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충북대 통합을 찬성하며
이번 주 지방언론을 비롯한 중앙언론의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이슈 중의 하나가 우리 학교와 충북대학교와의 통합 소식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학교통합 소식에 학내구성원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분노에 찬 목소리를 표출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말고 사안을 차분히 정리하여 보면서 생산적인 토론을 위하여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충북대학교와의 통합문제가 적어도 두 대학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필자가 알고 있기로는 두 대학 기획처장을 대화창구로 물밑에서 논의를 하였고 10월 4일 쯤에 두 대학총장이 양해각서를 교환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번 주 초에 충북대학교에서 이 문제가 언론에 유출되어 마치 두 대학의 통합이 결정된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여기에 구성원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통합의 반대 목소리가 크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집고 넘어갈 것은 양해각서의 교환은 통합 논의의 공식적인 출발이 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통합의 완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양해각서 교환 이후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학교구성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여 통합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일정, 그리고 통합의 내용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만일 그러한 과정에서 통합에 따르는 실익이 크지 않고 비용과 혼란만 초래한다든지, 또는 대학구성원들의 대다수가 통합에 반대한다면 통합은 무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자는 왜 두 대학의 통합에 찬성하는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통합에 찬성하는 논의의 근거는 대내적 요인과 대외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대내적 요인으로 현재 우리 학교가 처해있는 위기상항이다.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최근에 NURI 사업에서의 참패와 산학협동중심 대학에서 탈락, 그리고 한밭대학과 공주대학과의 부끄럽고 힘겨운 경쟁이 현재 우리 학교의 침체된 모습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획기적으로 타개할 전략과 방법론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학교의 위기가 더욱 치명적인 것이다. 내년 3월에 새로운 총장이 학교를 이끌겠지만 현재의 대내적 역량만으로는 충남대학교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지난한 일로 보여진다. 따라서 대내적 자원과 역량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외적인 환경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충북대학교와의 통합은 이러한 면에서 매우 적절한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둘째로 대외적 요인을 들어 보자.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가 대전 근교에 들어 올 예정이다. 그 행정수도 안에는 여러 가지 국가 시설이 입지하겠지만 행정수도에 걸맞는 대학교의 설립도 예정되어 있으며 캠퍼스 부지도 50만평 정도 준비되어 있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서울에 있는 유수의 대학들이 행정수도에 캠퍼스를 마련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에 서울에 있는 대학이 들어온다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고, 만일 서울권에 있는 대학이 자리를 잡게 되면 우리 학교가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지금보다도 현저하게 추락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행정수도에 캠퍼스를 마련하는 일은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이를 충청권을 대표하는 두 대학이 통합하여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두 대학의 통합이 단순히 충청권을 대표하는 거대대학의 탄생으로 끝나서는 통합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행정수도에 입지하고 있는 한국의 명문대학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탄생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통합 이후의 학교 청사진과 학교발전의 비전이 확실하게 제시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구성원들의 참여와 동의 속에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합의 내용 속에 담겨질 그림을 가상적으로나마 제시하여 보자.
통합된 학교의 명칭은 충청이라는 단어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이미지가 투영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캠퍼스에는 학문의 성격상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중심이 되고, 대덕 캠퍼스는 대덕 연구단지와 연계되어 차별적 우위를 갖는 IT 분야와 예술대학이 중심이 되고, 청주 캠퍼스에는 오창 과학산업단지와 연계되어 차별적 우위를 갖는 BT와 사범대학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학생수를 과감하게 줄여 교수 대비 학생수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질적 성장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며, 양 대학에서 유사 중복학과는 통폐합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통합을 통하여 여유있는 시설과 공간에는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시설과 학생 복지시설을 충원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충북대학교와의 통합은 앞으로 예상되는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과 한의과대학의 설치 등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대학교의 통합은 지금까지 한국의 대학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큰 프로젝트이다. 매우 험하고 먼 길이며,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대학인가는 행정수도에 자리를 잡을 것이고, 현재의 침체된 충남대학교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진정 학교의 발전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생각하고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총장을 비롯한 본부 보직자들의 겸허한 자세와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통합의 당위성과 방법론에 대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허리를 낮추어 구성원들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여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고 훌륭한 과업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거나 섬세한 실천전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과거 경험은 너무도 확실하게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정용길
충남대-충북대 통합에 반대하는 몇가지 이유 (수정본)
우선 각 학내구성원의 민주적인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아래에 드린 처지에 이렇게 개별적인 찬반의견을 내놓은 것이 과연 앞으로의 논의에 생산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주저되는 바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용길 교수님께서 정성스럽게 통합찬성의견을 제시하였으므로 개인적으로는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인 제가 왜 반대를 하는지를 몇 말씀드리는 것이 통합(안)의 찬반입장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제 소견을 간략히 말씀드립니다. 정교수님의 글에 답하는 식으로 제 의견을 적겠습니다.
