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예고 드렸던 예기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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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 배경은 1976년 에서 2010 까지 30년이 조금 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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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만난 건 고3 예비고사가 끝난 즈음 그러니까 아마 11월 중순 그때 였어요
그날도 예외 없이 수업이 끝나고 가방을 들고 친구 둘과 시내를 배회 하다 한 녀석이
먼저 가고 둘이 남아서 영화관을 갔었죠
이수미" 여고시절' 이미 그당시 너무 유명해진 노래에 맞춰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주인공인
여학생과 남학생이 산속에서 조난당해 둘이 밤을 함께 보낸 것만 어렴풋이 생각나네요
그 순간에는
영화가 중요한 게 아니였겠죠.... 그녀를 거기서 보았으니까요.
좀 한적한 객석들을 골라 뒤쪽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문득 앞쪽 오른편에 단발머리 둘과
흰 카라 둘이 보였어요
반짝 눈에 불이 들어온 순간이였죠..ㅎㅎ
그리고 마음보다 몸이 더 빠르게 반응하던 뜨거운 청춘이였구요...ㅎㅎ
얼핏 옆모습을 보니
똑같은 단발머리지만 오른쪽 여학생이 왼쪽 여학생 보다 조금 더 눈썹이 짙어 보였어요
어두운 조명 속에서도 그걸 읽어내던 본능의 뜨거운 동체 시력...ㅋㅋ
그녀들을 향해
친구 녀석을 왼쪽으로 밀치고 내가 오른쪽으로 재빠르게....앉았죠
" 실례 쫌 할게요...ㅎ"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영화가 상영되는 거의 한 시간이상의 시간을
그녀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거죠...
첫 느낌은........특별히 각인된 것은 없었어요..
그저....음......여학생이네.......나쁘진 않네...... 턱선과 콧날의 이니셜이 깨끗하네...이 정도
한창 호기심 많은 청춘들이라 낯설었지만 대화에 특별한 거부감은 없었는지
영화가 끝나고
귀가 길에 각자 짝을 져서 헤어졌죠 그리고 그녀가 사는 곳 앞에서 내일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그러마 하고 돌아서는 그녀를 다시 붙잡았어요.
무엇때문인지.... 이대로 돌아서면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미안한데....내일 나오겠다는 징표로 거기 끼고 있는 오른쪽 벙어리 장갑.....
하루만 나한테 맡기라고.......
내일 약속 장소에 나오면 꼭 돌려 주겠다고..........했죠
순간 당황하던 그녀에게서 거의 반 강제로....그 벙어리 장갑을 빼앗아 들고 돌아서 집으로
돌아오던 발걸음이...... 그랬던 것 같아요
구름을 밟고 걷는 것 같던..........ㅎㅎㅎ ( 너무 과장일까요....ㅋㅋ 30년도 넘은 흐린 기억속의 느낌이...ㅎ)
다음날...
학교에서 같이 만났던 그 친구 ( 한근 )에게 물어 보니
자기들도 오늘 만나기로 약속했다 하더군요...........그래서 또 한근이란 친구하고 둘이
학교 끝나자마자 약속 장소로 간 거죠
한근이가 만나기로 한 여학생( 정미 ) 는 딱 제시간에 나타나는데
그녀는 오지 않아요
십분이지나고...이십분이 지나고.....
정미에게 왜 안오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다 해요....나온다고 했다는데.........
아니구나 싶었죠........호주머니 속에 든 벙어리장갑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어요..
정미에게 그녀 거니까 돌려 주라하고 먼저 일어서야 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녀 ( 규현 )
하나의 시간 속에 두개의 공간이 존재하는 걸 요즘 평행우주이론이라 하던가요
그때 느꼈어요
한 순간에 지옥과 천국이 존재하기도 한다는 걸요..
그때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그녀의 청순한 흰 카라 속에 감춰둔 밀당 고수의 속내를....ㅋㅋㅋ
#
그렇게 그녀들 ( 규현, 정미, 영숙, 은희 ) 과
우리들( 나, 한근, 형석, 만식 ) 의 이야기들이 시작되었어요.....
