시꾼과 관람객들의 소중한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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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배가 선착장에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방파제와 오륙도에서 주섬주섬 태운 사람들이 말끔히 내리자 선장의 안내로 관광객과 낚시꾼들이 승선을 한다. 그렇게 약 20여 명의 승객을 태운 배는 승선이 끝나자 바로 뱃고동을 울리며 바다로 향한다. 우리는 갑판으로 나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수시로 모습을 달리하는 바다와 오륙도를 열심히 사진에 담았다.
배는 코앞에 보이는 오륙도를 등 뒤에 두고 서쪽에 있는 오륙도일자방파제(북항방파제)로 먼저 갔다. 섬처럼 떠 있는 길다란 방파제에는 이미 강태공들로 자리가 없을 지경인데, 여기서는 오 륙도보다 영도가 더 가깝게 보인다. 방파제에서 볼일을 마친 배는 잠시 잊었던 오륙도로 방향을 돌려 오륙도의 핵심이자 가장 남쪽 인 등대섬에 뱃머리를 댄다. 여기서 낚시꾼을 제외한 관광객이 죄다 내렸다. |
▲ 잠시 뒤를 바라보는 여유 - 오른쪽 벼랑에 오륙도 스카이워크라는 새로운 명물이 생겼다. (내가 갔을 당시에는 그딴 것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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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산 지역 이야기를
누구보다 상세히
맛깔스럽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손가락 뷰온좀 쿨하게 눌러주시길 ㅠㅠ
이미 눌렀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