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장 일만초(一萬招)의 싸움
①
"묘형(苗兄)! 묘형, 이제 그만 일어 나시오. 이런... 내가 어젯밤 취했었군.“
천우는 허둥지둥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순간 그는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다 곧 그는 빙긋 웃으며 곁에 누워 있는 한 인물을 응시했다.
"허, 묘형이 옷을 벗겨 주었소? 고맙......."
그는 상대를 깨우려 금침을 벗긴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묘가수(苗伽水).
그 역시 알몸이었다. 그런데 발가벗은 그의 몸은 사내가 아니었다. 탐스런 젖가슴이 한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묘... 아니 여자였소?"
그 말에 묘가수는 대답 대신 엎드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 곧 그 울음은 대성통곡으로 변해갔다.
지난밤 그녀는 오랜 고독으로 말미암아 굳세게 닫혔던 여인의 문은 열었고, 참고 참았던 욕망을 뜨겁게 분출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 사내 앞에서 옥루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천우는 황망히 부르짖었다.
"이... 이럴 수가... 그럼 어젯밤의 일은 꿈이 아니었단 말인가?“
이내 그의 표정이 어이없다는 듯 멍청해졌다. 그러나 상황은 분명했다. 그와 묘가수는 알몸으로 한 침상에 누워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뻔한 상황의 증명이었다.
"흑흑......."
묘가수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가 만독왕과 혼인을 한 이후부터 포기해야만 했던 여인으로서의 삶이 느닷없이 나타난 한 사내에 의해 다시 꿈꾸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만독왕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었다. 그녀는 두려움과 기쁨에 그동안 서리고 서렸던 한(恨)이 그녀의 가슴에 복받쳐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천우는 문득 부드럽게 말했다.
"묘형... 아니 저... 이제 그만 우시오."
천우는 마땅한 호칭을 찾을 수 없는 지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더없이 침착했으며 매우 달콤한 것이었다.
"......."
묘가수는 그 음성을 듣자 비로소 울기를 그치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눈물로 온통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이 물씬 풍겨났다.
"쯧쯧... 바보 같소."
천우는 짐짓 혀를 차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따뜻한 액체가 그의 손바닥에 묻어났다. 그는 손바닥에 묻은 정인의 액체에 입을 가져갔다.
그런 천우의 모습에서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읽은 묘가수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나는......."
천우가 그 말을 막았다.
"말하지 마시오. 여자란 말이오."
그는 속을 알 수 없이 신비한 표정으로 묘가수의 농염한 나신을 바라보았다.
"몸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오......."
"......!"
묘가수의 얼굴은 금새 새빨개졌고 황급히 자신의 풍만한 유방을 손으로 가렸다. 그러나 그 모습이야말로 더욱 자극적이었으니......!
천우는 그녀의 나신을 그대로 안았다.
"아......."
묘가수는 무너지듯 그의 품에 안겼고 어느덧 그녀의 팔은 그의 허리를 꽉 죄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불안한 어조로 힘겹게 말했다.
"나는... 그대와 어울릴 수 없는 몸이야......."
"그건 왜요?"
천우는 그녀를 안은 채 반문했다.
"그건......."
묘가수는 정녕 어렵게 말을 이었다.
"동생보다... 너무 나이가 많아......."
"바보 같으니......!"
천우는 그녀의 뺨을 슬며시 꼬집었다.
"여자란 말이오."
"......?"
"익어야 제맛이 난다는 말이오."
그는 이어 터질 듯 풍만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도... 동생은... 순......."
묘가수의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귓볼까지 강한 쾌감이 번져왔다. 그녀는 허공에 떠오르는 듯한 착가에 빠졌다.
강하게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몸은 달아오르고 있었다.
천우는 숨 가쁘게 덧붙였다.
"이제 알았소, 묘(苗)누님? 나는 바람둥이라오."
"아......."
묘가수는 더 말할 여력이 없었고 온몸에 번지는 숨 막히는 열기가 사지를 휘감아왔다.
천우.
그 방면에 기술은 천하 제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욕망화까지도 욕염에 사로잡히게 했던 것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마왕성에서 희대의 색마와 요녀들의 방중술과 섭혼술을 익혔기 때문이었다.
오독부인 묘가수.
그녀는 전신 구석구석에 일어나는 불길을 자신조차 믿을 수가 없었다. 천우의 손길과 입술이 스칠 때마다 그녀는 타버릴 듯한 충격으로 몸부림쳤다.
두 남녀.
그들은 지독한 운우(雲雨)를 즐기고 있었다. 망아지경(忘我之境)에 빠져 해가 다시 지는 줄도 몰랐다. 그들은 오직 상대방의 육체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②
황학루(黃鶴樓).
그 곳에는 두 남녀가 있었다. 바로 천우와 묘가수였다.
그들은 나란히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동정호를 감상하고 있었다.
묘가수, 그녀는 불과 하루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고 얼굴은 화사하게 피어올랐으며 그녀의 두 눈은 별처럼 반짝였다.