1.
>> 물론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학교통합 소식에 학내구성원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분노에 찬 목소리를 표출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지 말고 사안을 차분히 정리하여 보면서 생산적인 토론을 위하여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중략) 그러나 분명하게 집고 넘어갈 것은 양해각서의 교환은 통합 논의의 공식적인 출발이 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통합의 완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양해각서 교환 이후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학교구성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하여 통합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론과 일정, 그리고 통합의 내용을 민주적이고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일이다. 만일 그러한 과정에서 통합에 따르는 실익이 크지 않고 비용과 혼란만 초래한다든지, 또는 대학구성원들의 대다수가 통합에 반대한다면 통합은 무산되는 것이다.
==> 이번 통합안 추진 절차의 '비민주성'과 독단성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뒤 학내에서 따가운 비판이 있었고 정교수님도 이런 절차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시는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왜 학내구성원이 이 문제에 대해 "분노에 찬 목소리를 표출하였던"가에 대해서는 저와는 인식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만약에 정교수님 지적대로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하고 비판하는 의견이 나왔다면 그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일차적 책임은 처음부터 이 중대한 두 대학 통합안의 진행을 무슨 첩보작전 진행하듯이 학내구성원의 아무런 의견수렴없이 비밀리에 진행해온 본부 쪽에 있습니다.
학내구성원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정보제공을 제때 해주지 않고 이제 와서 비판하는 쪽이 "정확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하여 판단"한다고 반박한다면 이건 조금 곤란한 반응이 아닐까요? 어쨌든 정교수님도 지적했듯이 앞으로라도 통합안 진행과정은 민주적 의견수렴절차에 따라 철저히 공개적으로 진행해야지만 더이상 필요 없는 오해가 없을 것이고 소모적인 감정싸움도 줄어들 것이라 믿습니다.
아무리 그 의도가 설사 옳다고 치더라도 그 의도를 현실화시키는 절차가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이라면 그런 계획은 실현되기 힘들 것입니다. 물론 저는 뒤에 다시 적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통합안 진행의 의도가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2.
>> 그렇다면 필자는 왜 두 대학의 통합에 찬성하는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통합에 찬성하는 논의의 근거는 대내적 요인과 대외적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대내적 요인으로 현재 우리 학교가 처해있는 위기상황이다. 모두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최근에 NURI 사업에서의 참패와 산학협동중심 대학에서 탈락, 그리고 한밭대학과 공주대학과의 부끄럽고 힘겨운 경쟁이 현재 우리 학교의 침체된 모습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을 획기적으로 타개할 전략과 방법론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 학교의 위기가 더욱 치명적인 것이다. 내년 3월에 새로운 총장이 학교를 이끌겠지만 현재의 대내적 역량만으로는 충남대학교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지난한 일로 보여진다. 따라서 대내적 자원과 역량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는 것이 어렵다면 대외적인 환경을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충북대학교와의 통합은 이러한 면에서 매우 적절한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 현재 충남대가 여러 가지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많은 학내구성원이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런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인식해야겠지요. 