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뽑은 내 인생의 영화 100
FILM2.0-Daum 공동 기획 네티즌 5,358명이 뽑은 내 인생의 영화 100
FILM2.0은 100호를 맞아 인터넷 포털 사이트 Daum과 공동으로 ‘내 인생의 영화’ 설문조사를 벌였다.
네티즌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100편의 영화를 추렸다. 1위에서 100위를 공개한다.
1 인생은 아름다워 La Vita e Bella 1997
너도나도 세상의 왕! | 532표
1997년 겨울은 <타이타닉> 때문에 전세계가 들썩거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된 이 영화가 그때까지 세워진 모든 기록을 깨뜨리며 박스오피스 최강자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무려 일팔억3천5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타이타닉>의 아성을 무너뜨린 영화는 아직 없다.
2위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비하면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제작비를 2억 달러나 들인 이 영화는 규모 면에서도 단연 앞선다.
더구나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무려 11개 부문의 상을 휩쓸면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러닝타임 세 시간에 달하는 이 영화는 국내 개봉 당시에도 서울 193만, 전국 4백만 명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금도 <타이타닉>을 기억하는 이유가 단지 그 모든 숫자 때문일까?
<타이타닉>의 탐욕스런 스펙터클은 어쩌면 한 순간의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극단적인 문화적 충격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신분 차이를 뛰어넘으며 죽음까지 불사했던 주인공의 숭고한 사랑 역시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을 것이다.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흡인력은 <타이타닉>의 화룡점정과도 같았다.
할리우드는 여전히 몸을 부풀리고 있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왕위를 이어받을 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3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 1998
첫 키스를 기억하세요? | 498표
상위 5위권 안에 이탈리아영화가 두 편이나 선정됐다는 건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이탈리아영화의 정서가 우리 국민과 동화되기 쉽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일까?
아무튼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은 개봉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가장 감동적인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유명한 영화감독이 30년 만에 고향 시실리로 돌아가 우정을 나눴던 극장 영사 기사와
첫사랑의 여인을 회상한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영화에 얽힌 유년기의 추억과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보편성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따뜻한 유머와 슬픈 로맨스는 각박한 현실을 위로하는 휴식 같은 노스탤지어를 선사했다.
작품 전체를 장악하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서정적인 선율과 찬란한 키스 몽타주 장면도 기나긴 여운을 남겼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마찬가지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도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4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오겡끼데스까~ | 312표
이와이 슈운지는 90년대 대한민국 영화계에 수입된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해외 영화계에서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유독 이 땅의 청춘들을 후벼 파는 독특한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이와이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자리한 <러브레터>는 일본영화가 공식 개방되기 전
이미 15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해적판 비디오로 본 작품.
얼굴이 같은 두 여자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한 남자에 대한 기억을 나누고,
이름이 같은 두 남녀의 중학 시절 추억이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독창적인 설정은 관객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복잡하게 뒤엉킨 시간과 기억의 실타래를 쉽고도 친근하게 풀어낸 이야기는 충분한 재미를 안겨줬다.
팬시한 비주얼과 감각적인 편집도 영상 세대의 변화된 입맛을 달착지근하게 위로했다.
청순한 매력으로 무장한 나카야마 미호가 눈 덮인 산에서 절실하게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5 친구 2001
진짜 마이 묵었네 | 307표
많은 관객이 본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전국 8백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동원한 <친구>는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혔다.
사실 곽경택 감독의 실화에 기초한 <친구>는 제작 당시만 해도 그리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억수탕> <닥터K> 등 감독의 전작이 그리 신통치 않았던 데다 유오성과 장동건도 톱 클래스 영화배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십대를 함께 보낸 뒤 조직 폭력배에 몸담으며 서로 엇갈린 운명을 살아야 했던 남자들의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전체를 휘감는 진득한 부산 사투리와 선 굵은 스토리는 특히 지역 관객들의 정서를 강렬하게 자극했으며,
경쾌하게 재연된 교복 세대의 청년 문화도 많은 이들의 향수를 건드렸다.
무엇보다 “우리 친구 아이가” “니가 가라 하와이” “쪽 팔리서” “고마해라 마이 뭇다” 등
영화 속 대사는 태풍처럼 한반도 전체를 휩쓸고 지나갔다.
<친구>는 미지근한 신드롬이 아니라 아주 지독한 열병이었다.
5 오아시스 2002
마마, 감동이옵니다 | 307표
<친구>와 함께 공동 5위를 차지한 <오아시스>는 작가주의 영화도 얼마든지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올해 개봉한 대다수 ‘작가’ 영화가 관객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반면,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이 구축한 세계를 관객들이 스폰지처럼 흡수한 아주 행복한 작품이 되었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을 불편하게 느꼈던 관객들조차 <오아시스>에 손을 들어주곤 했다.
사회 부적응자와 중증 장애인의 사랑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지만,
유머러스한 상황과 드라마틱한 사건은 소재의 불편함을 충분히 상쇄시켰다.
판타지와 리얼리티를 절묘하게 넘나들다가 클라이맥스에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그 빈틈없는 테크닉에
베니스 영화제는 감독상으로 화답했다.
흔들리는 몸짓과 껄렁한 말투로 완벽한 홍종두가 된 설경구는 단연코 올해 최고의 배우로 등극했으며,
기꺼이 사지를 비틀며 한공주를 소화해낸 문소리의 연기 앞에서는 해외 관객들도 감탄을 연발했다.
7 엽기적인 그녀 2001
21세기 국가 대표 청춘영화 | 295표
“나 잡아봐라~.” 극중 전지현의 유명한 대사 그대로,
지난해 늦여름 <엽기적인 그녀>는 어디 한번 덤벼보라는 기세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넉 다운시키며 승승장구했다.
PC 통신에 연재된 인기 실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한동안 산뜻한 청춘영화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한국 영화계에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처럼 나타났던 것이다.
완결된 스토리보다는 단발적인 에피소드가 중심인 영화지만,
견우와 그녀의 ‘절라 유쾌’한 줄다리기는 극장 안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수백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코미디영화 가운데 유독 <엽기적인 그녀>가 순위 상위권에 오른 이유?
모던하거나 세련된 연출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움과 따뜻함을 조화시키면서 한 세대의 감수성을 정확하게 포착한 뛰어난 감각 때문일 것이다.
귀엽기 짝이 없는 차태현과 전지현은 덕분에 몸값이 엄청 뛰었으며, 중국어권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8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오! 심은하, 오! 허진호 | 271표
1998년은 한국영화의 차세대로 주목받은 굵직한 신인 감독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때다.
김지운, 임상수, 박기형, 이정향, 이재용 감독 등이 이 해에 모두 데뷔작을 내놨다.
물론 그 첫 타석에 선 인물은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었다.
