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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타자기 스크랩 하남 문화예술회관 초청 연주...Appassionata..2010년 11월 30일
victoria 추천 0 조회 80 11.01.14 00:55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어느새 해를 넘기고 만 아들의 연주 소식..

해를 넘겨서라도 포스팅을 해야겠다 싶어 사진과 영상을 정리했다.

상윤이는 2010년 11월 30일 '제 1 회 하남 장애인 문화 예술제, '우리는 선물입니다'에 축하 공연으로 출연했다.

 

                       

 

2010년 들어서 상윤의 피아노 솜씨는 서서히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월 즈음에 베토벤의 '열정' 3 악장을 레슨 받으면서 '은파'와 함께 연주 장면을 포스팅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난 일 년 동안, 미국에 다녀온 한 달 보름을 제외하고 아들은 꾸준히 곡을 익혀갔다.

 

그동안,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 자폐인들의 특징 때문에 아들이 스스로 연습 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미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물방울이 바위의 한 점 위에 계속 떨어지다 보면 그 단단한 표면에도 보조개가 생기는 것처럼

아들의 생활에도 아주 자그마한 변화들이 쌓여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 하는 일들이 늘어간다.

수시로 마음이 급해지는 어미는 돌아서서 가슴을 치는 일이 다반사이긴 하지만

'길게 보자..군대도 안 가는 아들이니 그만큼 천천히 가면 되지 뭐..'라며 되뇐다.

 

참으로 다행인 일은 아들에게도 욕심이 있다는 사실..

(아무렴..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고야 어찌 욕심이 없겠는가..이 어미 속에서 나왔는디..ㅎㅎ)

11월 20일 경에 전국 콩쿨을 앞둔 조카가 정 혜원 선생님께 위해 두 달간 우리집으로 와서 레슨을 받았다.

곡목은 모짤트의 소나티네..예전에 상윤이도 연주했던 곡이다.

모른 척 곁눈질도 않는 듯 보이던 아들이 어느날 혼자서 그 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바깥에서 듣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오마나, 그동안 실력이 참 많이 늘었다. 에구, 대견한 지고..'..어미가 감탄을 하고 있는 사이,

아들의 웃음소리가 피아노 소리에 섞여 나온다.

나는 안다..그가 스스로 대견해 하며 기분이 좋아서 크게 웃고 있다는 사실을..

(자폐인들의 감정 표현 방식은 또래의 비자폐인들보다 원색적이고 원시적이다.

즉, 그들은 속으로 좋아하거나 화내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하여,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짙다.)

 

게다가 상윤이는 '목표가 생기면 애써 정진하는' 장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아들은 '하남 장애인 문화 축제'에서 찬조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부터 '무대에 선다'는 기대감에서 조금씩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자폐인 청년들과 동일선 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할 일이다.

수시로 목표를 상기 시켜주는 것은 필수이고, 그와 의논해서 구체적인 연습량을 정한다든지 그날의 일정을 알려주고

그의 동선을 확인하는 일에도 도움이 필요하다.)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윤이 역시 출연이 결정되면서 부터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는지, 연습에 임하는 자세부터 달라졌다.

 

  '열정' 3 악장을 암보로 90% 이상 익혔을 즈음, 아들이 존경하는 '백 건우'선생의 연주 CD를 함께 들었다.

그동안 나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선생의 연주를 아들에게 들려주지 않았다.

아무리 취미로 하는 연주라 할 지라도 상윤이 나름대로의 연주 스타일과 취향이 있고, 그것을 존중해 주고 싶었다.

아들이 충분히 자기 방식으로 익히고 난 다음, 백 선생의 연주와 다른 거장들의 연주를 들려줄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날, 우리 모자는 CD를 들으며 너무 놀랐다.

세상에나.....!!!

'혹시라도 재생 속도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할 정도로 연주의 속도가 빨랐다.

선생의 연주를 연거푸 세 번을 듣고 상윤이는 피아노에 앉았다.

그의 평소 기량에 비하면 놀라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백 건우 선생의 다이내믹을 따라하는 아들...

그냥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존경하는 분을 향한 동경을 실어 사뭇 진지하게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아들은 가끔씩 어미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감동시킨다.

아마도, 독특한 아들을 키우는 어미에게 보너스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위로하심이라 여기며 감사할 따름이다.

 

 

 '하남시 문화예술회관'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워서인지 꽃전구로 예쁘게 장식을 해놓았다.

 

 

 

 

하남시에서 예산을 지원 받아

경기도 장애인 부모회와 남한 고등학교의 후원으로 어렵사리 이루어진 '제 1 회 하남 장애인 문화예술제'이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서 커다란 배너는 생략하고 포스터 몇 장으로 정갈하게 꾸민 로비..

'반달(장애아 풍물패), 사랑의 천사들(장애아 밴드), '송상윤'의 피아노와 '여명효'의 첼로 축하공연,

리버칠드런(비장애형제아밴드), 단양 방곡기 도깨비 마을 청년밴드의 연주와

'우리들의 이야기'영상, 그리고 '엄마 아빠와 함께 부르는 노래'등의 순서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이었다.