* *
^^
선배님..ㅎㅎ 흠.....생각보다 천천히 기억하며 옮겨 보는 게 시간이 좀 걸리네요
그날그날의 시간 여건에 따라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고 그럴 것 같아요
선배님 흥미가 당겨졌으면 좋겠는데..ㅎㅎ
소설의 구성 처럼 갈등과 정점을 효과적으로 짜보면 좋은데 그냥 내키는데로
생각나는데로 옮기는거라 지루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 들어요..
주말엔.......
선배님 곁
꽃잎들의 색도 더 짙고 향기도 더 넓게 퍼질까요? ㅎㅎ
또..이어 갈게요..
^^
그녀를 만나던 그날 영화관에 같이 안가고 볼일 때문에 먼저 간 친구 있었죠
그 친구가 형석이에요...
한근이랑 나랑 학교에서 그녀들 예기로 싱글벙글 입을 못 다물고 있으니까 자기도 소개 시켜달라고
난리를 치고 그 곁에서 만식이라는 녀석도....나도, 나도, 그랬어요
질풍노도의 시기엔 가장 대표적인게 집단성이라 하지요...
중딩이나 고딩들 몰려다는 거 보면.. 그 무렵 만큼 친구라는 존재가 가장 빛나는 삶의 비중을 차지하는 때는
없을 것 같아요 그 시절의 친구들이 평생을 함께 가게 되어요.....사랑도 ...?
흠.....그건... 그건 시기나 시간이라는 조건보다는 얼마만큼의 각인이나 몰입 인가 하는
감정의 농도가 보여주는 공간의 깊이.... 그러니까 사랑은 시간이라는 제약에서 벗어난....
그래서 늘 안개 라는 표현이 따라다니는............ 에구.......다른 골목으로 들어왔네요..^^
그때,
우리들에게 펼쳐졌던 풍경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아요
교실 앞 정원에 따스하게 떨어지던 햇살을 찾아 옹기종기 모여 히히덕거리고 장난치던
까까머리 검정 교복의 아이들
고2 무렵부터 마음에 불어 닥친 개똥철학으로 입을 다물고 살아 그 일 년 동안 학급 60명
중에 딱 한명 짝이였던 아이 하나 하고만 몇 마디 주고 받았던 시절이였어요
한근,형석,만식, 다 다른반이였구요.....
이 친구들은 1학년때 같은 반이라 서로 친해졌고 특히
한근이 이 아이는 그중 유난히 더 친했는데 같은 불교 써클을 다녔죠
나중에 그녀석은 거기 부회장 내가 교리부장을 했어요
그리고 형석이는 같은 동네에 살아서
국민학교 1년 선배인데 고등학교 들어오며 일년 재수를 하는 통에 나와 같은 반이 되었죠...
그때도 내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 ) 같은 고1이니까... 친구 하자고..ㅎㅎ
순순히 받아들이더군요....이녀석이 그중 젤 공부 잘했어요.....그래서 국립대를 가고
지금은 같이 서울 사는데......화곡동이라........거의 서울 대전 거리에요......
가끔 밥 사주러 그 먼 길 마다 않고 오는 아주 착한 녀석이죠........밥 사줄 만 한건
내가 그 녀석에게 영숙이를 소개 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요...
참 징한거는 요... 대부분 남자들이 그렇다 하더군요.......첫 사랑 예기
형석이 녀석은......지금도 말해요......첫 키스를 그때 영숙이랑 했다고.... 그때 네명이서 네명을 만날 때...
가장 진도가 빨랐던 애들이 형석과 영숙이에요.....
다른 아이들은 손도 못잡아서 머뭇대고 있을 때........어느날 학교에서
“ 얘들아 나 어제 영숙이랑 키스 했어....” 이래 가지고 나랑 한근 만식의 가슴을 부글거리게 만들더니....
아니나 다를까요................넷 중에 가장 먼저....헤어지더군요..
ㅎㅎ
첫사랑 예기 하다 친구들 예기로 새어버렸네요.........갑자기 친구들 예기가 더 급 땡기는 느낌이라서요..^^
아주 재밌고도 슬프지만 조금 19금 사연이 형석이 한테 있어서 그 예기 잠깐 해드리고 싶어요...