서울 변두리의 한 사진사와 주차 단속 요원의 짧은 인연을 다룬 이 영화는 한국 멜로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신파 정서를 자극하는 것도 아니지만,
많은 관객들은 조용하고 얌전한 이 영화가 안겨주는 벅찬 슬픔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삼십대 중반의 남자가 이십대의 생기 발랄한 여자와 혼자 남겨질 늙은 아버지 앞에서 번민하는
그 애틋한 풍경은 멜로영화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한석규는 다시 한번 안정된 연기력으로 국내외 팬들을 사로잡았으며,
심은하는 한국 영화계의 그레타 가르보로 그 첫발을 내디뎠다.
9 집으로… 2002
작은 고추가 맵다니까 | 268표
일흔일곱 할머니와 일곱 살 소년의 이야기가 과연 대중적인 매력이 있을까?
<집으로…> 제작진은 순제작비 14억 원을 훨씬 웃도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흥행의 승부수를 던졌다.
다행히 <집으로…>는 전국 관객 4백만 명을 넘으며 크게 성공했지만,
그건 꼭 마케팅 물량 공세 때문만은 아니다.
비 직업 배우를 캐스팅해 대단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이끌어낸 이정향 감독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장이모우에 비견될 정도였다.
70년이라는 두 주인공의 나이 차이에서 시작되는 갈등의 퍼레이드는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자연과 문명, 혹은 시골과 도시라는 추상적인 대립 구도를 닭 백숙과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등
구체적인 요소로 옮겨놓은 감독의 솜씨에 관객이 설득당하고 만 것이다.
철부지 손자를 묵묵한 사랑으로 감싸 안는 외할머니의 너그러운 모성애가 진실하고 감동적인 눈물을 자아냈음은 물론이다.
김을분 할머니를 둘러싼 일련의 소동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10 공동경비구역 JSA 2000
분단 현실의 아이러니를 폭로하다 | 257표
<공동경비구역 JSA>는 2000년 한국 영화계 최고의 행운아였다.
추석 시즌에 개봉해 전국 관객 5백만 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쉬리>의 흥행 기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명필름은 일급 제작사로 다시 한번 명성을 떨쳤고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한국 영화계 파워 2인자로 올라섰다.
박찬욱 감독은 그간의 오명을 단숨에 씻었으며 이병헌과 송강호, 이영애는 흥행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이듬해 베를린 영화제 본선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이 영화는 작품성에 있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판문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소재로 미스터리와 코미디, 비극이라는 대중적인 장르를 말끔하게 이어낸 연출력이 돋보였던 것.
북한군에 대한 고정된 편견을 뒤엎는 신선한 에피소드는 그간 우리 영화의 금기를 깨뜨리는 시도였다.
엄숙하고 장중하게 다뤄졌던 분단 문제가 실은 희비극적인 아이러니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들춰낸 감독의 예리한 관찰력도
관객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 11위 부터는 내용만 정리 했습니다.
11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새시대의 빠삐용 ㅣ248표
<빠삐용>은 어디 갔지? 억압당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를 그린다는 점에서 잘 만들어진 감옥 영화는
오랜 세월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 계보를 따져보자면 스티브 매퀸,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73년 작 <빠삐용>은 그 대부 격.
그러나 이제 감옥 영화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뜻밖에도 <빠삐용>은 100위권에 들지 못했고,
대신 90년대 이후에 제작된 두 편의 감옥 영화 <쇼생크 탈출>과 <그린 마일>만이 각각 11위와 91위로 모두 당당히 관객들이 뽑은
‘내 인생의 영화’로 꼽혔다. 우연하게도 두 편 모두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작품이다.
주인공 앤디가 폭압적인 소장 몰래 제소자들에게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들려주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영화.
<빠삐용>과 달리 결국 앤디가 탈출에 성공한다는 것 또한 감옥 영화의 세대 교체 과정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12 죽은 시인의 사회 Dead Poets Society 1989
카르페 디엠!ㅣ244표
<죽은 시인의 사회>는 교육 문제를 직접적으로 논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더 크게는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사회의 보수성과
그것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절망, 그리고 그 안에 남아 있는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본 뒤
“우리에게 키팅 선생님을 許하라!”며 목놓아 외쳤던 기억이야말로 많은 관객들이
10년 전의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로 주저 없이 꼽게 된 이유일 듯하다. 영
화 제목이기도 한 ‘죽은 시인의 사회’는 보수적인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몰래 만든 비밀 결사의 이름이다.
하지만 자유를 부르짖는 시인들이 이미 죽어 있다는 건 그만큼 상징적이다.
키팅의 말이 여운으로 남는다. “카르페 디엠!” 절망 속에서도 인생을 낙천적으로 즐기란 의미다.
13 아이엠 샘 I Am Sam 2001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샘 ㅣ238표
20위권 이내 작품 중 가장 최근에 관객과 만난 영화.
설문 조사라는 게 어차피 시기와 방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면 가을 문턱에서 수많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아이엠 샘>이 수위에 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
히려 <아이엠 샘>이 전체 10위에 오르지 못한 게 이상한 거 아냐?
하지만 <아이엠 샘>은 명화의 전당에 오를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숀 펜과 다코타 패닝이라는 인간도 아닌 것들(인간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낸 배우다)의 연기가 크게 한몫 했고,
또 <오아시스>와 더불어 때아닌 장애인 영화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엠 샘>은 지난해 아카데미에서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남우 주연상도 숀 펜이 아닌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에게 돌아갔다.
이제 와서 갑자기 왜 분통 터지지?
14 쉬리 1999
When I Dream... l 234표
한국 블록버스터의 시조. 하지만 아직 대를 이을 똘똘한 자손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쉬리>가 한국 영화 산업에 남긴 족적은 너무 크고 넓어서 측량이 어려울 정도다.
<쉬리> 한 편이 벌어들인 외화가 자동차 몇천 대를 수출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라느니 하는
캠페인성 뉴스가 판치던 시절도 있었다.
한마디로 한국 영화계는 <쉬리>로 인해 소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꿈을 꾸게 됐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다시금 블록버스터 필패론이 충무로에 흘러 다니게 됐으니 격세지감이다.
이럴 땐 새삼 영화의 주제가가 생각이 난다. 캐롤 키드의 ‘When I dream…’.
그래도 이번 설문을 통해 아직 식지 않은 관객 사랑을 확인했으니 이보다 좋은 수 있으랴.
비록 최고 흥행 기록은 <친구>와 <공동경비구역 JSA>에게 빼앗겼지만 그까짓 숫자가 그리 중요할까.
14 번지점프를 하다 2000
결코 잊혀지지 않는 그 이름 ㅣ234표
때아닌 숟가락, 젓가락 논쟁을 낳았던 바로 그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사랑해선 절대 안 될 동성의 제자를 사랑하는 슬픈 남자가 워낙 뇌리에 깊이 박힌 탓에,
이병헌은 2년 뒤 <중독>에서 그때 그 모습을 다시 재현해야 했다.
