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산 (1/2): 올겨울 마지막 심설산행

[동그라미]

2024년 2월 3일

함양 남덕유산.

어째 새로운 기수 컨벤션효과가 떨어졌는지,

산행참여가 신통치 않다.

그간 겨울 눈꽃산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강원도 원거리산행을 잡은탓인가 싶어,

이번에도 함백산을 지목했던 계획을 근거리 산행인 함양 남덕유산으로 일찌감치 선회했다.

대전IC 기준 1시간 10분이면 닿을 영각사이기때문에,

바꾼 나 조차도 답답함이 깔끔해지는 듯한 느낌.

당일되고 나서보니, 원인이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

뭔가 다른 원인이 있겠지.

다시 직전의 활기가 되돌아오길 바라면서,

여유만만한 차에 오른다.

가족적인 화목한 분위기로 기분이 산뜻해진다. ㅋ

총무/운영위원단도 전멸인지라, 회장님이 1인 다역을 맡는다.

옆에서 안쓰러움과 고마움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산행안내지를 나누어주며, 당일 참여한 분들께 고마운 마음으로 아이컨택.

"약을 왜이리 못팔았어~~?"

오랜만에 참여하신 고산님의 순박한 질문에, 땀 삐질.

"강원도가 문제인가 ~~ 했더니 것도 아닌거 같고~~

동그라미가 문제인가~~~"

하고 독백을 크게 읖조리며 자리로 돌아온다.

오늘 아침 현장사진이라면서 모카크림 대장이 사진을 단톡방에 올린다.

많이 녹긴했는데, 상고대의 가능성은 옅보인다.

산행신청페이지에 부제로 눈꽃산행과 심설산행을 붙였었는데,

뻥카가 아닐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 오늘 산행지를 소개를 한다.

서봉과 남덕유를 자연스럽게 찍으며 가려면, 교육원을 통해서 올라야 하는데,

언제인가부터 그 길이 통제로 바뀌었다.

개별로 가면 조심조심 국공의 눈을 피해 오르겠건만,

단체를 그리로 몰기엔 리스크가 커서, 남덕유에서 서봉까지 왕복하는 선택을 한다.

사실 기록을 더듬어보면, 2019년 11월에 연구원 동료분들과 영각사에서 무주리조트까지 종주를 한적이 있는데, 당시 서봉으로 바로 오를셈으로 가다가 마침 출근하는 국공눈에 띄어,

영각사 입구 탐방소로 끌려가, 계도장을 받은 기억이 있다.

대한토 정회원인 "호산" 님이 대표로 받으면서, 이사람들은 왜 안주냐고 항의하고,

우리들은 합리적인 판단이시라며 계속 수고 부탁드린다 독려를 해드린 적이 있다. ㅋ

뒤에서 월출산님과 송학님이 그리로 갈것같은 작전모의하시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흐음.........

모른척 알고만 있자.

비예보가 수시로 바뀌면서 예고되었었는데,

마지막 산행시작 직전의 예보는

12시 전후에서 정상에서는 눈/비,

황점기준으로는 3시 비아이콘이니, 2시반에는 비가 시작되는 예보.

대한토 걸음이 빠르니, 오늘 비를 맞을 확률은 적어보이나,

다들 비를 두려워하시는 듯.

여기저기서 우의와 우산을 찾는다. 크~~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왜 피합니까? 맞아야지요~ 전 비가 와도 우의는 안가지고 다녀요~"

나에게 우의가 있냐는 질문에 허풍을 좀 떤다.

사실 난 우의를 쓰지 않고, 가방싸게만 덮고 지나는데,

여름 장대비에서는 일회용 우의를 재활용해서 쓴다. ㅋ

산행계획에 적은 9시 40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영각사 입구에 도착.

아직 겨울 산골임에도 온기가 느껴진다.

눈은 주변에 안보이고... 오늘 제대로 뻥카한번 날리나~~~

그래도 우리나라 4번째 높은 덕유산 자락인데... 기본은 하겠지.

오늘 송사리님도 오셔서 사진은 제대로 나오겠네.

"많은 것처럼 풍~~~~성하게 찍어주세요~~"

산뜻하게 들머리를 향해 걷는다.

저조한 참여로 다운되었던 그간의 마음이 훌훌 날아간다.

역시 산행은 이래도 즐겁고, 저래도 즐겁다.

여럿 무리지어 가도 흥겹고, 소규모 단촐한 걸음도 즐겁고,

심지어 홀로 걷는 걸음에도 사색의 즐거움이 있다.

도란도란 선두팀들끼리 담소를 즐기면서 오른다.

오랜만에 결장하신 산수님을 소재로도 바뀐신발이 안돌아왔는가 하는 이야기,

청려장대장님과 참여횟수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

어제의 축구이야기. 간만에 역전승을 일구어 밤새 시끄러웠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

평소 층간소음이야기~

"아마도 여기 선두다니시는 분들 직접 얼굴보면 다들 조용해지실 텐데요~~"

하자 발끈하는 고산형님.

