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귀와 보는 눈
김의원
나이가 들어가니 몸 여러 기관에서 젊었을 때와 달리 여러 기능의 쇠퇴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느낀다. 우선 체력이 약해져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은 하기도 싫을 뿐 아니라 못하게 되고, 일상생활에서 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걷는 것조차 어려워 가고 있는 실정이다. 8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심한 허리 협착증이 있어 특히 층계를 오르내리는 것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는데 필수적인 듣고, 보고, 맛을 알고, 냄새를 맡는 인지기능도 점점 무디어 가고, 인지하며 기억하는 기능도 옛날 같지 않다. 마음도 늙어가는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강도가 약해져서 감정 굴곡이 별로 없이 세상사를 그러려니 하고 물 건너 불 구경하듯 지내게 된다. 노인 사이에 요사이 인터넷 상에 일본 노인의학 전문가 와다 히데끼 박사의 “80세의 벽”이란 책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내용 핵심은 80세 넘으면 구태여 병을 고치려고 새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지 말고, 80세 ,넘어서 나타나는 인지장애는 자연히 시작되고 질병이 아니며 대체로 매우 더디게 진행되니 있는 그대로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약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고 80이 넘으면 약 효과도 인지장애 진행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이란다. 그에 의하면 체형과 인지능력이 각자 다르지만 통계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시기는 60대에는 1% ~ 2%이지만, 70대 전반에는 3% ~ 4%, 후반에는 10%로 증가하고, 80대 전반은 20%, 후반은 40% 정도라고 한다.
사람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기관을 평등하게 갖고 태어난다. 대부분의 기관은 몸속에 내장되어 있거나 가리워져 있다. 겉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기관은 이목구비(耳目口鼻) 즉 듣는 귀와 보는 눈과 맛을 아는 입과 냄새 맡는 코가 있다. 이목구비는 모양과 기능 뿐만 아니라 인지능력 에도 개인 차가 많다. 우선 얼굴 모양이 결정되는 데 사회생활에서 얼굴 모양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각자가 알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장애가 시작되는 시기와 진행속도도 개인차가 심하다. 귀와 눈이 어두워지고, 맛과 냄새를 잃어간다. 북미에서 65세 이상은 네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난청 문제가 있다고 한다. 소음이 있으면 단어 구별이 어려워 못 알아듣게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편하게 된다. 눈은 눈동자가 작아지고 움직이는 힘살 작동이 느려 빛을 많이 받지 못해서 80세 노인이 20대 젊은이와 같이 명료하게 보려면 3배의 빛이 필요하고, 수정체가 50%까지 줄고 표면이 거칠어져 빛 반사에 민감해진다. 하여 밤거리 특히 비 오는 밤에 운전하는 것이 위험해진다. 맛을 인지하는 감각돌기 숫자는 80대가 되면 30대에 비해 64% 감소되고, 냄새 감각도 80대가 되면 75%로 줄어든다고 한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용모, 언변, 글씨, 판단력은 사회에서 인재 등용하는데 기준이 되었다. 첫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요소가 용모다. 체격이 좋고 얼굴 잘 생긴 사람이 부러웠지만 타고 난 것을 어찌하랴 하고 일찍이 단념했다. 하기는 요사이는 성형을 한다지만. 나머지 요소는 각자의 노력과 타고난 능력으로 학습되어 외부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70대 후반에 들어서니 먼 것이 잘 보이지 않고, 밤에 눈이 부셔 운전하기에 대단히 불편하다. 아직도 책 읽는 데는 지장이 없어 감사하고 있다. 냄새 맡고, 맛보는 기능도 아무 불편이 없다. 문제는 듣는 귀다. 보는 눈과 듣는 귀는 몸 전체를 관장하는 뇌와 직결되어 언변과 글씨와 판단력 계발과 직결된 기관이다. 누구나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눈과 귀는 냄새 맡는 코나 맛을 아는 혀와 달라 사람의 의지에 따라 인식하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의지에 따라 개인의 삶을 개선하는 기능이 있다. 구약성경에 에스겔 선지자는 반역하는 족속을 향에 “볼 눈이 있어도 보지 아니하고, 들을 귀가 있어도 듣지 아니하나니” (에스겔 12:2)라고 표현하고 있다. 