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에 표류하는 재개발.."바람 잘날 없네"
조합·비대위 갈등..법정소송 빈번
2월 도정법 완화 이후 갈등 심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도심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재개발 조합 및 주민들 사이의 소송과 서로를 흠집내기 위한 이전투구도 난무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특히 지난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상 조합 임원 해임이 대폭 완화되면서
심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조합-비대위 갈등속에 표류하는 사업장 속출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건설사인 D사가 시공사로 참여한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13구역은 조합 추가부담금이
주변 지역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 발단이 돼 법정소송이 진행되는 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초 문제의 발단은 일부 주민들이 조합에 분담금 및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조합이 이를 거부하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비대위가 시공사 재선정, 조합설립 무효, 사업시행인가 무효를
서울 동부지법에 제기해 시비논란은 법정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동부지법이 조합설립무효 소송을 받아들이고 조합의 업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옥수13구역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법원의 조합 업무 중단 결정이 내렸음에도 비대위측의 조직폭력배 동원,
조합의 무리한 조합원 동의서 징구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조합과 비대위는 대자보를 통한 비방전에 나서는 등
옥수 13구역은 장기 표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옥수13구역은 서울시 성동구 옥수동 526번지 일대 8만9054㎡ 부지에
지하3층~지상18층 아파트 26개동 1953가구를 짓는 주택재개발사업지역이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부평4동 부평 5구역 역시 일부 주민들이 `시공사의 아파트 건축비가 과다 책정됐다`며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고 있어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진 인천 부평 5구역은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인 S사, P사가 제시한 건축비(3.3㎡당 377만원)이
최초 추진위 시절 가계약 금액(3.3㎡당 245만원)보다 지나치게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조합 측이 작년 말 시공사 선정에 문제가 있다며 시공사를 재선정하고 관리처분인가도 무효화돼야 한다며
인천지방법원에 `임시총회원인무효소송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여기에 시공사인 S사와 P사가 올해 초 이주비 지급을 중단키로 하면서
사업은 더욱 난항을 겪었고 극적으로 양사가 이달 말까지 이주비를 지급키로 하면서
사업 중단의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여전히 건축비 등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주민갈등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이밖에 서울 성동 금호23구역, 마포구 아현 3구역, 염리 3구역 등도 조합원 분양가 문제, 시공사 재선정, 조합 비리 등의
문제가 불거져 법적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 "도정법 완화 이후 법정소송 늘었다?"
업계에선 지난 2월 도정법 개정안이 조합 임원을 해임하는 조항을 대폭 완화하면서 조합원 갈등과
법적 소송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2월 개정된 도정법 제 23조 4항에 따르면 조합원 10분의 1의 동의로 조합임원 해임총회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이전에는 조합임원 해임을 위해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조합원의 5분의 1, 대의원 3분의 2의 발의가 있어야 했다.
특히 지난 5월 부산고등법원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설립 동의를 받았다며 부산 감천2구역 재개발조합에 대해 설립무효판정을 내리게 되자 곳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송사가 줄을 잇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법원이 현실을 무시한 판결을 내리면서 재개발 사업장 마다 원만하게 해결될 부분도
무조건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재개발 사업은 주민들 사이의 법적 다툼으로 좌초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B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권이 커지면서 일부 조합의 경우 운영비, 이주비 등이 투명하지 않게 운영되는 게 현실"이라며 "비대위가 제기하는 소송이 일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합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여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