모두가 기억하는 일이겠지만 당시 <번지점프를 하다>는 보기 드문 젊은 신예들을 여럿 배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권택 감독의 문하생이었던 김대승 감독과 방송 작가 출신으로 함께 데뷔전을 치른 고은님 작가가 그들이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어쩌면 감독보다도 시나리오 작가를 스타로 만든 특이한 영화로도 남게 될 듯.
그만큼 연인의 죽음과 환생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섬세한 시선과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버무려
새롭게 빚어낸 이야기의 신선함이 돋보였단 얘기다.
멜로물로만 따지면 4위 <러브레터>, 8위 <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당당한 3위다.
1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
낭만에 대하여 ㅣ228표
왜 안 나오나 했다. 햇수로만 63년이 됐으니 환갑이 넘은 이 영화를 아직도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관객이 많다는 건 의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특히 30대와 40대의 고른 지지를 얻은 반면 10대와 20대 관객들이 뽑은 톱 10에는 들지 못했다.
구세대 영화란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상위 20위권 작품 중에는 가장 나이가 많으니 그 저력 아직 무시할 건 아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요즘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련한 향수가 배어 있다.
그건 남북 전쟁으로 사라진 미국 귀족 문화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기도 하다.
클락 게이블과 비비안 리가 벌이는 사랑 싸움은 지금 보면 낯간지러운 부분도 없진 않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레이디스와 젠틀맨’이 살아 있던 시절을 되새기게 만든다.
17 사운드 오브 뮤직 The Sound of Music 1965
내 어린 시절의 영화 ㅣ197표
이 영화 역시 중고 세대가 선택한 내 인생의 영화다. 10대와 20대는 모를 거다.
늦은 밤 텔레비전 명화극장에서 마치 온 국민이 빠짐없이 봐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듯 명절마다 반복해서 보여주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대한 향수를.
지금은 불의의 의료 사고로 노래를 못 부르게 된 줄리 앤드루스가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하이디 치마를 입고 빙글빙글 돌며 주제가를 부르던 걸 보던 기억이
3, 40대에겐 아주 중요하다.
동명의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할리우드에 뮤지컬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Sixteen Going on Seventeen’ 등 명곡들이 차고 넘친다.
18 포레스트 검프 Forrest Gump 1994
소시민의 영웅, 검프! ㅣ190표
톰 행크스의 출세작 중 하나지만,
지금은 포레스트 검프의 어린 아들 역으로 나온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데뷔작이라고 하는 게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잠깐잠깐 비치는 보수성이 눈에 거슬리기는 해도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국 현대사를 포레스트 검프라는 순진무구한 한 청년의 눈으로 따라가는 기둥 줄거리는
톰 행크스의 연기력과 맞물려 묘한 정조를 불러일으킨다.
포레스트 검프는 다름 아닌 미국의 소시민.
역사의 격랑과는 상관없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나가는 포레스트 검프의 모습에는
분명 이 시대의 소시민들을 위로하는 무언가가 담겨져 있다.
톰 행크스의 숱한 출연작 중 91위에 오른 <그린 마일>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순위권에 든 작품.
그런데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OST가 큰 인기를 모았던 <필라델피아>나 최근작 <캐스트 어웨이>는 '오데로' 갔나?
19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반지의 제왕> 세대 등장! ㅣ183표
올 것이 왔다. 3시간에서 딱 2분 모자라는 긴 상영 시간 값을 톡톡히 해주며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갖가지 결정적 장면을 선사했던 바로 그 영화 <반지의 제왕>이 19위에 올랐다. <반지의 제왕>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부터 시작되는 백년 전통의 영국 판타지 소설을 집대성한 J.R.R. 톨킨의 원작만큼이나 스크린용 판타지 장르의 효시라 불러도 좋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가졌다. 서로 닮은 듯하면서도 끝내 대립할 수밖에 없는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결과 내면의 갈등 때문에 진통을 겪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한동안 젊은 세대의 성서였던 <스타워즈>가 이 영화의 단순 정리였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만든다. <반지의 제왕>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건 다름 아닌 10대 관객들이었다. 이젠 <반지의 제왕> 세대다.
20 글래디에이터 Gladiator 2000
글래디에이터 칼있수마! ㅣ163표
21위 <벤허>와의 접전이 볼 만했다. 굳이 말하자면 30대와 40대, 50대의 <벤허>가 신세대에게는 <글래디에이터>라고나 할까. 어차피 두 영화 모두 한 가지 미덕에 치중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건 바로 영웅의 면모, 즉 남자다움이다. 대작 서사극에서 등장하는 영웅은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만큼 커다란 인물이다. 루스벨트니 처칠이니 하는 나라의 리더가 존재했고, 전쟁 영웅들이 즐비했던 시절에 실제 했던 영웅은 혼란의 시대 70년대를 거치며 그 명맥이 끊어졌다. <글래디에이터>는 영웅이 없는 시대에 멸종된 영웅을 부활시킨 것과 같다. 그러나 <글래디에이터>의 영웅은 <벤허> 시대의 영웅과는 다르다. <글래디에이터>의 영웅은 오직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 시절 찰턴 헤스턴에 필적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준 러셀 크로의 고고학적 재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21 벤허 Ben-Hur 1959 | 157표
아저씨 세대가 주저 없이 꼽는 불후의 명작이자 내 인생 최고의 영화. 1959년 당시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전 할리우드의 영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제작 기간만 10년이 넘는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나섰다가는 제작자도 감독도 모두 모가지가 날아갈 판인 작금의 할리우드를 생각하면 역사상 전무후무할 작품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실은 <벤허>는 무성영화 시기였던 1927년의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 엄밀히 전무후무는 아니란 얘기다. 무성영화 <벤허> 역시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벤허>만큼이나 엄청난 제작 기간과 제작비가 투자됐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장사면서도 동시에 거대한 역사(役事)였던 시절의 전설이다.
22 물랑루즈 Moulin Rouge! 2001 | 153표
바즈 루어만의 <물랑루즈>는 개봉 당시 평단의 엇갈린 평가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다. 화려한 볼거리 뒤에 숨겨진 앙상한 속알맹이를 탓하는 평론가가 있었는가 하면 ‘LA비평가협회’ 등은 이 영화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물랑루즈>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끝이 났다. 설문에 응답한 전체 5천3백여 명의 관객 중 153명이 <물랑루즈>를 ‘내 인생의 영화’로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관객의 사랑을 받는 영화는 평단이 아니라 그 누구도 어쩌지 못한다. 가난한 시인과 나이트클럽의 요정 사이에 싹튼 사랑은 신파 그 자체지만 늘 그렇듯 가장 원초적인 것이 가장 진솔한 것이다. 더구나 <물랑루즈>는 자칫 구질구질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놀랍도록 시각적인 쾌감과 청각적인 즐거움으로 멋지게 재생산해냈다.