이 연주회가 있기까지, 그리고 이토록 따뜻하고 흐뭇하게 끝날 때까지

많은 수고를 감내하신 '하남시 동부성결교회'의 '신영화'목사님 부부께 진심으로 감사를 올린다.

 

 

 가운데 보이는 분이 '성문밖 학교'의 교장이자 '풍물패 반달'의 지도자이신 '권재형'선생이시다.

 

 

 

 

튜닝 중인 '리버칠드런'..비장애형제들로 구성된 밴드이다.

 

 

 '남한고등학교'의 '사랑의 천사' 팀과 함께 앉아있는 아들..

 

 

하남 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아랑홀'..

 

 

연주자 대기실에서...

 

 

 

상윤이와 함께 축하공연을 한 첼로 연주자 '여명효', 그리고 또 한 분의 '슈퍼맘'...

명효는 금년 안양남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다.

상윤이와 마찬가지로 자폐장애를 갖고 있으며 피아노를 배우다가 우연히 시작하게 된 첼로와 사랑에 빠졌다.

그를 처음 본 순간 '아...첼리스트 요요 마 닮았구나'..싶어 그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누구나 보는 눈은 같은가 보다.

명효 별명이 '요꼬마'라 하신다.

편안하고 느긋하신 명효어머님..그 사랑으로 동글동글 참하고 착하게 자란 아들..

명효는 '아트 드림 음악 콩쿠르'에서 음악영재로 선발되었으며 국민은행으로 부터 세계적인 악기를 후원받고 있다.

상윤이가 명효의 반주자(accompanist)가 되어 함께 연주를 하면 참 좋겠다며, 만나자마자 꿈을 나누는 두 엄마..

상윤이는 동생 명효가 저녁을 먹었는지부터 챙긴다.

 

 

 

무대에 나가기 전 '떨려요'하는 명효의 귓전에 기도를 속삭여 주는 명효어머니...

그녀는 특유의 '긍정의 힘'과 기도로 하나 밖에 없는 아들 명효를 키워

오늘까지 오게 만든 참 장한 어머니시다.

하루하루 지나며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 지 기대가 크다.

아들과 더불어 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 하신다.

'형진'군, '진호'군,에 이어 명효까지, 자신들의 가장 아프고 부끄러운 부분까지 드러내

'자폐증'을 세상에 알리는 고마운 선구자들이다.

 

 

                                                                                                   '여명효', '송상윤'

 

 

여명효, 장민경, 송상윤.

가운데 있는 예쁜 아가씨는 '장 민경'양...

음악가의 미래를 꿈꾸며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당찬 십대이다.

서초여성회관에서 만나 리허설을 하고 하남으로 가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1994년 생이니 딸아이와 동갑이다.

하지만 가치관이나 사고가 어찌나 성숙한지 마치 친구처럼 간극없는 대화가 가능한 사람..

이날, 명효의 반주자로 'Marcello'의 첼로소나타와 'You Raise Me Up'을 연주했다.

상윤이를 만나자마자 바로 친해져서, 아들의 장애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나는 무척 궁금해져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 댁에 상윤이와 같은 어려움을 지닌 따님이 있다고 했다.

그 아이가 하는 말을 자신이 다 알아들을 수 있고, 알아듣지 못 하는 부분은 자신이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며 

'자폐증'이란 장애가 친구가 되는데 있어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민경이...

이제 겨우 십육 년 밖에 지구에서 보내지 않은 민경이의 편견없는 시선 앞에서 

장애자녀을 둔 엄마인 나의 선입견이 부끄러워 오그라 들었다.

맞다..열린 가슴을 가진 사람이기에 상대방의 '자폐증'을 장벽이 아니라 개성으로 받아들이는것에 틀림없다.

오래토록 그녀가 상윤이와 명효의 친구이자 누나로 남아있으면 참 좋겠다는 기도를 품어 본다.

 

 

반주를 해줘서 고맙다는 표시로 초대손님으로 받았던 코사지를 누나에게 바치는 명효..

 

 '제 1 회 하남 장애인 문화예술제'가 2010년을 원년으로 삼아 매년 열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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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1.14 05:02

    첫댓글 나의 스승!...상윤,빅토리아...나는 두 사람을 못 만났다면 속앓이만 했지 방송출연을 꿈도 꾸지 않았을 것!...
    우리 서로에게 등불이 됩시다...별아저씨는 이미 반짝이는 별이니 말할 것도 없고요...너무 멀리서 혼자만
    반짝거리다가 스스로 힘들게 살지만요(순전히 제 시선으로...)...
    별마을에 모인 모든 분들,사랑합니다^^

  • 11.01.14 23:39

    오랜만에 들어오니 모르는 소리가 가득~~~미안해요, 겉만 핥고 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장하고 자랑스러운 이웃, 별동네를 더욱 밝게 만드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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