근데........선배님의 취향 파악이 안돼서.....남녀상열지사의 예기가 혹 불편하실까 쪼끔 염려 되기는 하지만.......ㅎㅎ
수위 잘 조절하며 해 볼게요.......
형석이 군대 갈 때.......내가 논산 훈련소 까지 같아 가줬어요....
그런데 그녀석 하는 말이 ,
젤 원통한게 총각 딱지 못떼고 군대 가는게 젤 원통하다고 하더라구요..ㅎㅎ
마침,
호프집이였는데 종업원인지 주인인지 30후반 무렵같은 분이 옆에 앉아 있다가
자기가 떼 줄테니......방으로 가자는 거죠.....ㅎㅎ
나는 얼른 일어나서 형석이 등을 떠밀고 그 분은 손을 잡고 끄는데도 막상 이녀석
따라서 방에 들어가지를 못하고.......ㅎㅎㅎ
결국 그렇게 군대를 갔고,
결혼을 했는데..........................아이가 없어요........
그러니까....미리미리 점검해보고 실험해 보지 그랬냐고....놀림겸 걱정겸.......늘 그러죠 내가
^^
..ㅎㅎ
오늘 이만 하고 또 이어갈게요..
졸업을 거의 3달 정도 남겨 놓고 그렇게
넷 혹은 각각 서로의 만남을 이어 갔죠
대전 외곽에 신탄진이 있어요...진 이라는 지명이 암시 하듯 큰 강이 흐르죠
어느 주말인지 여덟이 다 함께 그 겨울의 강가를 갔었던 기억이 나네요
꽁꽁 언 강물위에서 미끄럼을 타기도 하고 모래벌을 둘씩 걷기도 하고....저는
그때 유난히 흘러가는 강물을 좋아했었기에 틈틈이 더 많이 가기도 했었죠. 그당시에
읽었었는지 헤르만 헷세...흐르는 물에서 “ 옴‘을 찾아낸 뱃사공. 새와 알 아브락사스...
이런 단편적 단어들이 떠오르네요..
맹목이라는 것
눈에 씌워진 콩꺼플 이라는 것..
온 영혼이 오직 한 대상에게만 온전하게 집중되어 진다는 거...
물론 지금은 그것이 사랑의 좋은 자세가 아닌 오히려 해가 되고 독이 되는 행위라는 걸
알지만 그때는......그것이 더 치열할수록 사랑의 순도가 높아지는 거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기억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추려 보자면
여름 무렵쯤,
그녀가 텐트 가지고 해변에 놀러가자 한 적 있어요..일박이일 인지 이박삼일인지..?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죠
아직 그녀와 꼭 넘어야할 육체의 통과의례란 절차를 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ㅎㅎ
낮에, 실컷 놀다 밤에 그녀를 안았는데 키스 이상은 허락을 안하는 거에요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자기 친구들에게 같이 놀러 간다고 다 말해서 틀림없이
갔다 오면 별일 없었냐고 물을 텐데.. 그때 어떻게 대답하냐고 그래서 싫다고.....
결국은 그날밤 아무일도 없이 넘어갔는데......사실은
제가 섹스라는 행위를 친구들에게 말로만 들었지....어떤 순서나 과정 어떤 진행인지
아무 것도 몰랐었기 때문에..... ^^;;
손만 잡고 잤던 기억이 나네요..
그후에 어떻게 알긴 했지만
정작, 그녀와 맨처음 정신과 육체가 합일되었던 날이 언제 였는지 어디서 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더군요,,,
육체의 문이 열린 이후에 비로소 몸과 마음이 분리된 진정한 이유와 그 둘이 이루어내는
하나의 극치가 보여주는 세계는 우리의 일상을 얼마나 가치 있게 하는 것인지 많이 느꼈죠
한번은 식구들이 모두 친척 행사에 갔다고 해서 그녀 집에서 함께 자는데
힘껏 서로에게의 몰입이 끝난 후 막 기분 좋은 잠속으로 빠져드는데 대문 밖에서 소리가 나는 거에요..