정교수님 지적대로 "위기상황을 획기적으로 타개할 전략과 방법론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다면 왜 그런지를 내부적으로 먼저 깊이 분석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누리사업 실패를 비롯해서 최근 충남대가 보여주는 침체의 원인이 과연 우리 학교가 덩치가 작아서, 그래서 앞으로 다른 대학과의 통합을 통해 이미 큰 덩치를 더 키우지 못해서 생긴 문제인가 하는 점을 저는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 우리 충남대가 지닌 문제의 핵심은 무슨 통합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딸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시각은 내부의 문제를 외부에 있는 양 호도하는 분석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현재도 상당한 덩치 때문에 변화하는 상황에 제대로 그간 응전하지 못한 우리 내부역량의 미숙함, 건강한 학내 의사소통구조의 부재, 우리 학교 나름의 특성을 살리는 방안에 대한 내부혁신 모색의 취약함 등이 학교 침체의 핵심적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진단하는 문제의 원인이 설득력이 있다면 문제의 해결책도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혁신의 문제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내부혁신의 문제는 또다시 덮어둔 채 다시 여러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 다른 거대 거점 국립대와 통합을 해서 덩치를 더 키우는 것이 과연 어떻게 충남대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저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되고 이점이 제가 통합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정교수?纛? 새로 뽑힐 "총장이 학교를 이끌겠지만 현재의 대내적 역량만으로는 충남대학교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지난한 일"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의 "대내적 역량"이 미흡하다면 과연 어떻게 앞으로 추진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어려움이 있을 통합을 진행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제기될 많은 부작용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우리 내부역량이 이렇게 취약하다면 섣불리 통합 등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먼저 우리 내부의 여러 문제점, 특히 이번 통합안 진행과정에서도 잘 드러난 학내 민주적 의사수렴 구조의 취약함 등의 내부 혁신 문제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정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내적 역량" 강화가 먼저 필요한 게 아닐까요.
저 혼자만의 느낌인지 모르지만 이번 통합안의 언론보도에서도 이미 충북대가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으며 그 이유가 바로 우리의 취약한 "대내적 역량"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번 통합안 진행과정을 보면서 또다시 내실을 다지는 방향이 아니라 취약한 내실에 몸집만 키우는 길로 우리 학교가 가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래에 어느 학생분이 지적했듯이 과연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으로 나가면 새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섣부른 외부 통합을 진행하기 전에 우리의 내부역량을 먼저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충남대가 '경쟁상대'라는 경북대나 전남대, 부산대에도 뒤지고 이제는 전북대나 충북대에도 뒤지는 것이 우리 학교의 참담한 상황이라면 그 원인이 과연 우리의 몸집이 작아서 그런가하는 질문을 저는 제기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질문의 답은 통합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자신의 큰 덩치에 걸맞는 힘을 기르지 못했던 우리 내부역량을 혁신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 점을 깊이 고민하지 못하면 아무리 통합을 통해서 몸집을 지금보다 더 불려도 마치 머리는 작고 몸집만 거대한 공룡처럼 점점 살벌해지는 대학경쟁의 시대에 쉽게 도태될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덕목은 거대하지만 둔한 공룡같은 몸집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잘 살리는 빠른 기동력과 특성화, 전문화,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민주적 의사소통구조의 확립에 있다는 상식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3.
>> 둘째로 대외적 요인을 들어 보자. 현재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가 대전 근교에 들어 올 예정이다. 그 행정수도 안에는 여러 가지 국가 시설이 입지하겠지만 행정수도에 걸맞는 대학교의 설립도 예정되어 있으며 캠퍼스 부지도 50만평 정도 준비되어 있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서울에 있는 유수의 대학들이 행정수도에 캠퍼스를 마련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추진하고 있는 행정수도에 서울에 있는 대학이 들어온다고 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고, 만일 서울권에 있는 대학이 자리를 잡게 되면 우리 학교가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지금보다도 현저하게 추락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행정수도에 캠퍼스를 마련하는 일은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이를 충청권을 대표하는 두 대학이 통합하여 이룩하고자 하는 것이다.