내가 주관하는 관계로 수시로 뒤에 답답한 속도에 양해의 말씀을 전한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하시는 늘감사님의 말씀에, 고산형님이 잘못들어서

"왜 앞의 대장님 힘들게 하세요?"

불을 지피신다. 이후 두분의 티격태격~ 크~~

어떻게 숨을 골라가며 오르자, 벌써 영각재.

이전 쉼터에서 음료나 먹고 가자는 제안에, 영각재에서 하시자고 하고 왔는데,

바람이 분다. 쩝.

언제 그런이야기가 있었냐는 듯. 그대로 운해속으로 들어간다.

어!!!! 상고대의 조짐이 보인다.

가지의 겉에 미세한 희끗한 입자들이 붙여있다.

이건 눈이 덮인 형상이 아니고, 제대로 된 상고대.

습한 기운에 가지에서 자라나거나, 바람에 흩날려 만들어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입자들도 길쭉 길쭉한 새털 같은것이 사뭇 다르다.

고도를 올라가면서 점점 그 상고대의 형상이 뚜렷해진다.

이야~~~~

"상고대가 있습니다. 천천히 사진도 찍고 즐기시면서 오르세요~~"

조용한 공기에 전파를 얹는다.

운무속에 들어가 있지만, 그 옅은 구름을 뚫고 보이는 아랫세상의 전경이

맑은날 짱짱한 전망의 아름다움에 뒤지지 않는다.

모델전문 고산님을 수시로 앞에 세우고

한겨울 남덕유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남긴다.

와~~~ 멋지다.

1500 고지의 아름다움.

강원도 심설산행을 뛰어넘는 장엄함과 수려함을 함께 누린다.

다행히 운해가 짙지 않아서,

투시되는 아랫동네의 모습도 선두팀의 바쁜 걸음속에서 틈틈이 눈과 카메라에 담는다.

어느순간 사진찍느라 게을러지는 선두대장을 추월해가는 늘하늘감사님 길따라자문님.

다행히 굴곡이 있는계단길에서 카메라에 잡는다.

"대한토오~~~ 일루 보세요~~~~~ 찍히신 거에요~~~~"

음파로 벌금고지서를 날린다.

사실 난 선두대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추월해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대한토에서는 그걸 금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니, 준수하기로 하고,

적당한 추월은 선두대장 승인하에 익스큐즈해드리기로 하고 있다.

짙어가는 운해속에서,

데크를 어깨에 들춰맨 남성미 출중한 봉우리들이 은은하게 보이고,

더해가는 상고대의 감동을

정상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홀가분함 속에서 즐긴다.

자~~ 남덕유가 보인다.

내가 올때마다, 여기에서는 혹한과 바람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일쑤였는데,

오늘은 바람도 심하지 않고, 기온도 0도 근처라 그런지,

표지석에서도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다.

자~ 인증합시다.

[청려장]

"데크를 어깨에 들춰맨 남성미 출중한 봉우리"
멋진 표현이네요.^^
정상 인증샷 넘 감사합니다.

[동그라미]

남덕유의 데크를 보면서 늘 멋지다는 생각이에요.
대한토 덕에 한번 더 와보네요.
산행의 정석을 보여주시는 청대장님 함께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따라]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기대이상의 조망을 보여주고 환상적인 상고대도 즐긴 산행이었습니다.
선두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동그라미]

함께 즐겁게 걸었습니다.
다행히 춥지도 않고, 상고대도 좋아서
겨울산행의 묘미를 만끽했습니다~^^

[먼들.]

함백산 패쓰
남덕유 택월한 선택요~ㅎ
정상 능선서 상고대 보고 흥분하여
서봉까지 납따 정들님과 뛰어 갔내요~
조은곳 리딩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당~^^

[동그라미]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산행평가까지 함께 즐겁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현진아빠]

올겨울 눈산행은 전부 대박이었네요. 몇년전에 눈 보기 어려웠던 때도 있었는데 말이죠^^

[동그라미]

1인 다역.
힘든내색도 없이 산악회를 끌고 가시는 회장님 덕에,
편안한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복받으실 거에요~~

[송사리]

상고대가 없을까봐 조금 우려했긴 했었는데, 너무나 좋았습니다. 좋은 산행지 선택 감사합니다.^^

[동그라미]

저도 사기치나 걱정했는데,
상고대가 살려주었어요.
덕분에 멋진 사진들 많이 보았습니다~^^
제 사진도요~~ㅎㅎ

[화산(성은모)]

휴. 선두에 잡혔네요. 사진 감사합니다.

[동그라미]

매번 귀한 약주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도 감동적으로 음미하면서 먹었습니다~^^

[시월애]

기대없이 들어왔는데
상고대가 넘 멋지네요...ㅎ
수석대장님
멋진 곳 주관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동그라미]

여기는 가본은 하는곳이라 믿고가는곳 인데 대한토화원님들껜 외면을 받았네요~ 흑. 다음엔 더 좋은곳으로~^^

[시월애]

그 부분이 아쉽네요
힘내세요
늘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