신약성경에도 예수님께서 설파하실 때 “귀 있는 자는 들을 지어다.” (마태복음) 하셨고, “들을 귀 있는 자 는 들으라 하시니라.” (마가복음, 누가복음)라고 하셨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께서 세 아들 중에 막내인 이건희를 후계자로 지목했을 때 한 기자가 질문했다고 한다. “왜 막내입니까?”라고. 회장님은 잠깐 생각하더니 그는 “듣는 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는 눈”이나 “듣는 귀”는 그저 듣는 기능만을 가리킨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70대 후반을 지나며 내 자신을 돌아보니 노화로 인한 인지장애로 생활에 커다란 불편없이 지내왔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되고 감사를 올린다. 다만 1년 전부터 한 쪽 귀의 감청도가 현저하게 나빠져 대화를 알아듣지 못하게 되어 보청기를 장착했다. 보청기는 감청도가 낮은 귀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했지만 단어를 알아듣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 시대 유학자 정약용 선생은 노인이 되어 유쾌한 것 중 하나가 귀가 먹으니 세상의 온갖 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지만 소리는 들리나 말을 못 알아들으니 답답하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 장소에서는 아예 대화가 불가능하고, 전화로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친구들과 모여 왁자지껄 떠들 때도 알아듣지 못하니 꿔다 놓은 보리 자루 모양 입 다물고 멍하게 앉아 있게 된다. 무슨 말을 하는 지 못 알아들으니 옆 친구에게 묻게 된다. 집 안에서도 집사람에게 되묻는 일이 많아진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 시작되는 장애는 진행속도가 느리다니 약간 위안이 된다. 앞으로 원하기는 장애로 인해 자식들에게나 이웃에게 부담이 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 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첫댓글 나이들어 제일 걱정이
중풍과 치매라고 합니다.
적당한 운동이나 소일거리로
몸이 퇴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고른 영양을 소식으로
흡수하도록 하는 것이
기능이 약화되어 가는 장기들이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작동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장수집안으로 65세 막내부터
주르르 87세 맏형까지 7남매가
살아가는 방법
객지생활 오래한 막내만 7년째
암 극복하는 중
곤지곤지, 잼잼. 짝자꿍에
걷기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최소한의 보험일듯 합니다.
좋은 글 늘 상기하며
부지런하겠읍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특히 치매는 두렵습니다. 살면서 자기 정체를 모르고 지낸다고 생각하며면. 사실 육신의 병은 의술로 손을 써 볼 수 있지만 치매는 아직도 속수무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육신의 건강이 움직여야 유지되듯 정신의 건강도 계속 뇌를 써야 된다네요. 해서 걷기가 불편한 몸이지만 매일 목표를 정해 놓고 걷기 운동과 읽고 배우기 운동을 하지요. 요사이는 인터넷 덕으로 방대한 도서관과 생성 인공지능 덕으로 초 인간적인 선생이 손 끝에 달려서 읽고 배우기는 쉬운 세상이지요. 우리 영육 운동을 열심히 해서 영육이 건강하게 삽시다. 온 가족이 늘 영육 간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형통하기를 기원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주(11/3)중앙일보에 발표합니다.
이번에 서울 갔을 때,
남편 은행 선배님이 한 쪽 귀에 성능 좋다는 보청기를 끼셨어요.
말하는 상대방 소리만 들리면 좋은데 모든 소리가 다 들리니
소리가 울리고 선명치 않아 많이 불편해 하셨어요.
그런데, 적막할 정도로 고요한 "아원" 고택 안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린다고 환하게 웃으며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
조용한 곳에서는 한 가지 소리만 잡아내니 들을 수 있다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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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 " 지름길로 달려 오는 걸 어쩌겠어요.
生老病死는 누구가 겪는 일이지만, 소리 없이 아프게 다가 오네요.
뭇쪼록 건강하시고,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