23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 1995 | 147표
<글래디에이터>가 나오기 전, 그러니까 러셀 크로 이전 영웅의 지위는 맬 깁슨과 <브레이브하트>의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브레이브하트>와 <글래디에이터>는 많이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죽은 아내와 아들을 위해 분연히 일어서며 부패한 귀족을 상대로 싸우다 죽는다. 또 귀족 중에는 그를 사모해 기꺼이 도와주는 아리따운 여인도 있다. 하지만 <브레이브하트>와 <글래디에이터> 사이에는 한 가지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멜 깁슨이 마지막 순간 자유를 외쳤던 것과 달리 러셀 크로는 죽는 순간 자신의 가족들을 본다. <글래디에이터>는 결국 거대한 명분보다는 훨씬 인간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그게 2001년도와 1995년도 작품이라는 시간적 차이말고 두 작품의 순위를 가른 또다른 원인이 아니었을까.
24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1993 | 146표
스티븐 스필버그는 24위 <쉰들러 리스트>, 40위 , 42위 <라이언 일병 구하기>, 51위 <마이너리티 리포트>, 59위 , 76위 <인디아나 존스>, 88위 <태양의 제국>까지 내 인생의 영화 100편에 무려 7편의 작품을 올려놓았다. 이쯤 되면 스티븐 스필버그야말로 ‘내 인생의 감독’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그를 정작 돈방석 위에 앉혀놓은 <죠스>나 <쥬라기 공원> 등은 100편 안에 명함도 내밀지 못했다. 블록버스터의 발명자로 통하는 스필버그의 이중적인 정체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로 93년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게 유대인 학살의 실체를 감동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인지, 아카데미위원회에 유대인이 많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25 박하사탕 1999 | 133표
만일 <오아시스>가 없었다면 당연히 10위 안에 들지 않았을까도 싶다. <박하사탕>은 요즘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된 ‘…살리기’ 운동의 원조격이다. 99년 연말께 개봉한 <박하사탕>이 소리 소문 없이 극장에서 사라져갈 위기에 처했을 때 이 영화를 수렁에서 구해낸 건 다름 아닌 열혈 관객들이었다. 이름은 이상해도 뜻은 갸륵한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모임)’는 극장이 함부로 영화를 내리지 못하도록 감시도 하고, 영화 보기 운동도 전개했다. 어쩌면 <박하사탕>에 투표한 133명의 관객들도 알고 보면 ‘박사모’ 회원일 수도? 한국 영화계는 <박하사탕>으로 설경구과 문소리라는 대어를 낚았다. <오아시스>의 그들 말이다.
26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 1953 | 125표
오드리는 갔어도 그의 영화는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로마의 휴일>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드리 헵번의 출세작. 이 영화로부터 그는 9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 동안 할리우드의 별로 군림하게 됐다. 사실 <로마의 휴일>은 고리타분할지 모른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신문 기자와 공주라는 신분의 차이를 확인하고 안녕? 요즘 같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어쩌면 관객의 가슴을 세게 때렸던 건 바로 그 안타까운 헤어짐 아니었을까. <로마의 휴일> 이후 전세계 관광객이 일시에 로마로 몰리고 스페인 계단이나 트레비 분수, 진실의 문이 관광 명소가 됐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가보면 별 볼일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긴, 정동진에 가면 고현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26 연애소설 2002 | 125표
연령별 지지도가 가장 심하게 치우쳤던 영화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신세대의 연애 교본이 돼줄 만한 마땅한 로맨스물이 없었던 탓도 있는 듯하다.
아무래도 연인들이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녀에 동일화될 리는 없지 않은가. 여기서 폭탄 발언 한마디.
<연애소설>은 원래 ‘동성’ <연애소설>이었다! 영화 속에서도 꽤 진하게 이은주와 손예진의 우정이 그려지는데,
사실 애초의 초고에서는 둘이 불치병을 앓으면서 우정 이상의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었다.
물론 그래서야 만인의 ‘내 인생의 영화’가 되기는 힘들었을 터.
결국 <연애소설>은 20대 초반 관객을 홀딱 빨아들일 만한 애잔한 감수성의 연애 소설로 정착했다. <
연애소설>은 원래 불치병이란 게 사랑의 메신저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삼각관계도 그렇고.
28 약속 1998 | 119표
2001년 조폭 신드롬이 있었다면 98년 극장가에는 멜로 열풍이 대단했다.
96년 <고스트 맘마>,
97년 <접속>에서 시작된 멜로 열풍은 같은 해 <편지>,
그리고 98년 <약속>에 이르러 그 절정에 이르렀다.
<약속>의 주제가를 부른 외국 가수 제시카는 영화 음반의 인기에 힘입어 이곳저곳 가요 프로그램을 순회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로 탤런트 전도연은 <접속>에서의 인기가 일회용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며 한국의 톱 영화배우로 거듭났다.
근데 왜 다시 TV로 돌아간대니? 여의사와 조폭 두목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얘기라… 박신양은 이때도 조폭 두목이었다.
그러면 조폭 신드롬은 <약속>에서 이미 전조가 있었다는 얘기?
29 미술관 옆 동물원 1998 | 118표
8위 <8월의 크리스마스>에 이어 또다른 심은하의 대표작인 <미술관 옆 동물원>이 29위에 올랐다. 다소곳한 <8월의 크리스마스>의 다림만큼이나 우린 개구쟁이 같은 <미술관 옆 동물원>의 춘희가 그립다! <미술관 옆 동물원>은 심은하로서는 대단한 이미지 변신이기도 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껄렁한 옷차림을 한 심은하를 그때까지는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었던 탓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은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자칫 유치해지기 쉬운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드문 성공 사례. 영화 속 심은하의 기가 막힌 대사 한마디. “목욕을 하고 났더니 꼭 한 달치 식량을 쌓아놓은 것처럼 든든해!”
30 천국의 아이들 Children of Heaven 1997 | 116표
신발 한 켤레에 목숨 거는 아이들 얘기. 스니커즈가 유행하기 전에 이 땅에는 ‘<천국의 아이들> 운동화’가 인기였다?! 우스갯소리긴 해도 실내화 모양의 단순 무식하게 생긴 영화 속 운동화가 유행을 탈 만큼 <천국의 아이들>의 인기는 대단했다. 궁핍함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오누이는 ‘천국’에서 온 아이들, 그 모습 그대로다. 이란 감독 마지드 마지디는 영화 후반부에는 좀더 직접적인 코믹 요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오빠 알리가 여동생 자라를 위해 달리기 대회에서 3등을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 3등 상품은 바로 신발 한 켤레다. 하필 1등도 아니고 딱 3등이라니 이래저래 더 고민이 될 수밖에. 지금 생각해보면 이란의 <집으로…>쯤 되는 영화다.
