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에의 전당-신당동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

[william]

본 코너는 강도 높은 화장빨로 본질을 숨기고 순진무구한 민간인들을 삐끼질하여 바쁜 시간, 없는 돈을 쪼개서 찾아간 사람들을 종국에는 3대에 걸쳐 홧병에 빠지게 하는 국내외 여행지, 음식점, 숙박업을 선정하여 이른바 '멍에의 전당'에 등극시키는 자리이다.

특히 작금에 이르러 그나마 이름난 장소라는 곳이 비록 처음에는 그러하지 않았다 하나 이른바 배가 불러 순수했던 초심을 잃어버리고 명성 하나로 곡관아세하는 업체가 나날이 급증하는 바, 본 코너는 365일 민간인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선전 포고이며, 자칫 사파의 무리로 전락할 업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영광스런 멍에의 전당에 등극되는 과정은 이러하다.

본지의 취재 및 독자들에 의한 추천업소를 본지가 직접 발굴하여 그 죄명을 낱낱이 공개한다. 이후 독자들이 배심원이 되어 본 업소를 경험한 소감을 리플한다. 이를 최종 심사하여 멍에의 전당에 올라갈 업체를 선정 발표한다.

 멍에 후보 소개- 신당동 마복림할머니 떡볶이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때론 한 끼 식사거리도 되고, 야심한 밤 맛있는 친구 삼기에도 나쁘지 않은 음식이 있다. 떡볶이.

쌀떡, 밀가루떡, 혹은 그 둘을 적절히 섞은 떡에 야채, 라면, 만두 등 부재료와 대개는 고추장 양념을 섞고 휘휘 저어 볶는 이 음식은 따지고보면 참 단순한데도 한국인의 식생활 라이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복잡한 음식 못잖게 견고하다. 특히 외국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라면과 떡볶이가 반드시 생각나는 걸 보면 한민족의 DNA에 떡볶이 호감 인자가 인처럼 박혀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떡볶이집이야 전국 어느 동네에서든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밀도 높게 분포하고 있지만 아예 골목 하나가 떡볶이집으로 가득 찬 데가 있다.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다. 즉석떡볶이를 주메뉴로 하는 떡볶이집들이 양 쪽으로 도열해 있는 곳. 극장 하나 덜렁 있고, 비행청소년들의 온상이었던 이 곳이, 마치 장충동 족발촌이나 신림동 곱창촌 처럼 떡볶이의 성지로 거듭났다는 것은, 식문화의 집중화및 전문성이라는 가치를 내릴 만큼 흐믓한 일이다.

그리고, 이 성지의 중심에, 우뚝, 아주 우뚝 서있는 곳이 있으니, 금번 멍에 후보로 추천된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집'이다. 모 고추장 CF에 출연하셔서 ‘며느리도 몰러~’ 멘트로 확 떠버리신 바로 그 할머니의 떡볶이 집 (마할머니는 작년에 일선에서 은퇴하시고 이제는 며느리가 양념비법까지 전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신당동떡볶이타운에서도 가장 붐비는 곳이다. 발렛파킹까지 가능할 정도니 대충 그 지명도와 규모를 짐작하면 되겠다.

 

유명한 집은 괜히 유명한 게 아닌 법.

떡볶이타운 입구에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마복림 떡볶이집을 통해 그 유명세를 직접 확인해보자. 과연 이곳은 떡볶이 성지를 대표할 자격이 있는가, 아닌가.

 실체 보고

 서비스, 위생

탐사자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으러 오신다. 그리고 짧고 명쾌하게 말씀하신다.

"뭐어?"

'뭐어?'라고? 아, '뭘로 주문할 거에요?' 혹은 '어떻게 먹을 거에요?'의 줄임말이군.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손님이 너무 많아서 바쁘시니까 빨랑빨랑 주문해드려야 해.'라는 생각으로 살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다.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는 금새 앞접시와 포크, 물이 담긴 주전자를 내주신다. 컵부터 들고 물 한잔 쭈욱 들이킨다.

그런데 이 밍밍한 수돗물 맛은 뭔가.

‘아리수’란 이름까지 붙은 한강물을 식수로 사용해도 큰 이상 없다는 건 안다. 그래도 이 집이 한강물 홍보대사가 아닌 이상 수돗물을 손님들에게 마시라고 주는 건 영 개운치않다.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게 핵심이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의 미각이 수돗물의 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니까.

그런데 이어서 발견된 단서는, 그 수돗물이 한강물의 홍보용이 아니라 애초부터 이 집은 손님들의 위생에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협의를 짙게 드리운다.