==> 글쎄, 제가 이런 정보에 둔감한지 모르지만 저는 아직 추진 구상 자체가 여전히 애매한 상태인 신행정수도이전을 대학 통합안의 중요한 전거로 고려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잘 아시듯이 지금도 어느 정도 규모로 행정수도를 이전할 것인지부터가 논란중이며 그 결론을 섣불리 짐직하기 어렵습니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저도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만, 정치상황의 변화에 따라 행정수도안 자체가 무산되는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설사 행정수도 이전이 확정되더라도 이전과정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려면 제 생각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그 과정에 어느 정도 규모의 대학이 신행정수도에 설립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정교수님은 구체적인 수치를 적으셨지만 제가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유동적인 요소가 많고 아직 매우 추상적인 구상안의 논의 수준에 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인 논의단계수준에 있는 행정수도이전 문제가 서로 다른 전통과 학풍을 지닌 두 거대거점국립대의 인위적인 통합의 핵심적 전제조건인양 논의되는 것은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또 다른 의미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정치적 판단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 즉 충남대-충북대의 통합이 과연 얼마나 '학문'적인 차원에서 두 학교 모두에 명분이나 실리에서 득이 될 것인가를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저로서도 더 많은 고민을 해야겠습니다만, 짧게 몇 말씀드립니다. 무엇보다 거점국립대의 위상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음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과연 충청권에 두 개의 거점국립대가 있는 것이 과잉인가? 거점 국립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치적 판단에서가 아니라 학문적 판단에서 충남, 충북에 두 개의 거점국립대가 있다는 것이 공급 과잉이라고 보신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고 거점국립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일반 사립대에서 소홀히 하기 쉬운 인문, 사회, 자연과학 등의 순수기초학문 육성에 있다면 저는 양 교의 존립근거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국립대간의 통합을 굳이 해야 한다면 기초학문육성의 거점 역할을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해야하는 (지리적으로 상당한 거리에 있는) 거점 국립대 사이의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읏淪橘?쪽에 치중을 하고 있는 거점국립대와 국립산업대, 소규모국립대 사이의 통합이 오히려 합당하고 생산적이라고 봅니다.
이런 통합이 이뤄진다면 거점국립대는 기초학문중심으로, 그리고 국립산업대나 소규모 국립대는 응용학문 중심으로 상호보완적 역할분담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런 때는 교육부에서 계속 강조하는 중복학문의 문제, 특히 기초학문분야의 중복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통합이 이뤄진 뒤 기초학문은 거점국립대로 집중하고 응용학문은 산업대나 소규모대로 특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충남대와 충북대는 다른 지역, 가령 전남대/전북대, 경북대/부산대/경상대에 비해서도 여러 여건상 앞으로 독자적인 거점국립대로 존재해야 할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있다고 봅니다. 사정이 이렇거늘 왜 충청권 거점 국립대가 먼저 나서서 명분이나 실익 면에서도 별 이득이 없어 보이는 통합을 먼저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건지 저로서는 답답합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다른 국립대에 앞서서 학부제를 섣불리 받아들였다가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잘못을 또 범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됩니다.
또한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재정확보의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에 충남-충북대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거기에는 제 생각에 반드시 학생정원의 감축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두 대학의 학생정원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겠고 교육부 방침도 정원감축을 통한 교육여건강화에 있으니까요. 국립대의 특성상 교직원의 감축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고 그건 결코 바람짖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교직원의 역량 혁신의 문제는 따로 고민해볼 중요한 문제이기는 합니다만 이 문제는 통합의 논점과는 다른 문제이므로 일단 논의에서 제외하겠습니다.) 따라서 통합 뒤에 학생 수만 줄어드는 셈인데, 물론 이것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여건면에서 일단 현상적으로 좋은 일입니다. 교수 대 학생비율이 줄어들어서 교육여건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줄어드는 학생 수만큼의 국가차원의 교육재정 추가지원이 필요합니다. 아니, 어려운 통합을 했으므로 현재 두 대학에 지원하는 재정지원을 훨씬 상회하는 재정적 보상이 있어야 통합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냥 재정지원은 없이 학생인원만 줄이는 통합이라면 그건 학교발전이 아니라 퇴보일 테니까요. 그러나 과연 저는 이런 중대한 재정확보 혹은 확충 문제에 대해서 통합을 추진하거나 찬성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간 통합을 추진해온 많은 국립대들의 통합이나 연합이 어려웠던 이유도 줄어드는 학생인원 등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문제에 관해 교육부가 분명한 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일 걸로 압니다. 기껏 교육부에서 내놓은 답변은 앞으로 몇 년간은 부족한 재정만큼을 보완해주겠다는 것이지만 연속적인 재정지원의 약속은 확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거늘 분명한 교육부의 재정지원계획이 없이 학생인원만 줄이는 통합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저는 통합대학에 대한 국가재정지원의 연속성을 확보하려면 서울대 특별법과 같은 수준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요. 만약에 이게 불가능하다면 그저 교육부의 재정지원 약속만 믿고 학교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통합을 서둘러야 하는 건지 앞으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알기로 지금 교육부는 국립대의 법인화, 민영화를 통해 국가의 국립대 지원을 점차 줄여나가려고 합니다. 따라서 통합대학의 재정확보를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분명한 재정지원의 약속이 없는 통합추진은 이런 교육부의 민영화 방침에 말려드는 것이며 지금보다도 더 열악한 재정문제의 고통을 낳을 수도 있다고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4.