31 대부 The Godfather 1972 | 110표
당연하다! <대부>가 ‘내 인생의 영화’인 것은. 말론 브랜도와 제임스 칸, 알 파치노가 펼치는 배우의 멋진 앙상블이나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셀러를 깊이 있게 각색해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각본과 연출력 같은 영화적인 무게감뿐만 삶의 진리까지 설파한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카리스마 무비’ 아니겠는가. 이건 마치 <야인시대>나 <태조 왕건>을 보면서 중년 남성들이 처세술을 배운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그만큼 <대부>가 단지 ‘마피아’의 세계를 뛰어넘는 평범한 삶의 진리를 머금고 있다는 뜻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진가가 더욱 돋보이는 걸작 중의 걸작. 니노 로타의 영화 음악도 마찬가지다.
32 매트릭스 The Matrix 1999 | 102표
우리는 이 영화의 속편을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 <매트릭스>에는 수십 년 동안 <스타워즈>가 누려온 젊은 세대의 성경으로서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 시각적인 놀라움뿐만 아니라 성경과 신화에서 전수받은 다층적인 이야기 구조와 그로 인해 생기는 끊임없는 해석의 여지 등은 젊은 관객이 이 영화를 자신들의 만신전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스타워즈> 이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토록 자의적이면서 매력적인 주석을 단 영화는 없었다. 그렇고 그런 액션 배우로 시들어가던 주연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별 볼일 없는 영화 마니아였던 감독 워쇼스키 형제는 이 영화 한 편으로 수십 년 뒤에도 이름 석 자가 기억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얻게 됐다. <매트릭스 리로디드> 개봉일까지는 앞으로 반년 남짓 남았다. 못 기다려!
33 터미네이터 2 Terminator 2: Judgment Day 1991 | 96표
관객들은 <록키>보다는 <터미네이터>를 택했다. 바꿔 말하면 한때 할리우드를 떡 주무르듯이 했던 실베스터 스탤론보다는 아놀드 슈워츠네거를 더 오래 기억했다는 얘기다. 뜻밖에도 <록키>는 10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아직 <타이타닉>이 출항하기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는 정말 홀연히 나타나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켰다. 어쩌면 그 수많은 결정적 장면만으로도 <터미네이터 2>는 ‘내 인생의 영화’에 더없이 어울리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구형 로봇 T-101이 지구의 구세주라는 존 코너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액체 금속으로 시시각각 변형이 가능한 사이보그 T-1000이 탄 덤프트럭을 피해 배수로 사이사이를 질주하는 장면은 그 수많은 블록버스터들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박진감 넘치는 명장면이다. 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34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 1999 | 95표
44위 <유주얼 서스펙트>와 함께 국내 영화계에 창궐하고 있는 때아닌 반전 콤플렉스의 원흉. 그래도 <식스 센스>만큼 충격적인 반전은 지금껏 없었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이 <식스 센스>를 100선에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가 단지 놀라운 반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식스 센스>는 보고 나면 세상이 달리 보일 수도 있는 영화다. 지금까지 무심하게 넘어갔던 많은 것들이 실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는 신선한 사고 전환, 바로 거기에 <식스 센스>의 매력이 있다. <식스 센스>는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아역 스타이자 많은 백인 소년들의 시기와 질투의 대상인 할리 조엘 오스먼트, 인도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등이 그들이다. 따지고 보면 <식스 센스>는 관객들의 영화기도 하면서 실은 그들 두 사람의 ‘내 인생의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35 파이란 2001 | 94표
많은 관객들이 <파이란>을 '내 인생의 영화'로 꼽아줬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할 일이다. 당시 <파이란>은 부진한 개봉 성적 탓에 극장에서 얼마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일부 관객들은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기도 했지만 별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파이란>이 내 인생의 영화 35위에 올랐다는 건 역시 진정성이 담겨진 작품은 많은 관객들이 결코 잊지 않는다는 기분 좋은 사례다. 최민식은 <파이란>에서 생애 최고라 할 수 있는 가공할 연기를 선보인다. 인생의 막다른 길에 서 있는 서글픈 남자의 초상은 그가 <쉬리>나 <취화선>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나 깊이와는 또다른 최민식만의 얼굴이다. <파이란>을 보면 진정 최민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36 봄날은 간다 2001 | 93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며 라면 끓이던 그 남자, 상우의 미간이 꿈틀거린다. ‘찐하게’ 연애 한 번쯤 해본 사람들이라면 은수를 잊지 못해 불면의 밤을 지새우던 상우의 상처받은 가슴에 공감하고도 남았을 터. 대나무 밭과 보리밭을 배경으로 연애에 관한 한 편의 주옥같은 영상시가 낭독된다.
36 러브 어페어 Love Affair 1994 | 93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약속은 그녀의 사고로 공중분해됐다. 운명적인 사랑에 불의의 사고는 늘 불청객처럼 뒤따르고, 사랑의 확인은 잠시 유예된다. 물론 이건 극적인 해피 엔딩을 위해서지만. 이 계절이면 더욱 귀에 감기는 주제곡의 선율도 엇갈리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돕는 유력한 조력꾼.
38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 2001 | 92표
할리우드의 말썽꾼 러셀 크로와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던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조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일구어냈다. 시련을 극복한 인간 승리와 그를 지켜준 연인의 사랑, 이 모든 것이 아카데미를 위한 화사한 각색이라 할지라도 수많은 대중을 움직인 감동까지 거짓이라 치부할 순 없다.
39 빌리 엘리어트 Billy Elliot 2000 | 87표
가난한 탄광촌 소년 빌리의 가냘픈 다리가 중력을 딛고 허공에서 힘찬 곡선을 그릴 때, 완고한 빌리 아버지의 마음에만 파고가 일었던 건 아니다. 터져 나오는 신명을 주체하지 못해 리듬에 몸을 맡긴 빌리의 모습은 발레에 대한 개안의 경험까지 선사했다고 생각지 않는가?
40 E.T. E.T. 1982 | 86표
평단이 제아무리 스필버그 영화에 어깃장을 놓더라도 에서 그가 펼쳐놓은 유년의 꿈을 쉽게 거부할 관객은 흔치 않다. 늘 위협적인 타자이기만 했던 외계인을 이처럼 우호적으로 그린 영화도 없었을 터. E.T.가 탄 자전거가 하늘로 날아가던 모습은 지금도 심장의 박동수를 올려놓는 명장면.
41 가문의 영광 2002 | 85표
올해 최고 흥행작이라는 월계관으론 모자랐을까. <가문의 영광>이 조폭 코미디영화라는 핸디캡(?)을 딛고 ‘내 인생의 영화’ 41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500만 명의 관객이 남긴 두둑한 돈주머니에 85명이 ‘내 인생의 영화’로 꼽았다는 명예로운 훈장은 보너스로 가지길.
42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 82표
아비규환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거칠게 찍은 영화 초반부 20분 분량은 스필버그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며 걸작으로 명명됐다. 스필버그로선 그동안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던 오스카 노인네들로부터 감독상을 받으며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인증받은 것도 쾌거라면 쾌거.