아주머니께서 갖다 주신 포크. 

덤으로 밥알 한 개가 살포시 끼어있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 하필 탐사자의 포크에만 밥알이 묻어있었다면..그건 참 다행이다. 그런데, 포크를 바꿔주시는 아주머니는 사과의 말씀 한마디 없다. '별걸 다 가지고 사람 귀찮게 해..'라는 저 도도한 표정. 여기 뭐니?

 맛

그래도 중요한 건 떡볶이. 떡볶이만 맛있다면 수돗물맛 나는 물이든 밥알 낀 포크든 살짝 눈감아 줄 수도 있다...라고 넓게 생각하자.

 

그런데,

‘가족에게까지 극비에 부쳤다던 그 양념' 치고는 이거 너무 단순한 맛이다. 단순한 게 꼭 나쁜 건 아닐 수 있다. 명쾌하게 핵심을 뚫는 맛이라면 단순한 게 미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짠맛만 느껴지는 단순함이라면 어떻게 해석 해야 할까? 뭘 어떻게 해석해? 이런걸 전문용어로 '맛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지.

이번엔 사리를 한번 보자. 

얇디 얇은 어묵은 라면, 쫄면이 다 익기도 전에 흐물흐물해진다. 밀가루와 생선살의 비율에 균형을 맞추지 않은 저가의 어묵. 게다가 계란은 찜질방에서 먹는 맥반석 계란이다. 이건 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맥반석 계란의 맛과 떡볶이의 맛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양념 안된 계란의 흰자에 매콤한 떡볶이 국물이 버무려져야 제대로 된 맛이 나지,  맥반석 계란 특유의 맛은 떡볶이 양념과 만나 ‘구린내’로 변질해버렸다.

 

결국, 마복림할머니 떡볶이집에서 ‘괜찮다’ 싶은 것은 포장되어 깔끔하게 나온 단무지 뿐이었다. 시식이 필요없이 CF 데코레이션용으로 보여지는 떡볶이였다면 나름 훌륭했을 터, 그러나 손님 먹으라고 내온 떡볶이 치고는 맛도 부재료의 성의도 진정 마복림 스럽지 않다. ' (알릴게 아무것도 없었기에) 가족에게까지 극비에 부쳤다는 양념' 일지도 모른다는 본 추천인의 거의 확신.

 멍에 후보 추천의 辯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집. 50년도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는데, 마할머니 떡볶이의 반백년 역사가 진정 가치 있으려면 50년 역사의 원동력이 '맛'에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맛은 어디가고 유명세 하나로 장사하고 있는가? 서비스, 위생상태는 왜 불량한가?

이름값이라는 게 참 무섭다. 여타 떡볶이, 범위를 좁혀 즉석떡볶이만 생각해도 이보다 훨씬 맛있는 게 널리고 널렸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으니. 이쯤되면 집단최면이다.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를 일상의 미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 유명세에 이끌려 찾아가게 되는 집단최면. 아무도 감히 마복림 할머니네 떡볶이가 맛없다고 말하지 않는 그런 최면.

 
우리 다 최면에 걸린거야?

유명해지니 기고만장해지는 사람들만큼 좀 뜨니까 맛 변하고 서비스 변하는 집, 여기 뿐 아니라 많다.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모든 집들에 같은 비판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집이 떡볶이 업계의 얼굴마담같은 존재로서 선점한 유명세를 고려하면 콕 찝어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기에 망설일 이유 없다. 긴장감 떨어진 이곳에 '유명해진 이유대로 맛있게 만들어달라'는 소박한 주문을 우리는 할 수 있다. 물론, 맛없으면 안가면 되는거지만, 아이 또 그러면 시시하잖아?

그리하여 본 추천인은, 마복림 할머니 집을 멍에의 전당 후보로 올려놓는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  떡볶이 좀 먹는다 하는 사람들, 신당동 좀 가봤다, 마복림 떡볶이 먹어봤다 하는 독자분들의 평가를 내려달라. 과연 이집, 추천인에게만 쉣이었었나? 아니면 여긴 원래 멍에였는데 본인만 몰랐나? 또는 신당동이 다 이 수준인가? 

지난 멍에의 전당 결과 보고

 제7탄 임진각 관광지: 총 41표중 멍에 인정 40표로 과반수 이상을 획득하였기에 영광의 제 7대 멍에헌장에 등극함. 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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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요즘 이름날렸으나 맛이 없는 집들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