예정 보다 식구들이 일찍 돌아온거죠...ㅎㅎㅎ
부리나케 옷 입고 신발을 들고서는 뒷문으로 담을 넘어서...... 그런 밤도 있었네요
캄캄한 밤 탓인지 한참 거리를 헤메다가
어떻게 우연히 앉은 자리가 군 부대 근처 였는지 한참을 진하게 키스하고 있는데
군인 둘이 저벅저벅 걸어오더니.....저기 담위로 1개 소대가 다 쳐다보고 있으니 딴데 가서
하시라고........ㅎㅎ
그녀와 함께 지내고 집에 돌아와 내 방에서 가만히 누워 있으면
온 몸에서 그녀의 체취가 자욱히 번져 나오는 걸 느끼곤 했어요
그 냄새가 왜 그리 좋았던지..........아주 오래도록 그 체취는 기억 속에 남더군요
^^...
******
조금 부연 설명을 하고 넘어가자면
저는 고2 무렵부터 인문계지만 대학 진학을 포기 했었어요
상업을 하시는 부모님 가계를 잇겠다는 생각은 최후의 변명으로 남겨 두었었지만
그때는 왜 대학 진학에 모든 걸 걸지 않았는지..
친구들을 돌아 보면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더라도 결코 너희 보다 뒤처지지 않게 지식이나
학문을 쌓을 수 있으리라.....혹은 더 나은 삶의 지혜를 가질 수 있으리라...
엄청난 오만과 아둔이였지요...ㅎㅎ
졸업후,
형석은 국립대로, 만식은 5년제로 그리고 당연한 결과로 나와 한근은 명목상의
재수 생활로 들어갔죠...
그래서........국립대를 입학한 형석과 졸업후 직장생활로 이어진 영숙이 와의 관계가 가장
먼저 결별을 하고............. 만식과 은희 커플은.....숱한 우여곡절 끝에
부모의 반대를 거부하고 둘이 나중에 금산이라는 작은 시골로 도망을 가서는 결혼식을 하게
되었어요.... 그 결혼을 한 만식과 은희 커플의 연결 고리가 남아
나와 그녀는 헤어진 후 거의 25년이 지나 분당의 어느 카페에서 다시 마주 앉아 서로의 모습들을
바라 볼 수 있게 되기도 했었죠..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꼭, 대학을 가야한다는 그녀의 집요한 재촉으로 공부를 놓지는 않았지만 그답 그렇게 치열하게
매달리지는 못했어요..ㅎㅎ 그녀에게 집착하듯 공부를 했으면 보다 더 확실한 성과가 있었을 텐데..
ㅎㅎ 별스럽지 않은 예비고사 성적으로 무모하게 국립대 의대 원서를 써달라고 하니
고3때 담임이 피식 웃으며 써주었죠........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행동이였지만
영장을 받았어요,
확연한 삶의 기로가 그어지는 일이 사는 일중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시간들이 오죠
그때는 군생활의 기간이 36개월 꼬박 3년 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죠
일주일 쯤,
혼자 생각하다 그녀에게 말했죠........
삼년...기다려 달라고...
많이 고민 할 것도 없이.........그녀는.....기다릴 수 없다 하더군요
잠깐,
시간적 배경을 바꿔 볼게요
그녀와 헤어진후 10여년 쯤 지났을 때인가 우연히 학창시절 그녀와 그녀들하고 같은 반이였다는
여자분을 만났어요.......그때 들은 이야기 그녀들은 일반적인 여고가 아닌 산업체 야간 전수 학교
학생들이라 대부분 우리들 보다 나이가 둘 아니면 셋 더 연상이였다 하더군요
그때 그녀들의 학교에서도 우리들과의 연애는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였다더군요
솜털 보송한 아주 어리고 앳된 도련님들하고 연애한다는.....소문들이....ㅎㅎ
그녀도 언젠가 그러더군요
넷씩 빵집에 앉아 있는 걸 보니.......온실 속에서 갓 꺼내진 여린 이파리들 같더라는..^^
약혼이라도 하고 군대 가고 싶다고,
엄마를 얼마나 졸랐는지 그녀를 집에서 한번 보자 해서 집에서 엄마를 만나기는 했지만,
아마도 이미 알고 정하신 하느님의 뜻은 어쩔수 없었을 거에요..