43 편지 1997 | 81표
IMF로 울고 싶어진 1997년의 한반도를 한 편의 최루성 멜로영화가 강타했다. 불치병에 걸린 남편이 죽어서도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이 땅의 수많은 여성 관객들의 손수건을 적셨던 것. 한동안 멜로영화 속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였던 박신양의 흥행 행진을 예고했던 신호탄.
44 유주얼 서스펙트 The Usual Suspect 1995 | 80표
결말에 구비해둔 핵폭탄급 반전으로 관객을 패닉 상태로 몰아갔던 바로 그 영화. 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얼얼하지?’라고 묻던 능청남 케빈 스페이시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캐릭터에 최대한 밀착한 그의 신들린 연기는 이 미로 같은 수수께끼의 영화를 빛낸 최고의 수훈감.
45 굿바이 마이 프렌드 The Cure 1995 | 78표
불치병에 걸린 친구와 행복한 한때를 보내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굿바이’를 고하는 소년의 우정이
개봉 당시 스크린 밖을 온통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브래드 렌프로, 조셉 마젤로 두 아역 배우가 주목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이후 부진한 활동으로 할리우드의 스포트라이트와도 ‘굿바이’.
46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null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 75표
오리지널 필름은 무려 7시간짜리지만 한국엔 갈가리 찢겨 상륙한 불운한 걸작.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내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는 복 받은 갱스터 무비.
1920년대 뉴욕 브루클린을 뛰놀던 소년들의 순수가 세월에 마모되고 이들이 범죄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페이소스로 얼룩진다.
47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隱し 2001 | 74표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에 던져진 치히로의 대담무쌍 성장기.
철없던 소녀가 철들기까지, 호된 성장의 순간을 통과하는 이 모험담엔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인 정신이 섬섬옥수 묻어난다.
아이들의 감수성을 가진 할아버지 감독이 일본에서 보내온 신나는 판타지 선물 꾸러미.
48 첨밀밀 甛蜜蜜 1996 | 72표
여명과 장만옥이 속삭이던 달콤한 홍콩의 밀어가 한국에까지 훈풍을 몰고 왔다.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 오랜 세월이 지난 뒤 뉴욕에서 결실을 맺을 때, 그 질긴 운명은 첫 만남의 순간으로 필름을 되감는다.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운명론에 등려군의 노래들이 윤기를 더한다.
49 가을의 전설 Legends of the Fall 1994 | 68표
갈기머리 휘날리던 브래드 피트의 느끼함을 참아주지 못했던 일부 남자 관객을 제외하곤 모두 넋이 빠져 그의 야성미를 만끽했다.
당시 최고의 청춘 아이콘이었던 브래드 피트를 위한, 브래드 피트에 의한, 브래드 피트의 영화.
그렇다면 가을의 전설이 아닌 브래드 피트의 전설?
50 스타워즈 Star Wars 1977 | 67표
조지 루카스가 30년 가까이 우려먹고 있는 영화 역사 최고의 프랜차이즈 상품치고는 너무 낮은 순위라고? 스노우캣 열받겠네. <스타워즈> 마니아들이 모두 다섯 편의 연작에 골고루 표를 나눠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두자. 그 와중에 그 오랜 신화의 진앙지인 <스타워즈> 첫편이 순위 안에 안착했다.
50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2002 | 67표
순위 안에 7개의 영화나 올려놓은 스필버그, 그의 상상력은 나이와 반비례하지 않는다. 필립 K. 딕이 구현해놓은 미래 사회에 대한 암울한 철학과 톰 크루즈라는 흥행 배우까지, DVD 소장가치 1호. 10위 안에 못 오른 스필버그가 이렇게 뇌까릴지도. “박스오피스 성적 까라고 해!”
52 여인의 향기 Scent of a Woman 1992 | 65표
알 파치노의 보이지 않는 세계가 우리들의 구질구질한 세계보다 더 매력적일 수가!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는 “누가 여자를 만들었지? 신은 정말 빌어먹을 천재야”라고 말했으나 정작 감탄하고 싶은 건 바로 우리다. “누가 알 파치노를 만들었지? 신은 정말 빌어먹을 천재야!”
53 사랑과 영혼 Ghost 1990 | 64표
90년 개봉 당시 2백만 명이라는 경이적인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수없이 리메이크된 몰리와 샘의 도자기 굽는 장면과 샘이 동전을 움직여 몰리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장면이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Unchained Melody’와 함께 아직까지 한국인들을 울려대고 있다.
53 미션 The Mission 1986 | 64표
종교의 역할, 방법론에서부터 인간성에 대한 믿음, 옳고 그름의 정의에 대한 깊은 고뇌를 담은 수상록.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인간이 시각보다 청각에 더 예민함을 증명한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로버트 드 니로는 그야말로 내추럴 본 액터.
55 초록물고기 1997 | 62표
스티븐 스필버그가 7개의 영화로 총 득표수 510표를 얻은 데 반해 이창동 감독은 단 3편의 영화로 502표나 얻었다. <초록물고기>는 <오아시스> <박하사탕>에 비해 지지도는 낮지만 두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같은 작품. 한석규가 연기하는 막동이의 그 유명한 공중전화 신의 대사. “쓰레빠 찾느라고 초록 물고기는 잡지도 못하고 난 하루 종일 돌아다녔잖아.”
55 영웅본색 英雄本色 1985 | 62표
장안의 버버리 코트는 모조리 바닥나고, 갑자기 호형호제하자는 사람들이 늘고, 밥 먹고 이 쑤시는 데 써야 할 이쑤시개로 묘기 부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된 영화. 주윤발이 총탄 세례를 맞으면서 비장하게 죽는 모습은 홍콩 누아르의 전설이 되었다.
55 공공의 적 2001 | 62표
<투캅스>의 강우석 감독이 다시 형사 영화로 돌아온 것만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영화. 물론 300만 관객의 기억 속에 홈리스인지 형사인지 분간도 안 되는 형사 강철중과 악덕 살인마 조규환의 안 어울리는 듯 어울리는 콤비가 무엇보다 관객의 마음을 명중시켰다. 강철중을 연기한 설경구는 한때 영화 속의 허접한 점퍼만 한 달째 입고 다녔다고.
58 비트 1997 | 58표
한국영화도 이렇게 때깔이 좋고 쿨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된 영화. 당시 20대의 방황하던 수많은 청년들은 이 영화를 보고 ‘두 팔 벌리고 오토바이 타기’ ‘17대 1로 싸워서 이겼다고 자랑하기’ 등을 배웠다. 선남선녀 정우성, 고소영의 극중 이름도 민과 로미로 쿨한 이름의 대명사였다.
59 어둠 속의 댄서 Dancer in the Dark 2000 | 57표
엽기적인 영상 미학을 구현하는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가 59위에 들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국내 관객은 역시 눈물과 힘겨운 모성에 약함을 확인할 수 있다. 비욕의 ‘I’ve Seen It All’ 등 힘겨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판타지 노래들은 역대 최고의 사운드트랙이라 할 만하다.