>> 필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두 대학의 통합이 단순히 충청권을 대표하는 거대대학의 탄생으로 끝나서는 통합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행정수도에 입지하고 있는 한국의 명문대학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탄생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통합 이후의 학교 청사진과 학교발전의 비전이 확실하게 제시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구성원들의 참여와 동의 속에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합의 내용 속에 담겨질 그림을 가상적으로나마 제시하여 보자.
==> 저도 "통합 이후의 학교 청사진과 학교발전의 비전이 확실하게 제시되어야 하며, 구체적인 실행방법이 구성원들의 참여와 동의 속에 설계되어야" 한다는 정교수님의 진단에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따라서 사정이 이럴수록 저는 통합안 추진은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통합안 추진문제는 당장 밀어붙여 처리할 일이 아니라 몇 달 뒤 새로 선출될 총장 및 보직교수 등의 새 학교 집행부에게 넘기는 것이 합당합니다. 통합이 그렇게 절실하다는 판단이학내 구성원 사이에 공유된다면 이번 12월에 있을 차기 총장선거에서 분명한 이슈로 제기 될 것이고 그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평가와 찬반의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입니다.
따라서 12월에 있을 총장선거를 통해 일차적으로 통합안 진행에 대한 학내구성원의 의견이 드러날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차기 총장과 보직교수 등 새 학교 집행부가 힘을 갖고 일을 추진하든지 아니면 통합안을 철회하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제는 당장 몇 달 안에 조급하게 결정 낼 일이 아니며 이번 차기 총장선거의 핵심논의사항으로 넘겨서 학내구성원들의 일차 검증을 받아볼 것을 간곡히 제안 드립니다. 학교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일의 논의와 결정을 몇 달 뒤로 미룬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5.
지금까지 정교수님의 통합찬성론에 대한 저의 반론을 주로 말씀드렸지만, 제가 정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 점을 몇 가지 지적하겠습니다.
>> 통합된 학교의 명칭은 충청이라는 단어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이미지가 투영되어야 할 것이다. 행정수도 캠퍼스에는 학문의 성격상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중심이 되고, 대덕 캠퍼스는 대덕 연구단지와 연계되어 차별적 우위를 갖는 IT 분야와 예술대학이 중심이 되고, 청주 캠퍼스에는 오창 과학산업단지와 연계되어 차별적 우위를 갖는 BT와 사범대학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학생수를 과감하게 줄여 교수 대비 학생수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질적 성장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며, 양 대학에서 유사 중복학과는 통폐합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다. 통합을 통하여 여유있는 시설과 공간에는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시설과 학생 복지시설을 충원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충북대학교와의 통합은 앞으로 예상되는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과 한의과대학의 설치 등에서도 절대적인 우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 저는 앞서 지적한 이유로 통합안에 반대합니다만, 향후 학내의견수렴결과 통합안 찬성이 다수라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그런 통합을 설사 추진하게 되더라도 거기에는 저 개인적으로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첫째, 정교수님도 지적하셨듯이 "통합된 학교의 명칭은 충청이라는 단어가 아닌 한국을 대표하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이미지가 투영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지금 거론되고 있는 충청대학교--제가 알기로 이 교명은 이미 모전문대가 사용하는 걸로 압니다--같은 지역 대학 이름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고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이미지"를 담을 수 있는 진취적인 이름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학의 이름은 그 학교의 상징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아마 이번 통합안에 반대하는 정서적 이유 중에는 지난 수십 년간 사용해온 충남대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두 학교의 민주적 의사수렴을 거쳐 만약에 통합대가 건설된다면 그 이름은 새 시대의 선도적 국립대를 자임하는 이름, 한가지 예를 들자면 <국립 1 대학교> 같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한 예를 들었습니다만, 이런 혁신적인 새 교명을 통해 단지 지역 국립대가 아니라 "글로벌" 시대의 국가 선도 국립대를 향후 목표로 내세우고, 앞으로 혹시 국립대 네트워크가 구성되었을 때도 선도국립대의 위상을 새 교명에서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통합이 결정된다면 무엇보다 단지 양교 실무자들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양교 