딱, 두 번
그녀와 죽고 싶었어요
헤어지는 것 보다는 차라리 그 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죠
충남 서천에 동백정이라는 해수욕장
붉은 동백 꽃잎이 송이 송이 뚝 뚝 떨어지는 풍경이 있을 때니까 아마도
2~3월 늦은 겨울 무렵이였던가 봐요
그녀와 마주 앉아서 먹은 민박집 아줌마가 끓여준 조개국이 참 맑고 달았었다는 기억이
나네요...
해변을 돌고 둘이 절벽위에서 바위에 부서지는 바닷물의 흰 포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불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죽자....너랑..
그녀의 허리를 꼭 끌어 안고 말했어요
우리 여기서 뛰어내리자.....같이....
소스라치게 놀라 울며 그녀가 애원을 하더군요..자기는 여기서 죽기 싫다고...
더 살고 싶다고.. ㅎㅎ 두 팔에 힘이 투욱 풀리더군요...
또 한 번은
아마도 입대 일주일 전 쯤 일 것 같아요
마음의 지옥을 헤메다 마지막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녀랑 계룡산 동학사엘 가서 밤을 지내는데....... 깊이 잠 든 그녀 곁의
배낭에서 등산용 과도를 꺼내었어요..
네 심장에 깊이 꽂고 나도 따라 가리라..
흰 달빛이 그녀의 잠든 얼굴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는데 오래 오래 바라보고만
있었어요....오른손에 과도를 쥔채..........
아니라고 몸도 마음도 이건 아니라고 부정을 하고 있었지만
이미 그렇게 한 걸음씩 그녀와의 결별을 받아 들이고 있었던 건가봐요
끝내
논산 훈련소 입영 첫날의 밤
내무반 창에서 바라보이는 병영 밖 도심의 불빛이 왜 그리 휘황하게 보이던지요
드라마틱이라는 용어를 드물게 겪어보게 되었어요
통상, 입대 전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아 입대를 하게 되는데 훈련소에 들어가 보니 거기서
다시 신체 검사를 하는 절차가 있더군요
군의관 같은 소위가 앞에 서서......자기가 이상이 있어서 훈련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나와서 검사를 다시 받으라.........는 거 였지요
우루루 많이 들 나갔는데
나는 그냥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다 끝났으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므로
그랬더니...줄 사이로 돌아다니던 군의관이 묻는거죠
...너 시력이 몇이야...... 모르겠는데요...최근 검사해본적이 없어서......그랬더니
너...앞으로 나와 저 줄에 서..........그러더군요..
그줄 곁에 서있는 한 녀석이 그래요....여기서 시력 불합격이 나오면 바로 집으로 직행하고
그 다음에 보충역으로 떨어진다고.........
세상에나......보충역은....1년 군생활이거든요....그리고 오늘 바로 집으로 돌아 갈 수 있다니,,,
기다리는 동안......시력아 조금만 더 나쁘게 나와 다오....하며...맨눈으로 오래 태양을 바라보았었다는...ㅎㅎ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앉았을 때의 기분 참 종았을텐데.......
그 기억에 스며들어 있던 감정의 기억은 소멸 되고 기억의 스토리만 남아 있네요..ㅎㅎ
시내에 도착 하자마자 그녀에게
전화를 했어요..
“ 나야....혹시...헌병대에서 나 찾는 전화 오면 모른다고 해
나 탈영했어......보고 싶어서........그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
다음에...ㅎㅎ
***
가만히 돌이켜보니
그녀와의 날들 중 가장 정점의 날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훈련소에서 돌아와 늘 만나던 그 다방에서 그녀를 다시 만났던 그날이..