단 하룻밤의 정사(情事).
그것으로써 그녀는 완전히 생(生)의 의미가 달라져 있는 것이었다. 천우의 손을 부여안은 채 새삼스런 감회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반면 천우는 오직 동정호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깊은 눈빛이었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그는 오독부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초초의 부탁이 엄청난 고역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보는 순간 그는 자신은 만연령이나 초초에게서 느끼지 못한 기이한 감정을 느낀 것이었다.
만연령에게서는 고혹적인 한송이 백합의 향기를 맡았고 초초에게서는 거칠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을 지닌 야생화를 보았다.
그는 오독부인에게서는 가시를 품은 장미의 향기를 느낀 것이었다. 그녀의 매력은 실로 천우마저도 사심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가 떠나오기 전에 한 초초의 염려가 틀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긴 초초만큼 천우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묘가수가 입을 열었다.
"동생, 정말 중원은 아름다워요."
"......."
"남만(南蠻)에서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
"동생을 만난 후 내 인생은 완전히 변해 버린 느낌이예요.“
"......."
천우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묘가수는 순간 불안해지고 만다.
"동생......!"
그녀의 음성은 다소 떨려 나왔다.
그는 비로소 입을 열었고 그것은 탄식이었다.
"사실은 말이오......."
"......?"
"난 누님을 속였소."
"......!"
"애당초 누님에게 접근한 것은 계획적이었소. 그것은 누님이 오독부인임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오.“
"그... 그런 일이......!"
묘가수의 얼굴이 경악과 불신으로 일그러졌다.
천우는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힘주어 말했다.
"이해해 주시오. 누님, 난... 누님이 필요했었소."
그 말은 묘가수의 귀에 담겨지지 않았다.
"계획적... 이었다고......?"
그녀는 창백하게 질린 채 한 걸음 그에게서 떨어져 섰다. 그녀는 백지장 같이 변한 얼굴로 천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젖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천우는 탄식해 마지않았다.
"하나... 지금은 그렇지 않소. 누님은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오.“
묘가수는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그녀는 넋을 잃은 듯 그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그는 그녀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안다. 때문에 그는 성의를 가지고 호소하듯 말하고 있었다. 그가 악한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 또한 느끼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순간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악한이든 무엇이든 그녀는 그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것이었다. 그녀는 여자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힌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겠소. 이름은 천우, 기인총이라는 단체의 총주요.“
"이름도... 가짜라고......?"
묘가수의 얼굴은 이제 싸늘했다. 녀의 손은 더 이상 머뭇거림 없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새 그녀의 손 안에는 무형지독(無形之毒)이 준비되었다.
단 펴기만 하면 정말 근방 십장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즉사시키고도 남을 극독(劇毒)이었다.
"중원은 지금 걷잡을 수 없는 난세에 처해 있소. 나는 기인총을 조직하여 혈겁을 최대한 막으려 했소.“
천우는 너무도 진지했으며 그의 얼굴에서는 조금의 거짓이나 가식 따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의 어투는 너무도 절절했다.
"하나...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했소. 중원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겹쳐 자칫하면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질 지도 모를 상황이기 때문이오."
그녀는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내부에서 들끓는 감정이 소용돌이는 자신조차 걷잡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날카롭게 쏘아 물었다.
"그래서... 나를 이용했었던가......?"
천우는 부인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물론 그렸었소. 하나 지금은......."
그의 눈(眼)은 그가 지금까지 오독부인에게 했던 어느 말보다 절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눈은 바로 진실이었다. 아무리 거짓이 능한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눈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힘주어 말을 이었다.
"지금은 말이오. 묘누님께 오히려 협조를 구하는 것이오. 묘누님을 결코...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묘가수는 가슴이 울렁였다. 한 사내의 진심이 그녀의 내부까지 깊숙이 파고든 것이었다.
"......."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믿어 주시오. 누님은... 사랑스런 여인이오."
"......."
묘가수는 스스로 주먹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이미 천우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마침내 그녀는 탄식을 했다.
"나는... 이제 늙었어......."
그것은 여인의 자존심이었다. 간신히 말을 마치고 그녀는 천우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서 자신(自信)이 없다고 느껴질 때 여인의 자존심은 더 할 수 없이 크나큰 상처를 입고 만다.
그리고 급기야는 스스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묘가수, 그녀가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녀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이 한마디 고백이야말로 그 어느 여인도 할 수 없는 자존심을 내던진 말인 것이다.
쉽게 상처 받을 자존심이라면 아예 정인(情人) 앞에 던져 버리겠다는 것일까......?
천우는 가만히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 그 손은 그 어떤 위로나 변명 보다 뛰어난 위력을 발휘했다. 그녀는 조금 전의 분노나 자괴감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음울한 어조로 덧붙였다.
"앞으로 불과 몇 년 후면... 나도... 더 이상 예쁘지는 않을 거야.“
천우는 그녀의 손을 굳게 쥐었다.