구성원 모두의 의사수렴, 가령 교명 공모 등을 거쳐 새 시대를 선도하는 좋은 학교명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저는 그래서 설사 통합대학이 되더라도 충남대의 이름은 다른 대학이 사용할 수 없게,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필요한 사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만에 하나 통합 후 다시 학교가 분리되는 경우 원래의 이름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수십년의 전통을 지닌 충남대 이름을 통합 후 혹여 다른 대학이 가져가 사용한다면 그건 지난 충남대의 역사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전제는 앞서 말씀드린 통합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한 명확한 재정지원방안의 확보입니다. 그것이 없이 이뤄지는 통합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재정문제를 낳을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전제는 중복되는 학과가 많은 양교의 특성상 중복학과의 통합은 단순한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설사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쪽 구성원들의 내부 토론과 서로간의 의사교환 등을 통해 통합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 문제가 통합이 추진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 믿으며, 그만큼 단순한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을 위한, 총장을 비롯한 두 대학 담당자들의 세심한 배려에 기반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못할 때 통합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못할 것이며 극단적으로 통합추진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세심한 추진은 통합 캠퍼스에 어떻게 단과대를 새로 배치할 것인가라는 역시 어려운 문제에서도 역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시간이 더디게 걸리더라도 모든 일은 학내구성원의 의견교환과 동의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 합니다.
다만 저로서는 정교수님이 말씀하신 통합대의 캠퍼스 전문화 방안, 즉 "행정수도 캠퍼스에는 학문의 성격상 인문사회과학 분야가 중심이 되고, 대덕 캠퍼스는 대덕 연구단지와 연계되어 차별적 우위를 갖는 IT 분야와 예술대학이 중심이 되고, 청주 캠퍼스에는 오창 과학산업단지와 연계되어 차별적 우위를 갖는 BT와 사범대학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행정수도 캠퍼스의 건설은 제가 앞서 지적했듯이 그것이 현실화 되기까지는 앞으로 상당기간은 힘들다고 봐야 하며 따라서 앞으로 몇 년안에 혹시 양교의 통합이 이뤄진다면 대전광역시에 위치하고 연구단지를 끼고 있는 대덕캠퍼스는 인문,사회,자연과학 등을 아우른 기초학문 중심 캠퍼스로, 그리고 청주캠퍼스는 응용학문 중심으로 특화해야 한다는 소견입니다.
6.
>> 총장을 비롯한 본부 보직자들의 겸허한 자세와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통합의 당위성과 방법론에 대해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허리를 낮추어 구성원들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여야 한다. 아무리 명분이 뚜렷하고 훌륭한 과업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거나 섬세한 실천전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과거 경험은 너무도 확실하게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 저도 이런 정교수님의 지적에 십분 공감합니다. 되풀이 말씀드리지만 본부쪽에서는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식의 요식적인 의견수렴과정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통합의 득실에 대한 냉철한 학문적 검증을 통해 진정으로 학교의 미래를 밝게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양해각서 교환 등을 비롯한 통합안 추진을 당장 밀어붙이지 말고 곧 구성될 새로운 총장을 중심으로 한 차기 집행부에게 넘길 것을 다시금 제안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되풀이 말씀드리건대 지금 우리 대학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은 통합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먼저 내실을 다지는 것이라고 의견입니다. 따라서 저는 통합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소견일 뿐이며 민주적 의견수렴을 통해 향후 통합안에 대한 학내구성원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결정을 존중할 겁니다.
다만 저로서는 이번 통합안 추진을 둘러싼 학내구성원의 활발한 의견 교환은 비록 그것이 겉으로는 소란스럽고 소모적으로 보일지라도, 그간 많은 지적을 받았던 우리 학교의 취약한 의사소통구조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민주주의의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혼란과 소란스러움을 밑거름으로 해서 얻어지는 것이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드리며 이 문제에 대한 앞으로의 생산적인 학내구성원간의 활발한 의견교환을 통해 우리 충남대의 발전을 위한 좋은 방안을 같이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오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