내 군생활을 기정사실화한 그녀의 주변에는 이미 다른 변화가 생기고 있었던 것이죠
그녀 직장 상사의 청혼
그리고 그 사람과의 결혼,
묵묵히 받아 들여야만 하는 현실의 상황......
언젠가 신탄진 강을 예기한 적이 있었죠............친구들 다 함께 혹은 그녀랑 같이 갔었던..
매일 아침 먹으면 혼자 시내버스 타고 가서
둘이 앉아 예기 하던 바위에 걸터앉아 하루 종일 강물 흐르는 걸 바라보다 돌아오는 일상이
반복 되었죠
아마 깨우침을 얻었다면....거기서 얻었지 싶어요...ㅎㅎㅎ
거의 90일이 채워질 무렵쯤,
다시 무언가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새로워 졌던 것 같아요
대학 입학식 날
친구 편에 보내온 그녀의 빨간 넥타이 선물.. 넥타이 선물의 의미는 꼭 붙잡고 싶다는 의미라던데......
그녀는 그것도 모르는지.....결혼 후...신혼 생활하는 곳이 신탄진 시내라는 어렴풋한...
무심한 세월이 흘렀어요
그사이 저도 결혼해서 아이들도 낳고 거주지도 서울로 옮겨
본격적인 삶의 지난한 무게를 감당하느라........시간을 들여다 볼 겨를도 없이..
불혹 지난 어느 날인가
전화 통화 중에 형석이가 그래요....
“ 은희( 만식이 처)이가 그러는데 규현이가 너 어떻게 사는지 한 번 보고 싶다고
약속 좀 잡아 달라 “ 더라고
그런 비유가 합당할지 모르겠어요.
창고를 청소 하다가 아주 어린 시절에 정말 좋아하던 장난감을 다시 찾아낸 것 같은...
분당 어느 카페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예전 그대로 였어요
다만 눈가나 입가에 잔주름만 몇 개 더 얹은.....
서로 피식 웃으며 마주 앉자마자 그녀가 물은 건 “ 할머니 ”안부 였어요
할머니가 저를 키워주셨고 그 할머니가 그녀를 참 이뻐해 주셨거든요.....
대전 내려오면 전화 하라고 메모지에 적어준 그녀의 전화번호
지갑 깊숙히 넣었죠
그때만 해도 부모님 다 대전에 살고 계시고 친구들 모임도 있어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는
꼬박 왕복을 하기도 했었어요
한 가슴에 두 번째의 두근거림은 어떤 형체의 그림자를 가질까요?
그런데.......
내가 달라진 걸까요.......그녀가 달라진 걸까요......
아무래도 예전의 그녀가....예전의 내가 아닌 이 느낌....
동학사 어두운 숲길을 내려오며 그녀가 말했어요
예전에 내가 불러주었던 송민도? 나하나의 사랑 이란 노래 여전히 가슴에 있다고
눈 오는날 꼭
전화 한 번 주라고 너를 다시 갖고 싶다고.....
그 뺨에 가볍게 입 맞춰 주고 돌아서 서울로 돌아온 그 밤 강동대교 위에서
지갑 속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그녀의 전화번호를
조각조각 찢어서 검푸른 강물 위에 뿌렸어요.
“ 안녕.......잘가......”
가슴 밑바닥 오래 오래 단단하던 얼음이 깨지는 듯한
무겁고도 둔중한 소리가 바람 소리 처럼 머릿속에 가득했어요
^^
끝~~~ㅎㅎ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끔 혼자 앉아 술잔을 기울일 때
단발머리 흰 카라 그녀가 마주 앉아서 말을 걸어요
“ 니가 나 많이 사랑했다는 거 알아
첫눈 오는 날 전화 한 번 해줘..........“
첫댓글 종이비누님!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느낌입니다
아직도 봄이 올 때 피어난 순결한 꽃을 찾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요
봄은 점점 멀리 가고 가을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데 아직도
벚꽃 나무 흔들어 꽃잎 흩날리던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지요?
종이비누님의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푸른 꿈을 싣고 바다를 건너 육지로 향하던 연락선은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해가 뜰 때 집을 나선 사람들,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날은 점점 어두어 지는데~~
이제는 그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종이비누님! 이제는 아무리 기다려도 꿈만 같았던
그런 시절은 다시 우리들에게 돌아올 수 있겠는지요?