59 A.I. Artificial Intelligence 2001 | 57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피노키오 소년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촉촉한 눈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엄마가 눈물을 보이자 “그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인가요?”라고 묻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훔쳤다. 스필버그, 미워할 수 없는 인간.
61 패왕별희 覇王別姬 1993 | 55표
항일 전쟁 시대부터 문화혁명, 개혁과 개방의 시대까지 질곡 많은 중국의 역사가 속내를 감추고 거짓을 말해야 하는 경극을 통해 무대 위에 올려진다.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마저 버리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적 현실이 장국영, 공리, 장풍의의 호연으로 둔중하게 다가온다.
62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1968 | 54표
청순하고 앳된 얼굴로 아버지 세대들을 초긴장시켰던 올리비아 핫세가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줄리엣 역에서 떨어졌다고 하니, 역사의 운명이란 ‘로미오와 줄리엣’이 영화로 만들어진 횟수만큼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리라.
62 헤드윅 Hedwig & the Angry Inch 2001 | 54표
<부기 나이트>의 큰 33인치는 순위권에 오르지도 못했는데 ‘헤드윅’의 성난 1인치는 무려 62위에 올랐으니 역시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 5백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둔 <가문의 영광>이 85표를 모은 데 비해 5천 명도 안 되는 관객이 본 <헤드윅>이 54표라니 역시 ‘내 인생의 영화’는 박스오피스 수치보다 관객 충성도가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반증.
64 서편제 1993 | 53표
중, 고등학생 단체 관람가라는 제도가 쇠퇴기에 접어들기 바로 전, 한국영화도 순수한 정체성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을 널리 알려준 영화. 당시로서는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다 함께 관람한다는 의미인 ‘백만 명’ 이라는 놀라운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이 영화를 보고 득음하겠다고 피를 토한 친구들에게 묵념을.
64 아마데우스 Amadeus 1984 | 53표
“꺄하하하하하” 모차르트의 거만하면서도 능청떠는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밀로스 포먼 감독에 의해 완성된 ‘성공 시대 -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편’. 비운의 살리에리에 감정을 이입했던 사람과 제멋대로지만 천재성만큼은 따라올 자가 없는 모차르트를 동경했던 사람 중 누가 이 영화에 표를 더 많이 던졌을까?
66 레옹 Leon 1994 | 50표
게리 올드먼이 위의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며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나 레옹이 죽음 앞에서 마틸다와 헤어져야 하는 장면은 더더욱 충격이었다. <레옹> 이후로 망가져가는 뤽 베송, 장 레노, 나탈리 포트먼은 경악 그 자체였다. 설마 주성치의 <홍콩 레옹>과 착각해 표를 던진 사람들이 있진 않겠지.
67 아멜리에 Amelie from Montmartre 2001 | 49표
특수 효과와 영화의 재미는 음의 함수라고 생각했던 관습을 뒤집어버리고, 프랑스영화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코드로 가득 차서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마저 엎어버리는 영화. 아멜리에는 영국의 브리짓 존스, 한국의 춘희(<미술관 옆 동물원>의 심은하)와 함께 사랑스러운 캐릭터 3인방.
68 로미오와 줄리엣 William Shakespeare's Romeo & Juliet 1996 | 47표
오, 레오, 레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턱이 두 겹으로 변신만 안 했어도 그는 여전히 세계 여성들의 ‘로미오’였을 텐데…. 그래도 가녀린 손으로 부드럽게 빗어 넘기는 그의 금발 머리는 여전히 한국 여성들을 흔들고 있음에 틀림없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MTV적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
69 글루미 썬데이 Gloomy Sunday 1999 | 46표
독일과 헝가리 합작 영화로 미국영화가 독식하고 있는 ‘내 인생의 영화’ 순위에 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간 ‘글루미 선데이’ 라는 노래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남자와 한 여인간의 기묘한 무게 중심 잡기.
69 두사부일체 2001 | 46표
역시 조폭들이 단체로 다음(daum)에 들어가 투표한 것일까? <두사부일체>에는 ‘다음 카페가 우리 구역이냐’라는 가방끈 짧은 계두식의 멘트가 나오긴 하지만. 조폭 영화라는 코드에 학원 폭력과 재치 있는 대사를 뒤섞은 작품.
71 제8요일 The Eighth Day 1996 | 45표
96년 개봉 당시 조용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던 작품. 영화 속 다운증후군 환자로 나오는 파스칼 뒤켄이 완벽한 다운증후군 환자를 연기한 배우냐, 실제 다운증후군에 걸린 사람이냐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는 실제 다운증후군에 걸린 배우였으며 96년 칸은 다니엘 오테이유와 함께 이들의 유쾌하면서도 훈훈한 우정에 남우 주연상을 선사했다.
72 화양연화 In the Mood for Love 2000 | 42표
왕가위 영화 중 어째 이것만 순위에 들었을까? 어쨌든, 관객들이 사랑한 건 단순히 왕가위의 유려한 형식이 아니라 그러한 독창적인 형식 안에 스며든 스타일과 기운, 그리고 분위기였다. 손끝만 움직여도 저렇게 우아하고 근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만옥과 양조위는 냇킹콜의 노래와 함께 너무도 아름답고 매혹적인 자태를 보여준다.
72 라스트 모히칸 The Last of the Mohicans 1992 | 42표
영화는 인디언의 정체성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미국 서부 시대 얘기라고 주장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건 제쳐두고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사자머리를 휘날리며 숲을 달리던 모습에만 몰두해 있었다. <패트리어트>의 멜 깁슨이 이를 흉내내며 인기를 재현하려 했지만, 당신 나이를 생각해야지.
74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2001 | 41표
아, 초등학생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셨으면 <해리 포터>가 이처럼 밑에서 헤매는 일은 없었을 것을…. 전세계적 돌풍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순위다. 하지만 이제 1편만 공개됐을 뿐인데 뭐. 앞으로 당분간 매년 몰아칠 해리 돌풍에 쓰러지지 않을 자 누구냐.
75 메멘토 Memento 2000 | 40표
몸에 낙서 좀 그만하란 말이야! 기억 상실을 밥 먹듯 하는 주인공만큼이나 영화 보면서 해골이 돌아버리는 영화. 당신은 아직도 이해 못했다매? 이 영화로 크리스토퍼 놀런은 천재 감독으로 등극했다.
76 인디아나 존스 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 1984 | 39표
<인디아나 존스>만큼 신나는 시리즈는 없다. 동양을 미개와 원시로 보는 서구인의 시각은 좀 접어두기로 하자. 당시 꿈나무들의 장래 희망이 대통령에서 고고학자로 바뀌었다지?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해리슨 포드, <인디아나 존스 4>는 어떻게 찍으시려는지.