그는 알고 있다. 그녀에게는 지금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러나 천우는 그녀의 마음을 풀어줄 방도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누님에게 드리는 것이오."
"......?"
그는 의아해 하는 그녀의 가슴께로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옥갑 하나를 꺼내 놓았다.
"이것이 있으면 누님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이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묘가수는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천우는 빙긋 웃었다.
"이것은 전설의 주안신과(朱顔神果)로 빚은 주안선단(朱顔仙丹)이라는 것이오. 이것을 복용하면 누님은 죽을 때까지 늙지 않을 것이오.“
묘가수의 눈빛이 몹시 흔들렸다.
"정... 정말......?"
"천우는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소."
"아......."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옥갑을 받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봉황안(鳳凰眼)에는 눈물이 어느새 그렁그렁 고이고 있었다.
오독부인 비록 남만의 이녀(異女)이기는 했으나 그녀의 마음은 순수했다. 또한 그녀는 독인이기 전에 한 약한 여인이기도 했다.
천우의 진심이 그녀의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 준 것이었다. 그녀는 주위의 눈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우의 품으로 달려 들었다.
"우(羽)... 정말... 처음이야, 이런 느낌은......."
"나도 그렇소, 누님."
천우는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거짓말이다. 최소한 그는 몇 명의 여자를 알고 있다. 그녀들에게도 이와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거짓말은 달콤하다. 천우는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그 역시 지금 이 순간 정말 묘가수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주안선단만 해도 그렇다. 그것은 바로 황금대총(黃金大塚)에서 얻은 것이었다.
목화(木花), 그것이 바로 영생(永生)의 영약이 들어 있는 보고의 열쇠였던 것이다.
그는 황금대총의 지하석부에서 자라는 주안신수(朱顔神樹)에서 주안신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단전에 고여 있는 혈정원단신주(血精圓丹神珠)의 힘으로 연단을 만들고 다시 만연령에게 부탁해서 남천신수에서 얻은 영과(靈果)와 남천신도의 심해에 자라는 만년설리(萬年雪 )의 조갯살을 갈아 다시 현현묘묘(玄玄杳杳)의 역리(易理)와 연금(鍊金)의 구정십동(九鼎十凍)의 원리로 배합해 만든 것이다.
천우는 오독부인 묘가수의 순결에 놀랐고 그 순수함에 감탄을 했었다.
그런 감정은 자연스럽게 애정으로 바뀌어 가고, 그는 그녀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주안선단을 내놓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초초의 고육계(股肉計)가 성공한 셈이었다.
그는 마침내 오독부인을 끌어 들인 것이다. 그것은 곧 독황교를 수중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독황교주 만독왕(萬毒王).
그는 실상 너무 늙었다. 백세가 넘은 지 벌써 오래인 것이었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 그 이후에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생에 대한 허무였다.
만독왕.
그도 그랬다. 그런 그에게 야심이란 것은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독황교가 중원에 진출하게 된 것은 다만 오독부인 그녀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런 남편에게는 너무도 젊은 아내였기에 늘 허전했다.
그래서 그녀는 주장했던 것이다. 중원으로 나가 자신이 대신 독황교의 위맹을 온 천하게 떨치게 해달라고.
만독왕과 그녀의 관계는 말이 부부이지 실상은 사제지간(師弟之間)이나 다름없었다.
만독왕은 그녀를 지극히 아끼고 총애했으며 그녀의 말은 무엇이건 수락해 왔다.
사실 만독왕의 야망은 그녀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인생에 대한 허무감이 뼛속 깊이 들어찼다고 하더라도 명예욕은 반대로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되기 마련이었다.
그런 관계 때문에 만독왕은 그녀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를 아주 경멸하는 빙심의 소유자였기에 만독왕은 이런 그녀는 추호도 의심할 수 없었다.
그것을 빌어 그녀는 천우와 약속했다.
천우를 위해 독황교의 힘을 빌려 주겠노라고.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위해 한 가지 약속을 부탁했다.
그것은 실로 그녀가 천우에게 한 약속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었다.
그것은 한 달에 한 번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신을 만나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 사랑 그 힘은 위대했다. 그것 때문에 그녀는 한 남자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이미 천우의 사랑 이외의 것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천우에게 영혼까지도 빼앗겨 버린 것일까?
천우는 그녀와 헤어지기에 실로 애를 먹어야 했다. 벌써 사흘 밤낮 그녀는 도대체 그를 놓아 주려 하지를 않는 게 아닌가?
뒤늦게야 여인의 기쁨과 행복의 의미를 터득한 그녀는 그리 쉽게 그를 놓아줄 수가 없었나 보다.
덕분에 천우는 사흘 밤낮 동안을 줄곧 객점에 들어박힌 채 달콤한 중노동을 치러내야만 했다.
꼭 사흘 만이었다. 그는 간신이 그녀와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객점을 빠져 나왔다. 그의 얼굴이 그처럼 창백했던 것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치 일만 초(一萬招)의 싸움이라도 치른 듯이.