푸른 꿈을 싣고 바다를 건너 육지로 향하던 그 연락선,
이제는 그만 님의 가슴 속에 행복으로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청석님
실은 신경숙님의 " 지금 우리 곁에 누가 있는 걸까요" 란 단편을
아주 감명깊게 읽어서,,,, 그런 독백체 스타일을 잡아보았습니다..ㅎㅎ
물론, 절대 비교 불가 겠지만요..ㅎㅎ
편안한 시간 되십시요^^
1976년도 에는 한참 군생활한기억 동두천 28사단 중서부전선 에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아이고 괜히 12시 넘어 이글을 읽기 시작했네요.
너무 재미있어 한자도 안삐고 읽긴 했는데
이렇게 긴글 쓰느라고 고생했어요.
원래가 첫사랑은 깨지라고 있다.
그래서 첫사랑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누구나 그런 사랑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녀도 첫사랑이니 종이비누님을 그리워 할 것이고
가끔은 옛날 생각이 납니다. 마치 어제 같았던 일들이
^^..ㅎㅎ 감사합니다
풍부한 경혐과 유려한 필체로
이어가시는 중개사님의 글 즐독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탄력있는 글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좀 긴글이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한창 아름다웠던 청춘의시절 ...잘 간직하시고 가끔씩 꺼내보십시요
더 길게 쓰셨어도 저는 잼있게 읽었을 것입니다
마치 단편의 소설의 두 주인공을 보는듯 했습니다
과연 첫사랑은 이룰수 없다했던가요?
그 풋풋함이 향이 이곳까지 풍겨주고 있네요 ...
^^.. 감사합니다 ..봉의산님
조금 긴글... 취향에 따라서 지루할 수 있는 글 읽어주시고
따듯한 댓글 주셔서..ㅎㅎ
눈은 일년마다 처음 오는 눈을 첫눈이라 하는데
첫 사랑은
일생에 한 번이어야 할까요?
눈 처럼
일년에 한 번씩은 안되나요? ㅎㅎ
에구,,^^;;
감사합니다
건강 하시구요
저의 풋사과 같았던 처음 사랑은 시고 떫었었거든요.
그러나, 종이비누님의 처음 사랑은
달콤한 체리 럼주를 마신 것 같은 달콤함과 열정이 넘쳤나봐요.
그래서 줄줄이 기억하시고 이름까지 나열하신 것을 보니.
하지만 그 기억이 아름다웠던 불쾌했던
지나간 사랑은 늘 아련하고 기억을 혼돈하게 만듭니다.
특히 현재의 이 시간이 힘들고 외롭다면 그 기억은 더 각인되어지지만.
이처럼 날씨가 좋은 날에는 무슨 꿈을 꾸시나요~?
글 잘 읽었어요, 땡쿄~!
심리 치료의 핵심은
성인이 되어서도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내면아이를 의식의 표면으로 이끌어내는걸
치료의 첫 번째로 친다하는....예기를 들은 것 같아요
원초적 분리 불안으로
모질게 울던 내면 아이가....후두둑
성인이 되어 의식의 밖으로 거침없이 튀어 나가는
순간..
사랑은 성숙이 되는거고....삶의 지혜가 되는 걸거라고...감히
두손 꼭 쥐며....ㅎㅎ 살짜기 말씀 드리고 싶어집니다..ㅎㅎ
감사합니다...민티님
오늘도 이곳은 비가 내리네요..
내 영세한 사랑에 풍경이 있다면
벙어리 장갑 한짝씩 나눠 끼고 걸었던
얼음 언 금강변에 내리던 낙조일 것이다.
벙어리 마냥 답답하고 막막하던 사랑
속수무책의 날은 흘렀고 난 죽지 않고 살아있다.
사랑이란,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이지 싶다.
추억은 원체 저마다 다르게 적히지만
님이 전하는 추억은 각별하네요.
하마 끝날까 맘 졸이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