76 시월애 2000 | 39표
<메멘토>는 풀릴 수 있는 퍼즐이었지만, <시월애>는 ‘시원하게’ 풀리지 않아 보는 내내 관객들의 머리를 쥐어뜯어 놓은 영화다. 도대체 98년의 남자 이정재와 2000년의 여자 전지현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느냔 말이다! 거기다가 우체통이 버뮤다 삼각 지대라니. <시월애>는 한국판 ‘X-파일’?
76 진주만 Pearl Harbor 2001 | 39표
혹시 ‘보고 나서 이 영화를 선택한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 내 인생을 반추할 수 있게 해준 영화’를 꼽은 건가? 재한 미국인에게 투표권을 줬던가? 일본의 진주만 공격 30분은 정말 죽이지만 이를 위해 너무나 참고 기다려야 하는 영화.
76 와이키키 브라더스 2001 | 39표
“그래도 임마, 넌 네가 하고 싶은 거 하잖아.” 이 말처럼 씁쓸하면서도 가슴을 저미는 대사가 또 있을까. 어렸을 때 품었던 꿈들이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변질되고 무참히 밟히는 과정을 묵묵히 바라만 보던 사람들, 지금 어딘가에서 다들 소주 한잔 걸치고 있겠지.
80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 37표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가위손’이라는 제목을 달고 그렇게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는지 의아하다. 팀 버튼만이 가지고 있는 변형되고 뒤틀린 아름다움과 선과 악의 교묘한 이중주가 당시 최고의 아이돌 스타 조니 뎁과 위노나 라이더로 인해 완벽하게 조율된 작품.
80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1996 | 37표
톰 크루즈가 ‘연기’하겠단다. “돈을 보여줘”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생산한 영화.
80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1998 | 37표
에단 호크와 기네스 팰트로의 물 튀기는 분수대 키스 장면으로 오래오래 기억되리.
80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 1992 | 37표
왕년의 로버트 레드포드를 연상시키는 브래드 피트의 그림 같은 고전적 매력. 동시에 강태공처럼 낚싯대를 벗삼은 유유자적한 삶.
84 러브 오브 시베리아 The Barber of Siberia 1998 | 36표
하얀 설원과 그 위에 펼쳐진 낭만적인 사랑, 그리고 러시아라는 신비하고 이국적인 울림.
85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1997 | 35표
끔찍한 결벽증을 지녔으되 냉소적인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잭 니콜슨, 귀여운 장기 자랑을 펼친다.
85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Leaving Las Vegas 1995 | 35표
알코올 중독자 벤의 죽음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은 블록버스터를 이겨냈다. 이때만 해도 케이지, 그렇게 느끼하진 않았는데.
87 고양이를 부탁해 2001 | 34표
<델마와 루이스>를 밀어내고 여성 영화로는 단독으로 순위에 올랐다. 한국영화 돌풍 이상 무(無).
88 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 1995 | 33표
소설 ‘독일인의 사랑’만큼 플라토닉한 사랑의 판타지는 여전하다. 서정과 감상을 담담하게 오가는 하루 동안의 순수한 만남.
88 태양의 제국 Empire of the Sun 1987 | 33표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되던 전쟁영화를 전쟁의 참혹상을 겪는 소년의 성장기로 채색했다. 동심, 하면 스필버그.
90 동감 2000 | 32표
<시월애>에 7표 차이로 눌렸다. <시월애> - 스타 군단 + 20년을 넘나드는 엇갈린 사랑에 얽힌 감상.
90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 | 32표
짐 캐리가 드라마 연기로 가까스로 순위에 입성. ‘코미디는 짧지만 드라마는 길다’라는 경구를 만들고 싶게 하는 사례.
90 그린 마일 The Green Mile 1999 | 32표
말하자면 감옥 영화 <쇼생크 탈출>(11위) 2탄. 감동은 먹어도 먹어도 지루하지 않다.
90 잉글리쉬 페이션트 The English Patient 1996 | 32표
2차 대전, 연합군, 사하라 사막 등을 기억하는 ‘명화극장’ 세대의 힘. 한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6위)의 명맥을 잇는 대하 로맨스.
90 하루 2000 | 32표
엄마로 변한 고소영이 스크린에서 흘린 눈물의 힘. TV 신파 드라마 애청자라는 든든한 지원 세력을 등에 업다.
90 선물 2001 | 32표
전국 1백만 관객을 돌파했던 흥행작 <선물>은 아쉽게도 눈물 이상의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91위에 머물렀다.
96 코요테 어글리 Coyote Ugly 2000 | 31표
섹시한 여성 바텐더들의 테이블 댄스는 역시 화끈했다. <브링 잇 온> <금발이 너무해> 등 동류 영화를 제치고 순위 입성.
96 더티 댄싱 Dirty Dancing 1987 | 31표
패트릭 스웨이지의 손에 몸을 맡기고 저런 도발적인 춤을 출 수 있다면. 통계를 들춰보니 30대 여성들의 지지가 역시 높군.
98 카사블랑카 Casablanca 1942 | 30표
험프리 보가트가 보여준 강하지만 동시에 희생적인 남성상. 세대가 두 번 바뀐 지금도 순위를 지키는 저력.
99 귀여운 여인 Pretty Woman 1990 | 30표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순수한 창녀와 백마를 탄 왕자의 동화 같은 만남. 줄리아 로버츠의 영원한 수식어.
100 비밀 秘密 1999 | 30표
사랑하기에 남편을 떠나보내는 아내의 영혼(!). 그 애조를 증폭시키는 히로스에 료코의 청순함.
첫댓글 저두 영화많이본다고 보는 편인데 이중에 17편 못본 영화네요^^ 이 참에 꼭 찾아 서 봐야 겠어요 신데렐라맨도 좋았는데. 영화100개 중에 인상적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글라디에이터,박하사탕,천국의 아이들,빌리일리어트 ,사랑과영혼,영웅본색,어둠속의 댄서,와이키키브라더스,러브어브시베리아,더티댄싱,
신데렐라맨 보고싶네요^^*
꼭 보셔요 강추 임다 ..여러 생각 하게 만드는 ..ㅎㅎ
1위 뺴고는 순위가 그다지 ..ㅎㅎ
난 영화를 좋아는 하지만 많이 보지는 안지요.ㅎㅎ 말이 조금 이상한가?ㅋㅋ본중에 가자 기억에 남은 영화는 "오아시스"였슴다.^^ 근데,헉스. 이글 영화공연방으로 이동시키는건 어떼?^^
그래도 되죠 ..
전 어릴적에 본 사운드오브뮤직이 기억에 남아요^^
으음 저두 보긴 했는데 그냥 음악 나오는 영화라 흘려 봤다는 ..ㅎㅎ
물랑루즈...................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죠.................
으음 ..역시 양세마리는 감성적인 ..
오~~그래도 많이 봤네...43개.
오올 진짜 많이 보셨네요
하하하 이 영화들 집에 dvd로 거의다 있습니다..제 8요일,하루만 빼구요
오오 그래 그럼좀 빌려다 봐야겠다 ..대여 가능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